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다고 믿는 것을 다르게 보는 법, 수학 - 슈퍼마켓에서 블랙홀까지
미카엘 로네 지음, 김아애 옮김 / 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잘 안다고 믿는 것을 다르게 보는 법, 수학

 

이 책은?

 

이 책 『잘 안다고 믿는 것을 다르게 보는 법 수학』은 <슈퍼마켓에서 블랙홀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수학 관련 책이다.

 

저자는 미카엘 로네 (Mickael Launay), <2005년 파리 고등사범학교(ENS)에 들어갔고, 2012년 확률론을 전공하며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어린이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수학을 보급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한 지 15년이 넘었다. 2013년에 수학 대중화를 위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현재 5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학, 어렵게만 여길 게 아니다.

조금 어렵다 생각되어도 이 책을 참고 읽어가면, 뜻밖에 재미나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수학이 여러모로 쓸모 있다는 것을 이 책으로 배우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장 슈퍼마켓 법칙

2장 사과와 달

3장 무한이라는 굽이진 길목에서

4장 모호함의 기술

5장 시간과 공간의 심연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수학자인데도 불구하고 제목을 잡는 것, 자못 문학적이다.

‘사과와 달’, 어떤가?

제법 멋진 제목이지 않은가?

 

그런데 ‘사과’ 하면 수학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달’까지 나온다면? 당연히 만유인력이 등장하게 된다.

 

뉴턴의 사과와 만유인력 때문에 우리 지구에 붙어있는 달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 책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스토리텔링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이 책 재미있다.

 

처음에 시작은 뜬금없이 수퍼마켓에 가보자 한다. 무얼 사자는 게 아니라, 관찰하기 위해.

무얼 관찰하려고? 가격표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무얼 알게 되는가?

 

미국의 물리학자 프랭크 벤퍼드가 발표한 ‘이례적인 수의 법칙’을 알게 된다.

이건 전혀 몰랐던 것이고, 생각하지도 못한 것인데. 신기한 일이다. 

 

사과와 달 -  만유인력

 

그 다음에는 ‘사과와 달’에서 본격적으로 우리의 상식을 제대로 바로 잡기  시작한다.

만유인력의 문제가 저자의 입담좋은 설명으로 차근차근 그 모습을 드러낸내는 것이다.

 

지구 표면에서 지구는 킬로그램당 약 10뉴턴(N)의 힘으로 사물을 끌어당긴다.

이 힘은 달에서는 1/6 로 적어진다.(111쪽)

 

과학 이론이 검증되려면 그 이론은 정확해야 하고, 실험해 볼 수 있어야한다. (110쪽)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실력을 발휘한 분야 (205쪽)

 

만유인력으로 조수 현상을 설명

물체의 낙하를 수학적으로 처리.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태양 주위를 보는 행성의 경로 파악.

헬리 혜성의 귀환을 예견.

자구의 모양을 맞추고

해왕성이라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행성의 경로가 어떤 모양일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116쪽)

 

해왕성을 발견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바로 만유인력 곧 중력의 법칙을 이용하여 발견하게 된 것인데 해왕성 발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먼저 천왕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전에 읽었던 책에서 천왕성을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1781년 여느 때처럼 우주를 관측하던 허셜 남매는 우연히 낯선 천체를 발견했어. 그 천체는 쌍둥이 자리의 한 쪽 구석에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지. 두 사람은 이 사실을 그리니치 천문대에 알리고 매일 그 천체의 위치를 관측했어. 그리고 두 달 동안 관측한 결과, 이 천체가 토성보다 훨씬 바깥에서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 이게 바로 태양의 일곱 번째 행성인 천왕성이야.

(『138억살 신비한 별별 우주탐험』, 정완상, 166쪽)

 

그 다음 천왕성을 발견한 후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등장하고, 그 로 인해 해왕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119쪽)

 

전셰계에서 천왕성에 망원경을 고정하고 관측하기 시작했는데, 이전에 공표한 것과 달리 천왕성의 경로가 수학적 예측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궤도가 이론적 궤도와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게 되었는데, 이 때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천왕성 경로에서 나타난 차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덟 번 째 행성때문이라면?

그 여덟 번째 행성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천왕성의 궤도가 바뀐 것이라면? (118쪽)

 

그렇게 해서 여덟 번째 행성 명왕성이 드디어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건 순전히 뉴턴의 공적이다.

