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평점 :
자자손손 전해져야 할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이 책은?
이 책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는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이다.
저자는 비라고 디오프(Birago Diop), < 세네갈의 시인이자 작가, 수의사, 외교관이다.
프랑스 유학 후 세네갈로 귀국한 디오프는 수의사로 근무하다가 2차 세계대전에 강제 징집되었다. 전쟁 중에 디오프는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에게 들은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자신의 문장을 보태어 동화집을 펴낸다.
세네갈 독립(1960) 직후 튀니지 주재 초대 세네갈 대사로 임명되어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고쳐진 펜La Plume raboutee』(1978)을 기점으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재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쳤다.>
이 책의 내용은?
세네갈의 민담이 소개된다.
<암나귀 하리>를 비롯하여 19편이 실려 있는데, 맨 앞장에서 세네갈 민담에 대한 전반적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
‘그리오’라는 존재가 특이하다.
이야기꾼, 가수, 계보학자,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통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 책의 저자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그리오를 만나, 많은 민담을 듣게 되었고, 또한 다른 경로로도 듣고 모아서, 이 책을 펴낸 것이다.
몇 가지 이야기, 그중에서도 우리와 연관이 되는 것, 소개한다.
<선행의 대가> - 은혜를 모르는 동물 이야기다.
은혜를 모르는 악어 이야기다.
왕 부르는 애지중지하던 딸이 강물에 빠져죽자, 시신을 건지기 위해 강물을 모두 빼버린다.
그러자 그 강물에 살던 악어들이 모두 죽게 되는데, 오직 디아시그 만이 살아남게 된다.
물을 찾아 나선 악어 디아시그, 고네라는 아이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자기를 거적으로 말아 칡덩굴로 묶은 다음에 머리에 이고 다른 곳의 강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 것이다. 마음씨 착한 고네는 그대로 악어를 다른 강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악어는 감사하기는커녕 그 아이를 잡아먹으려 한다.
은혜를 베풀었는데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아이에게 배가 고프니 별 수 없다며, 은혜는 은혜로 갚는 게 아니라, 원수로 갚는다고 뻔뻔하게 주장을 한다.
그런 다툼 끝에 남들에게 세 번을 물어, 악어말이 맞으면 잡아먹혀야 하는 운명이 된다.
그래서 물을 마시러 왔던 소와 말에게 물으니 모두다 악어 말이 맞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토끼에게 물었다. 그러니 토끼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이 악어를 거적에 담아 이곳으로 옮겨왔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네가 이렇게 큰 악어를 거적으로 옮겼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대로 한 번 해봐”
“거적으로 묶고 머리에 이고 아까 왔던 곳으로 가봐.”
그렇게 해서 아이는 다시 악어를 거적으로 싸서 머리에 이었다.
그 때 토끼가 하는 말.
“그럼, 그 짐을 진 채로 곧장 집으로 가, 그러면 너의 부모님과 친척들, 이웃들까지 너에게 고맙다고 할 거야.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으니. 은혜를 모르는 자에게는 이런 식으로 갚아줘야 하는 거야.” (131-140쪽)
그렇게 해서 살아난 아이, 토끼의 지혜로운 판단에 힘을 얻어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조의 이야기, 아프리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민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자 호랑이는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과 호랑이는 누구의 행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고 황소에게 물었다.
황소는 사람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고 잡아먹으니 호랑이의 행위가 옳다고 하였다.
다시 소나무에게 물었으나 소나무 역시 사람이 우리를 베어서 사용하니 사람이 잘못이라고 하였다.
그 때 마침 토끼가 지나가다가 그 사연을 듣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니 본래 있던 대로 해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호랑이는 다시 함정에 들어갔다. 토끼는 사람에게 갈 길이나 가라고 하며 사라졌다.>
또 있다. 비슷한 발상으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또 있다.
<토끼의 간계> - 문 없는 집에 갇힌 공주 이야기
왕은 막내딸 안타 공주를 문없는 집에 가두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 (143쪽)
그 소식을 듣게 된 꾀많은 토끼가 찾아간다.
“네가 누군데? 이름이 뭐야?” 왕의 딸인 안타가 묻는다.
토끼가 대답한다.
“내 이름은 마나(나)야, 나를 남편으로 삼을래?”
“좋아.”
그렇게 해서 지나다 보니, 아이를 갖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이 딸에게 묻는다.
“누가 너에게 이 아이를 갖게 하였느냐?”
왕이 묻자 딸이 대답한다.
“마나(나)예요.”(147쪽)
누가 아이를 갖게 만든 남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자기 자신)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에게서 탈출 할 때, 지혜를 써서 빠져나온 사건이 떠오른다.
키클롭스는 자기에게 포도주를 가져다 준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묻는다.
오디세우스는 다음과 같이 자기 이름을 밝힌다.
“내 이름은 ‘아무도 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 아니’라고 부르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다른 전우도 모두.”
(『오딧세이아』, 호메로스, 천병희 역, 228쪽)
이런 작전은 나중에 오디세우스가 괴물의 눈을 멀게하고 도망을 칠 때 효과를 발휘한다.
도망가는 오디세우스를 잡기 위해 괴물은 동료들을 소리쳐 부른다.
소리를 들은 괴물의 동료들이 묻는다, 누가 이렇게 하였는가?
이에 괴물 키클롭스가 대답한다.
“오오 친구들이여! 날 죽이려 한 자는 ‘아무도 아니’요.”(위의 책, 230쪽)
아프리카에도, 유럽에도 발상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으니, 사람의 생각은 어디에서나 비슷한가 보다.
다시, 이 책은?
이것이 바로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한 어떤 젊은 남자를 만났던 날, 저녁에 아마두 쿰바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다. (231쪽)
역사가 아마두 함파테바가 말한 것처럼 “음유 시인 그리오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이 책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는 그리오가 죽으면, 그런 이야기들이 차츰 차츰 잊혀질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민담들을 열심히 채록하여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수고를 거쳐 이 책은 우리 손에 들려지게 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