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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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맑음때때로 흐림

 

코로나 이야기 이젠 지겹다?

코로나로 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들이젠 많이 들어 신물이 날 정도라고?

아니다코로나로 인해 어려움 겪는 것은 누구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바로 우리 이야기다해서 그런 이야긴 다 들어줘야 한다특히 이 책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오히려 이 책 이야기 다 듣고 나니더 듣고 싶어진다그러니 후속편도 써주시라.

 

이 책은 휴트래블 여행사의 대표 마연희가 여행에 관해 쓴 이야기들을 담아 놓았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는 맞춤 자유 여행사이다.

그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일화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행은 맞춤 자유여행으로 !

 

먼저 저자의 여행사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지향하는지 알아보자.

 

여행사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패키지여행과 자유 여행이 있다.

패키지여행은 다 아시는 것처럼 깃발 든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녀야 한다그 뒤를 따라 여기저기 끌려다녀야 한다보석 가게도라텍스 공장도 따라가야 한다정작 가야할 곳은 안 가면서그런 곳을 들러 쇼핑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그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다.

 

나도 베이징에 가면서 패키지여행을 해본 적이 있다만리장성을 가려면 복잡할 것 같아 그곳을 가는 코스가 들어있는 패키지여행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여기저기 쇼핑장소에 끌려다니느라 힘들었다그런 일정에 질려서 그 후 다시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모두 여행사 없이 자유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 패키지여행 말고 자유 여행이 있는데저자는 그중에서도 맞춤 자유 여행을 주선하는 업체를 운영한다항공부터 숙소맛집투어까지 고객의 취향에 맞게 해주는 여행이다. (153)

 

그래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야말로 버라이어티그 자체다.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들 소개한다.

 

비행기 비상구손도 대지 말아야

 

비행기 비상구곁에 혹시 앉게 되면그냥 앉아 여행을 즐기면 된다비상구 열면 어떤 일이 생기나 하는 쓸데없는 호기심 절대 부리면 안 된다만약에 비상구를 열어버리면?

1억원의 배상을 각오해야 한다그 이야기 들어보자.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기 5분 전비상구 옆에 앉은 승객이 비상구 문의 손잡이를 당긴 것이다. ‘오 마이 갓!’ 이런 일은 처음이다비상구의 그 승객은 무슨 생각으로 비상구를 열었을까사실 비상구는 아무나 앉을 수 없다말 그대로 비상시에 승무원과 함께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수속할 때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직접 안내를 하고 동의를 받는다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비상문을 열다니문제는 항공기 비상문은 일회용이라열린 비상문을 교체하거나 다른 비행편으로 변경해야 한다. (58)

 

항공사는 비상구를 열었던 승객에게 비행기 수리비와 지연 배상금을 청구했다고 한다무려 금액은 1억원이었다. (62)

 

사우디 국왕의 해외 여행법

 

2017년 3월 1살만 빈 압둘 아지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그리고 발리에 갔다.

저자의 여행사는 마침 그 시기에 고객 몇 명을 발리에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발리에 오면서 세인트 레지스(아마 호텔?)를 통째로 빌리는 바람에 거기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투숙객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면서내건 조건이 대단하다.

 

투숙객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옮기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국왕 측에서 지불한다는 것이다저자도 손님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수속을 하느라 바쁘게 되었고...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행차가 어마어마했는데이렇다. (138)

 

수행원은 1,500왕자 26,

그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비행기 36대가 동원되었고전용 벤츠 차량과 심지어 엘리베이터 2대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려서거기에 묵고 있던 투숙객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한 것이다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면서.

 

코로나코로나!

 

코로나가 여행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두말하면 무엇하랴?

그래서 저자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데미리 지불한 현지 호텔비항공료는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손님들은 여행사에 와서 받아달라고 하니중간에서 저자는 어떻게 그걸 감당했을까?

 

결국 항공료나 호텔로부터는 한푼도 되돌려받지 못한 채저자는 손님에게 환불을 해주기 위해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이걸 어쩌나!

