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지함으로 말하라
리 시걸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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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진지함을 발견하다

 

이 책, 조금은 그 가닥을 잡기 어렵다.

진지함,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지한 태도, 그것이 진지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그 진지함을 진지하게 설명하느라, 그 가닥을 얼른 잡아채기 어렵다.

 

진지함은 왜 필요한가?

 

그래도 그 진지함을 알기 위하여 책을 계속해서 읽은 결과, 소득은 있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기에 그렇다.

 

<우리는 인생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종교적 신앙을 통해, 어떤 사람은 세속적 일을 통해 그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종교든 세속적 추구든 공통점은 진지함에 대한 추구이다. 그리고 그 추구의 세 가지 본질은 관심, 목적, 지속성이다. 관련 상황이나 주변여건이 어떻든 말이다.> (81)

 

그러니 진지함은 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진지함을 왜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가 잡히자, 비로소 책이 읽히기 시작하였다.

 

소명과 진지함

 

이 책에서 저자는 진지함이 발휘되는 원천을 뜻밖의 곳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 원천은 바로 소명이다.

 

소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굳이 정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소명을 이렇게 규정한다.

 

소명은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다.

소명 덕분에 사람은 자신의 일에서 자신의 운명을 완수한다. 사람의 운명은 진지하게 사는 것이다.“ (289)

 

그래서 소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함에 있어 진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일이 어느 정도 소명의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진지함의 정도를 판단한다.” (292)

 

관심, 목적, 지속성은 먼저 부름을 받을 필요가 있다.” (292)

 

이 말에서 비록 역자가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겠지만, '부름'(calling)이란 말이 바로 소명을 말한다.

 

진지함은 이렇게 나타나야

 

저자는 진지함을 말할 때의 태도로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진지함을 일하는 자세와 결부시킨다. 그가 예를 든 사람은 체슬리 셀렌버거이다.

 

셀렌버거는 2009년 뉴욕시의 허드슨 강 위에 불시착한 비행기의 기장이다.

새 떼와 비행기가 부딪혀 엔진 하나를 못 쓰게 되어 부득이 불시착하게 되었을 때에 그는 진지하게자기의 책임을 다하여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조종했다.

 

저자는 그런 그의 행위를 영웅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진지하게 행동했다고 평가한다.(295)

 

그는 주의력을 집중했고, 목적을 고수했으며, 최후까지 잘 처신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영웅적이지 않았다. 그는 진지했을 뿐이다.” (296)

 

체슬리 셀렌버거처럼 진지하게 일해야 한다. 그렇게 진지함을 하는 일에 나타내야 한다.

 

진지함에 대하여 생각할 좋은 말들.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진지한 것에 대하여는 진지하게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진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진지해질 필요가 없다.> (84)

 

에라스무스는 <우신 예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교회로 가서 설교를 듣지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면 졸거나 하품하거나 싫증을 낸다. 그러나 사제가 (실례! 거의 연설자라고 말할 뻔 했다) 실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면(매우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내 깨어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입을 벌린 채 그 이야기에 집중한다. " (98)

 

소명을 발견하고, 일에 진지함을 부여한다.

 

이 책, 서두에 말한 것처럼, 가닥을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진지함의 의미와 그 것이 왜 필요한가를 알게 된 다음부터는 이 책이 주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태도가 말 그대로 진지해진 것이다. 해서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소명인지 그냥 경력쌓기용(289) 인지 성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과 하는 일에 대하여 이처럼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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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르게 결단하라 : 한비자처럼 -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품는 사람관리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2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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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난세 리더십을 뼈에 새겨라

 

<한비자>와 신동준

 

신동준 선생의 <왜 지금 한비자인가>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그 책을 읽은 소회는 그 책을 읽기 잘 했다는 것이다. ? 그때까지 <한비자>를 몇 권 읽었는데, 저자의 그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읽었던 한비자 책들이 무언가 부족한 상태의 책인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 <한비자>- 역자와 출판사를 밝히지 못하겠다 - 들은 번역도 엉망이었거니와 한비자 전체를 번역한 것도 아니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번역되어 나온 것들이 마치 <한비자>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있음을 그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한비자 55편중 많은 부분이 본문에서 사라져 버렸기에, 아마 시중에 나와 있는 <한비자> 중에서 완본 번역은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 책은 또한 <도덕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었다.

한비자가 <해로><유로>를 통해서 도덕경을 해석해 놓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도덕경의 새로운 해석을 보게 되었으니, 이는 한비 덕이 아니라 저자 신동준 덕이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하면, 도덕경 71장의 해석이다.

<성인에게 치욕이 없는 것은 그런 일을 치욕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욕이 없는 것이다.>

 

그 해석이 무척 새로웠다. 내가 노자의 도덕경 해석을 여러 책을 통해 비교해 보았는데, 그 책처럼 확실하게 해 놓은 것은 처음이다.

