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공중그네>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는 꽤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다. 하지만 그의 책이 갑자기 많이 번역되어 나온 탓인지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에 그만 그에게 식상하고 말았다. <야구장 습격사건>도 읽을 마음이 없었지만, 나랑 책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던 미모의 여자분이 선물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책 표지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이 책은 저자가 잡지사의 청탁을 받고 일본의 야구장을 둘러본 탐방기로, 책 어디에도 웃기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포복절도’라니.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라도 나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오쿠다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상술이 안티를 만드는 거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이유는 이 책이 야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였다. 난 어려서부터 야구에 심취했다. 국내야구를 섭렵한 뒤부턴 스포츠신문 한 귀퉁이에 나오는 해외야구 소식을 목마른 낙타가 물을 마시듯 찾아서 읽었다. 그래서 난 최근 선수들은 물론이고 해외야구가 우리나라에 중계되기 전인 8,90년대의 야구 스타들도 대부분 안다. 피터 싱어 대신 야구 같은 것에 빠져들었던 걸 늘 후회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가슴이 뿌듯하다. “너희들은 모르지? 난 모도키도 알고, 기요하라도 안다!” 스티븐 킹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하하, 이 무식한 번역자 좀 보게. 데릭 지터를 ‘제터’라고 써놨네? 메츠 구장이 ‘쉐이 스타디움’이지 ‘쉬 스타디움’이냐?” 이것이 평소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쏟아부은 매니아들의 자기 위안이리라.


야구장은 정말 가볼만한 곳이다. TV였다면 진작에 채널을 돌렸을 지루한 게임이라도 직접 가서 보면 재미가 철철 넘친다. 거기서 보면 평범한 땅볼이나 플라이아웃도 관중을 열광시키고, 안타라도 하나 나오면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거기서 파는 시원한 생맥주도 야구장의 묘미 중 하나고, 예전과 다르게 주위를 둘러보면 미녀 팬들도 많다. 문득 작년엔 단 한번도 야구장에 가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야구팬끼리 결혼을 하면 구장에 자주 갈 줄 알았는데, 게다가 히어로즈 구장이 바로 지척인데 어째서 안갔을까? 야구 경기가 보통 세시간이 넘게 걸리고, 왕복 4시간 동안 애들을 혼자 둔다는 게 꺼려져서였다. 그 대신 TV로 수많은 게임을 봤지만, 직접 가지 못한 게 아쉽기 그지없다. 역시 애들이 있으면 문화생활과 담을 쌓게 되는 것 같다. 참고로 <야구장 습격사건>-제목도 참 말이 안된다. 이런 게 낚시성 제목이 아닐까?-의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책에 나온 바에 의하면 솔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0-01-1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 책 사두고 아직 안 읽었는데...우짤까 싶어지네요...;;;;

마태우스 2010-01-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사셨으면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근데 이 책의 저자는 마사지를 참 많이 받더군요. 마사지 하면 우리나라 마사지가 생각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일본 마사지는 우리 마사지와 다르더군요. 몸 여기저기가 많이 뭉쳤던데, 글을 많이 쓰다보니 그런 직업병이 생겼나 싶더라고요. 글구 음식을 참 호화롭게 먹는 게 부러웠어요. 참, 이 저자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데, 그것 역시 글쓰는 직업이 갖는 직업병인 듯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