그래도 저자는 고객들의 이런 말에 위안을 삼는다고 한다. (187)

대표님 덕분에 잘 처리되어서 다행이에요제 친구들은 아직도 못 받았다고 들었어요힘내세요.”

 

그나저나 그 환불받은 손님그 돈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인줄짐작이나 할지?

 

여행을 위한 꿀 팁 몇가지

 

여행시 가방 트렁크는 튀지 않는 색으로 :

 

저자는 맨처음 해외 여행을 떠날 때 멋진 트렁크를 준비한다고 신경을 써서 색을 골랐는데트렁크 색깔이 핫 핑크 색이었다.

그런데 그 트렁크를 들고 갈 때마다 입국 심사장에서 검사의 타깃이 되었다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갈 때마다 그 색이 눈에 뜨여서 그런지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의 조언, ‘트렁크는 눈에 잘 안 띄는 거로 해라’. (149)

 

분실물그냥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 :

 

여행사 업무의 1/ 3은 손님들이 여행 중에 잃어버린 물건 찾는 일이다.(198)

 

이 말을 듣고 놀랐다다행히 여행 중에 물건 잃어버린 경험이 없어서 몰랐던 사실이다.

여행중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물건 찾기도 어렵거니와나중에 찾는다 하더라도 돌려받는데 복잡한 수속이 필요하다거기에 더하여 해외니까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그러니 자기 물건은 자기가 열심히 챙겨가면서 여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의 경험담에 의하면,

손님들이 물건을 잃어버리고 그 물건값을 물어내라고 하기도 하고더해서 정신적인 보상도 받아야 한다고 찾아온 손님도 있다니 참, 황당한 노릇이다.

 

그럴 때이 말 기억하자.

냉정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여행사에서는 여행자 개인 물품 분실에 대해 배상 책임은 없습니다. (69)

 

service, 결코 공짜가 아니다. :

 

방안에 세탁 서비스라고 쓰여 있어서 그냥 세탁물을 호텔에 맡겼는데나중에 보니 돈을 내라고 하네요. (119)

 

저자 여행사의 고객이 해외 여행중에 저자에게 하소연하는 말이다.

순진하게 service 란 말을 공짜 서비스로 해석해서 생긴 일이다.

외국 호텔에서 service란 말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우리나라에서처럼 서비스는 무료인줄 알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에서도 식사 전에 나오는 물도 공짜가 아니라는 것알아두자. (119)

외국에서 물은 결코 셀프 서비스도 아니거니와 공짜도 아니다.

 

베트남에서 겪은 내 경험에 의하면식사 전에 내어놓는 물수건도 비용에 포함되었다.

 

다시여행 가방을 싸자.

 

이 책을 읽고 나니그간 다녔던 여행들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런 여행길하나하나가 그리워지는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어느덧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래도 당분간 비행기 타고 다니는 여행은 힘들 것 같다팬데믹 시대에 이젠 여행도 비행기 타고 가는 게 아니라책으로 가는 게 대세다.

해서 이런 책으로나마 여행의 기억들을 불러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이 책은 그런 여행들을 압축해서 잘 보여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이 팬데믹의 시간은 언제 끝나려나?

지금 여행 기상도는 흐리지만, 조만간 맑은 날이 오겠죠. 그렇죠, 마연희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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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해서 책을 쓰기로 했다
김명숙 외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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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해서 책을 쓰기로 했다

 

이 책 나는 나를 사랑해서 책을 쓰기로 했다는 글쓰기로 모인 7명이 쓴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글쓰기를 배운다

 

글쓰기 part 1의 타이틀이 <아련한 조각을 찾아요>이다.(16 쪽 이하)

이 파트에 실린 글을 모두 읽고 나서야 그 조각이 무언지 깨달았다.

 

글을 쓰기 위한 소재그 조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해서 그들이 찾아낸 조각은,

자연의 봄 그리고 마음의 봄.

엄마로부터 받았지만 알지 못했던 사랑.

내가 하고 싶은 것.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제는 돌려주고 싶다.

엄마가 되어 깨달은 사랑.

........

