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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평점 :
<메스를 잡다>는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이하 아르놀트)라는 네덜란드 외과의사가 쓴 책이다.
‘세상을 바꾼 수술, 그 매혹의 역사’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외과수술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교황직을 수행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총을 맞고 살아난 이야기.
이란의 왕이었던 팔레비가 수술상의 실수로 죽은 이야기,
이젠 전설이 된 케네디 대통령의 사망 이야기처럼
일반인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인물들이 겪었던, 수술과 관련된 사건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술이란 환자의 몸을 절개하고 들어가 그 안에 있는 병소를 제거하는 것,
몸에 칼을 대는 그 순간부터 외부에 있는 세균들이 침투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당연히 수술실은 멸균된 상태여야 하고
환자에겐 세균의 침입을 막는 항생제가 투여돼야 하지만,
항생제의 원조인 페니실린이 대량생산된 건 2차대전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심지어 마취제가 쓰이게 된 것도 19세기 중반인 빅토리아 여왕의 분만 때부터였다니,
그 이전에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래서 외과의사는 늘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술 보조나 다른 도우미들이 환자를 붙들고 있는데
여유롭게 수술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수술은 항상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152-153쪽)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수술을 시도했던 의사들,
그리고 그 수술을 기꺼이 감내했던 환자들 덕분에
지금처럼 심장이식 수술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지 않겠는가, 하는 게
이 책이 집필된 의도이리라.
매우 공들여 쓴 책이라는 걸 읽는 내내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재미’이며, 그 재미는 다음에서 기인한다.
1)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수술과 관련된 과거 사건의 전말을 알려줌.
2) 독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사건들을 선별하는 저자의 안목.
3) 각 사건을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기술하는 저자의 뛰어난 필력.
사정이 있어서 의학의 역사에 관해 시중에 나온 책을 죄다 읽어봤는데
재미 면에서 이 책만큼 뛰어난 책은 단언컨대 없다.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메스를 잡다>에서 느껴보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