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
허은희 지음 / 호밀밭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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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

 

이 책은?

 

이 책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는 저자 허은희의 미얀마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미얀마는 이 정도....

 

아웅산 수치 여사와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테러사건, 그리고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은 이튼 스쿨을 졸업했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 때문에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미얀마 경찰로 근무를 하다가 때려치우고 1929년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185쪽)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이튼을 졸업하고 대영국제국의 경찰간부로서 식민지 버마(1922-1927)에서 근무한다.

“고약한 양심의 가책”때문에 경찰직을 사직한 뒤, 자발적으로 파리와 런던의 하층 계급의 세계에 뛰어들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년)을 발표한다.

 

조지 오웰이 경찰관으로 근무했다는 버마가 바로 오늘의 미얀마다.

그 미얀마에 빠진 사람이 있다. 미얀마를 사랑하게 된 그 사람이 이 책의 저자 허은희다.

 

이 책의 저자, 허은미는 미얀마를 사랑한다.

해서 저자는 미얀마에 가서 일했고, 또 다시 찾아가 일을 했고, 그리고 지금도 미얀마에 관련된 일이라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그렇게 미얀마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미얀마와 관련된 행적은 다음과 같다.

<2013년 우연한 기회로 미얀마에 발을 디딘다. 이후 2017년 대학원 수료와 함께 저자와 미얀마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다. 1년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국제개발전문봉사단으로, 6개월은 NGO봉사단으로, 저자는 총 1년 6개월을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미얀마에 살며 근무했다.>

그러니 젊은 저자, 짧은 사회 경력 동안 미얀마라는 나라와 세 차례나 인연을 맺었으니, 그건 인연이고, 사랑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4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Ⅰ. 밍글라바! 미얀마에 둥지를 틀다

II. 홀로 서기

III. 다시 돌아온 미얀마

IV. 한국에서 만나는 미얀마

 

I ~ II 부는 KOICA 국제개발전문봉사단 - 양곤과 네피도(83쪽)에서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III 부는 국제 개발협력 NGO 단체인 '월드 투게더(World Together)' 에서의 봉사활동을

기록하고 있는데, 저자는 미얀마 지부에서 지부장 다음의 책임있는 직원으로 일했다. (157쪽)

 

월드 투게더의 사업비는 직접사업비와 프로그램비 및 지부 운영비로 나뉘는데, 직업 사업비가 약 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접 사업비는 어린이의 월간 성장을 위한 지원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163쪽)

 

IV 부는 한국에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지 정보 - 미얀마의 사정을 알 수 있다.

 

미얀마의 수도는? 양곤이 아니라. 네피도(Nay Pyi Taw)가 미얀마의 수도다. (91쪽)

네피도에 사는 외국인들은 호텔을 제외한 일반 현지 집에서는 거주가 불가능하다. (91쪽)

미얀마의 의료 환경 중에서, 인구 10만 명 당 약 61명의 의사가 있다. 그러니 의사 1명당 약 1,670명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의사 교육과 질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의대 학생 수를 줄이고 있다. 2012년 현재 2,400명에서 1,200명으로 절반이나 줄였다. (41쪽)

 

대중 버스의 90% 이상이 한국과 일본에서 온 오래된 중고차량이다. 한국에서 사용되던 노선 안내가 그대로 붙어있다. (51쪽)

 

양곤 시내의 배수시설은 1800년대 말에 영국 정부가 당시 기술로 파이프 배수 시스템을 지은 이래로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54쪽)

 

미얀마 언어에 대하여

 

저자는 미얀마어에 능통하다. 현지인들과 막힘없이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 저자로부터 외국어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 매력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더욱 깊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데 있다. (29쪽)

 

미얀마어는 3개 성조가 있다.

미얀마어 중에서 동사나 단어가 성별에 따라 변하지 않아 단순하게 단어만 외우면 된다. (31쪽)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노력

 

저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국제개발전문봉사단으로 일하면서, 미얀마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미얀마가 어떤 나라인지, 그 나라에 무엇이 필요하지를 잘 짚어내어, 기록해 놓았다.

 

업무 외에도 현지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현지 활동가인 에밀리를 찾아가 도시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으로, 저자의 적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60쪽)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꿈을 갖게 된다.