 

그렇게 그들은 조각을 찾아내어 글을 쓴다그리고 그 글들이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글쓰기 동아줄을 모두 함께 잡았다책이라는 꿈을 향해 끈을 당겼다하지만 그녀들은 바람과 달리 정식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책을 쓰기 위해 모여 철학 책을 읽고 글쓰기를 연습했다그 과정에서 글쓰기 솜씨의 성장은 느렸지만 서로의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194)

 

글을 쓰면서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그들은 서로의 글을 읽어가며 성장한다.

그것들을 모아세상에! 250군데 출판사를 선별하고 투고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다. (196)

 

돌아오는 거절 메시지에 모두 시무룩해졌다혼자의 힘이 아니었다면 벌써 포기했음에 분명했다여럿이 함께였기 때문에 서로를 격려했다모두 포기할 때쯤, “ 더 열심히 쓰는 연습을 합시다라고 말하려는데기적이 일어났다좋은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196)

 

그렇게 해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그들의 수고와 땀그리고 열정이 이 안에 담겨있다. 

 

글은 어떻게 쓰는가?

 

이런 조언 새겨두자.

 

나의 사소한 이야기가 타인의 마음에 맺힌 것을 터치하는 힘이 있어요.

 

글감은 일상에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특별한 것을 적는 게 아니에요사소하고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일로 시작하면 보편적 정서와 닿아 호소력이 생깁니다.

 

글에 교훈을 잔뜩 담거나 가르치려 어설픈 정보를 담을 필요는 없어요.

 

어려운 책을 인용하는 것보다 나의 삶이 더 강력합니다. (195)

 

읽기와 쓰기의 관계는?

 

최신애의 기록을 정리해 본다. (110쪽 이하)

 

글을 쓰겠다고 결심을 한 후, 6년이 흐르는 동안 나의 쓰기는 출간으로 이어졌다.

 

날 수 없는 새가 언젠가 날기 위해 날개를 매만지듯 읽고 또 읽었다.

 

왜 읽어야 하지?”

실천할 수 없거나이상적인 책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정리하는 편을 택했다.

 

읽기가 읽기 그대로여도 나쁘지는 않다. (책은책을 읽는 사람을 결국 바꾸고야 만다읽기의 반복은 쓰고 싶은 갈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어쭙잖게 쓴 글에도 누군가 공감하면 읽기와 쓰기는 날개를 달게 된다수동적이며 평면적이던 나의 읽기는 능동적이며 입체적인 모양을 가지기 시작했다.

 

읽기는 자라서 쓰도록 만드는 힘이 있음에 분명하다.

 

삶을 배운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함에 미안했다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193)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성연경이 딸에 대하여 쓴 글이다학교 생활에서 아이가 겪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그 고민을 나눈 글이다.

 

이 글을 보면고민이 두 번 나온다하나는 딸의 고민또 다른 하나는 엄마의 고민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사는 게 인생이다작은 고민부터 큰 고민까지고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해서 글감은 일상에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특별한 것을 적는 게 아니에요사소하고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일로 시작하면 보편적 정서와 닿아 호소력이 생긴다는 글쓰기 조언이 맞는 것이다남의 고민을 읽으면서 나의 고민을내 인생을 성찰해 보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되는 우리말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꽃소식이 들린다사람들은 들렌다. (197)

 

기막힌 문장이다문장 두 개운이 맞는다.

헌데 들렌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처음 보는 단어다.

 

들레다 동사 야단스럽게 떠들다.

 

다시 이 책은?

 

나라면 어떤 글을어떻게 썼을까?

어떤 조각들을 찾아내 글감으로 삼고어떻게 글을 끌고 나갔을까?

그런 글을 쓸 정도로 나의 읽기는 충분한가?

 

읽기부터새롭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책은 그런 자극이 된다.

이 책은 글읽기와 쓰기그리고 삶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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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야기하는 책 읽기 - 가짜 이야기, 진짜 이야기, 이야기의 순간
조서연 지음 / 아우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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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이야기하는 책 읽기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신선한 도전을 담고 있다.

이야기 한 꼭지마다 그 이야기를 읽은 독자가 등장하여 저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와 그 뒤 이야기를 구분하기 위해 앞의 이야기를 소설’, 그 뒤의 이야기를 대담이라 구분하자.

