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난 딴지일보 기자가 되었다. 주위 분들의 추천에 의해서 된건데, 임명장을 받는 순간 엄청난 고민과 부담이 나를 짓눌렀다. 임명장 말미에 씌어 있는, "기사를 써서 제출할 것"이란 대목 때문. 그래서 난 어줍잖은 기사 몇편을 딴지에 썼고, 욕과 칭찬을 절반씩 들었다. 나중에 알았다. 딴지 기자 중 제대로 기사를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그 뒤부터 난 기사는 안쓰고 임명장에 나온 말 중 "딴지 기자를 사칭해도 된다"는 구절에만 충실하고 있다.

어제 술을 마신 분들은 딴지 분들이다. 출중한 내공을 지닌 분들과 지내면서 난 많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가식없고 순수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그분들 중 한분의 집에서 모였기에, 뭘 사갈까 고민하다 식혜를 사갔다. 그랬더니... 어떤 분은 '오렌지 쥬스' 다른 분은 '망고쥬스'  또다른 분은 '아침 햇살'... 무슨 병문안 왔나? 내공이 높아도 취향은 촌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그래서 난 내가 사온 식혜를 들고가서 소주 열병과 바꿨는데, 아무도 소주를 안먹어서 나 혼자 두병을 비웠다. 퍽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술마신 양에 비하면 별 실수를 하지 않은 채 집에 왔다.

술이 알딸딸하게 취할 때면 내가 하는 안좋은 버릇은, 프리챌에서 포커 하이로를 치는 것과, 라면을 먹는 것. 어젠 다행히 라면을 먹진 않았지만, 한시간 가까이 포커를 쳤다. 9천만원쯤 있던 돈을 1억5천까지 불려 놨지만, 기분이 영 안좋다. 잠을 깨고나면 일찍 잠이나 잘 걸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니까. 술이 덜 깨서 오전 12시까지 누워 있었으니, 하루의 절반이 날라간 셈이다. 어떻게 하면 그 나쁜 버릇을 고칠 수가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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