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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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가 대접받는 시대 - 『냄새의 심리학』

 

이 책은?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은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를 코앞에 두고도 코를 잘 몰랐다.

 

저자는 ‘우리가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한다.

.

첫째, 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 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둘째, 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다. 냄새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이미지나 소리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 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자들도 인간이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 전달 역시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81쪽)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해서 코를 다시 보게 된다. 아니, 코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와 관련된 생각들, 기억들

 

코, 코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다.

그 민감하게 세상에 반응하는 그 후각, 살인자가 되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코만큼은 세상에서 독보적이었다는 주인공, 그게 기억에 남았을 뿐 코와 연관해서 다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런 글 읽어가면서, 점점 코가 먼저 작동했던 것이 기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에서 기대했던 냄새가 나면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 문제 없다. 성당에는 성당 냄새, 병원에는 병원 냄새 그리고 부엌에는 부엌 냄새가 있다. 냄새는 늘 그곳에 있고 우리는 그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냄새는 암묵적으로만 지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지각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모든 게 기대했던 대로다. 걱정할 필요도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그런데 성당에서 부엌 냄새가 나고 부엌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면? 아뿔싸! 이때는 종소리가 아닌 경고음이 울린다. (181쪽)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학창 시절에 친구 병문안 하려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 처음 병원에 갔었는지, 아니면 그 병원이 유독 병원 냄새가 역했는지, 아주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는 것이 기억에 떠오른다. 병문안 하러 간 사람이 병원의 역한 냄새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안절부절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병문안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또 있다. 아기 냄새다.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지각한다. 엄마의 냄새는 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170쪽)

 

그런 아기, 첫아이를 집안에 들이고, 퇴근하고 아이를 안을 때, 그 냄새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런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냄새의 추억을 되새기게 된다.

 

그런 코가 푸대접을 받았다니..

 

감각에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이 있다니, 아니, 그렇게 분류를 한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심리학의 창시자인 분트는 감각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는데, 시각과 청각을 고등으로, 미각과 후각은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다. (83쪽)

 

분트는 하등감각인 후각은 아주 강한 정서적 흥분을 유발하므로 이에 따른 지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후각은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후각에 관한 학술적 연구 결과인 이 책이 아마도 내가 읽은 첫 번째 후각 관련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니체가 코를 다르게 다루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감각, 특히 코를 비롯한 후각이 있어야만 학문이 가능하다고 했고, 『이 사람을 보라』 에서는 후각이 있어야만 영혼과 진실의 내면에 다다를 수 있기에 본인의 재능이 코에서 비롯된다고까지 표현했다. (90쪽)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그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코, 후각에 대하여 저자는 본격적인 연구를 해서, 이런 책을 내놓았는데, 담긴 내용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다음과 같은 항목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느낀다.

늘 간발의 차이로 앞서 나가는 후각

바로 코앞에!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 후각의 비밀

사랑은 코를 타고

공기 중에 무언가 있다.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두려움의 냄새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색맹(色盲)은 있는데, 냄새 맡는 것은?

 

건강 검진시에 눈은 제대로 검사 당한다. 시력도 왼쪽 오른쪽 번갈아 체크하고 또 색맹인지 아닌지도 검사한다.

그런데 코는? 왼쪽 코 오른쪽 코 전혀 검사하지 않는다. 어떤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도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아무런 냄새도 못 맡는 사람을 두고 후각 상실증을 앓는다고 한다. 흔한 현상은 아니다.

또한 후각을 잃은 사람이라도 보통 ‘모든’ 냄새에 ‘무감각’하지는 않다. 특정한 냄새만 못 맡는 경우가 더 많다. (155쪽)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이제 달라졌다.

후각도, 기능하지 못하던 후각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은? 이책 156쪽을 참고하시라.

 

개를 두려워하여, 개 앞에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경우.

 

사람이 개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워하면, 그 두려움을 개는 알아차릴까?

