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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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이 책은?

 

이 책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는 제목 그대로 향토 사학자 신정일이 사찰을 답사하고, 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 신정일은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그가 쓴 책이 많은데, 마음의 발견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를 망라하여 전국 사찰을 누비면서 답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 중 내가 다녀본 적이 있는 절이 몇 군데 눈에 뜨인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화암사.

 

(여기 이 책에는 화암사의 위치가 전라남도 완주라 되어 있는데 잘못된 정보다.

그곳의 정확한 위치는 <전라북도 완주군 경천면 화암사길 271>전라남도 완주가 아니라, ‘전라북도 완주.)

 

내 기억에 그곳을 세 번 방문했다.

<골짜기 어구에 바위 벼랑이 있는데, 높이가 수십길에 이른다.>(23)고 절에 가는 길목의 험지 한 곳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절에 오르려면 산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등산하는 것처럼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바위 벼랑을 올라가야 한다.

 

바위 벼랑이라 함은 큰 바위가 하나 있어 그 바위를 올라가는 게 아니라, 수많은 바위가 산비탈에 놓여 있어, 그 바윗돌들을 하나 하나 디뎌가면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여름에 비라도 많이 온 후에는 그 계곡에 물이 흘러, 특히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내가 가본 세 번 중에 한번은 물이 아주 많이 흘러, 바윗돌을 딛고 가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

 

그렇게 바위 벼랑을 다 올라가면, 이젠 철제 계단이 나타난다. 그 철제 계단 곳곳에 예쁜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시도 함께 들어있어, 계단을 오르며 그걸 하나 하나 감상하는 맛도 제법이다. 그 철제 계단을 다 올라가면, 이제 절이 보인다.

 

그 절, 화암사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첫째는 원효와 의상이 수행했던 곳이고, 두 번째는 하앙식 건축법으로 지어진 국내 유일 목조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원효, 의상이라면 신라의 고승이 아닌가. 그런 분들이 이곳에서 수련을 했다니, 경내에 들어서면 아무래도 숙연해진다. 그분들의 가르침이 절 안에 가득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 절이 다른 절에 비해 참배객, 관람객이 드물기 때문이리라.

 

이 절은 관람객이 별로 없다는 점이 좋다.

먼저 절이 위치한 산까지 가는 길이 자동차가 가기에 적당하지 않다. 농로길보다 조금 넓은 곳이 많아 차가 두 대 지나기 어려워, 맞은편에서 차라도 오면, 앞뒤로 전후진을 반복하며 서로 길을 양보하면서 가야하고, 또 산아래에 가서 주차한 다음에도 바위 벼랑을 한참이나 애써서 올라가야 하는 것이 사람들이 가기 힘든 요인이 되나 보다.

 

해서 이 절에 가면,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정말 절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또한 이 절의 특징은 하앙식 건축물로 지어진 우리나라 유일한 목조건물이라는 점이다. 그 말을 이 책 읽기 전에도 알았으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책을 읽고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건 마찬가지다. 허나, 이 책을 들고 가서 직접 다시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언제 한 번 다시 가 볼 작정이다.

 

<하앙식 건물은 비바람을 막아주면서도 유연한 아름다움이 빼어나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존 양식을 찾지 못하다가 1978년 문화재 관리국애서 처음 밝혀냈다.> (27)

 

전라북도 완주의 송광사와 위봉사.

 

또 가본 절이 이 책에 소개 되고 있는데, 역시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하고 있는 송광사와 위봉사다.

 

전라북도에 송광사가 있다고?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어찌 송광사가 전북에?

송광사가 전북에? 있다. 그러니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송광사와는 다른 절이다.

 

송광사는 이 곳 전주에서 가깝고, 또 가는 길도 자동차길이라 가기가 쉽다.

하지만 잘 알려지 않은 탓인지, 내가 몇 번 가보았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좋았다.

 

그곳 송광사에서 더 길을 들어가면, 위봉사가 보인다.

그곳 역시 자동차길로 가기 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산으로 난 길을 한참이나 가야해서 그런지 역시 참배, 관람객이 적었다.

 

다시, 이 책은?

 

절에 가면, 일단 마음이 고요해지니 좋아, 자주 인근의 절을 찾는다.

절로 가는 길로 들어서, 불이문, 일주문, 사천왕, 종각, 대웅전, 그리고 절 뒤에 있는 칠성각까지 발길을 옮기다보면, 그 곳에 와서 부처를 만나기를 소원하며, 부처처럼 살기 소원하는 선남선녀를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가본 곳은 나의 기억 속으로, 못 가본 곳은 책의 글 속으로 들어가 그런 소원이 빌어지는 현장을 체험해 본다절 안에서 부처를 향해 빌던 그 손들이 절 밖에서도 같은 신심을 지녀주시기를 빌게 되는 건,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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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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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대 소설 수호전 · 금병매 · 홍루몽 편

 

이 책은?

