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탈 때마다 느낀 거지만, 오늘 서울행 버스를 타고 떠나기를 기다리는데 남자 하나가

버스에 올라탔다. 근데 두개로 된 좌석마다 사람이 하나씩 타고 있는 거다. 그러니 그는 그 중에서

하나를 택일해야 했다. 시외버스니 정해진 자리는 없는 거니깐. 여기저기 둘러본 끝에-난

내 옆자리 앉을까봐 긴장했다. 약간 살이 찐 사람이라...-그는 한 남자의 옆에 앉았고, 버스가

떠나 더이상의 비극은 없었다.



필경 그는, 여자 옆에 앉고 싶었을 거다. 여자는 일단 몸집이 작으니 편하기도 하지만, 여자랑

같이 앉으면 좋지 않은가?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만일 그였다면 여자 옆에 자신있게 앉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배짱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지라-박카스 선전하는 그놈만 빼고-버스에

앉을 때 여자는 여자 옆에, 남자는 남자 옆에 앉는다. 여자는 남자가 싫어서, 혹은 불편해서

여자 옆에 앉지만, 남자는 여자 옆에 앉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상하게 보일까봐, 용기가

없어서 남자 옆에 앉는다. 기차나 버스에서 여자가 내 옆에 앉으면 난 '오늘은 재수가 좋군'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내 옆에 앉는 여자는 '오늘도... 텄군!'이라며 한숨을 지을 거다.

남자는 낯설건 아니건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낯선 남자는 특히 싫어한다.



언젠가 주부가 고교생과 원조교제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조교제'라는 게 꼭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과 저지르는 것만은 아니며, 그 역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는데, 그렇긴 해도 난 그 여자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정황증거로 볼 때

둘은 서로 좋아했던 건 확실했던 것 같고, 돈을 준 건 성행위에 대한 대가는 아니었다.

난 기본적으로 미성년자 남자에 대한 성착취라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청소년 여자애들은

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아무리 세태가 바뀌었다 해도 경험이 있다는 것에

죄의식을 갖는다. 반면 남자는 청소년기가 성에 대한 욕구가 가장 왕성할 때인지라 중년이고

뭐고 여자가 하자고만 한다면,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으로 생각한다. ('바람난 가족'의 봉태규를 보라!)


남자가 동정을 잃는 것은 여자가 순결을 잃는 것과는 달리 어른으로 성숙하는 과정으로

치부되며, 경험이 많은 여자가 '걸레'라는 과히 자랑스럽지 못한 호칭을 얻는 반면,

많이 해본 남자들은 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신의 무용담을 떠벌이곤 한다.

결정적으로 여자애들은 돈을 위해 옷을 벗기도 하지만, 남자들이 돈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남성의 성욕은 주머니 속의 못과 같아 삐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광수생각>을 그린 박광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남자의 외도는 급해서 다른 화장실을 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매매춘 업소는 존재의 정당성을 얻고, 그런 곳이 없으면 강간사건이 급증할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을 가진다. 써놓고 보니까, 여자가 남자를, 특히 낯선 남자를 멀리하는 게

매우 당연해 보인다. 성욕으로 충만한 인간이 옆에 있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성욕을 좀만 줄이고 사이좋게 지내면...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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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7-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좋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