답은, 알아차린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 개가 두려워하는 사람을 보고 공격적이 되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 두려움을 같이 느끼게 되어 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추측건대, 인간과 개의 오랜 공진화(coevolution) 현상 때문이다. 두려움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결국 개와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308쪽)

 

그러니, 개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특히 개 앞에서 두려움의 냄새 풍기지 말자. 

두려움은 사람에게서 개에게로 전염된다. 

 

다시, 이 책은?

 

후각이 먼저냐 시각이 먼저냐, 하는 문제의 답은 이책을 읽고나니, 당연히 후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말하길 사람은 시각에 의지하고 산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은 시각보다 후각에 더 의지한다. 후각이 사람을 살리는 데 더 기여한다.

 

먼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예를 들어보자.

 

밥이 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각으로? 밥솥을 열어보고 밥을 푸는 과정에서 알게 될까, 아니면 밥솥을 열기도 전에, 아니 문밖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답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이번엔 죽고 사는 문제다.

집에 불이 나기 시작했는데, 전선에 불이 붙었다. 그 전기줄은 천정에 있어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아직 연기도 나기 전이다. 그런 경우, 후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해서 후각이 먼저 썩은 생선을 먼저 알아차린다. 그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코가 먼저 말하는 것이다. 그런 코, 이제 제대로 대접해야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세상이 돌아가는 냄새 - 이건 정말 중요하다 - 도 맡아가면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코를 잘 대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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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실전편 -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엄성수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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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디지털 세상이니 『큐레이션 실전편』 알아두자

 

이 책은?

 

이 책 『큐레이션 실전편』은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스티븐 로젠바움, <크리에이터이자 큐레이터이며 큐레이션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사상가와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내에선 너무도 잘 알려진 ‘카메라플래닛 기록보관소’의 큐레이터인데, 이 기록보관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9/11 테러 관련 비디오 보관소로 현재 미국 9/11 추모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큐레이션이란

 

저자의 책 『큐레이션』을 읽은 적이 있다.

 

먼저 큐레이션이란 말의 뜻을 알아보기로 하자.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큐레이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말로 큐레이션의 개념 정립을 시도한다. (『큐레이션』, 35쪽 이하)

 

주변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의미가 바뀌는 용어의 사례를 거론한다. 구글이라던가, 트위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면 큐레이션은 어떨까?

잡지에서 편집을 담당하는 건 편집장, TV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선정은 프로그램 편성자, 매점에서 진열은 사장, 박물관에서는 큐레이터!

 

이런 식으로 분야는 다르지만, 적절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알맞은 순서로 배열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곧 현재의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곧 큐레이터라는 것이다.

 

그래서 큐레이터의 개념은 단순히 박물관의 큐레이터에서 벗어나, 이제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 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37쪽)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37쪽)

 

다음으로 저자는 그러한 광의의 큐레이션 작업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구체적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구글과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그런 큐레이션 작업의 사례라는 것이다.

 

다시, 이 책으로 와서 생각해 본다.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포장하는 것 이상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큐레이션이다. (19쪽)

 

큐레이터라는 말은 역사적으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쓰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큐레이터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정리하고 전시해 고객들이 감상도 하고평가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적인 작업에 능한 전문가들이다.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는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헤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선정해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뒤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비슷하다. (39쪽)

 

큐레이션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가치 있고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찾게 해주는 열쇠다. (107쪽)

 

큐레이션의 중요한 요소

 

이 책 몇 군데에서 큐레이션의 요소를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 옮겨 본다.

 

Collection, Creation, Context (114쪽)

 

큐레이션에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 큐레이터는 자신이 뭔가를 창조하려는 이 새상의 맥락 또는 전후 사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114쪽)

 

또다른 C가 있다.

<허핑턴 포스트>를 위시한 사이트에서 중요시하는 3C.

Creation, Contribution, Collection. (140쪽)

 

콘텐츠 큐레이션의 5 가지 유형 (모델)

 

저자는 콘텐츠 큐레이션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제시한다.

