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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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대접받는 시대 냄새의 심리학

 

이 책은?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은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를 코앞에 두고도 코를 잘 몰랐다.

 

저자는 우리가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한다.

.

첫째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둘째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다냄새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이미지나 소리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연구자들도 인간이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지는 못한다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 전달 역시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81)

 

듣고 보니일리 있는 분석이다.

해서 코를 다시 보게 된다아니코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와 관련된 생각들기억들

 

코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그 민감하게 세상에 반응하는 그 후각살인자가 되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코만큼은 세상에서 독보적이었다는 주인공그게 기억에 남았을 뿐 코와 연관해서 다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런 글 읽어가면서점점 코가 먼저 작동했던 것이 기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에서 기대했던 냄새가 나면 편안함을 느낀다아무 문제 없다성당에는 성당 냄새병원에는 병원 냄새 그리고 부엌에는 부엌 냄새가 있다냄새는 늘 그곳에 있고 우리는 그 냄새를 맡는다그런데 냄새는 암묵적으로만 지각된다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지각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모든 게 기대했던 대로다걱정할 필요도 신경 쓸 이유도 없다그런데 성당에서 부엌 냄새가 나고 부엌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면아뿔싸이때는 종소리가 아닌 경고음이 울린다. (181)

 

고등학교인지중학교인지 학창 시절에 친구 병문안 하려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 처음 병원에 갔었는지아니면 그 병원이 유독 병원 냄새가 역했는지아주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떠오른다병문안 하러 간 사람이 병원의 역한 냄새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안절부절 못했으니 말이다그래서 병문안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또 있다아기 냄새다.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지각한다엄마의 냄새는 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170)

 

그런 아기첫아이를 집안에 들이고퇴근하고 아이를 안을 때그 냄새는 사랑 그 자체였다그런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나 둘 씩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냄새의 추억을 되새기게 된다.

 

그런 코가 푸대접을 받았다니..

 

감각에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이 있다니아니그렇게 분류를 한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심리학의 창시자인 분트는 감각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는데시각과 청각을 고등으로미각과 후각은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다. (83)

 

분트는 하등감각인 후각은 아주 강한 정서적 흥분을 유발하므로 이에 따른 지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그러기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후각은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이 책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후각에 관한 학술적 연구 결과인 이 책이 아마도 내가 읽은 첫 번째 후각 관련 책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니체가 코를 다르게 다루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감각특히 코를 비롯한 후각이 있어야만 학문이 가능하다고 했고이 사람을 보라』 에서는 후각이 있어야만 영혼과 진실의 내면에 다다를 수 있기에 본인의 재능이 코에서 비롯된다고까지 표현했다. (90)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그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코후각에 대하여 저자는 본격적인 연구를 해서이런 책을 내놓았는데담긴 내용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다음과 같은 항목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나는 냄새를 맡는다고로 존재한다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나는 냄새를 맡는다고로 느낀다.

늘 간발의 차이로 앞서 나가는 후각

바로 코앞에!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후각의 비밀

사랑은 코를 타고

공기 중에 무언가 있다.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두려움의 냄새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은데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색맹(色盲)은 있는데냄새 맡는 것은?

 

건강 검진시에 눈은 제대로 검사 당한다시력도 왼쪽 오른쪽 번갈아 체크하고 또 색맹인지 아닌지도 검사한다.

그런데 코는왼쪽 코 오른쪽 코 전혀 검사하지 않는다어떤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도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아무런 냄새도 못 맡는 사람을 두고 후각 상실증을 앓는다고 한다흔한 현상은 아니다.

또한 후각을 잃은 사람이라도 보통 모든’ 냄새에 무감각하지는 않다특정한 냄새만 못 맡는 경우가 더 많다. (155)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없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이 없다지금까지는.

 

그런데이제 달라졌다.

후각도기능하지 못하던 후각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은이책 156쪽을 참고하시라.

 

개를 두려워하여개 앞에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경우.

 

사람이 개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워하면그 두려움을 개는 알아차릴까?

답은알아차린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개가 두려워하는 사람을 보고 공격적이 되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사람의 그 두려움을 같이 느끼게 되어 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그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추측건대인간과 개의 오랜 공진화(coevolution) 현상 때문이다두려움도 일종의 스트레스다결국 개와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308)

 

그러니개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특히 개 앞에서 두려움의 냄새 풍기지 말자. 

두려움은 사람에게서 개에게로 전염된다. 

 

다시이 책은?

 

후각이 먼저냐 시각이 먼저냐하는 문제의 답은 이책을 읽고나니당연히 후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말하길 사람은 시각에 의지하고 산다고 하는데이 책을 읽고나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은 시각보다 후각에 더 의지한다후각이 사람을 살리는 데 더 기여한다.

 

먼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예를 들어보자.

 

밥이 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각으로밥솥을 열어보고 밥을 푸는 과정에서 알게 될까아니면 밥솥을 열기도 전에아니 문밖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까답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이번엔 죽고 사는 문제다.

집에 불이 나기 시작했는데전선에 불이 붙었다그 전기줄은 천정에 있어 눈으로 볼 수 없었다아직 연기도 나기 전이다그런 경우후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해서 후각이 먼저 썩은 생선을 먼저 알아차린다그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코가 먼저 말하는 것이다그런 코이제 제대로 대접해야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세상이 돌아가는 냄새 이건 정말 중요하다 - 도 맡아가면서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코를 잘 대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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