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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더 섹시하다
김순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으로 봐서 내 관심사인 페미니즘을 역설하는 책으로 생각했지만, 교육, 문화, 처세 등 많은 분야가 망라되어 있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읽는 내내 저자의 유려한 글솜씨에 감탄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우리말을 이처럼 멋지게 구사하는 능력이 난 더 부럽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주위에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저자의 말이다.[아직도 커피심부름에 발끈하는 직장여성이 있는가. 이처럼 사소한 일에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건 바보다.... (57쪽)] 커피를 몇년간 타봐서 아는데, 커피 심부름은 그다지 사소한 일이 아니며, 그짓을 하다보면 가끔씩 모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설사 그 일이 사소하다 할지라도, 남녀평등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커피 심부름을 잘 했다면 보성초등학교의 진모 교사가 잘리지도, 지금처럼 비난을 한몸에 받지 않았겠지만, 그녀의 투쟁이 있었기에 지금은 여성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되었을 거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내게 이득인가 한번 따져보자. 커피 심부름은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이다. 그렇다면...가장 우아한 여주인 같은 태도로 커피를 대접해 보자....나는 커피를
똑소리나게 타는 사람이므로 다른 중요한 일도 똑소리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지시켜 주자....그러다보면 기회가 온다(같은 페이지)]
저자는 '어느게 이득인지' 따져보라고 한다. 물론 눈 딱 감고 커피를 타는 게 개인적으로는 이익이다. 진모 교사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현실과 타협한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엉덩이를 만졌다고 발끈하는 여성이 아직도 있는가. 이처럼 사소한 일을 성희롱으로 걸다니....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내게 이득인가 한번 따져보자. 남들은 그녀의 엉덩이가 이뻐서 만진다. 축 처진 엉덩이라면, 손에 닿는 것조차 꺼릴 거다. 그렇다면 엉덩이의 곡선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엉덩이를 내밀어 보자. 나는 엉덩이가 이쁜 걸이므로, 섹스도 아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지시켜 보자... 그러다보면 기회가 온다. 사장이 한번 자자고 꼬실 거다. 그럼 만사 끝이다]
제목에서 느껴진만큼 저자가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참고로 저자는 여자, 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