응집, 증류, 승격, 매시업, 연대순. (101쪽)

 

101쪽에서는 그렇게 5가지를 항목만 열거해놓아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그 자세한 설명은 215쪽 이하에서 해주고 있다.

 

응집 (aggregation),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적합성 있는 정보를 큐레이트해 한 장소로 모으는 것을 말한다.

 

증류 (distillation),

정보를 큐레이트해 보다 단순한 포맷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승격 (elevation),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소소한 단상들 속에서 보다 큰 트렌드나 통찰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매시업 (mashup)

기존의 콘텐츠를 합하여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연대순 (chronology)

역사적인 정보를 끌어모아 시간 경과 순으로 정리해 특정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유형들은 다시 말하면 큐레이션의 방법이기도 하다.

즉, 매일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응집, 증류, 승격, 매시업, 연대순으로 정리 분류하여 그중에서 큰 트렌드를 찾아내며 더 유용한 내용을 발굴, 제시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의 실천 사례들

 

저자는 이런 유형, 방법을 제시한 후에 그 실제적인 사례로,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유튜브,

텍스트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 스쿠프잇, 큐레타, 리스터 리, 스토리 파이, 번들러,

소셜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 구굴, 페이스북, 텀블러, 트위터

등등 수많은 사례를 통하여, 각 기업에서 어떻게 큐레이션을 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들의 큐레이션 앞에 우리들 유저는 어떤 존재인가?

 

난, 컴퓨터에 접속해서 크롬으로 인터넷을 시작한다.

크롬을 열면 구굴 탐색기 화면이 뜬다.

그리고 이어서 네이버나 다음으로 클릭해 들어간다.‘

그런 때에 기사 말고 나의 시선을 붙잡는 게 몇 가지 있다. 바로 광고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쇼핑 광고가 연이어 바뀌며 등장한다.

 

그게 바로 내가 그들에게 읽혔다는 증거다.

내가 그들에게 노출되어, 나의 관심사를 알고는 나에 알맞은 정보을 제공한답시고, 그런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행태를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소셜 미디어는 기업들이 광고주로부터 돈을 벌기 위한 플랫폼이고, 여기에서의 상품은 우리다.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 유저의 관심을 끌어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16쪽)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의 행위는 즉각적으로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고 분석된다. (17쪽)

 

결과적으로 우리는 거대 IT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별된 콘텐츠에 노출된다. (17쪽)

 

그들 기업들은 이미 나를 알고 나에 대한 큐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이미 큐레이션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그런 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인데, 저자는 매우 흥미로는 이야기를 이 책의 말미에 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무인도. (349쪽)

아무도 날 찾아오지 않는 무인도, 그곳에는 디지털이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일단 이메일도 확인해야 하고, 읽을 책도 필요하니, 당장 인터넷 서점과는 연락이 되어야 할 게 아닌가?

해서 우리는 그들의 촉수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우리도 이런 개념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 이 책은?

 

인터넷은 차고 넘치는 정보의 바다이다.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하고 적합성 높은 정보를 추려내 가장 핵심적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꾸준히 공급하는 일이 바로 큐레이터들이 하는 일이다. (118쪽)

 

그렇다고 하니, 제발 덕분에, 그들이 나를 제대로 알아서 나에 알맞은 정보, 그야말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매일 아침에 물어다가 가져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 이 책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관련 자료가 많아서 미국과 관련이 있는 기업인들은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이런 내용을 한국판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록으로 첨부한 망고보드와 씽크와이즈에 관한 정보는 고마운 자료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곳도 방문하여 가입, 사용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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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 중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모바일 그림 에세이
홍미옥 지음 / 북스케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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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이 책은?