 

그래서 뉴턴이 쓴 책의 제목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인데, 그 안에 ‘수학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자연현상을 수학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표현된 제목이다.

 

디도 여왕의 카르타고 건설 (162~ 169쪽)

 

베르길리우스의 서사 『아이네이스』에서 등장하는 인물중에 디도라는 카르타고 여왕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이네이아스가 카르타고에 도착했을 때에 카르타고는 건설중이었는데, 카르타고의 건설과 관련된 일화에 바로 수학이 개재되어 있다.

 

이에 관해서는 별도의 글로 정리했다.

그만큼 이 책에서 만난 디도 여왕의 이야기는 수학과 관련하여, 특기할 만하다.

 

디도 여왕의 ‘카르타고 건설 - 황소 가죽’

http://blog.yes24.com/document/14403043 

 

‘시공간’의 개념

 

드디어 시공간에 대하여 이야기 할 차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이 책 설명이 압권이다.

 

여기 다 옮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그간 시공간이라는 말에 대하여 여러 책을 읽고, 설명을 나름대로 들었으나 이 책만큼 이해가 쉽게 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런 설명, 우선 기억해 두자.

 

어떤 도형의 차원이란 그 도형에 있는 점의 위치를 표시하는 데 필요한 좌표 개수다.

좌표가 하나라면 1차원, 두 개라면 2차원, 세 개라면 3차원이다. (175쪽)

 

그래서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경우, 그 위치를 표시하려면, 당연히 세 개의 좌표가 필요하다. 위도, 경도 그리고 고도, 이렇게 세 개의 좌표가 필요한 것이다.(283쪽)

 

그렇다면, 이제 그 ‘공간’에 ‘시간’을 집어넣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합해 ‘시공간’이라 한다.

시공간상의 한 점은 특정 시간의 어떤 장소다. (283쪽)

 

시공간상의 한 점에서는 두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게 시작한 설명, 이제 시공간 기하학이 등장한다.

 

그림 1은 시공간 도표라고 하는 것이다.

이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두 손으로 동시에 엄지와 중지를 튕겨서 소리를 내고, 2초 후에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서 소리를 낸다. 이 모습을 도표에 표시한 것이다.

당연히 4차원의 세계가 전개되는데, 평면에 표시해야 하는 문제상, 2차원의 그림으로 그릴 수밖에 없다.

 

(그림 1)


 

어쨌든, 그림 1에서 보이는 직사각형의 길이는 얼마일까?

여기 도형에는 분명히 시간 개념이 들어있으니, 평면에서 거리를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

바로 여기에 시공간의 변수, 시간 즉 1초에 30만 킬로미터라는 빛의 속도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림 2가 나오게 된다.

2초가 흘렀으니 차이는 이제 60만 킬로미터가 된다. (286쪽)

 

(그림 2)


 

 

더 자세한 설명, 여기서는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저자는 그런 그림을 가지고 설명을 한 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제 시공간이 무엇인지 알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간단명료하고 우아하게 기술하는 데 있어야 할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았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만물은 언제나 만물 위로 떨어진다’라고 했던 것처럼, 이제 상대성 이론은 ‘만물은 언제나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라고 말한다. (287쪽)

 

그렇게 이 책은 슈퍼마켓에서 시작하여 저 우주의 행성으로, 그리고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의 만물을, 모든 현상을 수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게 신기하게도, 수학으로 설명이 되니,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게 정답이 있는 수수께끼를 상대하자는 게 아니라, 숫자에 대한 이해 그 자체와 숫자를 세는 방식, 숫자를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쪽)

 

그래서 이런 발언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개발한 도구인 수학은 세상을 철저히 분석할 수 있는 진정한 전신 갑옷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전신 갑옷에서 매우 핵심적인 장비가 ‘수’의 개념이다. 수를 통해 우리는 셈하거나 측정, 계산한다. 한 걸음 더 멀리 가고자 하는 과학은 모두 수학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 (82쪽)

 

한 걸음 더 멀리 가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분명하다.

수학, 포기할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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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 스페셜 에디션 ㅣ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아르테미스 Artemis 

 

이 책은?

