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한국사 - 고대에서 현대까지 북쪽의 역사
여호규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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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절반의 한국사』

 

이 책은?

 

이 책 『절반의 한국사』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북쪽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여호규, 박준형, 김종복, 박재우, 송용덕 저 외 5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책 내용을 목차를 통해 살펴보자.

 

01 북녘 산하, 대륙으로 열린 땅

02 북녘 최초의 나라, 고조선

03 동북아 중심 국가 고구려의 군사력과 외교력

04 고구려 옛 땅에 세운 나라, 발해

05 개성의 호족, 고려를 건국하다

06 서경 천도 운동, 통념을 파괴하라

07 해동 천자의 나라 고려의 외교술

08 고려와 조선 시대 국경 이야기

09 조선을 건국한 북방 출신 이성계와 이지란

10 평안감사와 북쪽 최고의 도시 평양

11 개성과 개성상인

12 북쪽 지역이 겪은 왜란과 호란

13 오랑캐라고 불린 여진

14 1811년 홍경래 난, 평안도 차별에 반기를 들다

15 국경을 넘는 사람들

16 기독 세상이 된 평안도, 친미 엘리트를 배출하다

17 북방을 노래한 북쪽의 시인들

18 북쪽 정권을 세운 사람들

19 평안도에서 내려온 우익 세력

 

목차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목차만 읽어도 가슴이 아려오기 때문이다.

 

고조선은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는 신라의 빛에 가려졌고, 발해 역시 사라진 역사로만 느껴진다. 이름 자체도 그야말로 죽은 역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고조선, 고구려 그리고 발해. 그리고 평안도와 간도.

일제 강점기에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통한의 역사.

그런 역사가 이제 자칫하면 잊혀져 버릴 처지에 놓여있다.

 

자랑스러운 역사 고구려

 

고구려만 해도 그렇다. 실제 역사는 어땠을까?

 

고구려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장기간 동북아 중심 국가로 존속하였다.

그 비결은 군사력과 외교력에 있었다. (34쪽)

 

대내적으로, 귀족 세력들이 함께 멸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권력 다툼의 규칙을 정했다. (42쪽)

 

수나라가 중원 대륙을 통일하자. 다원적 국제 질서를 활용해 독자적인 천하를 건설했던 고구려는 수와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42쪽)

 

결국 고구려는 연개소문 사후 귀족 세력의 내분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당 연합군의 협공을 받아 668년에 멸망하고 말았다. 고구려가 수와 당의 거듭된 침공을 물리쳤건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할 새로운 외교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46쪽)

 

고조선에 대한 이해

 

고조선은 단지 개천절에만 등장하는 나라 이름이다. 단군이 대체 누군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단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천신족(天神族)인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와 곰을 숭상하는 곰족과 호랑이를 숭상하는 호랑이족 중에서 웅녀(熊女)로 대표되는 곰족과 결합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서는 고구려를 ‘맥’으로 쓰면서 ‘고마[熊, 곰]’라고 읽는데, 곰이 바로 맥족을 상징한다. 『삼국지』 ‘예’에는 ‘제호이위신(祭虎以爲神)’이라고 하여 예족에서 호신(虎神)을 숭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단군신화는 맥족과 예족 사이에서 맥족이 주축이 되어 고조선을 건국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예맥 사회에서 가장 먼저 정치적으로 성장한 것이 고조선이다. (26-27쪽)

 

이런 나라가 고조선이니, 단군도 실제 역사로 이해해야 되지 않을까?

 

또, 발해는?

 

발해는 유득공이 지은 책 이름 『발해고』로만 알고 있다.

‘해동성국’이라고 알려졌던 나라가, 그저 역사책 한 페이지로만 남아있다.

 

고구려를 계승하고자 했던 나라이기에 오히려 잊혀진 나라가 발해다.

