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공화국 -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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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앞표지에 있는 글, 또한 책을 열면 맨 앞장에 나오는 말이 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과연 그런가?

저자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 책 전편에 걸쳐 논증하고 있다.

해서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2소용돌이 사회가 만든 법조 특권주의

3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

4장 왜 전관예우는 사라질 수 없는가?

5장 유사종교적 현상이 된 전관예우

6장 국민적 신뢰도 추락에 둔감한 사법부

맺는말 : ‘개천에서 용 나는모델을 넘어서

 

정말이지 우리 사회가 법조인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실명이 많이 등장한다.

 

좋은 의미, 또는 나쁜 의미로든 실명이 자주 등장한다.

 

김두식, 이름 기억해놓고 읽어보자.

 

김두식은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로 근무한 바가 있다. 그의 고백에서 의미있는 발언이 있다. 옮겨본다.

 

검사를 그만두고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어머니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다.

 

네 이모가 그러더라. 두식이가 검사하는 동안 애가 좀 이상해졌나 생각했다고. 젊은 애가 왜 늘 뒷짐을 지고 걷는지, 어른들을 모신 자리에서 왜 늘 중심에 있으려고 하는지. 쟤가 원래는 안 그랬는데 검사가 되더니 아예 영감노릇을 하려나 생각했다고 하더라. (48)

 

문제는 김두식 검사만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또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 특권의식에 찌들어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사람들이 정치계로 들어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하여 <3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살펴보고 있다.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할까?

 

2010125일에 발표된 칼럼 한 토막 읽어보자.

서울대 법대 교수 김증한의 발언이 소개되고 있다.

법과대학이란 똑똑한 아이를 데려다가 바보 만들어 내보내는 곳이다. (68)

 

컬럼을 쓴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은 그 말을 들을 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줄 몰랐다 한다.

그 컬럼의 후반부에 김주필은 이런 말로 그 의미를 찾아낸다.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양심을 제대로 발동하기 위해 법을 다루는 사람은 보다 많은 지식과 깊은 경험과 넓은 상식을 지녀야 하는데 법대생들은 오로지 사전적 지식에 매달리는 사태를 김교수는 걱정한 것이다. 그가 말한 바보는 법을 다룰 자격이 없는 인간적 장애를 의미한 것이었다. (69)

 

서민의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영감대우만 받아본 사람들이 법을 다루고 집행한다. 그러니 법이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다시 정리해보자.

세상의 이치와 삶의 가치, 교양과 상식,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출세를 향해 매진하는 젊은이, 고등고시를 인생의 유일한 지름길로 여기는 학생들이 결국은 인간적으로 불완전한, 공부만 잘하면 만사가 형통이라는 오류에 빠진 외골수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69)

 

그런 경계는 어디 법대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다른 전문직종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이제는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전문직에서 성공했다고, 거기에서 얻어낸 성공의 법칙이 정치에서 그대로 통용된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렇게 정치판에 들어왔다가 망신만 당하고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인가?

 

이런 소제목은 그래서 두루두루 통하는 명언이 되는 것이다.

 

법조인들의 확고한 기준에 대한 두려움 (69)

현실, 특히 낮은 곳을 모르는 무지와 무식 (73)

 

이런 지적은 그래서 유효하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발언이다.

 

젊은 시절 인문사회과학적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정계, 관계, 재계로 진출해 지도층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 전반의 위기다. (85)

 

이 글의 서두에서 실명이 자주 등장한다고 밝혔는데, 그 중에서도 나쁜 의미로 실명이 등장하는 경우, 바로 이런 것이다.

 

무식의 여부와 정도는 출신 학교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 시간이 흐를수록 윤석열의 무식에 놀란 사람이 많았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울 게다. (87)

 

솔직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듣는다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럴 리가 있나, 라고 항변하고 싶은 정도다.

 

그러나 이런 말을 저자가 하는 것, 거기에 토를 달 수 있을까?

 

202239일 드디어 서울 법대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서울 법대를 위해선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87)

 

다시, 이 책은?

 

실상 이 책은 바로 그런 법조인 때문에 쓰여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이 장악한 한국 정치판 (21)

 

서두부터 법조인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정치판에 들어온 법조인들이 하나같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아닐까?

 

이 책에서 몇 번이나 읽고 읽어야 할 부분이 있다.

<윤석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192쪽 이하의 글이다.

