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8년 전, <김대중 죽이기>를 읽던 기억이 난다. 풍부한 자료들로부터 도출된 저자의 결론은 아무 생각없이 살던 내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난 그 책을 읽으면서 밤을 하얗게 지새웠는데, 그 책은 나로 하여금 강준만 매니아가 되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2년 뒤 대선에서 한때 '대통령병 환자'라고 욕했던 김대중에게 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정권교체가 세상을 바꾼다'는 강준만의 말과 달리 세상은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 등 눈에 띄는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수구 세력의 지배라는 우리 사회의 구도는 노무현의 당선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아니,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이후 수구세력은 더욱 극심한 '죽이기'에 들어가, 취임 넉달을 지냈을 뿐인 노무현에게 '하야' '재신임' 등의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언론탄압' 운운하며 엄살을 피우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세력은 바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종이신문이 아니던가.

최근 몇년간, 해마다 열권 가까이 나오는 강준만의 책들을 읽다보니 이젠 남의 도움 없이도 언론의 왜곡된 기사에 대해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졌고, 인터넷으로 여러 신문을 모니터하는 게 일상생활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이번에 나온 <노무현 죽이기>는 별로 새로울 게 없었고, <김대중 죽이기>에서 느꼈던 만큼의 감동을 느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닐게다. 내가 아마츄어인 데 반해 강준만은 엄연히 프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깨우쳐 준 대목이 여러 곳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조선일보만 봐온 분들이라면 이 책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는 발언으로 조중동에 대서특필된 강성구 의원처럼, 요즘은 노무현만 물어뜯으면 무조건 크게 써주는 분위기다. 신문에 이름 한번 나볼까 안달하는 의원들이 부쩍 막말을 많이하는 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고자 함인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이 이런 세태에 적합할 듯하다. 강준만의 책을 읽을 때마다 언론개혁이 없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말을 되씹게 되는데, '외환위기보다 더 어렵다'면서 연일 경제위기를 조장하는 우리 수구언론들은 언제나 정신을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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