 

신라와 발해가 소원하면서도 서로 경쟁한 이유는 신라가 나당 전쟁 이후 백제 유민은 물론이고 고구려 유민까지 받아들임으로써 삼한, 즉 삼국을 통일했다고 자부한 반면, 발해는 고구려 계승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고구려 유민이 고구려 옛 땅에 세운 발해의 등장은 삼국을 통일했다는 신라의 자부심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60쪽)

 

고려와 조선이 중국에 사대(事大)를 한 이유?

 

흔히들 우리 선조들의 중국에 대한 외교를 비판하면서 사대주의를 했다고 하는데,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당시 중국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양에 대해서도 조공무역을 실시할 정도였으니, 우리 선조 들이 중국에 사대를 하면서 실리를 챙겼던 것은 오히려 지혜로운 처사라 할 수 있다.

 

고려가 천자, 황제를 칭하면서도 한족이나 한족이 아닌 세력이 세운 나라에 사대를 했던 것은 국제 정세에 대한 객관적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고려는 독자적 천하관을 바탕으로 한족이 세운 송을 서국(西國) 또는 남조(南朝), 여진이 세운 요를 북조(北朝)라고 하여 방위에 따라 부르기도 했지만, 송·요·금을 고려와 대등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93쪽)

 

지리지 - 국경 이야기, 함흥, 평양, 개성,

 

함흥은 이성계의 고향이다. 함흥차사라는 사자성어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함흥차사라는 말에서 이성계의 고향이라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또한 이성계의 무덤 릉 봉분에는 고향인 함흥에서 가져온 억새를 심었다 한다. (118쪽)

 

평양, 

평양감사라는 말로 유명한 곳이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많은 고초를 겪은 땅이다

 

개성, 개성상인으로 유명한 땅이다.

개성의 인물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개성은 유명인물들과도 관련이 있다.

서경덕, 전우치, 황진이, 한석봉 (한호) 등이 모두 개성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재미있는 일화들을 남기면서 민중 속에 그 이름을 깊게 각인시켰다

 

허균은 개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서경덕, 한호, 차식과 차천로 부자, 황진이를 꼽았다.

 

그런데 왜 개성의 인물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을까?

 

개성 지역의 장사꾼들이 상행위를 위해 여러 곳으로 이동했다. 전국을 기반으로 했던 개성 상인들이 자기 지역에서 배출된 서경덕이나 황진이, 전우치, 한호의 이야기를 곳곳에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43쪽)

 

다시, 이 책은?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 아직 분단국가라는 오명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자유로 왕래하지 못하고 가보지 못하는 곳이 있다. 북쪽의 땅, 북한.

 

지리적으로 살펴보자면, 그곳은 우리 눈에 단지 지도에서만 보인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는?

 

그것 역시, 책으로만 알 수 있다. 가보지 못하니 최근 연구 자료에 업데이트된 내용을 알 수 없다.

단지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 중단된 역사만 알 수 있다.

그나마,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관심도 이제 멀어져만 가는데, 다행하게도 관심을 갖자는 책이 나왔다. 제목도 처량한 『절반의 한국사』

 

책 제목 그대로 북쪽을 대상으로 하여 살펴보는 역사책이다.

그래도 이런 책으로나마, 나라 전체의 역사에서 북쪽이 차지했던 역사를 새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 하나가 된 한나라의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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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읽고 쓰기 - 건강한 미디어 생활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이승화 지음 / 시간여행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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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읽고 쓰기

 

이 책은?

 

이 책 『미디어 읽고 쓰기』는 <건강한 미디어 생활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말해준다.

 

저자의 전작 『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이승화, <대학원에서 독서교육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고 현재, 교육혁신연구소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학교 및 도서관, 평생학습센터에서 독서교육과 미디어교육을 강의하며 읽기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여러권의 저서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제1장 미디어 읽고 쓰기란 무엇인가?

