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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최승범 지음 / 생각의힘 / 2018년 4월
평점 :
이 훌륭한 책을 어떻게 읽게 됐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서평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봤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봤는지가 아니라, 결국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최승범이 쓴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는
최근 읽은 페미니즘 책 중 가장 빛나는 책이었는데,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좋았다.
1) 남성들의 잘못을 질타하는 내용으로 책 한권을 만든 뒤
그 책을 빌미로 ‘페미니즘’의 전사인 양 굴었던 내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
2) 남자 페미니스트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난 뒤늦게 공부를 해서 페미니즘을 배웠지만,
저자는 어려서부터 남녀간의 불평등을 예리한 시선으로 감지했고,
또 거기에 저항해 왔다.
이런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페미니스트란 말인가?
3) 남성 페미니스트의 역할은 여자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남자를 욕하기보단
‘나도 남자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며 차분하게 남자들을 설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으로,
이 정도로 잘 쓴 페미니즘 책이라면 여혐에 찌든 남성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수 있을 것 같다.
4) 내 경우엔 가르치는 학생들과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전혀 안하는데,
이건 그들을 설득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인 저자는 ‘메갈 교사’란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제자들에게 페미니즘을 설득시키려 한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또 나누려는 저자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지식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남성들의 백래시 (backlash)가 있다 해도
페미니즘의 물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됐고,
이에 맞춰서 남성들이 변하지 않으면 잘 사는 게 어려워졌다.
페미니즘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82년생 김지영>이지만,
이건 여성을 위한 책이라 남성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다.
하지만 <저는 남자>는 남성에 의해 쓰인, 남성을 위한 책이자
남성들이 쓴 페미니즘 책 중 단연 최고봉이다.
그러니 이 책이야말로 남성이 변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남성이 불리한 곳이라 믿는 분이라면
이 기회를 흘리지 말고 꼭 잡길 바란다.
‘남자는 기본만 해도 칭찬을 받는데, 남편으로 살기 참 쉽다’ (170쪽)같은
주옥같은 말들이 책 전체에 널려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