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멜리 노통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세번째로 읽은 이 책 역시 소재의 참신성과 풍부한 지식 등 노통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번 소재는 그 특이함이 단연 돋보이는데,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37세의 나이지만, 그녀는 장난꾸러기 소녀같다. 예컨대 다음 문장을 보자.

[성적 좋은 애들이 가는 길은 똑같아요. 문제를 외우고, 그 다음에는 정답을 외우고. 그리고 칭찬을 받는 걸로 끝나는 거죠(21쪽)]

공부를 별로 잘하지 못했던, 그래서 공부 잘하는 옆집 애-옆집 애는 왜 꼭 공부를 잘할까?-와 비교되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지 않는가? 어딜 보나 이 책의 주인공은 노통 자신인데, 그녀는 극중 인물의 입을 빌어 자신의 외모를 이렇게 기술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녹음했지만 얼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당신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고 나서 충격이 꽤 컸습니다(145쪽)]

하지만 사진을 보니 노통은 전혀 못생기지 않았고, 소설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십대 소녀같다 (노통이 들으면 기뻐하지 않을까?) 이쁜 애가 자신을 못생겼다고 하는 건 분명 겸손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애를 얄미워한다. 이쁜 애가 이쁜척을 하는 것보다 더. 그러니 다음 책에서는 솔직하게 '나 이뻐!'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노통의 책이 선풍을 일으킨 것은 무려 십년 전이라는데, 왜 그녀의 책이 이제서야 소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노통의 나머지 책도 다 주문해 놨는데, 그걸 다 읽고 나면 심심해서 어쩌냐,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껴서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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