 

대다수 국민에겐 청천벽력 같았던 12.3 비상계엄을 저지른 윤석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걸 따져 묻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193)

 

이제 와서 그걸 물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라는 발언은 하지 마시라. 그런 의문은 불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분명하게 있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 그런 속담은 법전에는 안 나온다. 혹시 법조인 중에 법전에 없으니 들은 바 없고, 읽은 바 없으니 그런 속담 모른다고 할까봐 노파심에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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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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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베토벤에 관하여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이 분류도 베토벤의 일생을 조감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1부 인간 베토벤

2부 사랑에 빠지다

3부 몰입의 순간

4부 막다른 골목에서

5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6부 인류 전체를 위한 목소리

 

이 책에서 베토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베토벤에 관해 알았던 것은 더 깊고 자세하게, 몰랐던 것은 새롭게 알게 되어, 베토벤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귀한 자료를 만난다.

 

베토벤은 괴테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그 둘이 딱 한 번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게 아니라는 것, 다른 정보를 듣게 되었다.

 

1812717일 괴테가 당시 베토벤이 묵고 있던 곳, 테플리체에 찾아왔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토벤은 그날 찾아온 괴테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갔고, 다음날 둘은 온천으로 여행을 갔다.

그렇게 열흘 동안 매일 어울렸다.

 

그후로도 둘은 카를로비바리에서 두 차례 더 만났다. (79)

 

여기서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둘이 어느날 산책을 나갔는데 프란츠 황제와 수행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괴테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베토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성큼성큼 지나갔다. 일행과 멀어졌을 때에 베토벤은 괴테의 굴종적인 자세를 지적하며 예술가는 결코 권력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괴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저자는 말하길, 바로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만남을 카를 뢸링이 그린 그림이 많은 독일인의 거실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 고맙다. 지금까지 둘의 만남이 그렇게 끝난 줄 알고 있었던 나의 지식창고에 정오표를 붙일 수 있게 되었으니,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음악을 다시, 새로 듣는다.

 

이런 베토벤을 만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다.


이보다 더 조용하게 시작하는 음악은 없다. 들릴락말락 하는 피아노 소리에 현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응답한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적 대화다. 이렇게 피아노가 먼저 나서고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다른 조성으로 시작하는 협주곡은 이전에 없었다. (45)

 

이런 베토벤의 작곡 의도를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여기서 베토벤은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상황을 깨부수려고 나선 것이다, (45)

 

이 곡을 들으며 슈만은 이렇게 했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숨을 죽이고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47)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만 있는 줄 알았는데, 390쪽을 읽다가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의 한 가운데 베토벤은 작품 번호 76의 피아노 변주곡에 나오는 <터키 행진곡>을 집어넣어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390)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테레제에게 슈나벨은 스튜디오의 폭압적인 분위기를 불평했다.

그저 4분 연주할 수 있을 뿐이야. 4분 동안 2000개 건반을 치게 되는데, 그중 두 음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2000개 음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그 과정에서 처음의 잘못된 음은 고쳐지겠지만 다른 두 음이 문제가 생기고, 그럼 또다시 2000개 음을 연주해야 하지. 이렇게 열 번을 해. 언제 실수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고 20개 잘못된 음이 남고 말아.” (131)

 

피아니스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되는 말이다. 요즘 말로 치면 극한직업인 피아니스트, 그러니 듣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그저 그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고맙기만 하다. 

 

다시, 이 책은?

 

띠지에 이런 말이 보인다.

<100가지 장면으로 총망라한 베토벤 안내서>

 

그 말이 맞다. 베토벤을 총망라했다는 말이 맞다.

베토벤의 음악이면 음악, 삶이면 삶, 연애면 연애, 또 먹는 것이면 먹는 것....

하여튼 베토벤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렇게 총망라한 결과, 그의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러니 좋은 책이라고 할 수밖에.

그런 것 다 제쳐두고, 좋은 점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이다.

<베토벤 작품 찾아보기> (545~548)

 

베토벤의 음악을 총망라한 리스트다. 그러니까 베토벤의 음악, 그 중 어느 곡에 관해 알고 싶다면 

<찾아보기>를 찾아보면 된다. 예컨대, 피아노 소나타 22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37(201쪽 이하)을 찾으면 된다. 거기에 피아노 소나타 22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듬뿍 들어있다.


그렇게 듬뿍, 담뿍 베토벤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 책으로, 베토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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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한국인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소영 옮김 / 마음의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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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한국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인인데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또한 한국인을 며느리로 맞았고, 재불한인회 사람들과도 친분이 깊은 프랑스인이다. (140)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자.