제2장 주체적으로 미디어 읽기

제3장 결에 따른 미디어 읽기

제4장 세상과 함께하는 미디어 읽기

제5장 창의적 미디어 쓰기

 

내용을 살펴보면, ‘읽기’와 ‘쓰기’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그렇다. 이 책은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그런 일 -  읽기와 쓰기 - 은 모두다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또 글을 쓰기도 한다.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데, 왜 이 책은 그런 읽기와 쓰기를 새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 말은 읽기를 해도 제대로 읽기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제대로 읽기를 하지 못하니, 제대로 쓰기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이 책의 요점이다.

해서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쓰자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말이 등장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말은 요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요. ‘읽고 쓰는 능력’이란 의미의 리터러시literacy와 미디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리터러시의 고전적 정의는 ‘문자화된 기록물’을 전제로 하고 있어 ‘문식성’, ‘문해력’이란 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리터러시란 말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이외에도 리터러시는 ‘뉴스 리터러시’, ‘게임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유튜브 리터러시’ 등등 다양한 곳에 덧붙여 사용되는데, 이 책에서는 폭넓은 의미의 미디어(아날로그+디지털) 리터러시로 정의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죠.  

정리해보자.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를 꼭 미디어, 방송이나 신문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감각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 정보를 망라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읽는다’는 것을 역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렇게!

 

독서교육의 권위자 톨로레스 더킨 교수는 ‘읽기’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단순화해서 살펴보면, 읽기는 작가가 쓴 텍스트를 독자가 읽는 행위이자 텍스트를 두고 작가와 독자가 대화를 나누는 행위입니다. (43쪽)

 

읽기, 에도 여러 과정이 있다.

 

사실적 읽기 : 있는 사실을 그대로 파악하는 것

추론적 읽기 :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으 파악하는 것

비판적 읽기 : 글에 담긴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

감성적 읽기 :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

창조적 읽기 : 내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

 

그러니 사실적 읽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론적 읽기는 더더욱 하지 못하니. 가짜 뉴스에 놀아나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있다.

보호주의 패러다임과 역량강화 패러다임 (56쪽)

 

지금까지 보호주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반대로 적극적으로 역량을 강화하여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이용,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에 대한 대처능력(58쪽)이 요구된다.

접근능력, 미디어 비판적 이해 능력, 소통능력, 표현능력.

 

이 책은 그런 미디어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다음과 같이 4 C (22쪽)를 제시한다.

 

의사소통능력 Communication

협업능력 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력 Critical Thinking

창의력 Creativity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미디어 제대로 읽고 쓰기가 필요한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통해, 현재 미디어의 모습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분야에만 매몰되어 다른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특히 유용하다.

미디어를 둘러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세상은 참, 빨리도 변하고 있다. 이런 때 그런 변화에 눈감고 있다가는 정말 ‘눈감고 있는 사이에 코 베어가도 모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 읽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디어 방면의 세상 돌아가는 모습, 제대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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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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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손손 전해져야 할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이 책은?

 

이 책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는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이다.

 

저자는 비라고 디오프(Birago Diop), < 세네갈의 시인이자 작가, 수의사, 외교관이다.

프랑스 유학 후 세네갈로 귀국한 디오프는 수의사로 근무하다가 2차 세계대전에 강제 징집되었다. 전쟁 중에 디오프는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에게 들은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자신의 문장을 보태어 동화집을 펴낸다.

세네갈 독립(1960) 직후 튀니지 주재 초대 세네갈 대사로 임명되어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고쳐진 펜La Plume raboutee』(1978)을 기점으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재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쳤다.>

 

이 책의 내용은?

 

세네갈의 민담이 소개된다.

 

<암나귀 하리>를 비롯하여 19편이 실려 있는데, 맨 앞장에서 세네갈 민담에 대한 전반적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

 

‘그리오’라는 존재가 특이하다.

이야기꾼, 가수, 계보학자,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책의 저자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그리오를 만나, 많은 민담을 듣게 되었고, 또한 다른 경로로도 듣고 모아서, 이 책을 펴낸 것이다.