내가 가진 재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스스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는 개인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지역사회 운동을 해 나가는 것(60쪽)

 

또한 저자는 국제 개발협력 NGO 단체인 '월드 투게더(World Together)' 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매사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여, 스스로 찾아내어 업무의 개선은 물론, 현지와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우리 미얀마 어린이들에게는 뭐가 필요할까?>(163쪽) 같은 경우, 저자가 얼마나 현지의 아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미얀마에 대하여

 

저자가 세 번에 걸친 미얀마 체류 또는 여행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겨놓아, 현지 여행을 비롯하여 현지에서의 생활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얀마의 산업에 관하여 (63쪽 이하)

미얀마의 축제 - 띤잔 (75쪽)

여행기 - 인레 호수(115쪽)

껄로 트레킹 (127쪽) 등

 

다시, 이 책은?

 

저자가 미얀마라는 나라에 가서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고, 그 나라를 위해 바친 시간과 열정이 아름답다. 저자는 그런 사랑으로 미얀마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현재의 나는 너에 대해 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어. 너의 역사, 문화, 음식, 멋진 장소들에 대해서까지! 그리고 미얀마어도 잘한다. (248쪽)

 

그런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미얀마에 대하여 잘 알게 될 것이다. 해서 미얀마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은 곧 관심이니까, 오늘 아침 뉴스에 나온 다음과 같은 기사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사랑은 시작되는 것!

 

“아웅산 수치 등 미얀마 여당 지도부 구금 상태”…쿠데타 추정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010855001&code=97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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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와 문물 기행 - 또 다른 시각의 중국 대륙과 한·중 국경 체험기
서진우 지음 / 대경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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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와 문물 기행

 

이 책은?

 

이 책 『중국 지리와 문물 기행』은 <또 다른 시각의 중국 대륙과 한 · 중 국경 체험기>이다.

 

저자는 서진우, <2004년에 내몽고 지방을 여행하다 ‘황토고원’을 목격하고 충격과 함께 중국 지리에 커다란 유혹을 느꼈다. 오직 중국 여행을 목적으로 인천-중국 천진 간 정기여객선을 이용하는 본격적인 ‘보따리상(따이공, 袋工 또는 帶工)’이 되었고, 어렵게 중국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여 2015년까지 틈틈이 대륙 곳곳을 뒤졌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에 깔고 책으로 엮어 보았다. >

 

이 책의 내용은?

 

중국에 두 번 다녀왔지만, 어디 중국에 갔다왔다고 말할 수나 있나? 중국 땅이 얼마나 넓은데....해서 중국은 그저 책으로만 만족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중국 역사, 중국 문화 등등, 책으로 보고 듣고,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 책도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대단하다 싶다. 입을 쩍 벌리고 괄목상대할 수밖에.

 

양사언의 시조 중 이런 구절 기억난다. 있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뭐 그런 시 말이다.

 

그런 태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여기 이 책에 실린 중국의 산들, 평야, 강들이 그렇다.

 

특징 1, 사진이 압권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시원시원하게 찍어 올린 사진들이 압권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사진이 무려 487장이니, 짐작이 될 것이다.

게다가 책 판형도 170*230*30mm로 보통의 책보다 폭이 더 넓다.

 

그러니 우선 이 책으로 중국의 산천경개 (山川景槪), 구경하러 가자.

 

중국 땅의 광활함이여, 산도 높고 물도 싶다.

 

그런 한편으로 평야도 넓다. 평야에 관한 이야기, 기록해 둔다.

천진(天津)시는 평야로 땅의 기울기가 1/12,00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는가?

배수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그 지역은 물난리로 고생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난리 현상은 왜 일어날까?

그 원인은 대평원 때문이다. 평원이란 평평한 대지를 말하는데, 그중에서 후아베이(華北), 화북대평원은 너무나도 평탄하여 면적 30만 ㎢(한반도 22만 ㎢) 중에서 제일 높은 곳이 해발 100m 미만이다. 나지막한 언덕이라도 있으면 적은 공사비로 부지를 조성할 수 있어서 명당 자리가 된다. 즉 집을 지을 때에는 침수 예방을 위해 대지를 돋우어야 하는데, 흙이 대단히 귀해서 수천 리 밖에서 운반해 온다.(13쪽)

 

특징 2, 이야기 보따리가 넘쳐난다.

 

얼바이우(二百五十)라는 말에 얽힌 이야기 등, 이야기가 넘쳐난다.

 

<‘이백오십 위안이란 없다>는 말, 들어보자.

 

중국의 여행객이 한국 관광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쓰고 남은 한국 돈 46,000원을 중국 위안화로 환전하려고 계산하니 250위안이어서 서로 웃는다. 그래서 251위안으로 환전해 준다.

