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프랑스의 보건원에서는 술과 히로뽕을 1급 마약, 담배를 2급 마약, 대마초를 3급 마약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여기서의 분류 기준은 '중독성'이었는데, 술이 담배보다 더 끊기 힘들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주위를 돌아보면 술을 끊은 사람이 거의 없긴 해도, 끊으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이 담배 쪽에 훨씬 많다는 걸 감안한다면 꼭 그렇게 단순화시킬 건 아니다. 외국 같으면 틀림없이 알콜중독으로 분류되었을 나만해도 며칠씩 술을 마시지 않고 지낸 기간이 여러번인데, 그 기간동안 술이 부족해 무슨 문제를 일으킨 바가 없다. 반면 흡연자는 조금만 담배를 못피워도 안절부절하기 마련이다. 언제나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술과 담배, 그 해악에 관해 몇자 적어 본다.

1. 질병
담배만큼 질병과의 관계가 잘 정립된 게 있을까. 내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담배는 폐암 뿐 아니라 위궤양의 원인이 되며, 입담배를 피우는 경우 구강암까지도 유발한다. 반면 술은 어떤가. 내가 잘먹는 참이슬 병에는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사실 우리 나라 암의 대부분이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게 아닌가. 알코올성 간경화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담배만큼 해롭진 않다.

2. 담배
담배가 나쁜 건, 피우는 사람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흡연자가 있으면 공기가 탁해져 나처럼 호흡기가 안좋은 경우 굉장히 괴롭다. 흡연자의 특징은 환기시설이 있건없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간접흡연도 직접 피우는 것의 3분의 1 정도 해를 준다는데, 담배 피우는 사람은 대개 그런 걸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길을 가다 앞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에 짜증이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며, 흡연자가 손에 든 담배 때문에 손등을 데거나 옷이 뚫어진 적까지 있을 정도다. 담배로 인한 쓰레기도 문제다.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재와 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걸 당연시한다. MT를 갔을 때 음료수를 마시려고 사둔 종이컵이 몽땅 재떨이로 변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일테고, 맥주병에다가도 꽁초를 버려 재활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흡연의 부수적 효과로 침-그것도 누런 침을!-을 자주 뱉게 되는 것도 담배의 해로움이다.

3. 술
술은 자신의 몸은 망가뜨릴지언정,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간혹 강제로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인간성이 나쁜 탓이지 술탓은 결코 아니다. 혹자는 술의 부작용으로 음주운전이나 범죄의 증가를 들지만, 그것 역시 음주자의 인격 문제지 술 때문은 아니다. 음주운전을 가지고 술을 비난한다면, 멀쩡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과속운전은 그럼 무엇 때문인가. 나 개인의 경험을 말한다면 술을 먹다가 정신을 잃어 같이 마시던 친구들을 고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친구들이 그런 걸 감수하고라도 술을 먹겠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셈이니, 민폐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을까. 싸움이 일어나거나 공중전화 부스가 깨지는 걸 술 핑계로 돌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술과 별 관계가 없다. 술먹고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4. 담배
흡연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흡연자들의 권리도 생각해 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딴지일보'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도 난다. 공항에서 담배를 못피우게 할 게 아니라, 환기 시설을 잘하면 될 게 아니냐고.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이런 식이라면 세상의 범죄 중 절반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논리라면 "카드빚을 진 사람에게 무조건 은행대출을 많이 해줘야 한다"거나, "과속을 단속할 게 아니라 과속해도 사고가 안나게끔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흡연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건, 그간 흡연자들의 행태가 지나치게 안하무인이었던 데서 비롯된다. 흡연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흡연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까지 안좋지는 않을 것이다. 공중전화를 걸거나,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그 짧은 순간, 꼭 담배를 피워야 할까. 대부분의 남자 변소는 화장실 냄새와 담배냄새가 어우러져 형언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나며, 공중전화 부스의 냄새 역시 견디기 힘든 수준이다.
5. 술
술을 먹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오버이트'를 하는 경우다. 택시에서 하는 오버이트는 아저씨의 하루 수입을 날려 버리고, 인도의 오버이트는 두고두고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기에 관해 변명을 하자면, 오버이트는 자기 능력보다 과하게 술을 먹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라는 것. 반면 담배의 폐해는 담배를 과하게 피우건 아니건간에 별 차이가 없다. 하루 한갑 이하로 피우는 내 친구 녀석은 테니스를 치는 내내 코트에 침을 뱉어, 공이 그쪽으로 갔을 때 몸을 날리기가 꺼려질 정도다. 담배가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데 반해 술은 막대한 경제효과를 파생시킨다 (물론 담배값 중에 일부가 보험료도 충당되지만, 그렇게 따지면 담배세보다는 주세가 훨씬 더 많다). 즉, 주류 회사 뿐 아니라 술집 주인들을 먹고살게 하며, 종업원들과 도매상들 등 술에 관련된 종사자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6. 결론
이렇듯 술은 담배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술과 담배를 똑같이 취급하는 이상한 풍토가 남아 있다. 그런 시각 때문에 우리가 1인당 음주량에서 슬로베니아에 뒤진 게 아닌가. 거듭 말하지만 술은 담배와 다르다. 술에는 꿈과 사랑이 있고,  낭만이 있다. 담배 한 대를 같이 피울 때 우리집 뒷산만큼의 우정이 생긴다면, 술을 한번 같이 마시면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술이 없었던들 우리가 이 비루하기 짝이 없는 사회를 어찌 살았겠는가. 이런 술을 욕하지 말자. 술은 우리의 좋은 벗이며, 스승이기도 하다. 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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