러블리 본즈
앨리스 세볼드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문학으로도 엔터테인먼트로도 완벽한 소설이다'는 뉴욕 타임스의 찬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14세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된 얘기를, 역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점이 못내 궁금했다. 책 초반부에서 난 범인이 언제, 어떻게 잡힐까에만 관심을 두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폭행범으로부터 딸, 언니, 누나를 잃어버린 한 가족의 얘기였다. 그들의 고통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사형 등 국가가 행하는 형벌체계를 못마땅해하는 나지만, 유아 성폭행범만큼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순간적인 실수가 아닌, 일종의 정신병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열살도 안된 여자애한테 성욕을 느끼는 게 정상인가. 성인이 된 이후의 성폭행도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어릴 때 겪은 성폭행은 더더욱 큰 정신적 피해를 가져온다. 9세 때 당한 성폭행으로 괴로워하다가 21년 후 가해자를 살해했던, 그리고 '나는 짐승을 죽였다'고 외쳤던 김부남 씨의 경우가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 관대하다. 유아 성추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반발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말하는 '인권'은 오직 가해자만의 것이며,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을 피해자의 인권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걔중에는 '신상공개가 유아 성폭력을 경감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메간법(Megan's law)을 통과시킨 미국처럼, 제대로 된 신상공개만이 유아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성폭력으로 피해를 본 가족들의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소설의 전개가 워낙 사실적이고 탁월해, 시종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감동을 받았던 대목을 소개한다.

[녀석(이번에 죽은 개, 할리데이)이 천국에서도 내(주인공, 성폭력으로 죽은 소녀) 곁에서 잠을 잘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할리데이는 날 보자 행복해하면서 달려들었다(277쪽)]

나 역시 개를 십오년째 기르고 있는데, 개들의 충성심으로 미루어 볼 때 전혀 허황된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이 책, <러블리 본즈>는 성폭력의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널리 읽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Box 2021-11-2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폭행 아픔 글로 써 세계적 작가 됐는데..그가 지목한 범인은 40년만에 무죄 선고, 그래도 사과는 없었다 | 다음뉴스 https://news.v.daum.net/v/20211126001102241?x_trk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