 

이 책 『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는 <중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모바일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그림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항상 무언가를 끄적이던 버릇은 어린 시절부터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 꿈인 ‘화가’의 끈을 꼭 쥐고 살아왔다. 몇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고 국내외 공모전에 수상하는 등 순수미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모바일그림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고군분투 중이다. 현재는 중앙일보 칼럼 필진으로 활동 중이며 모바일그림에세이 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홍여사의 모바일그림세상’을 운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림과 에세이, 그 둘이 어울어진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고 그 그림은 모바일 기기로 그린 것들이다. 해서 이채롭다.

 

이 책에는 여러 분야의 정보가 들어있다.

먼저 모바일로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정보.

 

현재 나오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해요.

모바일 그림을 위한 준비물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그리고 디지털 터치 펜뿐이에요! (30쪽)

 

이 말 맞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바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해서 나도 따라 해본다.

 

그림 그리는데 소용되는 앱의 종류를 알아보자.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앱으로는 PENUP, SketchBook, ArtRage (57쪽)이 있는데

그 중에서 PENUP을 다운받아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78쪽에 나온다.

 

저자는 그림그리기에 대하여는 별도로 페이지를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으니 다음을 참고하시라.

 

드로잉 팁 1 모바일 그림의 시작은?

드로잉 팁 2 모바일 그림에 사용되는 앱 소개

드로잉 팁 3 펜업으로 기초 드로잉을!

드로잉 팁 4 사진 띄워놓고 그려보기!

드로잉 팁 5 레이어를 이용해 그려보기!

드로잉 팁 6 이젠 컬러링도 모바일로!

드로잉 팁 7 캔버스에 유화? 모바일 그림도 가능!

드로잉 팁 8 나도 반 고흐처럼!

드로잉 팁 9 좀 더 다양한 드로잉 앱 소개!

드로잉 팁 10 포토 드로잉으로 재미있는 표현하기

 

컬러링과 포토 드로잉으로 몇 개 그려보았는데, 아무래도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는 것 말해둔다.

 

또한 그림 그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 이런 정보도 알려준다.

 

그러게 말이다. 말 그대로 고흐가 빵을 주기를 하나, 세잔이 그림 속 사과 한 알을 던져 주기를 하나, 아니면 모네가 수련 한 송이를 건네주기를 하는가 말이다. (137쪽)

 

이런 말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통해 화가들이 즐겨 그린 그림 소재를 저절로 알게 된다.

고흐는 빵, 세잔은 사과, 모네는 수련, 이정도는 교양으로 알아두자.

 

또 있다. 고흐가 살던 프랑스 아를에 관한 것이다.

 

어렵사리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태어난 남프랑스 아를에 도착했다.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곳은 소위 성지순례지라 불리며 사랑받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가 살았던 노란 집은 사라졌고, 아를의 밤은 별이 빛나는 밤도 아니었다. 까마귀가 날던 밀밭은 옥수수 밭으로 변해버렸다.(142쪽)

 

이 정도면 고흐에 관한 최신 정보가 아닌가?

 

윤봉길, 윤동주의 흔적을 찾아서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니, 뜻밖에 귀한 분들의 발자취를 밟게 된다.

 

윤봉길 의사, 중국 상해 홍구 공원에 있는 윤봉길 기념관에 저자를 따라 들른다.

또한 일본 오사카의 오사카 성 뒤에 일본의 반전 작가 쓰루 아키라의 추모 시비가 있는데, 그 뒤에 오사카 육군 위수 형무소가 있던 자리라는 안내판이 있다.