중국에서 250이라는 말은 욕이 되는 말이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전국시대 정치가 소진에 관한 이야기다.

소진이 제나라에 머물다가 암살을 당하였는데, 제 나라 왕이 그 암살범을 잡기 위해 애를 썼으나 잡지 못하였다. 그래서 꾀를 냈는데, 죽은 소진의 머리를 성문에 걸어놓고 “소진은 간첩이니 죽어도 마땅하다.” 고 방을 붙야 놓았다. 죽인 사람에게는 천 냥을 포상금으로 준다는 내용과 함께.

그러자 네 명이 자신들이 소진을 죽였다고 나섰다. 그럼 상금 천냥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더니 한 명당 250냥씩 나눠 갖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여기 얼바이우(二百五十)의 목을 쳐라!”

그 때부터 250은 바보, 머저리로 비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49 -50쪽)

 

특징 3, 생생한 중국 현지 소식들

 

중국에 살고있는 우리민족들, 즉 조선족은 우리나라 형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예컨대, 625 전쟁에 관하여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저자는 이런 말을 전해주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은 6.25전쟁의 발발을 남측이 북쪽으로 먼저 쳐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보다 북한 편을 들며 눈치 봐 가며 UN군의 참전은 알지 못하고, 오직 미국이 전쟁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3쪽)

 

즉, 중국의 조선족들은 우리나라 실정에 어둡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족 하면, 우리나라에 굉장히 우호적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실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징 4, 우리나라 역사를 중국에서 새겨보고 있다.

 

이 책은 2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 대륙 960만 Km

2부 - 한 중 국경 3,500 리

 

그중 2부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계, 즉 국경지방에서 우리 역사를 반추하고 있는데 그중 새겨들어야 할 것들이 많다.

 

고구려의 유적을 살펴보면서 중국의 역사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북공정을 경계하고 있는데, 광개토왕 비문 등 역사적 자료도 사진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 실어 놓은 자료들,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환도산성(208쪽). 장군총 (210쪽), 광개토대왕 비석 및 비문(211- 212쪽)

 

또한 발해 유적에 대한 기록도 있다.

발해 외성(217쪽), 상경 유지( 218-223쪽)

 

(사진 설명)

 

여기 산해관 사진 옮겨 놓는다.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중국에 들어가는 입구로 소개한 곳이다.


 

고구려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군총의 모습이다.

그 앞 잔디에 ‘세계 문화 유산’ 로고가 새겨져 있는데, 이 장군총은 2004년 중국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특징 5, 백두산과 천지에 대한 사진 등 자료

 

저자는 직접 백두산에 올랐다.

우리는 백두산(白頭山)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 하는데, 여기 사용된 ‘백(白)’의 의미가 그간 알고 있던 것과 달라, 소개한다.

백두산, 장백산. 산이름에 쓰인 백은 눈[雪]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백두산 정상의 암석이 백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261쪽)

 

이 부분에서 저자가 실어놓은 백두산과 천지의 사진은 한번쯤 살펴볼 만하다.

또한 저자는 백두산의 천지와 관련하여 한 중 국경선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과 북한 사이에 천지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국경을 나누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자료는 그간 듣지 못한 것이어서, 그런 것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귀한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현지를 다니면서, 직접 찍어올린 사진, 그것으로도 가치가 있다.

다른 책에서 얻어 들은 이야기, 전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현지에 가서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찍어온 것들이기에 보다 더 현장감이 넘친다.

 

특히 백두산 및 천지, 그리고 고구려 및 발해 유적에 관한 자료는 더더욱 가치가 있다.

이런 책을 기획 발간한 저자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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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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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이 책은?

 

이 책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은 ‘책’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박균호, <교사이자 북 칼럼니스트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

 

이 책의 내용은?

 

저자 박균호가 그간 책에 대해 정성을 쏟은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책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정겹다. 또한 책에 대하여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변신이야기』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첫 번째 책인 이유는?

 

서양을 공부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기독교와 『변신이야기』다.

이 두 개가 서양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뿌리를 차지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의 상당부분이 『변신 이야기』에 빚을 지고 있다. (24쪽)

 

다만, 민음사 판 『변신이야기』는 중역이니, 중역이 거슬리는 독자라면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변신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지?

 

조용준의 『유럽 도자기 여행』

 

도자기를 찾아서 세계여행을 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 조용준 선생은 오로지 도자기 여행이라는 주제로 동유럽 편을 시작으로 북유럽, 서유럽 편까지 3권의 책을 냈다, (......)

