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희한한 사람이 많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고, 나중에 공원의 노숙자가 되기까지 한 사람이 주인공인 <달의 궁전>처럼 말이다. 하지만 <거대한 괴물>의 주인공은 희한함을 넘어서 몇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주인공은 우연히 16만달러의 거액을 얻는다. 그 돈은 주인공이 누군가를 죽이고 차지한 돈인데, 그는 그 사실로 고민하다가 난데없이 원래 여자를 버리고 자기가 죽인 남자의 아내를 찾아간다. 죄를 씻고 착하게 살겠다나 어쩐다나. 물론 그가 그렇게 한 건 원래 여자로부터 그 남자의 부인이 자기 친구이며,  굉장한 미인이라는 걸 들은 뒤다.

원래 생각은 그녀를 만나 돈을 주고 미련없이 오는 거였다는데-이것도 믿을 수는 없다-견물생심이라고 그녀를 보니까 생각이 달라져, 하루에 천달러씩 돈을 주기로 한다. 나쁜 놈, 그러니까 그집에서 최소한 5달 이상을 있겠다는 얘기잖아! 물론 그녀는 그에 대해 계속 냉소로 일관하다가, 그가 청소도 잘하고 식사도 해놓고, 애도 잘봐주는 등 헌신적으로 대하자 20일만인가 무너져 버려, 결국 그와 한다.

나쁜 놈 같으니. 원래 여자, 그러니까 그 여자의 친구가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는가. 자길 버리고 돈을 미끼로 미녀를 낚은 셈이니 말이다. 더 웃긴 건, 욕구를 다 충족하고 나자 원래 주기로 했던 16만 달러를 주다말고 10만달를 가지고 튄다. 그 다음부터 자유의 여신상 복제품-난 몰랐는데 미국에는 그게 130개가 있단다-을 폭파하러 다니는 등 엽기적인 일을 벌이는데, 하여간 나쁜 놈이다. 참고로 그놈은 자기 친구가 출장간 틈에 친구 아내랑 질펀하게 놀아제낀 그 놈이다. 아, 나쁜놈. 책에서는 주인공의 친구인 화자의 말을 빌어 그를 의인이라 주장하던데, 의인이 다 얼어 죽었다.

그를 의인이라고 칭하는 오스터에게 실망한 나머지, 난 이 책 이후 여섯달간 오스터의 책을 읽지 않았다. 역시 남자는 다 늑대라니까. 참, 탈출한 늑대, 잡혔단다. 신문을 보니 늑대는 원래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데, 정말일까? 그렇다면 남자를 뭐라고 불러야 한담?

 

* 역시 오스터의 작품인 <뉴욕3부작>을 보면 주인공이 친구 부인과 살림을 차린다. 소설은 소설이라지만 작가의 의식이 작품에 스며들기 마련인 바, 오스터는 가정생활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2-0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달랑 이 글만 읽은 손님이 있다면, 누가 마태우스님을 남자라고 생각하겠어요?

마태우스 2004-02-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남자를 싫어한다기보다, 남자라는 게 미안하고, 남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보면서 더더욱 미안하고... 그러니까 "귀족의 아들이라 미안해요"라고 외쳤던 바티스투타 남작의 심정과 비슷하달까요? 참고로 바티스투타는 아르헨티나의 잘생긴 축구선수고, 마땅한 이름이 생각안나서 집어 넣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