바로 그곳, 위수 형무소에, 윤봉길 의사가 수감되어 있었다.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상해 의거후 현장에서 체포되어 가나자와로 이송되기 전인 11월에 한 달 동안 수감되어 있던 곳이다 (71쪽)

 

또한 가나자와라는 도시에 시립 노다야마 묘원이 있는데 그것에 윤봉길 의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그는 이곳 도시에서 1932년 12월 19일에 총살을 당하고 여기 암장되었다고 한다. (73쪽)

 

우리나라에는 효창공원, 그 곳에 이봉창 의사, 백정기 의사와 함께 윤봉길 의사의 유해를 모신 삼의사 묘역이 있다. (76쪽)

 

윤동주 시인의 행적을 따라서: 

 

우지의 아마가세 구름다리, 여기가 윤동주 시인이 방학 중 귀국을 앞두고 친구들과 소풍을 가게 되었는데, 그 마지막 소풍길로 알려진 곳이다.(88쪽)

 

거기에서 멀지 않은 아마가세 강가에는 시인을 기리는 시비가 서있다. 그 시비는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만들었다는 것도, 알아두자. (90쪽)

 

또한 그가 머물던 하숙집 터에도 시비가 세워졌다. 지금은 교토 조형대학 예술부 캠퍼스로 변한 곳이지만, 시비는 길가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94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다음은 어떤 노래의 가사 일부다.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일지 생각해보자.

 

감출 수 없었네

지울 수 없었네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이 접은 꿈

 

유행가? 사랑의 노래일까?

 

아니다. 이건 전북도립 여성중고등학교의 교가 중 일부다. (192쪽)

뒤늦게 배움의 길을 걷는 만학도들이 공부를 하면서 부르는 교가다.

 

이런 가사가 들어있는 교가,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 사연을 듣고, 그 가사를 읽으면 다시 한번 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에세이집이다. 그러나 흔한 에세이가 아니다.

 

읽으면서, 흐믓한 미소를 머금게 되고, 인생이 이렇구나 하는 통찰의 시간도 갖게 되며, 또한 그림 그리기로 스마트폰의 용도를 넓히게 되니, 다방면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일석 몇조의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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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ㅣ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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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체감과 체득으로 알게 해준 『아이러니스트』

 

이 책은?

 

이 책 『아이러니스트』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알려주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 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 책상머리에서 머리로 조립한 지식보다 격전의 현장에서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를 사랑한다.>

 

저자의 책 『공부는 망치다』를 읽었고, EBS를 통해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제목인 ‘아이러니스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14쪽)

 

그러니, 저자가 이 개념을 책의 제목으로 한 이유는,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 철학을 하자는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 철학은 곧 체감이요, 체득이다.

몸으로 살아내는, 겪어내는 철학이 철학이다. 철학은 글이나 말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다른 철학자의 생각과 삶을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먼저 12명의 철학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그들을 알고, 그 다음에 나의 생각과 나의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 ;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두 번째 만남 ; 존 듀이의 예술적 경험론

세 번째 만남 ; 프리드리히 니체의 전복과 파괴의 철학

네 번째 만남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다섯 번째 만남 ; 마이클 폴라니의 인격적 지식관

여섯 번째 만남 ; 질 들뢰즈의 우발적 마주침

일곱 번째 만남 ;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방랑하는 예술가론

여덟 번째 만남 ;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

아홉 번째 만남 ; 리처드 로티의 아이러니스트

열 번째 만남 ; 자크 데리다의 사이 전문가(호모 디페랑스)

열한 번째 만남 ;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적 은유법

열두 번째 만남 ;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아 참, 또 있다. 이 책의 저자 유영만 교수.

그 역시 철학자다. 자신의 말로, 철학을 말하며, ‘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 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

 

여기 12, 13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철학을 하게 된다.

일단 텍스트를 통해 철학을 배운다. 그들의 철학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 바로 옆에 있는, 보이는 것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에, 철학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다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브뤼노 라투르의 철학이다.

모든 행위자는 네트워크 속에서 다른 행위자를 만날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과속방지턱을 예로 든다.

 

운전을 하다보면 곳곳에 과속방지턱을 만난다. 이때 나도 그렇고 모든 운전자는 속도를 줄여 그 시멘트 덩이를 지나간다. 그러니 그 방지턱은 사람에게 차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다.

