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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이 책은?
이 책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는 소설이다.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있었는데, 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저자는 알리나 브론스키(Alina Bronsky), <1978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출생해 1990년대 초반부터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 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광고 카피라이터,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데뷔작 『쉐르벤파크(Scherbenpark)』는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단숨에 독일 현대문학의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원자력 사고가 난 곳은 ‘체르노빌’인데, 여기 책 제목 ‘체르노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역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인 체르노보는 기괴한 판타지이자 악몽으로 묘사된다. 소설 중간에 망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아무 말이나 하며 헛소리를 하고 사산된 아이를 보며 엄마는 미소 짓는다. 이런 장면들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묵시적으로 증언한다. (193쪽)
그러니, 그 이름이야 어쨌든 이 소설은 체르노빌을 무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소설의 즐거리는?
체르노보, 원전 사고가 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그런 마을에 뜻밖에도 몇 몇 사람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데,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80대 여성 바바 두나.
가족으로는 이미 죽은 남편 예고르와 딸 이리나, 이리나의 딸 라우라(즉, 손녀), 아들 알렉세이가 있다.
그녀의 남편은 죽고 연락이 오가는 딸은 독일에서 살고, 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 밖에 마을 사람들이 있다.
마을에서 생긴 일 ? 살인 사건
그런 마을에, 큰 길을 따라 주택이 30채 가량 서 있는데, 그 가운데 사람이 사는 집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36쪽)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체르노보, 그 곳에도 사람이 찾아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이니 모두가 모두를 알고, 모두가 다른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마을에 어느날, 방문객이 등장한다.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어떤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74쪽)
그 남자는 살 집을 찾아왔기에 바바 두나는 그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부녀에게 살도록 해준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생긴다.
그 어린 소녀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 즉 건강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바바는 그 집으로 처들어간다. (84쪽)
결국 마을사람들과 그 사람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체르노보의 현황
과연 원전 사고가 난 그 곳, 어떤 형편일까?
그게 무척 궁금하다. 얼마 전에 사고가 난 일본의 소식도 가끔 듣긴 하지만, 그런 사고가 난 곳에서 사람들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살고 있다고 한다.
체르노보는 크지 않은 마을인데도 자체 묘지가 있다. 왜냐하면 말리치 도시에서 우리 시신을 더 이상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 있지 않아도 시신에서 방사능이 계속 방출되는 까닭에 체르노보 사람들을 말리치에 매장하려면 납으로 만든 관을 써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도시 행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14~15쪽)
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을 받고 있다는 사실,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의 주인공 바바는 80대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으니, 고향에 돌아와 살고 있고, 또한 마을 사람들 모두 비슷한 형편이다.
해서, 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남자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린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마치 투쟁처럼 그려지고 있다. 살인도 불사하면서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연 환경은 어떨까?
우리 마을에 해충이 무지 많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지역에 새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20쪽)
동물들은 원전 사고에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벌들은 사라졌다. (80쪽)
벌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여기서 주인공은 다시 찾아온 벌들을 바라보면서, 전에 벌들이 사라졌던 때를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작은 붓을 이용해 토마토를 수정시켰다. 이제 벌이 꽃받침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페트로프가 원했던 바로 그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80쪽)
이게 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과연 실제 체르노빌에 벌이, 곤충들이 다시 돌아왔을까?
또한 여기 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과연 그게 사실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저자는 이런 말로 희망을 노래한다.
곧 체르노보에 봄이 올 것이다.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는 연둣빛이 될 것이다. 나는 숲에 들어가 자작나무 수액을 얻을 것이다. 백 살까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새들이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서 재잘댈 것이다. (187쪽)
재밌는 것은 그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생물학자가 했다는 설명이다.
생물학자는 우리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원전 사고 이후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오늘날에도 암수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래서 절망적인 수컷들이 좋은 암컷을 찾기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187쪽)
다시, 이 책은?
생각지도 않은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특이한 소설,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 또한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된다.
그 어느 것도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원전 사고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자연과 가족, 그리고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 그 폭이 넓고, 또한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