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TV연예>에서 권상우 신드롬의 정체를 밝힌단다. 방금 전에 끝난 드라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채널을 고정했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외모가 어떻고, 몸이 어떻고... 치,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권상우의 친구들이 그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장면이었다. 무슨 술집 같은 곳에 그의 친구들이 쭉 앉아 있고, 그 안에 권상우도 낑겨 있다. 권상우와 달리 그다지 잘생기지 않았던 그 친구들은 "옛날에도 잘생겼었다"든지 "남자, 진정한 남자다!" 등등의 평범한 말을 했는데, 내가 그 장면을 인상적이라고 한 것은 8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서다.

8년 전, 하루종일 걸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서넛은 되었을 그 무렵, 모 방송사에서는 내 일상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고, 친구들의 멘트가 필요하다며 술자리에 친구들을 동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진 게 돈하고 친구 뿐인데 못부를 게 어딨담?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이런 말로 날 곤혹스럽게 했다.

"그림이 되는 친구들이 있어야 하거든요? 좀 괜찮게 생긴 친구들 없어요? 남자, 여자 모두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유유상종이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내 친구들은 그다지 잘생긴 애가 없었다. 더구나 여자까지? 그림, 그림, 그림...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당시 우리 써클에서 가장 이뻤던 후배에게 통사정을 했다.

"얼굴 한번만 비쳐줘, 응? 내가...소원 다들어줄께"

착한 후배는 결국 어렵사리 허락을 했고, 나중에 방송을 보니 그녀가 말하는 모습이 아주 이쁘게 찍혀 있었다. 그 프로가 나간 뒤 난 그 방송을 본 다른 친구들로부터 "누구냐, 소개좀 해달라"는 압력에 몇달간 시달려야 했다.

찍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나에 관한 방송을 찍고 나중에 술자리를 찍을 계획이었는데,  "한 여섯시쯤 친구들을 찍으러 갈 것"이라는 방송사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 술자리에 간 건 9시가 다 되어서였다. 6시 전부터 모인 친구들은 내게 "왜 이렇게 안오냐"는 삐삐를 수없이 날려댔고, 막상 찍으러 갔을 때는 지쳐서 진이 다 빠진 뒤였다 (한명은 취하기까지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밤...>을 보면서 권상우의 친구들 역시 비슷한 고생을 했겠구나 싶었는데, 친구들 중 몇명의 얼굴이 술로 인해 불그스레해진 걸 보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로부터 몇달 후, 난 다시금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힘들기만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끔 몸서리가 처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난 내가 아니었고, 사는 것도 사는 게 아니었다. 남은 여생 동안 난 지금의 내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살아갈 생각이다. 물론 거기서도 날 부르는 일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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