 

이 책 <중국 5대 소설>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에서 3-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이나미 리쓰코가 중국 고전 소설 세 편을 해설하고 있다.

주인공, 내용, 그리로 소설의 전개를 분석하면서, 소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이렇게 세 편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 수호전금병매는 읽었지만, 홍루몽은 읽지 못했다. 그러니 이 책으로 홍루몽의 내용을 먼저 접한다.

 

저자가 분석의 대상으로 하는 판본은 원래 중국에서 발표될 때의 <장회소설>이다.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장회소설(章回小說)’이란 개념부터 알고가자.

저자는 장회소설을 ‘1회씩 구분되어 연쇄적으로 회를 거듭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소설’(4)이라 소개한다. 요즘 말로 하면 연재소설인데, 일간 소설은 너무 내용이 짧으니 잡지, 주간지 정도에 연재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세 작품의 개요

 

반가운 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수호전에서는 송강, 무송, 노지심을, 금병매에서는 무송, 무대 형제와 반금련, 서문경을 만난다. 그러나 홍루몽은 읽지 않았으니그 주인공인 가보옥과 임대옥을 여기서 처음 만난다.

 

수호전

 

수호전은 양산박에 모여든 중국 호걸 108명의 기구한 역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들의 의협 정신을 잘 포착하여 서사 세계를 그려낸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금병매

 

금병매는 그 수호전의 한 에피소드(무대, 무송 형제와 반금련)에서 이야기를 가져와, 중국 최초 근대적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찬사까지 받는 작품이다. 금병매야말로 중국 소설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획기적인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단독 저자가 구상해 창작한 작품이다.(207)

 

방향성을 잃어버린 욕망의 폭발이 가져다주는 공허함을 파헤치고 나아가서는 명나라 말기라는 시대를 감싸고 있던 기묘한 활기가 넘치는 깊은 어둠 속을 섬광처럼 날카롭게 갈라서 보여주고 있다. (298)

 

여성을 신비적으로 미화하는 베일을 인정사정없이 벗겨서, 그녀들의 날것 그대로의 원형질을 보여주려고 하였다.(302)

 

금병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금은 반금련의 ’, 병은 이병아의 ’(249), 매는 반금련의 하녀인 춘매의 ’(236)를 의미한다. 그렇게 제목에 주인공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다 붙였을 정도니까, 그만큼 그 인물 세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반금련이란 이름에서 금련(金蓮)’의 의미는?

원래는 전족을 한 작은 발이란 의미다. (280)

반금련의 발은 세치(三寸)가 되지 않아 말 그대로 삼촌금련(三寸金蓮)’이며, 이게 그녀의 매력이었다.(286)

삼촌(三寸)이면 현재의 치수로 약 10cm 정도이니, 그 발 크기가 어떠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홍루몽

 

홍루몽은 중심인물 묘사 방법에서 금병매가 남겼던 과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며 중국 문학사 최고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홍루몽』을 요약하자면 대귀족의 저택을 무대로 그 집안의 적손인 미소년 가보옥과 불행하고 선병질적인 미소녀 임대옥이 펼치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식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런 피상적인 요약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길이 없는 가공할 정도의 깊이와 두께, 그리고 복잡함과 섬세함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작품임을 비로소 알 수 있다. (399 )

 

저자는 누구인지?

 

앞의 두 편은 저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반면, 홍루몽18세기 중엽 청나라의 조설근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87) 이 경우에도 전체 120회중 조설근이 80회까지 쓴 다음에 사망하여 그 후 40회분은 다른 사람이 썼다고 한다.

 

각 작품의 서사 구조 (379, 380)

 

저자는 각 소설의 구조에 유난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작품의 서사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각 작품을 종적으로 살펴보기도 하고 횡적으로 살펴보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가운데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다음은 그 중에 몇 개를 소개한다.

 

수호전서유기와 마찬가지로 108명의 호걸들을 차례차례 염주 알처럼 한 줄로 늘어 세워 등장시킨다. 그렇게 서사 구조를 만들어 간다.

서유기가 기본적으로 1회로 스토리를 연결해가는 데 반해 수호전은 어떤 인물의 스토리가 다른 인물의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단서가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와 이야기가 지극히 유기적으로 연관이 된다.