 

이 책 『아르테미스』는 소설이다. 우주, 그 중에서 달을 무대로 하는 SF 소설이다.

 

저자는 앤디 위어, 앤디 위어 (Andy Weir), <2009년 첫 장편 『마션』을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다가, 2011년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자비로 전자책 출판을 했고, 2014년 크라운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정식 출간하였다. 『마션』은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2015년 개봉 즉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또 다른 작품인 『아르테미스Artemis』 역시 발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의 내용은?

 

SF 소설로, 장소 배경은 달이다.

달에 도시를 만들었는데, 그 도시 이름이 ‘아르테미스’다.

그 도시 이름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여신 중 한 명이다.

 

주인공은 재즈 바샤라,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짐꾼 ? 자기를 ‘포터’로 불러달라 한다 - 으로 일하는 생기발랄한 아가씨다.

재즈는 그 어떤 것도 배달해준다. 설령 그것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배달하는 가운데, 범죄의 유혹을 받는다.

그 범죄를 저지르는 와중에, 점점 일이 커지고, 결국 아르테미스 도시 전체를 구하는 사람이 된다.

 

또한 그녀는 수학 천재다. 수학이 관련되는 것이라면 척척 문제를 풀어낸다.

그런 능력은 곧 범죄와 연결이 된다. 금고를 여는 데 쓰이는 것이 그런 예가 된다.

흠, 세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네 자릿수의 비밀번호라. 눈을 감고 약간의 암산을 해봤다. 가능한 조합은 ,,,, 모두 54가지였다.. (224쪽)

 

과학, 이렇게 들으니 재미있다.

 

이 책은 SF 소설이다, 그러니 일단 과학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학, 실제 과학에 근거해야 독자들이 읽게 된다. 소설에 들어 있는 과학 자체가 허구가 되면 그것은 과학 소설이 아니다. 물론 어떤 부분은 공상적인 부분이 가미되긴 하겠지만.

 

이 책은 그래서 달에 관한 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저 달에 관한 과학을 사실만으로 열거하면 내용이 밋밋할텐데, 소설적 상황에서 읽게 되니, 과학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것, 읽어보자.

앞으로 달나나 여행도 불원간 이루어질 것인데, 이런 것 미리 알아두자.

 

달 먼지는 아주 작고 미세한 돌가루인데, 달에는 이들 표면을 마모시킬 기상(氣象)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24쪽)

 

임신한 상태로는 달의 중력에 있을 수 없다. 아기가 선천적 장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46쪽)

 

지구에서는 혼자 살아가는 건 둘째 치고 아마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다. 난 여섯 살 때부터 달의 중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71쪽)

 

이곳에는 공기가 없다. 뭔가가 하늘로 솟구치면, 그 뭔가는 솟구칠 때와 같은 속도로 다시 떨어진다. (163쪽)

 

진공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172쪽)

 

그런 과학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활용된다. 과학의 소설적 응용인 셈이다.

 

그 순간 무릎이 꺾이면서 무너져 내렸다. 달은 정신을 잃기에 좋은 곳이다. 쓰러지면서 아주 부드럽게 바닥에 부딪히니까. (277쪽)

그 이유는?

이곳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걷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19쪽)

 

지구 중력이 지구 6분의 1에 불과하기에 넘어지는 것도 부드럽게 넘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한 이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중력이 낮아서 정신을 잃은 사람들을 이송하기도 쉬웠고......(398쪽)

 

또한 그런 결과 이런 문장도 논리적이다.

몇 몇 가족의 밉살맞은 아이들은 흥분해서 날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흥분해서 날뛰는’이란 그냥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지나치게 흥분한 아이들은 문자 그대로 벽을 차며 날뛰었으니까. 달 중력은 부모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110쪽)

 

그렇게 과학이 스토리를 이어가는데, 쓰여 재미에 재미를 더한다. .

과학이 줄거리를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것, 그게 SF 소설의 본령(本領)이다.

 

이런 문장, 필사할 가치가 있다.