 

<한비자> 속으로 더 깊숙하게

 

지금 다시 저자가 쓴 <한비자> 관련 책, <남다르게 결단하라, 한비자처럼><한비자>를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는 설렘을 가지고 펼쳐 들었다.

 

먼저,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그저 사변적인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왜 타당한지,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내어 놓는 점이다. 게다가 그 실례는 어느 한 곳이나 한 시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동서양을 넘어서, 또한 시대를 넘어서 풍부한 사례들을 끌어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별히 저자는 한비자를 이 책의 주재료로 삼으면서 수많은 책들을 곁에 놓는다.

그러니 한비자를 비롯하여 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읽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춘추좌전, 사기, 손자병법, 관자, 등 이루 열거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그런 책들만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현대의 경영에 관한 지혜도 같이 곁들여 맛을 더하고 있다. 싱가폴의 리콴유의 사례(251)라든가, 삼성경영연구소의 설문조사(245) 등도 인용하면서 자기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생동감으로 넘친다. 그래서 그의 손에 들어가면 먼 옛날의 고전이 현대에 살아나 팔짝 팔짝 뛰는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런 식이다.

 

<한비자는 현학에서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발탁했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장평대전의 참사를 들었다. 당시 조혜문왕은 마복군 조괄의 명성만 믿고 군사를 맡겼다가 장평에서 대패해 49여만 명이 몰사하는 참화를 입었다. ......난세의 경우에는 사람의 선택이 나라의 흥망과 직결된다. 기업의 경우도 다를 리 없다. 유능한 인재의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134)

 

이렇게 한비자의 주장을 설명한 다음에 저자는 바로 이어서 삼성그룹의 사례를 들어 그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항간에는 아버지가 관상을 본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아버지는 얼굴의 편안함, 눈의 힘, 그리고 태도와 언행을 살폈습니다. 항상 만족스러운 인재만 뽑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의 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전언이다.

 

<한비자>에서 찾아내는 36가지 지혜

 

이런 식으로 이 책은 <한비자>에서 찾아낼 수 있는 관리학 36가지를 추출해 낸다.

36개 항목을 대분류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어떤 모습으로 리더십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계를 극복하고 결단하는 관계술

작은 이익을 버리고 사람을 얻는 관계술

사람을 얻기 위해 마음을 얻는 관계술

조직원의 심장에 호랑이의 DNA룰 심는 관계술

중간 관리자를 다스리는 관계술

뛰어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관계술

 

이렇게 관계술로 안내하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비자>의 요체에 접근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저자는 <한비자의 삶과 사상에 관하여>라는 항목으로 한비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친절한 안내를 해주고 있다.

 

한비자의 난세 리더십을 뼈에 새겨라

 

이 책을 읽고 난 서평의 마무리는 이런 말을 인용하면 어떨까?

 

<몇 해전 사망한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하여 글로벌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들 역시 21세기 무한 경쟁의 난세라는 상황에서 남다른 결단과 실행력을 갖추었다. 그런 면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자 하는 기업 CEO 들은 모두 한비자의 난세 리더십을 뼈에 새길 정도로 연마할 필요가 있다.> (9)

 

물론 저자가 기업 CEO 에게 한 말이지만, 이 말이 비단 기업의 CEO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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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공자 - 인, 세상을 구원할 따뜻한 사랑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3
신정근.이기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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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통한 인생의 길 찾기

 

인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현자 19명을 오늘의 시점으로 소환하여 그들과 상상의 대화를 나눈다.”

 

위대한 현자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등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물어보고, 그들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생각했을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7)

 

이 책은 그러한 취지에 충실하게 공자를 불러내어 대화를 나눈다. 나눈 다음에 공자의 생각을 적어놓았다, 그런 면에서 인생의 교과서가 되기에 아주 적합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그러한 질문에 뭐라 대답했을까?

 

다른 책, <인생교과서 예수>와의 비교

 

그런데, 이 책을 펴고 목차를 검토하다 보다가, 이 시리즈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의 다른 책 <인생교과서 예수>가 오버랩되었다. 목차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였기 때문이다.

<인생교과서 예수>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부 삶과 죽음

2 부 나와 우리

3 부 생각과 행동

4 부 신과 종교

 

<인생교과서 공자>에서는 목차가 1부에서 3부까지는 동일하고, 4부만 도덕과 가치로 편성되어 있다.

 

이는 예수편의 경우는 신과 종교가 자연스럽게 언급할 것이 있지만 공자 편에서는 그게 없기에 도덕과 가치로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4부에서도 같은 대목이 보인다.