도자기를 따라서 여행을 하다보면 역사와 예술 그리고 과학에 관한 지식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81쪽)

 

위에서 말한 책중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을 가지고 있고, 읽었다.

위에서 저자가 말한 것, 모두 맞다.

또한 『유럽 도자기 여행』은 단순히 인문학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이 아니다. 도자기를 따라서 유럽을 여행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정보와 사진 자료가 가득하다. (73쪽)

 

띠지에 관하여

 

책을 받으면, 읽을 때 골치를 아프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띠지다.

버리기도 아깝고 그냥 두기에는 불편하고....

나는 띠지를 일단 걷어 접어서 책갈피를 쓴다. 그리고는 책 가운데 끼워 놓는다.

해서 어떤 책은 띠지가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서둘러 띠지가 있는지 책을 꺼내 확인해 본 것이 있다.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버리는 독자라도 이 책만은 그러면 안 되는 책이 있다. (164쪽)

바로 나쓰메 소세끼의 책이다. 우리말 번역으로 현암사에서 펴낸 책이다.

왜냐하면 그 띠지에 인쇄된 문구는 표지에 적힌 한시를 번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이 글을 읽고 얼른 찾아보았다.

내 서재에 모셔둔 소세끼의 현암사 판, 『태풍』과 『풀베개』, 띠지가 모두 무사했다.

책 안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책 앞표지에 씌여진 시 (일본어)를 번역한 것이 띠지에 적혀 있을 줄이야!

 

부질없이, 부는 태풍

부질없이, 사는가 속세에

흰 나비도, 검은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소세끼의 장편 소설 『마음』에 얽힌 사연도 기억할 만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이은정 역에 더디 출판사 판이다.

거기 해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마음』은 나쓰메 소세끼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도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고) 1914년 이와나미 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는데, 자비 출판이어서 장정부터 표제의 글까지 저자의 고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음』, 이은정 역, 더디, 314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의아했었다. 그 유명한 작가의 책을 그 유명한 출판사에서 출판하면서 자비 출판이라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상황이 이해되었다.

 

당시 나쓰메 소세끼는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 있었지만, 이와나미 서점은 그렇지 못했다. 겨우 1년 전에 문을 연 헌책방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그런 서점의 주인이 감히 유명한 작가의 신문 연재물을 출간하겠다고 나선다. 그런 용기에 감동을 한 소세끼는 흔쾌히 출간을 허락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그 서점 주인이 가지고 있는 돈이 없으니 출간에 필요한 돈을 투자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것마저도 일본의 대문호는 허락을 한다. 이런 곡절 끝에 책이 출간되었고, 이런 역사적인 출간을 계기로 이와나미 서점은 서점에서 출판사로 도약을 한다. (159쪽)

 

그렇게 헤서 내 손에까지 들어오게 된 책, 『마음』이다.

 

피천덕 선생이 번역한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

 

피천득 선생은 시를 번역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원작자가 심어둔 원래의 의미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둘째, 번역시지만 마치 우리나라 시를 읽는 것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고

셋째, 누구나 읽기 쉽고 재미있는 번역을 하자.

 

피천득 선생의 『내가 사랑하는 시』와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은 이와 같은 원칙대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은 영문학자 피천득 선생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이며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저작물이다. 우리나라 시를 읽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직역보다는 의역에 충실했다.

선생은 자신이 정한 원칙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총 발휘해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마치 우리나라 시로 재창작하려고 시도했다. (315-316쪽)

 

그렇게 애써서 번역한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이 내 손에 있다.

이 글을 읽고 그 책을 다시 읽으니 전에 읽을 때에는 몰랐던 감흥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책 제목에 얽힌 사연들

 

존 스타인벡의 소설 『음향과 분노』 :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문구를 따서 지은 대표적인 사례다. 『맥베스』 제5막에 나오는 ‘인생이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음향과 분노로 꽉 차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에서 따왔다.

이외에도 많은 명작이 이런 사례에 속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템페스트』에서,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소네트>에서

서머싯 몸의 『과자와 맥주』는 『십이야』에 나오는 문구를 제목으로 삼았다. (148쪽)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

출간이 된 직후에는 조지 오웰이 너무 무명이다 보니 서점 직원이 『동물 농장』이라는 제목만 보고, 농업책 서고에 진열했다. (186쪽)

 

최인훈의 『광장』은 독일에서 출간되지 못했다는데....