 

이 책에는 저자가 한국인의 모습을 다음 몇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1부 말 속에 감춰진 따뜻한 마음씨

2부 먹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

3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국인다움

4부 오지랖을 유전자에 심은 민족

5부 삶의 전략으로 택한 실용주의

6부 치열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7부 경이로운 사람들이 모여 이룬 나라

 

한국과 인연을 맺은지 몇 년이나 되었을까. 아직 우리나라 상황에 동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다른 점이 많이 보일 수밖에. 그래서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고마운 일이다.

 

이런 것들, 경이롭게 여겨진다니 신기하다.

 

우리에게는 일상다반사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외국인의 눈에는 경이롭게 여겨진다니.

이런 것들이다. 적어둔다.

 

백화점 주차장을 나설 때 제복을 입은 남자나 여자가 고객의 차에다 대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 사뭇 놀랐다는 저자. (239

그러고 보니 우리는 늘상 그러한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것이니 그럴만도 하다.

 

갔다 올게에서 철학을!

 

저자는 우리가 흔히 하는 말, ‘갔다 올게라는 말에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그 말을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저자는 그 말에 숨은 뜻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친구들과 모임을 하던 중에 잠시 화장실에 가는 경우, 쓰는 말이 갔다 올게. (35-38)

그말을 우리는 무심하게 사용했는데, 저자 눈에는 달리 보였던 모양이다.

 

'갈게'라는 말은 상대를 어떠한 조건에 처하게 한다. 돌연 텅 빔이 드러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벌거벗음만 오롯이 남는다. (........) 이 말이 나타내는 단절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모든 떠남은 작은 죽음이다.

바로 그 순간, ‘올게가 구원처럼 등장한다. 문득 솟아오르는 것은 텅 빔이 아니라 여백이고 괄호이며 숨결이다. 어울림이 즐거우면 올게라는 말은 기대되고 기다려지며 간절해진다. (36-37)

 

이부분, 전체를 읽어보면 더 확실히 느껴진다. 우리는 전혀 몰랐던 우리 말에 이렇게나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구나, 하는 감탄. 그야말로 경이로운 순간이다.

 

또 있다. 왜 슬리퍼를 끌고 다닐까, 거기에도 철학이?

 

더 나이 든 사람들도 길에서 똑같이 하고, 동네 슈퍼에 가는 할머니도 슬리퍼를 찍찍 대며 간다. 그런데 남들이 다 보는 데서도 이렇게 신발을 끌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아니면 발을 질질 끌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조신함을 강요하는 유교 전통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다는 마음의 반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맞을 것 같다. (107)

 

이런 글 신기하다.

 

한국인의 평균 키는?

저자가 파악한 한국인의 평균 키는 175cm 라 한다. (209)

이 글을 읽기전에는 한국인의 평균이 그 정도인줄 몰랐다. 175cm 라니!

이제 우리 한국인들도 외국인과 비교해서 키 때문에 꿀릴 일은 없겠다.

 

변색된 반지를 새것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들어주고서도 십 원 한푼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233)

 

이럴 때 어떤 표현을 쓰더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말, ‘십 원 한푼이라는 표현말이다.

 

일 원 한푼’. ‘십원 한 장’, ‘돈 한푼도’, ‘천원짜리 한 장도’.,

그간 그 말 쓰긴 했는데..   어떤 말을?

 

특히 <7부 경이로운 사람들이 모여 이룬 나라>에서 한강을!

 

이 부분은 특히 한국인은 읽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바라고 바라던 노벨상, 그중에서도 문학상을 한국인이 받았다는 것,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런 수상에 대하여 외국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7부에서 글 2개 꼭지를 노벨문학상에, 그리고 나머지 글들을 한국인이 이룩한 문화 예술에 할애하고 있다.

이런 글도 그래서 기록해둘만하다.

 

한국에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베스트셀러 시집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들으면 프랑스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프랑스 현대 시의 경우,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시인들이 초쇄도 다 못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68)

 

이런 글이 바로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시집이 베스트 셀러가 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도 될 듯하다.

 

다시, 이 책은?

 

우리를 알려면?

우리나라를 알려면?

한국인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면?

 

답은 간단하다. 우리 스스로는 잘 모르니, 우리 자신을 잘 알려면, 남의 눈과 입을 빌려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여기 남의 눈과 입을 빌려, 우리나라 한국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그 모습이 설령 부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알려주고 있다

이제야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제대로 보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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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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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그 첫째가 나에게 철학은 어떤 것이었을까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철학은?

