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용의자 X의 헌신>으로 날 열광케 한 히가시노 게이고, 나에게 그는 새책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작가들 중 하나다."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프로필을 보니 쓴 책이 매우 많은데 반해 읽은 건 별로 없다. <붉은 손가락>과 <괴소소설>이 <용의자>와 더불어 내가 읽은 전부, 그러니 이번에 읽은 <방황하는 칼날>은 내가 접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4번째 소설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이 추리소설에 걸맞게 '범인이 누굴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데 반해 이 책은, 일본 사회의 법체제에 대한 저자의 깊은 회의가 담겨 있는 스릴러다. 범인은 이미 밝혀지며, 법이 하지 못하는 처벌을 위해 피해자의 아버지가 나선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범인은 여고생을 성폭행하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그는 이미 수많은 성폭행을 저지른 파렴치범이지만, 일본의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몇 년 안있어 출소를 할 예정이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자와 그 가족이 받는 고통에 비해 그가 받는 처벌은 너무도 가볍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는 감옥에서 나오면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눈을 번뜩이리라. 이 과정에서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얼마 전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한 변태가 혜진양과 예슬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 다행히 국민여론이 비등해 아동성폭행범에게 좀 더 가혹한 처벌을 할 예정이지만, 우리나라 법이 이런 류의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했던 건 사실이다. 예컨대 5살짜리 여자아이를 성추행해 구속된 전과 9범 신발가게 아저씨가 있었다.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5개월만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데, 동네에 사는 열한살짜리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불에 태워 죽인 거다. 그로 인해 그 아저씨는 중벌을 받겠지만, 전과가 아홉이나 있는 상습적인 범죄자를 집행유예로 풀어줌으로써 애꿏은 여학생이 살해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법은 사회구성원들간의 약속이지만, 법의 형평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는 건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에서 강자에 속하기 때문이리라. 특히나 성폭행에 대해 관대하기 짝이 없는 이유는 법을 만든 사람들이 죄다 남자라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평소 이런 법의 한계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었기에 난 책에 나오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복수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 결말이 어떠할지 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으시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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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4-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잽싸게 리뷰를 두편이나 쓰실 수 있으시다니!!!

L.SHIN 2008-04-1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성범죄, 성폭행, 살인 등은 아무리 엄격하게 처벌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데 말이죠.
법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아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써야 하는거에요, 리뷰우~?

마태우스 2008-04-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ud-S님/음...아내가 깨어 있으면 인터넷하기가 미안해요. 같이 놀아야죠
브리니님/부끄럽습니다. 환경이 열악하면 잽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