 

몇 가지 이야기, 그중에서도 우리와 연관이 되는 것, 소개한다.

 

<선행의 대가> - 은혜를 모르는 동물 이야기다.

 

은혜를 모르는 악어 이야기다.

 

왕 부르는 애지중지하던 딸이 강물에 빠져죽자, 시신을 건지기 위해 강물을 모두 빼버린다.

그러자 그 강물에 살던 악어들이 모두 죽게 되는데, 오직 디아시그 만이 살아남게 된다.

물을 찾아 나선 악어 디아시그, 고네라는 아이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자기를 거적으로 말아 칡덩굴로 묶은 다음에 머리에 이고 다른 곳의 강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 것이다. 마음씨 착한 고네는 그대로 악어를 다른 강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악어는 감사하기는커녕 그 아이를 잡아먹으려 한다.

 

은혜를 베풀었는데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아이에게 배가 고프니 별 수 없다며, 은혜는 은혜로 갚는 게 아니라, 원수로 갚는다고 뻔뻔하게 주장을 한다.

그런 다툼 끝에 남들에게 세 번을 물어, 악어말이 맞으면 잡아먹혀야 하는 운명이 된다.

 

그래서 물을 마시러 왔던 소와 말에게 물으니 모두다 악어 말이 맞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토끼에게 물었다. 그러니 토끼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이 악어를 거적에 담아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네가 이렇게 큰 악어를 거적으로 옮겼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대로 한 번 해봐”

“거적으로 묶고 머리에 이고 아까 왔던 곳으로 가봐.”

 

그렇게 해서 아이는 다시 악어를 거적으로 싸서 머리에 이었다.

그 때 토끼가 하는 말.

“그럼, 그 짐을 진 채로 곧장 집으로 가, 그러면 너의 부모님과 친척들, 이웃들까지 너에게 고맙다고 할 거야.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으니. 은혜를 모르는 자에게는 이런 식으로 갚아줘야 하는 거야.” (131-140쪽)

 

그렇게 해서 살아난 아이, 토끼의 지혜로운 판단에 힘을 얻어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의 이야기, 아프리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민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과 호랑이는 누구의 행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고 황소에게 물었다.

황소는 사람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고 잡아먹으니 호랑이의 행위가 옳다고 하였다.

다시 소나무에게 물었으나 소나무 역시 사람이 우리를 베어서 사용하니 사람이 잘못이라고 하였다.

그 때 마침 토끼가 지나가다가 그 사연을 듣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니 본래 있던 대로 해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호랑이는 다시 함정에 들어갔다. 토끼는 사람에게 갈 길이나 가라고 하며 사라졌다.>

 

또 있다. 비슷한 발상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또 있다.

 

<토끼의 간계> - 문 없는 집에 갇힌 공주 이야기

 

왕은 막내딸 안타 공주를 문없는 집에 가두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 (143쪽)

 

그 소식을 듣게 된 꾀많은 토끼가 찾아간다.

“네가 누군데? 이름이 뭐야?” 왕의 딸인 안타가 묻는다.

토끼가 대답한다.

“내 이름은 마나(나)야, 나를 남편으로 삼을래?”
“좋아.”

 

그렇게 해서 지나다 보니, 아이를 갖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이 딸에게 묻는다.

“누가 너에게 이 아이를 갖게 하였느냐?”
왕이 묻자 딸이 대답한다.

“마나(나)예요.”(147쪽)

 

누가 아이를 갖게 만든 남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자기 자신)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에게서 탈출 할 때, 지혜를 써서 빠져나온 사건이 떠오른다.

 

키클롭스는 자기에게 포도주를 가져다 준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묻는다.

오디세우스는 다음과 같이 자기 이름을 밝힌다.

“내 이름은 ‘아무도 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 아니’라고 부르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다른 전우도 모두.”

