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자 황우석 - 껍데기 진보와 탐욕스러운 보수로부터 나라를 구하자
이형기 지음 / 청년의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잊지말자 황우석>은 황우석 사건으로 유명해진 피츠버그대 이형기 교수가 그 사건을 되돌아보며 과학자의 윤리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새턴 교수가 피츠버그대에 있는 바람에 그 대학에 있던 이형기로서는 정말 난데없이 황우석 사태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로 인해 이형기와 가족들은 소위 황빠들에 의해 사이버 테러를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황빠들과 싸우고, 진리가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이형기 교수에 대해서는 아무리 치하를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황우석 사태를 다룬 책은 여러 권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한학수 피디가 쓴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당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데 부족함이 없고, 미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 예컨대 다음 일화. 서울의대 병리학교실의 제이 교수에게 황우석이 샘플 하나를 들고 와서 뭔지도 말을 안해준 채 다짜고짜 판독을 해달라고 했단다. 해줬더니 알았다고 나가더란다. 나중에 그 교수가 황우석으 2004년 논문을 가지고 저널 리뷰를 하는데, 자기가 판독해준 그 표본이 실려 있는 거다. 제이 교수는 황우석에게 전화를 해서 따졌다. 그럴 땐 공동저자에 넣든지, 아니면 감사의 글에서 그 얘기를 했어야지 않느냐고. 황우석은 미안하다고 한 뒤 놀랍게도 2005년 논문에, 제이 교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이의 이름을 넣어 줬다. 논문의 저자가 이런 식으로 관리된다는 건 황우석이 과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해주는지 잘 보여 준다.


하지만 잘 나가다 삼천포라고,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그가 의사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 자기 의대 동기를 만났는데, 중1인 딸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인이 다시 일을 시작했단다. 물론 특목고를 보내기 위함이다. 근데 그 다음 말이 가관이다. "학생운동을 했던 이 친구는 자신도 한때 뜻을 같이 했던 소위 개혁진보세력에 의해 한국사회가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309쪽)," 이 말을 전하면서 저자는 이런다. "황우석처럼 개혁진보세력도 아무런 준비나 검증 없이 정치권력의 핵심에 진입했다...이들을 가리키기 위해 얼치기 진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다음 대목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이 상황을 '참여민주주의를 빙자한 난장판'이라고 표현했다(318쪽)." 저자는 이렇게 주장하며 책을 끝맺는다. "껍데기 진보로부터 나라를 구하지 못하면 황우석 사태는 재현된다 (323쪽)." 황우석 사건에 노무현 정권의 기여가 있긴 했지만, 이 책이 이런 결론으로 끝나는 건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힌다. 잠시 잊혀졌던 농담이 생각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10장만 없었다면 이런 식의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테지만, 거듭 읽다보니 저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마지막 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권이 바뀐 지금, 이형기 교수가 편안함을 느끼길 빈다. 아울러 이 교수의 친구분도 부디 따님을 특목고에 보내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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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5-0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압권이군요.
과학의 세계는 잘 알지도 못하고 그다지 관심도 없지만, 알라딘 덕에 이것 저것 알아갑니다. 마태님도 편안하신가요? 편안하시길 빌어요.^^
오랜만의 서재마실이라 밀린 글 다 읽었어요. 몽골여행기~ 마술도시락, 카레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그것도 괴롭겠어요.ㅋㅋ

마태우스 2009-05-0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저야 뭐 평안하게 보내고 있지요 순오기님은 안녕하신가요? 제가 너무 마실을 안다녔지요? 사람이란 게 참, 연락이 뜸하기 시작하면 금방 1년이 되고 2년이 되더군요.... 마음은 늘 자주 와야지인데 몸이 영....ㅠㅠ

2009-05-14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