 

반면 금병매의 서사 구조는 이와 같은 염주 알처럼 한 줄로 늘어세우는 단선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저자는 이 책에서 3개의 작품을 각각 분석,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 작품, 때로는 삼국지연의, 서유기까지 포함하여 다섯 작품을 서로 비교하면서 중국의 5대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금병매의 문장은 홍루몽에 비하면 백화표현으로서 정비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고 상당히 읽기 어려운 편이다. (209)

 

금병매수호전이 철저히 배제하였던 온갖 욕망을 바로 정면에서 포착한 작품이다. (224)

 

전족과 관련해서도, 이런 비교를 하고 있다.

명나라 말기에 써진 금병매에서는 전족과 관련된 의 페티시즘이 숱하게 묘사되고 있는 반면에 청나라 중기에 써진 홍루몽에는 이러한 화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289)

 

기타 흥미로운 것들

 

고양이가 살인 도구로 :

금병매에서 반금련은 고양이를 훈련시켜 살인도구로 사용한다. (325)

 

파우스트의 시간아 멈춰라

홍루몽에서 <가보옥의 시간아 멈추어라라는 바람도 헛되이 (……)>라는 부분(510)에, 역자는 각주로 파우스트의 내가 순간을 향해, 시간아 멈춰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를 소개하고 있다. 해서 추후에 홍루몽의 해당부분을 확인하려 한다. 조설근과 괴테가 생각하고, 표현한 것이 유사하니, 그게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저작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각 작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야기 되는 설화로부터 창작되는 서사물로 이행하였고, ‘재미있는 이야기로부터 정치(精緻)한 소설로 정밀도를 높여갔던 중국 소설사의 흐름을 다시금 파악해보려 했던 작업의 소산물이다.(527, 저자 후기)

 

해서 저자는 <중국의 5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종으로, 횡으로 분석하면서, 그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 소설에 관해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5개 소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체 얼개를 그려주면서, 또한 세부내용도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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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영어 고급지문 1 타미샘 원서 독해 시리즈 1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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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영어 고급 지문   

 

내가 이 책에 반한 이유,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반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길지만 요령껏 요약해본다.

 

주제는 존재하는 영문의 한국판 번역서들이 가진 맹점이 여러분을 오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저자는 먼저 영어, 즉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불가피하게 생기는 문제점 하나를 지적한다.

 

영어 문장을 우리말에 익숙한 말로, 우리 정서에 맞게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번역자의 임무는 끝나는 것일까? 그러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Even Homer sometimes nods.” 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저자의 말을 듣기 전에, 일단 naver 사전을 살펴보자.

Even Homer sometimes nods.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이 번역을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읽었다면, 이런 생각 할 것이다.

, Homer원숭이, nods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구나.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영어 문장을 의역한 결과 그렇게 번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번역문도 등장한다.

[속담] Even Homer sometimes nods.

(위대한 시인) 호머도 (자기 실수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서양속담, 실패속담)

 

저자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번역은 만인이 보아도 동일하게 이해되도록 의미를 객관화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의역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Even Homer sometimes nods.” 라는 글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누군가는 때때로 호머도 조느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어 사용자 만인이 동일한 이해의 정도와 속도를 갖게 되는 번역이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번역자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 라고 의역을 한다면 아마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런 말끝에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후자가 이상적인 번역일까요?>

 

더 읽어보자.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권에 따른 배경지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최종적인 의도만을 전달하려 한다면 후자의 번역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의역으로만 글을 읽은 사람은 영어에서 Homer 와 관련된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떠먹여 주는 밥을 먹었을 뿐입니다.

 

호머(Homer)가 누구인가? 원숭이? 물론 아니다.

굳이 여기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두 문학작품, 일리아스(Ilias)와 오딧세이아(Odysseia)의 저자로 추정되는 그리스 인물이다.

 

따라서 “Even Homer sometimes nods.”라는 문장을 다짜고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로 의역해서 번역해 버리면, Homer라는 인물이 주는 후광효과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이런 안을 내놓는다.

심지어 호머같은 위대한 학자시인도 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존다라고 번역하고 그 아래 호머에 대한 역주를 달았으면, 그것이 이상적인 번역문들 중 하나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저자의 말을 차분하게 읽고, 읽어본 결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호머는 졸려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린 채로,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말 그대로 설득된 것이다.

 

그럼 이 책엔 어떤 내용이?