먼저 철학자의 이름을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해서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거쳐 현대 철학에 이르면, 쇼펜하우어, 니체 등등..

 

그렇게 이름을 알고, 거기에 몇 가지를 덧붙인다.

철학자들의 주요 주장을 달달 외우는 것이다. 니체는 위버멘쉬.,,,아참 위버멘쉬는 최근 바뀐 이름이고 그전에는 초인이라고 했다. 슈퍼맨....?

하여튼 그런 식이었다. 그러니 철학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저 골치아픈 학문이었다.


결론은?

지금껏 철학을 잘 못 배웠었다. 그러니 철학을 제대로 써먹지 못할 수밖에.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철학이 쓸모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철학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 방법은?

세 가지 큰 카테고리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철학자들의 생각법

2, 탁월한 생각을 만들어내는 사고 습관

3,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법.

 

이 책에서 철학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중 몇 가지 옮겨본다.

 

철학적 사고의 3단계 (21쪽 이하)

- 의심하기, 시점 바꾸기. 재구성하기.

 

1장에서는 철학자들의 이론적 주장들이 뜻밖에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건 저자가 철학자들의 이론 주장을 독자들에게 쓸모 있도록 사용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철학은 철학자와 그 철학자의 주장을 아는 데에서 끝인데,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헤겔이 주장한 변증법은 저자에 의해서 아주 훌륭한 문제 해결책으로 활용된다. (70)

 

그 활용 방법을 여기 옮겨본다. (73)

다음과 같이 세 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어떤 것이든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좋으니 한 가지 주제를 정해보자.

그 주제와 관련된 문제점을 떠올려본다.

그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로 인하여 그 주제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또다른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2장에서는 5명의 철학자를 소개하면서, 그 철학자들의 주요 주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다.

 

놀라움을 느껴라_플라톤의 타우마제인

세상을 관찰하라_베이컨의 경험론

아이처럼 놀아라_카이와의 놀이 이론

다양하게 해석하라_니체의 퍼스펙티브

억지로 잠들지 마라_힐티의 수면론

 

이 중 힐티의 수면론은 꼭 읽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요즘 들어 잠 못 들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때 이 철학자를 초빙해 사용해보자.

힐티, 즉 칼 힐티로부터 수면에 관한 교육을 받아보자. (201쪽 이하)

 

힐티의 수면 철학은 무엇이냐 하면, 다름 아닌 억지로 자지 않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담하는 방법을 힐티는 추천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도 물론 제시하고 있다.

 

대개 잠못드는 시간은 밤늦은 시간이 되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설령 있다고 해도, 밤늦게 폐를 끼칠 수 없는 일이다. 밤 늦은 시각에 그 사람에게 상담하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힐티는 이 방법을 제시한다.

 

혼자 마음 속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담하는 가상 상담을 권한다. (203)

그가 제시하는 가상 상담의 방법은 여럿 있는데, 그것은 이 책 203쪽에서 205쪽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이 책을 읽다보면 철학과 어느덧 친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철학이 단지 책상에서, 책으로만, 공중 누각처럼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가전 제품의 매뉴얼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전 제품의 매뉴얼은 진지하게 읽는 게 아니라지만, 이 책은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가전제품 매뉴얼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맞다

그런 철학을 지금까지 잘못 사용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해준 책, 이제 철학은 어제의 철학이 아니다. 우리 속담에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하는데, 이제 철학을 부뚜막에 놓아두지 말고 직접 넣어보자. 일상생활에, 업무에, 살아가는 모든 일에 넣어서 맛을 느껴보자. 그게 가능하다는 것,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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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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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의 여러 가지 글들을 모아 놓은 글모음집이다.

발터 벤야민은 말 그대로 다양한 글을 썼는데 이 책에는 이런 분야의 글들이 실려있다.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꿈과 몽상

2: 여행

3: 놀이와 교육론

 

이렇게 읽어보자.

 

일단 읽기 시작한다.

일단 읽기 시작한다는 말은 이 책의 303쪽 이하에 있는 <편집자 해제>를 읽지 않고 본문의 글을 읽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발터 벤야민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어보는 것이다.

 

몇 개 글꼭지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게 뭐지? 이게 소설이야, 뭐야, 글의 내용이 영.....

그런 생각이 들어도 계속 읽어보자. 어디까지?

 

<1: 꿈과 몽상> 편을 다 읽을 때까지 그저 읽어대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다음에 이제 목차로 돌아가서, 1부 글의 성격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꿈과 몽상? , 그래서 글들이 그랬구나........