 

사흘 내내 작업복을 입고 있었더니, 이젠 벗어두어도 작업복 혼자 서있을 정도였다. (258쪽)

 

45분이면 끝날 작업을 아빠는 3시간하고도 30분에 걸쳐 해냈다. 아빠는 다른 모든 것보다

나를 366 센트 더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306쪽)

 

문을 열었다.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초라했다. 스파르타인을 능가하는 검소함이었다. (263쪽)

 

스파르타를 이렇게 검소함 측면에서 조명한 글은 처음이다. 대개 스파르타가 인용될 때에는 스파르타 교육이나, 병사들의 용맹함 때문인데, 이 글은 검소함을 꼽고 있다. 아마 내가 읽은 글 중에서 검소함을 스파르타와 연관시킨 경우로 처음인 것 같다.

 

달 표면에서 어른거리는 아포리즘

 

촘촘히 달 표면의 분화구가 있는 것처럼 저자는 도처에서 아포리즘을 선보이고 있다.

 

두려움은 논리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96쪽)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바로 10대 시절의 나다. 오늘날의 나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었다. (97쪽)

 

하늘이 끝이 아니다. (286쪽)

 

다시. 이 책은?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필요해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 - 곧 불법적인 -를 만나 그 일거리를 맡게 되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러한 꼬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하는데 관심이 모아지는 소설이다.

 

또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시작한 주인공의 행보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도 관심사인데, 저자가 그것을 어떻게 ‘적법’의 모양으로 만들어낼 것인가도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집중, 또 집중하며,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 달나라 구경도 하고, 별세계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피엔딩이니 독자들은 평안한 마음으로 스토리도 즐길 수 있다.

더하여 스토리를 꾸며주는 여러 배경 지식도 알아갈 수 있으니, 과학과 문학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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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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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이 책은?

 

이 책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는 소설이다.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있었는데, 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저자는 알리나 브론스키(Alina Bronsky), <1978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출생해 1990년대 초반부터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광고 카피라이터,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데뷔작 『쉐르벤파크(Scherbenpark)』는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단숨에 독일 현대문학의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원자력 사고가 난 곳은 ‘체르노빌’인데, 여기 책 제목 ‘체르노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역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인 체르노보는 기괴한 판타지이자 악몽으로 묘사된다. 소설 중간에 망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아무 말이나 하며 헛소리를 하고 사산된 아이를 보며 엄마는 미소 짓는다. 이런 장면들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묵시적으로 증언한다. (193쪽)

 

그러니, 그 이름이야 어쨌든 이 소설은 체르노빌을 무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소설의 즐거리는?

 

체르노보, 원전 사고가 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그런 마을에 뜻밖에도 몇 몇 사람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데,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80대 여성 바바 두나.

가족으로는 이미 죽은 남편 예고르와 딸 이리나, 이리나의 딸 라우라(즉, 손녀), 아들 알렉세이가 있다.

 

그녀의 남편은 죽고 연락이 오가는 딸은 독일에서 살고,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 밖에 마을 사람들이 있다.

 

마을에서 생긴 일 ? 살인 사건

 

그런 마을에, 큰 길을 따라 주택이 30채 가량 서 있는데, 그 가운데 사람이 사는 집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36쪽)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체르노보, 그 곳에도 사람이 찾아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이니 모두가 모두를 알고, 모두가 다른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마을에 어느날, 방문객이 등장한다.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어떤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74쪽)

그 남자는 살 집을 찾아왔기에 바바 두나는 그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부녀에게 살도록 해준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생긴다.

그 어린 소녀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 즉 건강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바바는 그 집으로 처들어간다. (84쪽)

 

결국 마을사람들과 그 사람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체르노보의 현황

 

과연 원전 사고가 난 그 곳, 어떤 형편일까?

그게 무척 궁금하다. 얼마 전에 사고가 난 일본의 소식도 가끔 듣긴 하지만, 그런 사고가 난 곳에서 사람들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살고 있다고 한다.

 

체르노보는 크지 않은 마을인데도 자체 묘지가 있다. 왜냐하면 말리치 도시에서 우리 시신을 더 이상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 있지 않아도 시신에서 방사능이 계속 방출되는 까닭에 체르노보 사람들을 말리치에 매장하려면 납으로 만든 관을 써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도시 행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14~15쪽)

 

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을 받고 있다는 사실,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의 주인공 바바는 80대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으니, 고향에 돌아와 살고 있고, 또한 마을 사람들 모두 비슷한 형편이다.

 

해서, 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남자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린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마치 투쟁처럼 그려지고 있다. 살인도 불사하면서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연 환경은 어떨까?