비인간인 과속방지턱이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찰의 역할을 하고,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도덕 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속방지턱이라는 비인간이 인간 운전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투르가 말하는 인간만이 행위자가 아니라, 비인간도 행위자, 특히 비인간 행위자가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이다. (359쪽)

 

하루에도 몇 번씩 과속방지턱을 넘어다니는 사람들, 이런 철학을 몸으로 하는 것이다.

 

바벨 들고 철학하기 .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철학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기 생성의 역동적 실체다. 끊임없는 생성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는 세포 활동자체를 말한다. (205쪽)

 

자기 생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원이 바로 구조접속이다.

 

저자는 구조접속을 이렇게 설명한다. 바벨을 드는 것 운동에서 예를 든다.

무거운 바벨을 들고 벤치 프레스를 하면 가슴 근육이 생기고, 데드 리프트를 하면 어깨 근육과 기립근, 그리고 허리와 허벅지 근육의 구조가 변한다.

이렇게 운동으로 신체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게 바로 구조변화다.

운동하는 동안 내 몸의 구조가 운동기구에 접속하면서 변하는 것인데, 곧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생명체의 구조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

자기생성은 말 그대로 자기 혼자 자기를 생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환경과 만나서 주어진 환경이 요구하는 구조대로 나의 사고나 신체를 바꾸면서 제2의 나로 거듭나는 과정이고, 그 생성과정에 에너지를 지원해주는 것이 구조접속이다. (210쪽)

 

우리는 이런 철학이 들어있는 바벨을 오늘도 들어가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헌책을 통해 철학하기

 

역시 라투르의 철학이다.

인간 행위자가 책이라는 행위자를 만났을 때 생기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철학을 체득하게 된다.

 

특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

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366쪽)

 

저자는 이런 사례로, 헌책을 든다.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헌책)가 만났을 때 그 둘 사이의 관계가 그 책을 이전과 다른, 색다른 의미로 완전히 바꾼다.

 

그 예를 저자는 이미 이 책 97쪽에서 니체의 경우를 언급한 바가 있다.

 

니체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접하고 철학에 깊게 매료됩니다. (97쪽)

 

그러니 혹시 헌책, 그게 무엇일지라도, 의미있는 책을 만난 적이 있다면, 벌써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맞으며 철학하기

 

저자는 은유를 말하다가, 심오한 은유 하나를 소개한다.

율리 비스가 말한 백신과 관련한 은유다. 그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말이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341쪽)

 

저자의 설명 들어보자.

 

내가 주사를 맞으면 내 몸이 건강해진다. 개인적으로 통장에 돈을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내 몸은 독립적이지 않으며, 의존적 관계망으로 연결된 더 큰 우주의 일부다.

 

우주라고 하니, 감이 오지 않을지 모르니, 그저 사회,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라고만 해두자.

백신은 개인 차원의 몸을 돌보는 노력을 넘어 나와 연결된 수많은 관계와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노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가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 사적으로 계좌에 가입함과 동시에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 신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는 것, 그게 바로 철학적 행동이다.

 

다시, 이 책은?

 

지금까지 했던 철학이 책을 읽으며 책속으로 들어가, 머리 속에 쌓아두는 철학이었다면, 이번에는 책을 읽은 것은 같았지만, 책속으로 들어가 쌓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걸 몸으로 느껴보면서, 체감과 체득으로 소화하려고, 애쓴 철학이다.

 

실로, 이 책을 읽고나서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바벨, 아령을 들면서, 등등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 철학이 핏줄을 타고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기분탓인가?

 

오랜만에 철학 공부 제대로 했다.

좋은, 친절한 선생님 한 분 모시고 철학공부 진지하고 재미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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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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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 대역 『누런 벽지』

 

이 책은?

 

이 책 『누런 벽지』는 소설이다. 일기체 자전적 소설이다.

(단, 벽지에 관련된 부분은 소설을 위한 '첨가제'라고 함.)

 

저자는 샬롯 퍼킨스 길먼, <미국의 페미니스트, 비평가, 사회개혁가, 연설가, 시인.