 

그래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는 단순한 번역서를 읽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서, 영어의 각 문장들이 한국어의 어떤 내용과 구조로 이해되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에 대한 비교분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이상의 소득을 얻기 바랍니다. 번역은 객관화의 과정이지만 해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 경험입니다. 그 경계선인 의역과 직역의 접합점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어휘와, 지식, 그리고 표현 능력을 모두 고도로 요구하는 과업입니다.

 

무조건 번역에 의존해 버리면, 자칫하면 우리 머리속에 호머 대신에 원숭이가 뛰어다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번역문대신 우리가 직접 영어 문장을 보면서, 번역하는 훈련을 해보자는 취지다.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이 직접 해석해 보도록 100개의 지문을 제시해놓고 있다.

 

내용 분석을 해보자.

 

100개의 영어지문,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살펴보자.

 

014. 비밀번호를 따로 관리하세요 | I forgot my password

 

각 지문마다 타이틀과 그 지문의 출처를 저자와 함께 밝혀놓고 있다.

14번 지문은 그 출처가 <Thirty days to a more powerful memory.>라는 글이고, 필자는 Gini G. Scott.

 

이 지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패턴과 어휘>, <번역문>, <구조 해설>이라는 항목을 덧붙여 놓았다.

 

내용은 우리가 은행계좌 비밀번호부터 여러 가지 필요한 계정에 비밀번호가 요구되는데, 각 계정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그걸 한가지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럴 때 어떻게 비밀번호를 기억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지문을 살펴보니, 그리 어려운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평이한 문장이지만, 영어로 된 문장을 모처럼 보는지라, 해석을 시작하면서 약간 주저하게 된다.

 

089. 생각이냐, 느낌이냐 | When it feels good or when I think it is good

 

이 지문에 대하여도 역시 <패턴과 어휘>, <번역문>, <구조 해설>이라는 항목을 덧붙여 놓아 번역을 직접 해보고, 저자가 해 놓은 번역과 대조해 보도록 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하여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 둘 다에 의존한다. 그러나 각각의 두 기능에 의존하는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는 의미!

 

다시, 이 책은?

 

모처럼 읽게 되는 영어 지문이다.

그러기에 내 스스로 번역하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옆에 있는 번역문으로 눈이 먼저 간다.

해서 번역문을 다른 페이지로 옮겨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저자가 말한 호머와 원숭이가 자꾸 떠올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문장과 다르게 튀어 나온 것은 없는지, 그래서 본래의 의미를 저버리고 원숭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애써보는, 그렇게 노력하게 만드는 고급 영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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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사색노트 - 날마다 새로운 하루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종옥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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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사색 노트 

 

이 책은?

 

이 책 톨스토이 사색노트는 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인 레프 톨스토이가 편집한, 사색을 위한 명언 모음집이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대할 때마다, 약간의 주저함이 앞선다.

과연 이런 모습 - 명언을 모아 놓는 식 - 의 책이 과연 저자라 이름 붙인 사람이 직접 고르고, 편집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건 그전에 속아봐서 그렇다. 그럴사한 저자 이름을 앞세워 놓고, 속 내용은 전혀 제목과 들어맞지 않는 날림으로 만든 책들 덕분(?)이다. 그래서 자연 이 책을 들고, 앞뒤는 물론 속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이 책의 내용은?

 

꼼꼼히 읽어보니. 먼저 톨스토이의 독서,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인용된 책, 인물 면면을 보니, 확실히 많이 읽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가 보다.

 

에머슨, 아우렐리우스, 파스칼, 쇼펜하우어, 세네카, 붓다, 스펜서, 러스킨, 노자, 괴테, 공자, 에픽테토스, 탈무드, 중국 격언, 중국 잠언, 동양 잠언, 등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시대 또한 고대를 비롯하여 당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읽은 모양이다.

 

그중에 몇 개 읽어보자.

 

<인생은 행진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어떤 방향인 것이다. 에머슨.> (144)

 

, 뜻밖의 수확이다.

에머슨 책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런 말을 발견하다니!

인생은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말 자체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에머슨이 앞부분을 채워주니, 말에 생기가 돈다. 문장이 순서를 맞춰 제대로 줄이 세워진 기분이다. ‘인생이란 행진이기에방향이 중요하다는 것, 톨스토이가 에머슨을 찾아서 알려주니, 고마운 일이다.

 

또 읽어보자.

 

<빈곤이 곧 불행의 원인은 아니다.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의 것을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행한 것이다. 세네카>(188)

 

이말, 굳이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해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상한 곳도 있다.

 

이런 글 읽어보자.

<회교도나 청교도처럼 만족과 휴식을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휴식은 노동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이다. 끊임없이 노동을 할 수 없다. 꼭 필요할 때의 휴식은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만족이다.> (100)

 

그런데 그 말의 출처가 세네카다. 세네카.

