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빛나는 색채의 나날들 다빈치 art 7
줄리 마네 지음, 이숙연 옮김 / 다빈치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상파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의 조카, 그러니까 마네 남동생의 딸인 줄리 마네가 썼던 일기에다 인상파에 속하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배치한 책이다. 책에서 한번 본 그림을 직접 보면 감동이 두배가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아는 체도 할 수 있는 법, 유명 미술관에서 직접 볼 그날을 위해 책에 나온 그림들을 부지런히 머리에 담았다. 한참 보다보니 화가들 각각의 특징을 파악해 그림만 보고도 누가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나도 서서히 미술에 눈이 떠지는 게 아닐까?

줄리는 큰아버지 마네는 물론 모네, 르느와르, 드가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어울렸고, 그들로부터 풍부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그녀 자신은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가졌던 그녀가 부럽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다들 아름답지만, 그녀가 쓴 일기는 내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그 시대 귀족들의 사는 모습이 일기에 그대로 담겨 있어서다.

그녀는 스물이 되기 전에 부모를 모두 잃었지만,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는데, 죽는 순간 그녀 어머니가 한 말, '너는...유산도 많이 받을거야' 그래서 그녀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할 필요가 없었고, 다른 귀족들과 어울려 피크닉, 사냥, 오페라, 뱃놀이, 미술 등 고상한 취미 생활을 즐기며 인생을 보냈다. 그녀가 훌륭한 예술가가 되지 못한 게 그녀가 누렸던 안락함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죽는 날까지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던 고흐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절실함이 그녀의, 그리고 여류화가로 약간의 명성을 누렸던 그녀 어머니-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녀의 일기에 수록된, 역시 귀족이었던 르느와르의 말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했다고 해서 노동자가 행복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악을 행할 뿐이고, 시간이 나면 카바레에서 보낼 뿐이다. 노동자에게는 일을 주는 것이 더 의의가 있다(232쪽)' 가진 자들의 생각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와 지금이 똑같다고 느껴지는 다른 대목. 줄리의 어머니가 가방을 날치기당했다.

[호수가에 있던 경비원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경비원은 우리가 있던 곳이 자신의 담당 구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그가 하는 말, '얼굴을 아는 남자였습니까?'] 후후, 정말 똑같지 않는가. 10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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