 

그리고 다시 2부로 넘어가자. <2: 여행>이다.

2부에서는 조금씩 글의 갈피가 잡히기 시작한다. 글의 앞 뒤가 조금씩 이해되면서, 여행에 관련된 글이구나, 하는 실체가 잡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글이 마무리 되지 못한 듯한 부분이 많아, 그저 감만 잡을뿐, 여행의 진정한 맛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 아직은 발터 벤야민의 글이 낯설다.

 

조금더 참고 읽어가자.

이제 조금씩 보인다, 글이, 안개속을 헤매던 글들이 이제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22번 글 <세이렌>이다.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괴물들이다.

세이렌이목이니 당연히 뱃사람들이 등장하고,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설정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글 안에 뱃사람은 등장한다. 스페인의 세비야 항이다.

배도 등장한다. 베스터발트 호(), 그 배의 선장은 G.

그 배에 탄 승객은 한 사람 클라우스 신징어,

G 선장과 승객 클라우스 신징어는 식당에 단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식당의 위치는?

배안, 배 밖? 127쪽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 밖 세비야의 어느 곳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글은 끝이 난다. 신징어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중에 글이 끝이 나는 것이다. (129)

 

그런데 정작 세이렌에 대한 언급은 81쪽에 미리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보았다.

 

예전에 세이렌들이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났을 때도 이렇게 바다의 파도에 올라탄 모습이었다. 그 때 그 바다는 그리스인들에게 낯선 바다였을 테고, (............) (81)


왜 글이 이럴까?

그런 를 알아보기 위해, 별 수 없이 <편집자 해제>를 읽을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편집자 해제>를 읽어보자.

 

한 선장이 한 승객에게 썰을 풀고,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자기가 겪은 신기한 일을 들려주고,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기 지인 이야기를 전하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이 전해들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308)

 

이게 바로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 방식이다.

 

그렇다면 벤야민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변화된 조건들 아래에서 스토리텔링의 구술성을 재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해도 될까? (308)

 

이런 종류의 글에서 벤야민은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형식을 놀라운 방향으로 (형식이 스스로 허물어질 수도 있을 지점까지) 밀어붙인다. (308)

 

그런 글을 지향하고 있는 벤야민의 글, 정수를 이 책에서 맛보게 된다.

그렇게 글의 성격을 확실히 하고 읽으니,

 

이제야 이런 재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묵은해를 돌아보는 여행이 시작됩니다. 열두 장의 장면이 지나가고, 각 장면에 짧은 설명이 쓰여있고 (........) 해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입니다.


그때 저 길로 가고 싶었는데

그때 저 편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때 저 사람을 구해주고 싶었는데

(........)

그때 저 여자를 따라가고 싶었는데

(.......) (43-44)

 

내가 그때 처음으로 경험한 그리움, 아예 그리움의 대상 안으로 들어가 있던 나를 엄습했던 그 그리움은,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데서 비롯되어 대상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그리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복된 그리움이었다. (51)

 

고대 로마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공연되었던 희가극 한 편이 이렇게 베를린이라는 비밀 무대에서 공연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법칙을 물려받았고 (사랑을 둘러싼 소동이 스물 네 시간 내에 얽히고 풀린다.) (157)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법칙,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보았던 것인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재미있다.

 

또 이런 글은 어떤가?

 

여행 중 독서와 기차 탑승의 관계는 기다림과 기차역의 관계 못지않게 밀접하다. (165)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서평: 범죄소설을 여행 중>(161-166)은 이 책에서 빼놓지 말고 읽어야하는 글이다. 글의 장르가 서평이니, 이 정도는 되어야 서평이라 할 것인데.....

 

다시, 이 책은?

 

말이 길었다. 이 글의 요지인즉,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벤야민의 글에서 재미를 맛보려면, 먼저 이 책의 후반부에 실려있는 <편집자 해제><편집자의 말>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언뜻 보면 글이 이상하다, 고 느껴지는 글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벤야민의 속내 깊은 글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 이런 유머도 숨겨 놓았다는 것을 알고, , 벤야민의 글, 읽을만하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이런 부분, <숨기고 있던 이야기> (109~), <고독의 이야기들> (182~)

 

해서, 서평 속의 이런 말은 자기 자신의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인물 묘사들은 종종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 책이 어떤 책인가와 상관없이 이 책을 읽을만한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그 묘사다. (102)

 

아참, 하나더, 파울 클레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맘껏 파울 클레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라는 것,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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