세네카라면 활동시대가 1세기인 인물이다. 로마의 네로 황제 당시에 활동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의 발언 중에 '회교도'니 '청교도'니 하는 단어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말은 톨스토이가 세네카의 어떤 발언을 토대로 말을 가감한 것으로 보인다.

해서 어느 말이 세네카가 한 것이고, 어느 부분이 톨스토이가 한 말인지, 아리송해진다.

 

다시, 이 책은?

 

앞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인생독본으로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독서의 주기에서 주옥같은 글을 가려 뽑고 독자들이 글을 읽은 감상이나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편집하여,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독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책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니, 이 책은 톨스토이의 독서의 주기(우리나라에는 인생독본으로 알려진)에서 골라 뽑은 것을 편집해 놓은 것이니, 글의 출처는 이제 확인되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읽어도 되겠다.

 

더하여 이 책은 그저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읽고나서 그 옆에 자기의 생각을 적어 놓아, 그 말을 음미하도록 되어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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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동기
매튜 홀.제프 헌 지음, 조은경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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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이 책의 내용은?

 

매스컴에서 자주 듣게 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인터넷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디지털 기록은 영구적이다. 그 기록은 추억의 순간을 상기하고 싶을 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불러낼 수 있는 축복이 되는가 하면,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어떤 사악한 주체에 의해 소환될 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서부터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담긴 자료의 유포를 통제하는 일이 디지털 시대에는 흔한 일이 되었다.> (18)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제 한 걸음 더 '리벤지 포르노'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리벤지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가?

바로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리벤지 포르노라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자료가 일단 업로드되면 그 자료는 순식간에 세상 속으로(world wide) 끝을 모르고 전파가 된다.

 

순식간에 세상 전체에 퍼지게 되는 인터넷을 타고 퍼져가는 리벤지 포르노, 먼저 그 개념부터 확실하게 해두자. 저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음을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동의 없이 공개적으로 유포된 포르노그래피, 또는 상대가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를 복수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행위.>(46)

 

조금 더 상세하게 정의한다면, <동의하지 않고 어떤 사람이 진짜 또는 가짜 성적 노출 이미지를 그 사람의 이전 파트너, 현재 파트너, 타인, 또는 해커들이 복수하기 위하여, 재미삼아 또는 정치적 동기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올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256)

 

이런 리벤지 포르노는 상대파트너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이엑스닷컴에 올라온 리벤지 포르노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85 %, 여성이 1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92)

 

리벤지 포르노의 동기는?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는 행위에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다. 상업적 이득, 또래 집단내에서의 지위 상승, 복수, 재미 삼아, 등등 리벤지 포르노에는 동기가 작동한다. 저자는 그런 동기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추려내 논의하고 있다,

 

먼저, 복수다. 리벤지(revenge)라는 말 속에 벌써 복수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복수는 다음 몇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복수는 종종 트라우마와 상실에 대한 반응이고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환상이다. 둘째, 복수는 상처 입거나 모욕당하는 행위를 동반하는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표면화시켜 상처 입고 손상된 내면의 자존심과 정의가 복구되는 느낌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102)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해서는 첫 번째 사항이 특히 관련이 되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통제권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리벤지 포르노는 폭력과 학대의 형태로 볼 수 있다.

폭력과 학대는 육체적, 정신적, 성적인 형태로 발생할 수 있는데, 리벤지 포르노도 그 중의 한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법률적 조치는?

 

무엇보다 리벤지 포르노는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범죄다.

다만 그 행위가 범죄요건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는 입법과 관련이 있다.

 

피해가 있어도 입법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고, 처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2<대응책>이란 항목에서 영국, 미국등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리벤지 포르노를 불법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현황을 소개한다. 리벤지 포르노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 다양한 입법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외국인이어서 당연히 우리나라의 제도는 소개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여기 소개되고 있는 외국의 입법 사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법률로 대처할 시에 참고로 삼으면 될 것이다.

 

리벤지 포르노를 없애기 위하여

 

리벤지 포르노를 없애기 위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10<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을 참조하시라.) (274쪽 이하)

 

첫째, 입법조치.

둘째, 교육과 인식 높이기.

셋째, 피해자 지원.

넷째, 가해자 재교육.

다섯째, 정치적 발언하기, 그리고 행동하기. 

 

다시, 이 책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담론, 이렇게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알게 해 준 책이다.

리벤지 포르노 속에 들어있는 사회적, 개인적 의미들을 치열하게 꺼집어내어, 그것에 대항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담론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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