 

이야기(소설)를 만들어 제시하는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이고그 이야기(소설)를 읽고 저자와 이야기(대담)를 나누는 사람은 저자의 어머니이다.

그러니까 어머니와 딸이 모여서 딸이 쓴 소설을 읽고 대담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설과 대담이 모두 7개의 소설을 두고 이루어진다해서 글은 모두 14개가 된다.

 

소설을 읽고 난 어머니의 의견들어보자.

 

세 번째 이야기 <지도의 역사>에 대해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지겹다. (112)

 

이 말에 눈이 간다솔직히 그 소설을 읽는 내 마음도 그랬으니까.

이야기매우 짧은 단편 형태를 지닌 소설인데 시작 부분에서는 감이 잡히지 않고계속 길을 헤메는 듯 하다가 중반쯤 가서 무언가 속에 들어있는 것을 눈치 챘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초입부분은 지겹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저자는 애를 써서 소설을 만들어내면서줄거리를 얼른 파악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독자들이 진입하지 못하게여러 방벽을 쌓아놓고 그걸 허물고 들어오도록 장치를 만들어 놓는 바람에 조금 지겨웠다게다가 대화와 지문도 섞여있어서 어느 부분이 누가 한 말인지설명하는 말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그래서 어머니도 지겹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얼개가 파악된 다음에는 당연히 그 다음 이야기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어머니도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또 뒤에 일어날 일들이 너무 궁금해지는 거야이 여자가 구제상사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까. (121)

 

독자들로 하여금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었다면그건 소설가로서 일단 합격이다.

소설을 읽은 어머니도독자인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 전혀 없다.

소설은 재미있고흡인력이 있어합격이다.

 

소설 다음에 이어지는 대담에서 어머니의 평이 그 소설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주며그래서 혹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독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해주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훌륭한 어머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설도 소설이거니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어머니의 평이 어떨까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대담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먼저 어머니가 딸의 소설에 대해전반적인 느낌을 말한다.

 

[1화 첫 번째 이야기 소설 쓰는 여자

이야기하기 : “무엇 때문에 말하기가 힘든 것일까?”]

 

어머니 이 글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레아.

저자 레아소설 쓰는 여자가 붙인 이름? (40)

 

[3화 세 번째 이야기 지도의 역사

이야기하기 : “마음을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일까?”]

 

어머니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지겹다. (112)

 

[6화 여섯 번째 이야기 한나의 실험

이야기하기 : “콤플렉스는 무엇에 의해 만들어질까?”]

 

어머니 이글의 인물들이 꼭 우리 집 누군가를 지칭하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소설로 보고자 한다. (218)

 

그 다음에는 소설을 두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3화 세 번째 이야기 지도의 역사

이야기하기 : “마음을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일까?”]

 

네 이야기를 듣다보니 지도가 길 찾기도 있지만우리네 살아가는 인생행로도 담고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 (115)

그리고 주인공은 길을 잘 모르는 여자야. .

그렇지너처럼 길치. (115) 

살아온 역사가 지도의 역사와 오버랩 되면서 엄마가 말한 인생행로도 떠올리게 한 게 아닐까. (116)

 

 

그 다음에 현실로 돌아와어머니에게 소설 속의 상황 한 가지를 꺼집어내 대입시켜 묻거나 한다.

 

[2화 두 번째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하기 : “머물지 말았어야 할 공간이 있을까?”]

 

엄마에게 좋았던 추억 공간은 자식에 대한 거네?

그렇지나는 자식을 통해서 그런 걸 느끼지좋았던 순간은 손녀들 출생의 기쁨이 느껴지던 순간이고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83)

 

[3화 세 번째 이야기 지도의 역사

이야기하기 : “마음을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일까?”]

 

엄마도 이 여자처럼 갑작스럽게 알고 싶거나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123)

 

[5화 다섯 번째 이야기 검은 돌의 노래

이야기하기 :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해야 할까?”]