(『오딧세이아』, 호메로스, 천병희 역, 228쪽)

 

이런 작전은 나중에 오디세우스가 괴물의 눈을 멀게하고 도망을 칠 때 효과를 발휘한다.

도망가는 오디세우스를 잡기 위해 괴물은 동료들을 소리쳐 부른다.

소리를 들은 괴물의 동료들이 묻는다, 누가 이렇게 하였는가?

이에 괴물 키클롭스가 대답한다.

“오오 친구들이여! 날 죽이려 한 자는 ‘아무도 아니’요.”(위의 책, 230쪽)

 

아프리카에도, 유럽에도 발상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으니, 사람의 생각은 어디에서나 비슷한가 보다.

 

다시, 이 책은?

 

이것이 바로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한 어떤 젊은 남자를 만났던 날, 저녁에 아마두 쿰바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다. (231쪽)

 

역사가 아마두 함파테바가 말한 것처럼 “음유 시인 그리오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는 그리오가 죽으면, 그런 이야기들이 차츰 차츰 잊혀질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민담들을 열심히 채록하여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수고를 거쳐 이 책은 우리 손에 들려지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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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 ㅣ 삐(BB) 시리즈
김별아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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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이 책은?

 

이 책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을 담아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김별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가족을 주제와 소재로 한 에세이집이다. 2009년 출간된 『가족 판타지』의 개정판이다.

 

가족이란 절체절명의 가치나 인류 최고의 제도이기 이전에 ‘관계’(142쪽)라는 저자가 우리나라의 가족 제도와 본인의 가족에 대하여 풀어놓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가족, 부모와 자식, 결혼, 그리고 아이 양육에 이르기까지, 가족이란 범주에 포함되는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목차를 통해, 가족이라는 제도를 통해 얼마나 많은 관계가 형성되는지 살펴보자.

 

가족, 식구,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결혼, 이혼

시어머니, 아내, 아이.

 

이런 얽히고설킨 관계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그러니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족, 언제나 현재 진행형 이야기’가 맞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 인생을 제법 살아온 저자의 말에 귀기우릴 게 많다. 몇 가지 적어둔다.

 

가족이 탄생하는 여러 가지 사유중에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과 출산이다.

출산으로 아이는 저절로 가족 구성원이 되지만, 결혼의 경우, 남편과 아내, 양 당사자는 자신의 판단과 결단으로 가족 구성원이 된다. 출산과는 다르다. 해서 신중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되어버린 이혼 풍조를 말하기에 앞서, 나는 우선 결혼에 대해 다시 말하고 싶다. 문제는 이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까지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몰아넣어야 속이 후련한 사회,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이상 상태로 분류하고서야 안심하는 사회에 먼저 이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진정한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고 어린애 취급을 하며, 독신인 상태에서는 명절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조차 두렵게 만드는 풍조가 등 떠밀려 하는 결혼, 준비되지 않은 결혼, 남들처럼 되기 위해 하는 결혼을 조장한다. (.133~134쪽)

 

떠밀려 하는 결혼,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독신을 비정상이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기에, 떠밀려 하는 결혼이 생긴다. 그래서 저자의 발언, 일리가 있다.

 

아이 양육에 대한 태도 - ‘백지론’

 

아이들을 양육할 때 부모들이 취해야 할 태도 중에 거론되는 ‘백지론’이 있다.

 

아이들은 백지 같아서 거기에 무엇이든 그려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리는 대로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믿죠? 하지만 천만에, 그건 엄마들의 오해예요.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나요. 아이들은 각각 자기만의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고요.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그 밑그림이 어떤 것인지 가만히 살펴봐 주는 것뿐이에요. 엄마가 할 일은 없는 재능을 만들겠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 재능이라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북돋워 키워주는 게 전부라고요. (165-166쪽)

 

해서 부모의 생각을 아이의 백지에 그려 넣는다는 생각, 이제 바뀔 때가 된 것이다.