바로 <신에 대한 믿음은 필요한가> 라는 것. 그러니 그 대목은 눈여겨 읽으면서, 예수 편과 대비하며 읽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시리즈를 통하여, 지금껏 하지 못했던 공자와 예수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책의 가치를 그런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삶이란 무엇일까?

 

김기석 목사는 <인생교과서 예수>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방황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살라는 명령은 받았으나, 어떻게 살라는 명령은 받지 못했다.”(21) 그러므로 우리 인간은 방황한다.

 

참 삶이란 주님께 돌아가는 과정이며, 실낙원을 넘어 복락원을 꿈꾸며 나아가는 길이 곧 인생이다. 그러나 시간을 불가역적이기에 뒤돌아 갈 수는 없다, 돌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인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게 인생이다.

 

이 책에서, 신정근 교수는 삶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어느 방향이 더 가치 있는 삶인가로 답한다. 물질, 쾌락을 좇는 삶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고, 대신에 그는 도애 따른 삶을 살겠다는 지향을 분명히 했다. 그러니 그의 말 중에서 도에 따른 삶이 얼마나 절실하고 가치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이기동 교수는 같은 물음에 대하여, 공자가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 배움의 도정을 강조한다. 공자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평생을 배움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에게 삶은 때맞게 배우고 익히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무엇인가?

 

<인생교과서 예수>에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차정식 교수와 담임인 김기석 목사가 각각 예수의 생각을 들려준다.

 

차정식 교수는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눈을 떠라는 타이틀하에 예수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김기석 목사는 과도한 욕망에서 벗어나는 삶이다라는 타이틀 아래 예수의 생각을 전해준다.

 

이 책 <인생교과서 공자>에서는, 신정근 교수와 이기동 교수는 각각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 ‘한 마음을 회복하여 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는 타이틀 아래 공자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이렇게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필두로 두 필자는 공자의 생각을 다각도로 전해주고 있는데, 이 책과 <인생교과서 예수>를 같이 읽으면서 예수와 공자의 생각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공자를 통해 인생의 길 찾기

 

그런 항목들을 읽어가노라면,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제 4도덕과 가치는 특히 정독을 권한다. 진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결국은 인생의 바른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왜 도덕과 가치가 필요한지, 이 땅에서 공자가 말한 군자의 삶을 살기 위한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에 대한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공자라는 존재를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을 찾아보는 인생교과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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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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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게 되는구나

 

이 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에선가, 무릎을 쳤다. 책을 읽으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 좋은 내용이 있으면 그저 밑줄 긋고 기억해 두어야지, 하는 정도였는데, 저자의 책 읽는 방법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

 

책을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든다.

 

저자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자기화(自己化)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대상 작품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이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 어느 날 강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소설의 내용은 어느 날 하루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것이 전부이다.

 

그런 하루,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그저 지루한 하루, 저자는 거기에서 나의 일상을 떠올린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수용소의 삶이나 나의 삶이나 대단한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뻔한 일상에 갇혀 있는 나의 삶이 과연 교도소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그야말로 도진개진이다.”(124)

 

감옥 밖에서의 경쟁에 질 수는 없고, 그러려면 뇌물이나 비리에 합류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잘 할 자신은 없고.....이것은 나의 두려움이기도 했다.” (125)

 

그리고 그 질문은 나에게 돌아왔다.” (127)

 

나에게 주어진 불행과 삶의 모순들이 다른 장소, 다르게 살고 있는 소설 속 누군가의 삶애서 반복되는 것을 보았고, 그로 인해 나의 삶을 고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순과 문제들의 해결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고, 나의 하루에 일희일비하는 작은 순간들도 삶의 중요한 내용들임을 말해 주었다,”(128-129)

 

그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에 도달한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가...........<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내가 찾은 답은 삶에 대한 서툰 기대나 어설픈 희망 따위를 버릴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129)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그래서 나는 실체없는 바깥세상의 자유보다는 지금 내 삶 안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의미들에 집중하기로 했다.”(132)

 

그렇게 저자가 책에서 읽은 것을 자기화 하는 것을 보면서, 책은 그냥 어설픈 교훈이나 얻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삶에, 자기 삶에서 붙잡고 갈 그 무엇을 뽑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은 더 이상 교양이나, 지식의 충전 방편이 아니라, 생을 움직이게 하는 깨달음을 얻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게 되는구나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바로 나의 언어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책이 보여주는대로, 그것도 내 인생이 아닌 남 - 책 속의 주인공- 의 인생만 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 시선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통찰력이라 한다.

 

덧붙여 말하기를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이라 말한다.(9)

그런 통찰력이 생기게 되면, 이제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보게 되고, 읽게 되는 것이다.

 

다시 니체를 읽으며

 

저자가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고 전해준 말이 있다.