최인훈의 『광장』이 독일어로 출간을 앞두고 있었는데, 뜻밖에 암초가 있었다.

다름 아니라, 독일에서는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이 두 권 이상 존재할 수 없는데 이미 독일에서 광장이라는 책이 있었던 것이다. 『Der Platz.』

다른 이름으로 출간하자는 의견에 최인훈 선생은 반대했고, 결국 출간은 무산이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독일의 출판사에게 어렵게 허락을 구하고, 같은 제목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는 것. (204쪽)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전해주는 책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을 새삼 둘러보게 된다.

그간 무심하게 대했던 책들 속에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이런 재미나는 일화가 있었다니’, 하며 무릎을 치며, 읽었다.

 

그래서 내 서재의 책들을 가지고 있는 가치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 책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괄목상대하게 된다.

 

참, 이 책 읽고 나서, 여기 소개된 책에서 하나라도 사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도 몇 권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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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나? - 생각하는 기계 시대의 두려움과 희망
토마스 람게 지음, 이수영 외 옮김 / 다섯수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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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나

 

이 책은?

 

이 책 『누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나?』는 <생각하는 기계 시대의 두려움과 희망>을 논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토마스 람게, 편저자는 이수영과 한종혜.

원저자 토마스 람케는, <독일의 경제 전문지 《브란트아인스brand eins》의 기자로서 과학기술 전문 기사를 쓰면서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최근 15년간 주목받는 저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 간의 연관 관계를 고찰하고 그 결과가 사업과 경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와 사회와 정책 결정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영화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메트로폴리스> 116쪽

<엑스 마키나> 117쪽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37쪽

<터미네이터> 138쪽

 

기계가 생각하고, 말하고, 인간을 지배하려고 일을 꾸민다는 설정의 영화들이다.

워낙 실감나게 만들어진 영화라서 그런지 그런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들이 도처에서 준동하고 있다, 는 헤드라인을 이제 신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보듯이,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 인간 위에 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해서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삶이 위협받을 위험이 있을까?

 

혹자는 가능하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한다.

과연 어떤 말이 타당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책을 읽어볼 수밖에 없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면서, 이 책에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자.

 

1장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의 등장: 자동화의 진화

2장 인공지능의 아주 짧은 역사: 튜링의 계승자들

3장 기계는 어떻게 배우는가?: 인공신경망, 딥러닝, 그리고 피드백 효과

4장 사람이 묻고 기계가 답하는 시대: 인공지능이 당신의 비서, 쇼핑도우미, 변호사, 의사가 된다

5장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시대: 스마트 기계, 협동로봇, 지능형 사물인터넷

6장 인공지능이 미래를 장악할까?: 초지능과 특이점

 

거기에 더하여, 원저자의 글에 덧붙여 편역자중의 한 명인 이수영 교수가 각 장마다, <이수영과 한 걸음>이란 꼭지를 더해, 원저자가 언급하지 않은, 혹은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다.

 

해서 지금까지 거론된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는 이 책에서 모두다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 독자들은 현재까지 인공지능의 발전된 모습을 알 수 있고, 어떤 분야에, 어디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 변호사, 인공지능 의사 등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로봇 형태로는 많은 분야에서 인간 대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그림과 사람을 인식하고, 복잡한 질문에 대답하고, 문장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심지어 독창적인 문장까지 쓰고, 땅과 바다·하늘에서 승객을 태우고 조종하며, 주가를 예측하고, 진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56쪽)

 

알파고의 승리 이후 직감과 창의성은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이 아님이 명백해졌다. (58쪽)

 

문제는? - 인공지능의 위험성은 실제적인가?

 

문제는 그런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하거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 fake) 같은 인공지능 조작의 시대를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38쪽)

 

그런 위험성 이외에도 저자는 인공지능 대한 가장 중요한 위험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한다.

1) 데이터의 독점

2) 개인에 대한 조작,

3) 정부에 의한 오용 (144쪽)

 

그런 위험성에 대한 경고에 대하여 이런 말이 참고가 될 것이다.

 

컴퓨터는 쓸모없다. 그저 당신에게 답을 줄 수 있을 뿐이다. - 파블로 피카소 (142쪽)

 

나는 오늘 인공지능이 사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현재 화성의 인구 과잉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143쪽)

 

인공지능은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어느 정도까지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결정을 포함하여,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154쪽)

 

다시, 이 책은? - 인간의 책임은?

 

편저자인 이수영 교수의 이 말, 기억해 두고 싶다.