 

‘아가멤논 공포가 없는 남성들’

 

여기 남편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다.

 

아내가 여자라면 남편은 그토록 쉽게 긴장감을 잃고 ‘낚은 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 작태를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작정만 하면 충분히 9시 뉴스가 시작되기 전에 귀가할 수 있음에도 밤거리를 서성거리며 한없이 2차, 3차를 외쳐 댈 수는 없을 것이다. 여자는 10분만 늦어도 쌩하니 돌아서 가버리지만 아내는 이슥한 밤을 넘어 새벽까지도 한결같이 자신을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사토루는 ‘아가멤몬 공포가 없는 남성들’이러고 표현한다.

아가멤논은 호메로스의 대서사기 일리아스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총사령관이다. 아가멤논은 기나긴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와,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바람난 아내와 정부에 의해 살해된다. (위의 책, 148-149쪽)

 

아가멤논, 그는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군 총사령관으로 미케네 왕국의 왕이었다. 그는 10년에 걸친 트로이 원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정작 그를 맞이한 것은 죽음이었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집에 돌아온 그는, 집에서 아내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가 전쟁터에서 지내는 동안 집에서는 그를 죽이려는 계획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스킬로스는 『오레스테이아』 3부작 ?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 ?에서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아가멤논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욕조에서 무참하게 살해된다.

 

아내는 10년 전에 남편이 천여척의 함대를 이끌고 트로이로 향할 때, 바람이 불지 않아 출항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제물로 딸 이피게네이아를 바친 것에 대한 복수심으로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고, 그녀의 정부는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가 자기 아버지를 추방하고 형들을 살해한 데 대한 복수를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아가멤논이 죽게 된 이유는 그가 단순히 집에 늦게 돌아온 것이 아니지만,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한 ‘사건’으로 기록된 것이기에, 그의 이름이 아가멤논의 공포라는 개념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러니 ‘아가멤논의 죽음’을 그리스 고전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의식이 되어서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려고 할 것 같은데, 아닌가?

 

사이토 사토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포감 없는 용감무쌍한 남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애당초 가정을 가진 이상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지 않을까, 자기를 버리고 집을 나가 버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를 항상 가지고 있지 않으면 성숙된 남자라고 말할 수 없다.”(148-149쪽)

 

그에 따르면 적어도 ‘아가멤논의 공포’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숙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무지도 때로는 무례가 된다. (67쪽)

 

사람들은 죽음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73쪽)

 

어떤 심리학자는 현대의 아이들이 불행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부모의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이라고 한다. (105쪽)

 

가족이란 절체절명의 가치나 인류 최고의 제도이기 이전에 ‘관계’다. (142쪽)

 

다시, 이 책은? - <아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 책에서 한 꼭지만 골라보라면, <아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스물여덟에 엄마가 된 저자, 아이를 기르면서 먼저 아이에게 가르친 것이 많다는 것으로 이 꼭지를 시작한다. 걸음마, 용변 가리기, 수저질하는 것, 말과 글도 가르쳤다.

 

그런데, 그 다음에 그 아이로 인해 저자가 배운 것은, 무엇이었던가?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누군가를 먹이고 어르기 위해 한밤중에 꿀 같은 잠을 억지로 밀쳐내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펄펄 끓는 불덩이를 안고 새벽에 응급실로 뛰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우리 주변에서 그토록 많은 턱과 계단이 존재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176쪽)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빙그레 머금는 웃음에 온 세상이 환해지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176쪽)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쯤 해서, 결혼해서 아이를 키워본 독자들은 여기 글을 이어가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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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명작 단편선 2 ㅣ 체홉 명작 단편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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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 『체홉 명작 단편선 2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체홉의 단편 소설 일곱 편이 실려있다.

그동안 체홉은 그의 유명한 4대 희곡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단편소설은 새롭게 다가와, 열심히 분석하면서 읽었다.