 

만약에 그 때(청춘 시절)로 돌아간다면 엄마는 뭘 하고 싶어? (191)

 

이렇게 진행되는 대담과 소설을 읽으면서저자의 의도 -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드러내 보이려는 - 는 잘 맞아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전체 이야기가 제대로 잘 읽혔으니 말이다.

 

다시이 책은?

 

엄마.

?

같이 읽을까?

무엇을 말이냐?

내가 만든 이야기,

네가 원하면 뭐든 읽을 수 있어.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가 이런 대화를 나눈 다음에딸은 소설을 쓰고 어머니는 읽었다.

이런 대화는 이 책의 저자와 어머니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저자와 그 책을 읽는 독자 사이에서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왜냐면그건 이 책 저자의 어머니가 말한 바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을 듣는 것도 독서라면 독서지.” (11)

 

그 말이 이 책의 색깔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대담 구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 자신의 상황으로 돌아와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그게 소설의 기능이 아닐까.

이 책은 소설의 그런 기능을 더 한층 밝히 보여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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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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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어역사공부를 제법 했다.

해서 동양서양 역사에 대하여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읽은 것서양 쪽 역사 특히 유럽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 책 제목처럼 오래된 유럽이었다.

 

오래된 유럽에 대하여 알고 있었으니머리에 담겨 있던 지식들을 이 책의 것들로 모두 갈아 끼워야했다업데이트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현재 스페인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해서 스위스와 스페인를 비롯한 유럽에 대하여 따끈따끈한 현재 소식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이런 것 한번 들어보자.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매스컴에서야 K - 문화니 BTS니 읊어대지만실제 밑바닥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 사람들에게아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그쪽 교육과정에서는 아시아에 대하여는 유럽과 접점이 있는 부분 정도 배우는데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의 정복 루트아시아까지 이어진 마르코 폴로의 탐험로남부 스페인을 점령했던 무슬림 세력아편 전쟁,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의 역할들이 그것이다. (8쪽) 

그러니 우리나라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교육 과정 이외의 부분에 대한 아시아의 정보는 어떻게 듣게 되는가?

 

전통적인 루트는 일본 애니메이션중국 무술 영화유럽 전역에 널린 저가 중국 식당일본과 한국의 전자 제품중동의 전쟁이나 북한의 독재자를 다룬 국제 뉴스다. (8)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 나아졌단다. K 드라마와 팝 덕분에.

 

그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해서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할 때국적을 물어 Korea 라고 답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south or north?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4개의 챕터에, 21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

2부 유럽의 민낯

3부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첫째,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유럽 상황은 어떨까여기 그 실상이 잘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 발생당시 스위스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한다. 

중국에서 바이러스 전파 소식이 들려온지 두어 달이 지나도록 유럽이 사실상 바이러스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13)

그런데 다행으로 저자는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한인회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한다.

그때 저자의 남편왈,

제 1세계에서 보급품이 도착했네한국인이라서 좋겠다.”

전세계가 바이러스 앞에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바다 건너 자국 교민에게까지 마스크를 보내는 한국정부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4)

 

그런 사항을 시작으로 스위스스페인등 유럽 각국이 어떻게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단편적인 사건 위주가 아니라유럽의 보건체제의료보험 체계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영향까지 다각도로 심층적인  분석을 해서 실상을 알려주고 있다. 

 

둘째, 우리가 민주주의 모범으로 알고 있는 스위스과연 그럴까?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단어지만그에 속한 구성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과 포퓰리즘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국민투표라는 제도는 다수결과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국민투표와 선거가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국민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에 비유했다. (98)

 

92쪽에서 저자는 투표 내용 및 결과를 포함한 투표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데스위스에 직접민주의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잘 알 수 있다.

 

참고로 여성에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안건은 1959년에는 부결되었으나, 1971년에 통과되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언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을까?

 

셋째, 영어 문법이 변하고 있다.

 

이런 글 읽어보면서 문법상 틀린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a staff member who was active in kindergarten. A last week has been tested positive for the Corona virus yesterday evening. They are doing ok, given the circumstance, but are waiting for the more details on their Quarantine expectations.

