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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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저자는?

 

이 책은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19791년 동안 서울의 건국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했다.

그런 체류때 경험한 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일본인이기에, 외국인의 시점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 책에 들어있다.

우리는 늘상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 것들도 외국인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것이니. 이 책의 내용 중 우리를 깨우쳐 주는 것들이 많다.

 

연구실 벽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분명 공적 장소에는 의무적으로 걸게 되어 있나보다. 나는 일본에서 전전 (戰前)시대 국민학교에 내걸렸다는 천황 초상화를 떠올렸다. 일본 메이지 유신을 모방해 '정신 유신' 같은 말을 고안하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독재자인만큼 당연히 여기도 모방의 힘이 작동하리라 (41)

 

이런 것을 보면, 당시에 이미 일본에서는 국가원수의 초상 사진 같은 것을 걸지 않았던가 보다. 우리나라만 메이지 유신을 따라 하느라 철지난 짓을 따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일은 전두환 때까지도 그랬었다.

 

식수는 박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행해졌다. (94)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자주 보는 기관장이나 유명인사들이 어떤 것 혹은 일을 기념하여 식수를 하는 장면의 기원이 바로 새마을운동에서라는 것.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저자는 우리나라로 오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전 정보를 듣는다. 그런 사전 정보들을 갖고 온 저자, 이런 것들을 뇌리에 주입하게 된다.

 

군사 독재 정권 하에 있으며 얼마나 부조리하고 공포로 가득 찬 곳인지 알게 되었다, (26)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연행되어 시체로 발견되었다. (27)

 

그곳 한국에서는 적어도 일본에서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주의에 만전을 다하지 않으면 뜻밖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 (28)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자, 그가 중앙정보부에서 데리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일하는 학교로 찾아온 중년 남성에게 이끌려 그는 중앙정보부로 가게 된다.

그런 일을 당하자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오만 생각을 다하게 된다.

무슨 잘 못이 있는 것일까? 말을 잘 못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연루된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

 

심지어 학과 공동연구실에 있던 책,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도 떠올린다.

김석범은 한때 조총련 측에 섰던 소설가로, 이 소설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다. (161)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에서는 뜻밖의 일을 제안한다.

일본어에 능숙한 직원을 뽑는데 면접관이 되어 달라는 것, 물론 1회만 해달라는 것이다.

 

기록해두고 새겨볼 말들, 사건들

 

당시 그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나라는 사회는 돌아갔을까?

일본인이 보고 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았는지라 다르다. 특별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더 특별한 외국이기에 더더욱 특별한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일본에서 온 잡지와 책을 받으려면 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우체국에서 출두하라는 요청이 인쇄된 엽서가 도착한다. 그러면 버스를 갈아타고 신촌 앞 철도 밑을 지나 연세대학교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에 가야 한다. 오전 중으로 시간대가 지정돼 아무래도 출퇴근 러시아워에 맞닥뜨린다.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튕겨 나와 우체국 바깥 계단을 올라가 2층 창구에서 서류를 보여주고 외국에서 온 소포 수령을 신고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령 절차가 끝날 리 없다. 담당자가 커터 칼로 소포 포장을 거칠게 뜯으면 안에서 나온 책과 잡지에 대해 한 권 한 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산주의와 반정부 관련 문서가 없는지 검사하려는 목적이다. (114)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저자는 일본 대사관 홍보실에 가서 신문을 열람한다. 물론 일본 신문을 보러 간 것이다.

 

열람실에 놓인 일본 신문은 무참할 정도로 검열을 받았다. 제목과 하단 광고를 남겨두고 1면 모든 기사가 잘려져 있었다. 그만큼 심각한 사태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났음을 말해주었다. (265)

 

이런 기록도 만난다.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텔레비전에서는 그리그의 <오제의 죽음>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대통령 공적을 칭송하며 61세로 끝난 그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 라디오 역시 클래식 음악 일색이었다. (271)

 

이런 기록을 읽으니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다시 읽으니 음악 관련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바흐의 파르티타 (32)

 

비틀스부터 드뷔시까지 조잡한 흑백 재킷으로 감싼 해적판 레코드가 팔려나간다. (63)

 

내가 에릭 사티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하자 부인은 안쪽에서 레코드를 꺼내 내게 빌려주었다. (242)

 

텅빈 전시장에는 모차르트<레퀴엠>만 흘러나왔다. (264)

 

이런 기록 가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과 만난 기록들이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다.