1860년 7월 3일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하트퍼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각은 페이비언 사회주의와 이후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이념으로 발전하였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저자는 이 작품으로 남성 중심적인 미국 사회에서의 억압된 여성의 삶을 드러내면서 여성주의 작가로 잘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작품은 저자의 삶과 비추어보면서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저자의 삶, 특히 결혼생활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삶, 특히 결혼과 이혼을 중심으로

 

1884년 화가 찰스 월터 스텟슨과 결혼.

1년도 되지 않아 딸 캐서린을 낳았다.

가벼운 우울 증상이 출산 이후 심해진다.

이는 1887년에 자신의 일기에 ‘정신병이 있는 것 같다’고 쓸 정도였다.

 

저명한 의사 미첼 박사를 찾아갔으나,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순종적인 아내 역할로 돌아오라며 휴식을 취하며 모든 지적 활동을 금지하도록 처방.

1888년 남편과 별거, 딸과 함께 친구집으로 감.

떨어져 사는 동안 우울증 증세가 호전되는 것을 확인한 후, 1894년 법적으로 이혼.

 

저자의 병력과 관련하여

 

저자는 <누런 벽지를 쓴 이유>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병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수년간 저는 우울증과 그 이상에 이르는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습니다

3년 정도 증상이 지속되던 즈음, 저는 굳은 신앙심과 희미한 희망을 붙들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신경질환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신체는 건강하였기에 시술에 대한 반응은 곧장 나타났습니다.

이에 그분은 제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 “최대한 가정적인 삶”을 살라고 조언하였고 “두뇌 활동을 하루 최대 두 시간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며 “살아있는 한 절대로 펜이나 붓이나 연필 따위는 잡지도 말 것”을 처방하였습니다.

그게 1887년도의 일입니다. (15쪽)

 

여기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살아있는 한 절대로 펜이나 붓이나 연필 따위는 잡지도 말 것”

 

‘펜’과 ‘연필’은 알겠는데, 왜 ‘붓’이 나올까?

우리야 붓은 이해가 되는 도구이지만, 미국인이 왜 붓을?

 

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이렇다.

“never to touch pen, brush or pencil again as long as I lived.” (14쪽)

 

미국에서 붓(brush)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 필기구인가?

우리야 ‘붓’하면 당연히 서예 붓글씨가 떠오르지만.

 

어쨌든, 저자는 붓조차 잡지 말하는 의사의 조언은 무시해버리고, 일을 다시 시작해서 결국은 회복하게 되었고, 그렇게 파멸의 문턱에서 탈출한 것을 기뻐하며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17쪽)

 

작품 속으로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이 작품을 읽어보면 저자의 삶과 작품에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발견된다.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단촐한 등장인물. 젊은 부부가 주인공이다. 화자인 부인과 남편 존이다.

존은 의사다. <권위있는 의사인...>(27쪽)

 

존과 그 아내인 젊은 부부는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골 마을 외딴 대저택에서 여름을 나기로 한다. 부인에게 휴식을 처방으로 삼아, 시골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아내의 중상과 처방은?

 

일시적인 신경쇠약, 경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다.

 

권위있는 의사인 남편이 친구들에게 확신하기를, 아내는 그저 일시적인 신경쇠약과

경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일 뿐이라는데, (27쪽)

 

처방은?

몸보신, 여행, 신선한 공기, 운동, 그리고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모든 ‘일’을 절대 금지. (27쪽)

 

이 부분은 저자 소개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제 상황과 같다.

신경쇠약에 걸린 것,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처방을 받은 것 등이 같다.

 

그런 진단과 처방을 받은 아내, 심정은 어떠하며 반응은 어떨까?

 

내 생각에, 그 처방은 틀렸어.

내 생각에, 약간의 흥분감과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적당한 정도의 일은 오히려 내게 좋을 것 같아. (27쪽)

 

그러나 아내는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다.