 

이런 문장을 접한 우리 학생들은 읽자마자 금방 틀린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앞에는 분명 a staff member 라고 되어 있는데뒤에 그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는 They와 their 로 되어 있으니당연히 문법상 오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이 문법상 틀린 게 없다는 게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다.

위의 글은 저자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교사 한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가정통신문이다그런데 왜 저런 문법적으로 그릇된 영어를 사용했을까?

 

그건 확진자의 성별을 감추기 위해서다.

내용상 확진자는 한 명인데그 확진자의 성별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 he나 she를 사용하지 않고 they로 표시한 것이다.

그렇게 3인칭 단수 대명사로 they 를 쓰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영어에 새로 생겨난 용법이다. (201)

 

IT 기업에 근무하는 저자의 지인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지원자를 지칭할 때 he 나 she 대신 they를 쓰도록 하는 사내 지침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

 

넷째스페인의 역사최신판이다. (235쪽 이하)

 

간단하게 연도별 사항만 정리해 본다.

 

1936년 7월 17일 프랑코 장군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다.

공화파를 돕기 위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4만여명이 모여 국제 여단을 꾸려 참전한다.

이때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도 참여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게르니카 폭격을 항의하는 그림 <게르니카>를 그린 것도 이때다.

 

1939년 4월 1반란군이 수도 마드리드를 탈환하면서 내전이 끝나고 프랑코 정부의 독재가 시작된다.

1975년 11월 프랑코가 사망하면서 독재가 끝난다.

카를로스 1세가 즉위하여나라는 독재체제에서 군주제로 복귀한다.

 

1977년 망각협정을 맺고 사면법을 통과시킨다.

이 법의 내용은 1976년 12월 15일까지 저질렀던 모든 정치적 행위는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2007년 역사 기억법이 통과되어 프랑코 체제 희생자들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범정부위원회가 구성된다.

 

그간 궁금했었다이런 것들

 

외국 사람들에게 구구단?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이 그 나라 교육에 대해 쓴 걸 보면대개 한국이 주입식·암기식 교육인 데 비해 선진국은 구구단 하나도 몇 년 동안 가르치면서 원리를 완벽히 이해시킨다는 설명이 흔히 등장한다. (116)

 

이런 말 흔히 들어왔다우리 교육은 주입식이고 암기 위주의 교육을 시킨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에 구구단은 단골로 들어 있는 소재였다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 들어보자.

 

그런데 구구단 원리를 이해하는 데 정말 몇 년씩 걸리는 게 사실이라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닌가만 9살짜리가 더하기와 곱하기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막상 내 아이가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곱하기를 배우는 걸 보니선진국식의 대단한 원리’ 교육이란 건 없었다. ‘무식한 반복으로 구구단을 암기하는 건 스위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엔 구구단 노래가 있고 여긴 없다는 것뿐이다. (116)

우리 교육 무턱대고 폄하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보는 우리 코로나 방역은?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럽이 위드 코로나(즉 지금까지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고그래서 일상을 회복했다고 부러워들 한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유럽에선 오히려 한국이 팬데믹 기간에도 일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는 점이다국경 통제와 통행금지부터 코비드 증명서 검사까지한국에는 없고 유럽에는 있()던 정책이다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유럽인들에게 이번 팬데믹은 스스로 굳건히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 가치가 무너지는 체험의 연속이었다. (338)

 

외국에서는 우리를 높게 평가하는데, 우리는 자신들을 평가하는데 왜 그리 인색할까? 

특히 언론들 말이다.

언론들의 평가 기준이 대체 얼마나 높기에 우리 자신을 깎아 내리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 언론의 실상한 가지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는데스위스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약 314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이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한국에서도 보도하긴 했는데어떻게 보도했을까?

 

당시 한국에서는 2,500 스위스프랑이라는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보도가 많이 있었으나사실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 (166)

 

문장 뒤의 사실상 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는 말은 현지 상황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왜 현지에는 큰 이견이 없었을까?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월 소득 기준으로 4인 가구는 4,000 스위스프랑(약 503만원이하일 때성인 1인 가구는 약 2,300 스위스 프랑(약 289만원)이하일 때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단순비교를 해서 우리 돈으로 314만원이니 비현실적이라고 보도를 한 것이다.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상에서 계산기만 두드린 것이다이게 바로 자의로 해석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폐해가 아닐까.