 

인공지능은 위험하다. 그러나 사람만큼만 위험하다. 결코 사람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다. (164쪽)

 

이 말 설명이 필요한데, 편저자 이수영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인간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위험성은 높지 않다. 인공지능은 인간으로부터 배우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 (109쪽)

 

그러니, 이제 우리에게 공이 넘어온 것이다. 해서 이런 글은 우리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 아닐까?

 

인공지능 시스템에는 선천적인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니 우리는 부단히 경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항상 비판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34쪽)

 

‘no pain, no gain’이란 말처럼, 우리가 인공지능의 협력으로 발전된 세상, 편리한 세상을 살게 된다면, 당연히 그런 gain을 누리기 위하여 불가피한 pain 즉,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부단한 감시, 비판적인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런 ‘성찰의 필요’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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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 이춘길 소설집 ㅣ 걷는사람 소설집 3
이춘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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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K의 미필적 고의

 

이 책에는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형사 K의 미필적 고의>을 비롯하여 모두 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형사 K의 미필적 고의

동파

관리인

잡식동물의 딜레마

실종

카라반

피터의 편지

 

7편의 소설 특징을 말하자면, 작가는 소설 줄거리를 여간해서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이 쪽수가 지나감에 따라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독자들은 그걸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숨바꼭질 하는 동안에 숨어버린 아이를 찾다가, 찾다가 지쳐버린 술래처럼 말이다.

해서 읽다가 순간 당황해진다, 이거 뭐지, 요즘 소설은 이런가, 하는 의아함에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다.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걸 지적한다.

책의 후미에서 평론가 윤재민도 그걸 지적한다. 읽어보자.

 

이춘길 소설은 쉽사리 플롯의 전모를 드러내기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 혹은 그들의 판단에 플롯을 전적으로 내맡기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감추고자 한다.(248쪽)

 

평자의 말을 더 읽어보자.

 

때로는 은폐를 향한 열정의 강도가 너무 지나쳐 소설 구성과 구도마저 ‘왜곡’해버리는 지경으로 나아가기까지 할 정도이다.

 

물론 평자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다음 말에 있다.

 

기묘한 건 이런 구성적 은폐와 왜곡이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하려고, 평자는 플롯 감추기에 관한 말로 평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 말도 역시 긍정적이다.

 

그들이 행하는 상식 밖의 선택과 태도가 이야기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쉽사리 예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나 같은 독자는 그 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중간에 지쳐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단편 소설인데도 중편, 혹은 장편 같은 도입부에 무언가 애가 타는 것이다.

 

예컨대 <동파>같은 경우다.

등장인물은 ‘나’와 J다. ‘나’는 남성, J는 여성이다.

‘나’와 J는 P 시로 숨어든다. 어떤 아파트에 숨어들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 피해’ 있는 것이다. J는 임신한 상태다.

 

그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정도, ‘J와 내가 업무 파트너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 건 순전히 빌딩 사이로 불어오던 초여름밤의 신선한 바람때문이었다.’(49쪽)

 

그날 밤, 사건이 벌어졌다는 암시인 것이다.

해서 J는 임신을 했고, 이제 두 사람은 무언가를 피해 P시로 숨어든 것이다.

아내가 있는 기혼자인 ‘나’인데(64쪽) 무작정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말이 없으니, 독자들은 이 소설 여기저기에서 애가 탄다.

 

정작 벌어진 사건은 이것이다.

숨어든 것은 겨울, 날씨가 추워 그들이 숨어든 아파트가 얼어버린 것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것......

그러면 이제 물이 나오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데,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옆집에서 정과 망치를 빌려와서, 수도관이 지나갔음직한 부분을 깨기 시작한다.

주방 바닥을 깨부수고, 배관을 찾느라 방까지 들어와 방바닥을 깨기 시작한다.

 

이런 방법이라면 주방을 가로질러 화장실 앞까지 방바닥을 들어내야 할 텐데, 엉망이 될 집 안을 생각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털썩 주저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66쪽)

 

그런 소동 끝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보러 나왔다가, 시청에 항의하러 가자는 옆집 사내의 손에 이끌려...

 

그런 줄거리다.

중간 중간에 어떤 힌트나 암시도 없이 그만 그렇게 끝이 나는 이야기다.

 

평자의 말을 빌려, 이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그들이 행하는 상식 밖의 선택과 태도가 이야기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쉽사리 예축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못했다.

나는 한국 소설 특히 단편의 수준 높은 경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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