 

우리 마을에 해충이 무지 많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지역에 새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20쪽)

 

동물들은 원전 사고에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벌들은 사라졌다. (80쪽)

 

벌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여기서 주인공은 다시 찾아온 벌들을 바라보면서, 전에 벌들이 사라졌던 때를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작은 붓을 이용해 토마토를 수정시켰다. 이제 벌이 꽃받침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페트로프가 원했던 바로 그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80쪽)

 

이게 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과연 실제 체르노빌에 벌이, 곤충들이 다시 돌아왔을까?

 

또한 여기 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과연 그게 사실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저자는 이런 말로 희망을 노래한다.

 

곧 체르노보에 봄이 올 것이다.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는 연둣빛이 될 것이다. 나는 숲에 들어가 자작나무 수액을 얻을 것이다. 백 살까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새들이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서 재잘댈 것이다. (187쪽)

 

재밌는 것은 그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생물학자가 했다는 설명이다.

 

생물학자는 우리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원전 사고 이후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오늘날에도 암수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래서 절망적인 수컷들이 좋은 암컷을 찾기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187쪽)

 

다시, 이 책은?

 

생각지도 않은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특이한 소설,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 또한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된다.

그 어느 것도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원전 사고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연과 가족, 그리고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 그 폭이 넓고, 또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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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코가 대접받는 시대 - 『냄새의 심리학』

 

이 책은?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은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를 코앞에 두고도 코를 잘 몰랐다.

 

저자는 ‘우리가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한다.

.

첫째, 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 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둘째, 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다. 냄새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이미지나 소리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 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연구자들도 인간이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 전달 역시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81쪽)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해서 코를 다시 보게 된다. 아니, 코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와 관련된 생각들, 기억들

 

코, 코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다.

그 민감하게 세상에 반응하는 그 후각, 살인자가 되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코만큼은 세상에서 독보적이었다는 주인공, 그게 기억에 남았을 뿐 코와 연관해서 다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런 글 읽어가면서, 점점 코가 먼저 작동했던 것이 기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에서 기대했던 냄새가 나면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 문제 없다. 성당에는 성당 냄새, 병원에는 병원 냄새 그리고 부엌에는 부엌 냄새가 있다. 냄새는 늘 그곳에 있고 우리는 그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냄새는 암묵적으로만 지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지각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 모든 게 기대했던 대로다. 걱정할 필요도 신경 쓸 이유도 없다. 그런데 성당에서 부엌 냄새가 나고 부엌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면? 아뿔싸! 이때는 종소리가 아닌 경고음이 울린다. (181쪽)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학창 시절에 친구 병문안 하려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 처음 병원에 갔었는지, 아니면 그 병원이 유독 병원 냄새가 역했는지, 아주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는 것이 기억에 떠오른다. 병문안 하러 간 사람이 병원의 역한 냄새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안절부절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병문안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또 있다. 아기 냄새다.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지각한다. 엄마의 냄새는 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170쪽)

 

그런 아기, 첫아이를 집안에 들이고, 퇴근하고 아이를 안을 때, 그 냄새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런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냄새의 추억을 되새기게 된다.

 

그런 코가 푸대접을 받았다니..

 

감각에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이 있다니, 아니, 그렇게 분류를 한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심리학의 창시자인 분트는 감각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는데, 시각과 청각을 고등으로, 미각과 후각은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다. (83쪽)

 

분트는 하등감각인 후각은 아주 강한 정서적 흥분을 유발하므로 이에 따른 지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후각은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후각에 관한 학술적 연구 결과인 이 책이 아마도 내가 읽은 첫 번째 후각 관련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니체가 코를 다르게 다루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감각, 특히 코를 비롯한 후각이 있어야만 학문이 가능하다고 했고, 『이 사람을 보라』 에서는 후각이 있어야만 영혼과 진실의 내면에 다다를 수 있기에 본인의 재능이 코에서 비롯된다고까지 표현했다. (90쪽)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그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코, 후각에 대하여 저자는 본격적인 연구를 해서, 이런 책을 내놓았는데, 담긴 내용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다음과 같은 항목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느낀다.

늘 간발의 차이로 앞서 나가는 후각

바로 코앞에!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 후각의 비밀

사랑은 코를 타고

공기 중에 무언가 있다.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두려움의 냄새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색맹(色盲)은 있는데, 냄새 맡는 것은?

