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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평점 :
왜 베토벤인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베토벤에 관하여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이 분류도 베토벤의 일생을 조감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1부 인간 베토벤
2부 사랑에 빠지다
3부 몰입의 순간
4부 막다른 골목에서
5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6부 인류 전체를 위한 목소리
이 책에서 베토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베토벤에 관해 알았던 것은 더 깊고 자세하게, 몰랐던 것은 새롭게 알게 되어, 베토벤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귀한 자료를 만난다.
베토벤은 괴테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그 둘이 딱 한 번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게 아니라는 것, 다른 정보를 듣게 되었다.
1812년 7월 17일 괴테가 당시 베토벤이 묵고 있던 곳, 테플리체에 찾아왔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베토벤은 그날 찾아온 괴테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나갔고, 다음날 둘은 온천으로 여행을 갔다.
그렇게 열흘 동안 매일 어울렸다.
그후로도 둘은 카를로비바리에서 두 차례 더 만났다. (79쪽)
여기서 둘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둘이 어느날 산책을 나갔는데 프란츠 황제와 수행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괴테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베토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성큼성큼 지나갔다. 일행과 멀어졌을 때에 베토벤은 괴테의 굴종적인 자세를 지적하며 예술가는 결코 권력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괴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저자는 말하길, 바로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만남을 카를 뢸링이 그린 그림이 많은 독일인의 거실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 고맙다. 지금까지 둘의 만남이 그렇게 끝난 줄 알고 있었던 나의 지식창고에 정오표를 붙일 수 있게 되었으니,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음악을 다시, 새로 듣는다.
이런 베토벤을 만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다.
이보다 더 조용하게 시작하는 음악은 없다. 들릴락말락 하는 피아노 소리에 현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응답한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적 대화다. 이렇게 피아노가 먼저 나서고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다른 조성으로 시작하는 협주곡은 이전에 없었다. (45쪽)
이런 베토벤의 작곡 의도를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여기서 베토벤은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상황을 깨부수려고 나선 것이다, (45쪽)
이 곡을 들으며 슈만은 이렇게 했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숨을 죽이고 움직이지 않으려 애썼다.”(47쪽)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만 있는 줄 알았는데, 390쪽을 읽다가 베토벤도 <터키 행진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의 한 가운데 베토벤은 작품 번호 76의 피아노 변주곡에 나오는 <터키 행진곡>을 집어넣어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390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테레제에게 슈나벨은 스튜디오의 폭압적인 분위기를 불평했다.
“그저 4분 연주할 수 있을 뿐이야. 이 4분 동안 2000개 건반을 치게 되는데, 그중 두 음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2000개 음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그 과정에서 처음의 잘못된 음은 고쳐지겠지만 다른 두 음이 문제가 생기고, 그럼 또다시 2000개 음을 연주해야 하지. 이렇게 열 번을 해. 언제 실수할지 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고 20개 잘못된 음이 남고 말아.” (131쪽)
피아니스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되는 말이다. 요즘 말로 치면 극한직업인 피아니스트, 그러니 듣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그저 그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고맙기만 하다.
다시, 이 책은?
띠지에 이런 말이 보인다.
<100가지 장면으로 총망라한 베토벤 안내서>
그 말이 맞다. 베토벤을 총망라했다는 말이 맞다.
베토벤의 음악이면 음악, 삶이면 삶, 연애면 연애, 또 먹는 것이면 먹는 것....
하여튼 베토벤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렇게 총망라한 결과, 그의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러니 좋은 책이라고 할 수밖에.
그런 것 다 제쳐두고, 좋은 점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이다.
<베토벤 작품 찾아보기> (545~548쪽)
베토벤의 음악을 총망라한 리스트다. 그러니까 베토벤의 음악, 그 중 어느 곡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이 <찾아보기>를 찾아보면 된다. 예컨대, 피아노 소나타 22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의 37장(201쪽 이하)을 찾으면 된다. 거기에 피아노 소나타 22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듬뿍 들어있다.
그렇게 듬뿍, 담뿍 베토벤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이 책으로, 베토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