바로 여행자를 다섯 등급으로 나누는 이야기이다.

 

거기에서 가장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면,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와서 곧장 그것을 다시 여러 가지 행위와 일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휘하며 나가는 사람들’(234) 이라 한다.

 

나는, 그 최상의 여행자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들을 집에 돌아가서 곧장 여러 행위와 일 속에서 발휘할 수있을까?

 

이 책, 그런 질문 정도 할 수 있게 만든다. 더하여 할 수 있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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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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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지>를 가슴으로 머리로, 느끼게 한다.

 

<토지>의 이미지화, 형상화

 

박경리의 소설 <토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어른들은 해가 중천에서 좀 기울어질 무렵 이래야, 차례를 치러야 했고 성묘를 해야 했고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다 보면 한나절은 넘는다.>

 

글을 읽어가면서, 머릿속에 무언가 그림이 나타난다.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감나무가 보이고, 감나무 위에 까치가 날아와 앉는 것이 보인다. 이미지의 형성, 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감나무와 까치가 보이고, 그리고 마을 한편에 송편을 입에 문 아이들이 기뻐 날뛰는 모습이 그려진다.

 

글을 읽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그 활자들이 이미지로 변화하는 신기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직접 화필로 옮겨 그린다면?

그게 가능한 것일까? 더구나 그 방대한 소설, <토지>를?

 

또 이런 대화를 읽어보자.

 

<"쯔쯔 ... 저 좋은 목청도 흙 속에서 썩을랑가?"

"서서방이 즉으믄 자지러지는 상두가 못 들어서 서분을 기요."

"할망구 들을라? 들으믄 지랄할 기다."

"세상에 저리 신이 많으믄서 자게 마누라밖에 없는 줄 아니 그것이 보통 드문 일가?"

"신주단지를 그리 위할까? 천생연분이지 머."

"소나아로 태어나가지고 남으 제집 한분 모르고 지내는 것도 벵신은 벵신이제?">

 

 

타작마당에서는 굿놀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중 앞장 서서 놀고 있는 서금돌을 두고 동네 아낙들이 주고 받는 대화이다.

그런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은 머리 속에 그려지는가?

이번 경우는 아닐 것이다. 앞에 인용한 <토지>의 처음 장면은 글만 읽어도 머리 속에 형상화가 되겠지만, 이런 대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여간해서 형상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만화 <토지>에서는 둘 다 가능하다. 두 장면 모두 형상화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인용한 <토지>의 두 번 째 부분에서 아낙들이 나누는 대화는 소설 그대로 만화에서 옮겨 놓고 있다. 대화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옮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대화만으로는 아무리 머리 속으로 실감나게 상상한다 할지라도 한계가 있다. 밋밋하다. 그러나 그림, 이미지를 통해 직접 말하는 얼굴, 입모양을 보고 들으면 더 실감이 나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 만화 <토지>는 그런 면에서 먼저 가치가 있다.

글을 이미지화 하여 더 구체적으로 작품에 다가가게 하는 것, 그런 가치가 있다.

 

<토지>를 가슴으로 머리로, 느끼게 한다.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등장인물 소개하는 것을 살펴보자.

주요 등장 인물, 최참판가 17, 평사리 농민 18명의 의 얼굴이 소개되고 있다.

 

그 밑에 간략한 인물소개도 같이 하고 있는데, 그 인물 소개를 읽으면서 그 인물의 얼굴을 비교해보자. 어떤가? 신기하게도 인물소개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있는 그 모습이 그대로 그 려져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그 것은 이미 소설로, 또는 영화로 <토지>를 미리 접해서 등장 인물에 대하여 익숙한 감정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얼굴들을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그렇게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익힌 다음에 본격적으로 만화를 보도록 하자.

이 만화를 볼 때, 일일이 소설 <토지>의 내용을 떠올리지 않아도 좋다. 이 만화 <토지>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 그림 보기에 충실하면서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도 좋다.

 

그림을 보다보면, 구천의 말못하는 울분이 보인다. 어미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서희의 안타까움이 보인다. 그 틈에서 봉순네의 주인을 향한 말없는 충성심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용이가 월선의 손을 잡을 때에는 왜 그 둘은 이 땅에서 맺어지지 못한 채 저리 서로를 안타깝게 그리워해야만 하는지, 덩달아 슬픈 마음이 돋아난다. 그리고 귀녀의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본다. 더하여 조준구가 의 밉쌀스런 얼굴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렇게 우리 익히 알고 있는 소설 <토지>를 이미지화 하여 보여주는 만화 <토지>는 그냥 줄거리만 읽어가며, 그림만 보고 넘어가는 책이 아니다. 그 소설을 한 걸음 더 깊게 보여주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토지>.를 가슴으로, 머리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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