 

건강 검진시에 눈은 제대로 검사 당한다. 시력도 왼쪽 오른쪽 번갈아 체크하고 또 색맹인지 아닌지도 검사한다.

그런데 코는? 왼쪽 코 오른쪽 코 전혀 검사하지 않는다. 어떤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도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아무런 냄새도 못 맡는 사람을 두고 후각 상실증을 앓는다고 한다. 흔한 현상은 아니다.

또한 후각을 잃은 사람이라도 보통 ‘모든’ 냄새에 ‘무감각’하지는 않다. 특정한 냄새만 못 맡는 경우가 더 많다. (155쪽)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이제 달라졌다.

후각도, 기능하지 못하던 후각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은? 이책 156쪽을 참고하시라.

 

개를 두려워하여, 개 앞에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경우.

 

사람이 개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워하면, 그 두려움을 개는 알아차릴까?

답은, 알아차린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 개가 두려워하는 사람을 보고 공격적이 되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 두려움을 같이 느끼게 되어 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추측건대, 인간과 개의 오랜 공진화(coevolution) 현상 때문이다. 두려움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결국 개와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308쪽)

 

그러니, 개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특히 개 앞에서 두려움의 냄새 풍기지 말자. 

두려움은 사람에게서 개에게로 전염된다. 

 

다시, 이 책은?

 

후각이 먼저냐 시각이 먼저냐, 하는 문제의 답은 이책을 읽고나니, 당연히 후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말하길 사람은 시각에 의지하고 산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은 시각보다 후각에 더 의지한다. 후각이 사람을 살리는 데 더 기여한다.

 

먼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예를 들어보자.

 

밥이 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각으로? 밥솥을 열어보고 밥을 푸는 과정에서 알게 될까, 아니면 밥솥을 열기도 전에, 아니 문밖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답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이번엔 죽고 사는 문제다.

집에 불이 나기 시작했는데, 전선에 불이 붙었다. 그 전기줄은 천정에 있어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아직 연기도 나기 전이다. 그런 경우, 후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해서 후각이 먼저 썩은 생선을 먼저 알아차린다. 그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코가 먼저 말하는 것이다. 그런 코, 이제 제대로 대접해야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세상이 돌아가는 냄새 - 이건 정말 중요하다 - 도 맡아가면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코를 잘 대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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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실전편 -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엄성수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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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디지털 세상이니 『큐레이션 실전편』 알아두자

 

이 책은?

 

이 책 『큐레이션 실전편』은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스티븐 로젠바움, <크리에이터이자 큐레이터이며 큐레이션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사상가와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내에선 너무도 잘 알려진 ‘카메라플래닛 기록보관소’의 큐레이터인데, 이 기록보관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9/11 테러 관련 비디오 보관소로 현재 미국 9/11 추모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큐레이션이란

 

저자의 책 『큐레이션』을 읽은 적이 있다.

 

먼저 큐레이션이란 말의 뜻을 알아보기로 하자.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큐레이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말로 큐레이션의 개념 정립을 시도한다. (『큐레이션』, 35쪽 이하)

 

주변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의미가 바뀌는 용어의 사례를 거론한다. 구글이라던가, 트위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면 큐레이션은 어떨까?

잡지에서 편집을 담당하는 건 편집장, TV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선정은 프로그램 편성자, 매점에서 진열은 사장, 박물관에서는 큐레이터!

 

이런 식으로 분야는 다르지만, 적절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알맞은 순서로 배열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곧 현재의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곧 큐레이터라는 것이다.

 

그래서 큐레이터의 개념은 단순히 박물관의 큐레이터에서 벗어나, 이제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 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37쪽)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37쪽)

 

다음으로 저자는 그러한 광의의 큐레이션 작업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구체적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구글과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그런 큐레이션 작업의 사례라는 것이다.

 

다시, 이 책으로 와서 생각해 본다.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포장하는 것 이상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큐레이션이다. (19쪽)

 

큐레이터라는 말은 역사적으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쓰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큐레이터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정리하고 전시해 고객들이 감상도 하고평가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적인 작업에 능한 전문가들이다.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는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헤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선정해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뒤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비슷하다. (39쪽)

 

큐레이션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가치 있고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찾게 해주는 열쇠다. (107쪽)

 

큐레이션의 중요한 요소

 

이 책 몇 군데에서 큐레이션의 요소를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 옮겨 본다.