그저 소극적으로 남편 몰래 글을 쓰면서, 나름 저항을 한다.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다. 방안의 벽지다.

 

대체 벽지가 무슨 문제일까?

 

벽지, 노란색 벽지다. 아니, 누런 색이다.

yellow를 그냥 노란색이라 하지 않고 누런색으로 번역했다.

누런색으로 번역한 우리말 번역이 더 절실하다.

 

화자인 부인이 벽지를 처음 본 순간을 복기해보자.

 

집 꼭대기에 있는 육아실을 부부 침실로 사용한다. (33쪽)

 

방은 한 층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사방에 창문이 있어서 통풍이 잘 되고, 언제나 따스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로 가득하다.

창문은 쇠사슬로 막혀있고, 벽에는 쇠사슬 고리 같은 것이 달려있다.

 

벽지는 침대 머리맡에서부터 손이 닿는 아래 부분의 벽지까지 뜯어져 있고, 맞은 편 아래쪽에도 크게 뜯어져 있다. 흉하다.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현란한 무늬다. (35쪽)

 

색깔은?

혐오스럽고 역겹기까지 하다. 아주 오랫동안 햇볕을 받아 변색된 것 같은, 들끓는 불결한 누런색이다.

전반적으로는 칙칙한 색인데, 군데군데 폭력적일 만큼 선명한 오렌지색이 섞여 있고, 나머지 부분은 메케한 유황을 떠오르게 한다. (37쪽)

 

여기, 메케한 유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나중에 냄새도 맡게 된다. (87쪽)

 

대체 그 벽지가 무슨 문제라는 것인가?

 

“벽지 무늬에는 반복되는 부분이 마치 눈동자 같아. 징그럽게 뒤집힌 둥글넓적한 눈이 모가지가 부러진 것처럼 축 늘어진 채로 나를 노려봐.

끊임없이 계속되는 그 무례한 눈빛에 나는 몹시 화가 나. 맹랑하게 부릅뜬 눈은 온 천지에 있어. 위로, 아래로, 사방으로, 배를 바닥에 바짝 붙이고 기어 다녀.

그 선을 따라 위로 아래로 움직이는 것야,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보다 약간 높이 있는 상태로 말이야”(47쪽)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다.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아니 그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절망으로 가라앉는 여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벽지의 무늬는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마구 마구 돌아다니면서 제멋대로 형체를 바꿔 나타나, 괴롭히는 것이다. 바로 그게 신경 쓸 데 없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신경성 질환이 된다.

 

그런데도 남편인 존은 자기 생각대로만 아내을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그가 있을 때라도 스스로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너무 피곤한 거야. (31쪽)

 

하루 종일, 매 시간 내가 할 일을 처방해주지. 이토록 세심하게 돌봐주는데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면 응당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거야.

이곳에 온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해서라고 했어, 그러니 신선한 공기를 충분히 마시고 완벽하게 휴식해야 한다고 그가 말했어. (33쪽)

 

내가 얼마나 힘든지 존은 절대 모를거야. 내가 힘들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확신하고, 그 사실에 흡족해하는 사람이니까 .(39쪽)

 

여기서 누런 벽지를 첨가한 것은,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말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장치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서, 그런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그러니, 결국 .......

 

다시, 이 책은?

 

그녀는 탈출한다.

“드디어 탈출했어, 당신과 제니는 막으려고 했지! 내가 벽지를 거의 다 뜯어냈으니 다시 나를 가둘 수 없을 것이야.” (115쪽)

 

탈출하고, 그녀는 “전문가의 조언을 바람에 실려 날려 보낸 후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 그것은 기쁨이고 성장이며 봉사였습니다..... 결국, 저는 일을 통해서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외친다.

 

이 소설은 그래서 누런 벽지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저자를 속박한 굴레를 벗어난 탈출기이다.

탈출 선언이고, 살아가는 기쁨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족 , 영한대역이라 영어도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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