 

뚱뚱이와 홀쭉이

 

작품의 특징은 일단,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짧다는 것, 심지어 7쪽인 경우도 있다.

해서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으며, 말하고자 하는 주제 한 가지를 바로 꺼내는 식이다.

 

예컨대 첫 번째 작품인 <뚱뚱이와 홀쭉이>는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그 상황을 반전시키며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이나 지난 후에 학창 시절의 친구 두사람 -  뚱뚱이와 홀쭉이 - 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먼저 홀쭉이가 말을 걸고,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 자랑 끝에 친구 뚱뚱이에게 묻는다.

 

“그런데 자넨 어떤가? 아마 5등관 정도는 되었겠지? 그렇지 않은가?”

“아닐세 이 사람아. 그것보단 좀 더 올려서 생각하게.”

뚱뚱이는 이렇게 말한 후 덧붙였다.

“난 이미 3등관까지 올라갔거든...훈장도 두 개 받았고.”

그러자 갑자기 홀쭉이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온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나 얼굴 가득 애써 미소를 지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얼굴이 일그러졌다. (10쪽)

 

카멜레온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굳이 돌려말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상황을 묘사한다.

 

떠돌이 개가 사람을 물었다.

마침 그 곁을 지나가던 경찰서장 오추멜로프가 그 사건을 보고 처리를 한다.

먼저 그 개가 누구의 개인가를 알아본다.

 

"이거 장군님 댁 개인가?"

"거 무슨 말씀을! 장군님 댁에선 이런 개를 키운 적이 전혀 없어요."

"그럼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겠군."

서장이 말한다.

"이개는 떠돌이 개야. 이 문제로 더 이상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없어. 장군님 댁에서 키우지 않은 개라고 하는 걸 보니 떠돌이 개임에 틀림없어, 죽여버리면 끝날 일이야."

그때 요리사가 말을 이어간다.

"이건 장군님이 키우는 개가 아니라, 얼마전에 방문차 와서 머물고 계신 장군님의 형님이 키우시는 개네요."

"(......).그리고 이건 그분 개라는 말이지. 정말 기쁘군, 개를 데리고 가게. 이 개는 아주 괜찮은 녀석이야. 아주 민첩하단 말이지." 

개의 주인이 누구인가, 몇 번이나 혼선이 생기고, 그때마다 경찰서장의 발언은 카멜레온처럼 오락가락한다.

 

아뉴따

 

당시 러시아에서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도 있다.

 

몸을 팔아 살고 있는 여인 아뉴따, 지금은 의대생과 같이 지내고 있다.

아뉴따는 남자의 말, 남자의 기분에 따라 당장 짐을 싸고 나가야만 하는 신세다.

 

그날도, 아뉴따는 남자의 기분에 따라 쫓겨날 처지가 된다. .

 

그 사이 아뉴따는 이미 자기 보따리를 다 싸서 들고는 작별 인사를 하려고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그녀가 불쌍해졌다.

‘일주일만 더 여기서 살게 할까?’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약한 성격에 스스로 화가 난 그는 그녀에게 호되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그렇게 서있는 거야? 갈 거면 어서 가고, 가기 싫으면 어서 외투를 벗고 남아있어! 남으란 말이야!”

아뉴따는 말없이 조용히 외투를 벗은 후 역시 조용히 코를 풀고 한숨을 쉬었다. (33쪽)

 

약사의 아내

 

남편과 아내, 당시 러시아의 형편은 어땠을까?

대부분의 아내는 숨막히는 환경에 처해서, 삶의 가치와 목표도 없이 지내고 있다.

이런 작품을 읽어보자.

 

늦은 밤 약국에서, 약사는 이미 잠이 들었고, 약사의 아내만 깨어있는데 손님이 찾아온다.

군의관과 중위, 두 사람은 약사의 아내가 미인이라는 걸 알고, 찾아와 노닥거리며 수작을 붙인다. 그런데 약사의 아내, 역시 그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기분이 좋아지고, 대화도 기꺼이 참여하고, 깔깔대며 심지어 애교를 떨기까지 한다.

