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마이서재'라는 게 생겼다. 책에 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인데, 나만의 favorite들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다른 분들의 서재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게 난 더 좋다. 다른 분이 쓴 마이리뷰는 나로 하여금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걸 깨닫게 해주는데, 영화를 고를 때 평론가의 현학적인 글보다 미리 영화를 본 관객들의 영화평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다른 분들의 서평이 읽을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된 적이 꽤 여러 번이다. 어느 분이 써놓은 마이리뷰가 아니었던들, 내가 요즘 명성을 드날린다는 아멜리 노통을 만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다.

<오후 네시>는 정말 특별한 소설이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대신 주인공 부부를 포함해 단 네 명만이 나오며, 수억달러의 금괴를 놓고 스릴 넘치는 음모가 펼쳐지는 대신 타인으로 인해 방해받는 두시간을 놓고 밀고 밀리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걸 가지고 싸운다 싶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이웃의 뻔뻔함에 화가 치미는데, 마지막엔 또다시 내 예상을 뛰어넘으며 소설을 끝낸다. 남녀간의 사랑이나 음모를 다룬 소설에만 익숙해 있던 내게 <오후 네시>는 무척이나 신선했는데,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걸 보면 과연 25세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천재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멜리 노통이 나와 동갑이라 친근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천재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아멜리와 동시대에 사는 덕에 그녀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녀가 했던 인터뷰를 보니 발표하지 않은 작품이 아직 수십편 더 있다는데, 그 작품들은 내게 어떤 즐거움을 줄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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