 

다시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역사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위드코로나로 해서 무언가 소망의 빛이 보이는가 싶었는데그것조차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여의치 않다니인간의 한계를 더 드러내고야 끝낼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유럽의 모습 변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이 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진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우리나라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고 있으니독자들을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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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책세상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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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사진 석 장인생 세 고비

 

이 소설은 <머리말>과 <맺는말사이에 갈무리 된 세 개의 수기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말>에서 사진이 석 장 소개된다.

 

나는 그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본 적 있다.

한 장은 남자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넓은 줄무늬 하카마를 입은

( ........)

정원 연못가에 서서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보기 흉하게?

(.......)

두 번째 사진의 얼굴은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해있다교복 차림인데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확실하지 않다. (..........) 그런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잘 생긴 학생에게는 왠지 모를 으스스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나머지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나이부터 전혀 가늠이 안된다. (9-11)

 

이렇게 석 장의 사진이 이 책의 주인공 요조를 설명해준다.

 

그런 <머리말>에 이어서 세 개의 수기가 전해진다.

요조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이어지는 수기가 이 소설이다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 소개하지 않으련다.

 

몇 개 짚고 넘어가자.

 

이 소설의 저자와 이 소설의 주인공

 

간단히 말해동일인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저자인 다자이 오사무의 소개를 읽으니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몇 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도쿄 미타카의 다마강 수원지에 투신하여 삶을 마감하였고주인공도 자살 시도를 하며결국은 자살로 추정되는 삶을 끝냈다. (135)

 

집에 돌아갈래”  - 나 다시 돌아갈래!”

 

삶의 어느 단계에서 요조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상자안에 든 것을 한입에 털어넣고 컵에 담긴 물을 침착하게 마신 뒤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사흘 밤낮을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 ............) 의식이 돌아온 내 입에서 맨먼저 튀어나온 헛소리는 집에 돌아갈래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어느 집을 가리키는 말이었는지 당사자인 나도 모르겠습니다만아무튼 그렇게 중얼거리며 처량하게 울었다고 합니다. (117-118)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철교를 배경으로 하여두 손을 높이 들고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이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이다.

 

똑 같은 질문을 요조에게 던질 수 있다.

어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왜 그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요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그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이었는가?

 

그저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그의 행복의 조건이다.

그는 일생 동안편히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집이 없었다.

무슨 부동산을 말하는 게 아니다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그래서 집 자체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가 마음 놓고 쉴 공간인 집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 공간이 없어 그는 자연 떠돌이가 되고사람들 사이에서도 정착지를 찾아낼 수 없었다.

 

천사같이 착한 사람이 왜?

 

그런 행복을 왜 요조는 찾아내지 못했을까?

 

그 답이 <맺는말>에 나온다.

그를 알던 마담이 전해주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아주 순수한 데다 남 배려할 줄도 알고술만 마시지 않으면아니 마셔도....천사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135)

 

천사같아서 세상을 힘들게 살았단 요조그는 왜 행복을 찾지 못했을까?

 

주인공 요조에게 그런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자신이다.

그가 고백하는 불행의 단서들을 여기저기에서 포착할 수 있다 .

 

말하자면 언제부터인가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가 된 것입니다. (17)

 

말수가 적은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과 나 사이에 무시무시한 침묵이 가로 놓일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어릿광대짓을 해 왔는데, (........) (44)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합니다. (59)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어릿광대짓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맡기는말하자면 패배자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75)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능력이 내게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79)

 

내 불행은 거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권하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방 마음에도내 마음에도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커다란 틈이 생길 거라는 두려움에 괴로워했습니다. (127)

 

그런 불행의 조건을 지니고 살아간 요조그는 심지어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자신을 평한다.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더라도 내 이마에는 미치광이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을 것입니다.

인간 실격.

이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128)

 

그는 그렇게 해서인간 역사에서 한 점을 찍는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인간 실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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