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져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느라 정신없는 요즘, 야구를 보는 짬짬이 <은밀한 유혹>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100만달러에 당신 아내와 하룻밤을 자겠다!"는 도발적인 문구로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영화. 십년쯤 전에 개봉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로버트 레드포드도 참 멋있지만, 데미 무어의 미모는 정말 100만달러를 주는 게 아깝지 않을만큼 빛이 난다.

중간부터 봐서 왜 돈이 필요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미 무어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하룻밤을 보내러 가는데, 내 기대와 달리 배에서 보낸 그 하룻밤이 잘렸다 (일부러 자른 게 아니라, 궁금하라고 안내보낸 것 같다). 어쨌거나 데미 무어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리던 남편은 돌아온 그녀를 껴안으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돈을 필요로 하게끔 만든 사람도 자기고, 데미 무어는 원하지도 않는 하룻밤을 보낸 거니, 미안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그는 달라진다.
그놈: 도저히 그날 일을 잊을 수가 없어.
무어: 알려고 하지 마.
그놈: 진실을 알고 잊어버릴께. 말해줘.
무어: 싫어.

참나, 왜 그런 걸 알려고 할까. 첫날밤에 '다른 남자와 경험이 있냐'고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해놓고선 막상 진실을 말하면 그걸 빌미로 학대하는, 남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놈: 말해봐. 그녀석과 좋았어?
무어: (어이없다는 표정) 그래. 섹스를 너무 잘해,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었어.
그놈: 거짓말!!!
무어: 어차피 안믿을 거면서 왜 물어? 당신이 바라는 건, 그 남자가 형편없었다는 대답 아냐?


정말 그렇다. 믿지도 않을 걸 왜 묻는담? 그 일이 남편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처럼, 아내에게도 그건 악몽일 것이다. 도대체 그 일을 실토하게 해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리는 건 왜일까? 남자는 "당신이 그놈한테 먼저 꼬리쳤잖아!"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고, 급기야 물건을 부수며 화를 낸다. 그렇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그는 심지어 아내의 지갑을 뒤지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은 뻔한 이치, 데미 무어는 결국 남편을 떠난다. 때로는 묻어 둬야 할 진실이 있는 법이고, 그 배에서 데미 무어가 얼마나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십분의 일만 이해했다면,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믿었다면 이런 파국은 없었으리라. 야구가 재미있어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친구의 말에 의하면 결국 둘이 갈라선단다.

남자란 동물은 섹스를 소유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넌 나와 잤으니 이제부터 넌 내거야'라는 식의. 자기는 다른 여자와 자도 되지만, 자기 여자가 남과 자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이미 수많은 경험을 했을 유부녀를 꼬시는 데 공을 들이는 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뺐는다는 쾌감 때문이 아닐까? 소유욕에 얽매여 있으니 자기 부인이 강도에게 강간을 당하는 게 이혼사유가 되고, 아내의 바람은 용서할 수 없는 죄가 된다. 소유욕에 얽매인 정신적으로 미숙한 존재, 그게 바로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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