 

Collection, Creation, Context (114쪽)

 

큐레이션에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 큐레이터는 자신이 뭔가를 창조하려는 이 새상의 맥락 또는 전후 사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114쪽)

 

또다른 C가 있다.

<허핑턴 포스트>를 위시한 사이트에서 중요시하는 3C.

Creation, Contribution, Collection. (140쪽)

 

콘텐츠 큐레이션의 5 가지 유형 (모델)

 

저자는 콘텐츠 큐레이션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제시한다.

응집, 증류, 승격, 매시업, 연대순. (101쪽)

 

101쪽에서는 그렇게 5가지를 항목만 열거해놓아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그 자세한 설명은 215쪽 이하에서 해주고 있다.

 

응집 (aggregation),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적합성 있는 정보를 큐레이트해 한 장소로 모으는 것을 말한다.

 

증류 (distillation),

정보를 큐레이트해 보다 단순한 포맷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승격 (elevation),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소소한 단상들 속에서 보다 큰 트렌드나 통찰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매시업 (mashup)

기존의 콘텐츠를 합하여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연대순 (chronology)

역사적인 정보를 끌어모아 시간 경과 순으로 정리해 특정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유형들은 다시 말하면 큐레이션의 방법이기도 하다.

즉, 매일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응집, 증류, 승격, 매시업, 연대순으로 정리 분류하여 그중에서 큰 트렌드를 찾아내며 더 유용한 내용을 발굴, 제시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의 실천 사례들

 

저자는 이런 유형, 방법을 제시한 후에 그 실제적인 사례로,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유튜브,

텍스트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 스쿠프잇, 큐레타, 리스터 리, 스토리 파이, 번들러,

소셜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 구굴, 페이스북, 텀블러, 트위터

등등 수많은 사례를 통하여, 각 기업에서 어떻게 큐레이션을 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들의 큐레이션 앞에 우리들 유저는 어떤 존재인가?

 

난, 컴퓨터에 접속해서 크롬으로 인터넷을 시작한다.

크롬을 열면 구굴 탐색기 화면이 뜬다.

그리고 이어서 네이버나 다음으로 클릭해 들어간다.‘

그런 때에 기사 말고 나의 시선을 붙잡는 게 몇 가지 있다. 바로 광고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쇼핑 광고가 연이어 바뀌며 등장한다.

 

그게 바로 내가 그들에게 읽혔다는 증거다.

내가 그들에게 노출되어, 나의 관심사를 알고는 나에 알맞은 정보을 제공한답시고, 그런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행태를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소셜 미디어는 기업들이 광고주로부터 돈을 벌기 위한 플랫폼이고, 여기에서의 상품은 우리다.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 유저의 관심을 끌어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16쪽)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의 행위는 즉각적으로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고 분석된다. (17쪽)

 

결과적으로 우리는 거대 IT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별된 콘텐츠에 노출된다. (17쪽)

 

그들 기업들은 이미 나를 알고 나에 대한 큐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이미 큐레이션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그런 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인데, 저자는 매우 흥미로는 이야기를 이 책의 말미에 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무인도. (349쪽)

아무도 날 찾아오지 않는 무인도, 그곳에는 디지털이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일단 이메일도 확인해야 하고, 읽을 책도 필요하니, 당장 인터넷 서점과는 연락이 되어야 할 게 아닌가?

해서 우리는 그들의 촉수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우리도 이런 개념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 이 책은?

 

인터넷은 차고 넘치는 정보의 바다이다.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하고 적합성 높은 정보를 추려내 가장 핵심적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꾸준히 공급하는 일이 바로 큐레이터들이 하는 일이다. (118쪽)

 

그렇다고 하니, 제발 덕분에, 그들이 나를 제대로 알아서 나에 알맞은 정보, 그야말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매일 아침에 물어다가 가져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 이 책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관련 자료가 많아서 미국과 관련이 있는 기업인들은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이런 내용을 한국판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록으로 첨부한 망고보드와 씽크와이즈에 관한 정보는 고마운 자료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곳도 방문하여 가입, 사용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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