 

그런 약사의 아내를 바라보던 두 사람, 이윽고 밖으로 나간 다음에.....

 

마침내 두 남자는 서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고 약사 아내의 손에 키스를 한 후, 마치 뭔가 두고 가는 것은 없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까지 짓다가 주저하듯 약국 문을 나섰다.

 

군의관과 중위가 약국을 나가 어슬렁거리며 스무 걸음쯤 가다가... 5분쯤 지나자 중위는 되돌아왔다. 그는 약국 앞을 한 두 번 왔다 갔다 했다.......그는 약국 문 앞에 멈춰섰다 다시 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마침내 약국 문의 벨이 조심스럽게 떨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중위를 맞이한 것은?

...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을 걸친후 반쯤 잠에 취해 ....판매대로 갔다. (47-48쪽)

 

불행

 

가정은?

가정과 남편에 대한 애정, 애착이 견고하지 않은 여인이 유혹을 받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런 여인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려낸 작품이 <불행>이다.

 

유부녀인 소피아는 알고 지내던 변호사 일리인으로부터 사랑고백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같이 다른 곳으로 떠나자고 유혹을 한다.

 

그러자 그녀는 남편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한다. 그런 제안에 남편은 혼자 가라고 대꾸할 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답이 없자 그녀는 혼자 밖으로 나갔다.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녀는 바람도 어둠도 느끼지 못한 채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극복할 수 없는 힘이 그녀를 계속 앞으로 몰아댔기에, 걸음을 멈추기라도 하면 그녀의 등을 확 밀어버릴 것만 같았다.

“부도덕한 년!”

“추잡한 년!”

하지만 그녀를 앞으로 계속 떠민 것은 수치심보다, 이성보다, 공포보다 더 강한 어떤 것이었다. (85쪽)

 

목 위의 안나

 

관등도 높고 젊은 나이도 아닌 쉰두 살의 신랑 모제스트와 결혼한 신부 아냐는 이제 막 열여덟살을 넘긴 나이었다. 그녀는 찌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늙은 신랑과 결혼한 것이었다.

해서 결혼 생활은 늘 좌불안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무도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서 아냐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며 인기인이 된다. 그런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바로 그때 남편이 들어왔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환희를 느끼며 다른 한편으로는 분노와 경멸의 마음을 담아, 이젠 이런 말을 해도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고 확신하며 매 단어를 또박또박 내뱉었다.

“저리 가요, 멍텅구리 같으니!”

이날 이후 아냐는 피크닉이나 야유회를 가거나 연극에 참여하는 등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117-118쪽)

 

약혼녀

 

결혼은 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당시 러시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 특히 여성의 시각으로 결혼이란 제도롤 바라보고 있다.

 

스무 세 살 나쟈는 안드레이 안드레이치와 약혼한 사이다.

7월 7일에 결혼식이 거행된다.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 그녀는 약혼자도 마음에 들긴 한데, 시간이 가는 사이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으며 즐거운 마음은 사라져 버렸다. (124쪽)

 

결혼식까지 한 달 남은 지금, 그녀는 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 아주 무거운 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34쪽)

 

결국, 이 소설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 중간에 아냐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녀는 짐을 꾸리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도시를 떠났다. 이제는 영원히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174쪽) 

 

다시, 이 책은?

 

체홉의 단편중 7 편을 살펴보았는데, 체홉의 수많은 작품 중 겨우 7편이다.

그러니 단편적인 평가밖에 할 수가 없다. 그게 아쉽지만 편자가 체홉의 작품 중에서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것일테니, 어느 정도 대표성을 지니고 있으리라 본다.

 

이 작품들은 모두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드러내고, 약자를 향한 따스함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약자 중 특히 여성을 향해서는  그의 심정이 얼마나 극진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끝의 두 작품이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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