최인호, 하길종 영화 감독의 부인 전채린, 하길종 감독의 동생 영화배우 하명중.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비록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저자가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경험한 시간 - 하필이면 비상계엄의 엄중한 시간- 에 관한 기록이다. 해서 역사다.

 

이 책을 손에 잡은 날짜가 2024125일이다.

계엄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계엄이 이 나라에 울려퍼진 날이 2024123, 그로부터 이틀 뒤다. 그러니 이 책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역사 속에 한번 분명하게 정리된 단어, 그 단어가 박제된 개념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책을 뚫고 역사를 비집고 현실로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펼치면서, 그래서 2024123일 나타난 비상계엄에 관한 이야기가 나중 나중에 이런 책으로 엮어져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과거의 계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역사책을 읽어가는 심정으로 읽었다.

 

이 책, 역사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가치있는데, 특히 외국인의 눈으로 본 것들이라 더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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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을 위한
권승호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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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이 책을 접할 때에 든 생각은?

한자, 아무리 한자 세대가 아니라고 해도 웬만큼 한자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 펼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이건 몰랐네가 아니라 이것도 몰랐던 것이다.

 

이 책, 그래서 차근차근 한자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부와 부, (116쪽 이하)

 

이 두 자 똑같은 줄 알았다, 같은 글자인데 그저 모양만 다르게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글자였다. 그러니 쓰는() 것만 다른 게 아니라 쓰는() 용도도 다른 것이다.

 

()?

뒤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부당(不當), 부정(不正), 부재(不在) .

 

()?

아니라고 말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부정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표시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부()not, ()no 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이런 것까지 알아두자.

 

긍정의 반대는? 부정(否定)이다.

시인의 반대는? 부인(否認)이다.

거부권은 거부권이 아니라 거부권(拒否權)이다.

 

그렇다면 왈가왈부도 당연히 曰可曰否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부()와 부()가 다른 글자이니,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할 때 찬성하면 가()라 쓰고 찬성하지 않으면 부()라고 쓰는데 만약 어떤 의원이 부()라고 하지 않고 부()라고 썼다면?

 

당연히 무효가 된다. (116

정말 한자 한 자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섭다.

 

반성유전병인 혈우병은? (114)

 

반성유전이 무슨 의미일까? 반성한다는 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말, 잘못을 뉘우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서 반성유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다.


반성은 반성(伴性)이다.

따를 반(), 성 성()으로 성을 따라 유전한다는 말이다. 성도 이런 성()이 아니라, 남성(男性)과 여성(女性) 할 때의 성()이다.

 

일체와 일절, 무엇이 다른가? (193쪽 이하)

 

이 단어 정말 헷갈린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두 문장에서 사용된 일체와 일절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一切

그런데 왜 읽기는 다르게 읽는 것일까?

다르게 읽어도 뜻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일까?

 

읽는 게 다르니, 당연하게도 그 뜻도 다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이 경우 쓰인 일체’(一切)는 전부라는 의미다. 가진 재산 모두 전부를 기부한다는 말이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쓰인 일절’(一切)전혀라는 말이다. 조미료 그 어떤 것도, 조금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글자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자고 한다.

 

일체에서는 모두 체()’로 쓰이고, 일절에서는 끊을 절()’로 쓰인다.

각각 전체절단을 연관해서 떠올리면 쉽다.

일절 하지 마’, ‘출입을 일절 금합니다등에서의 일절(一切)은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 쓰인다. (194)

 

다시 이 책은?

 

이 책 부제인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자를 예전에 공부하고 제법 많이 안다 싶었는데

한자를 쓰지 않으니 점점 한자에 약해진 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 나와 있는 것들을 살펴보니, 정말 약하구나 싶다.

 

그래서 옆에 두고 차근차근,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는 심정으로 한자 한 자 소홀히 여기지 말고 읽어가면서 새겨야겠다. 그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운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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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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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생계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지식이 아니라 이 시대, 특히 사회와 관련된 지혜와 통찰력이다. (4)

 

목차에서 저자가 어떤 분야에 과한 통찰력을 전해줄지, 목차를 훑어보자.

 

PART 01 사회의 법칙

PART 02 교육의 비밀

PART 03 역사의 법칙

PART 04 미래의 퍼즐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의 사회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교육 그리고 인류가 거쳐온 발자취인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미래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중국인이기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사례도 들을 수 있어 좋다. 서양 학자들이 쓴 책을 보면 아시아 쪽 책이나 인물을 거론하지 않는데 비해 중국인이라 중국의 사례도 익숙하게 거론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서양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자> (310)

<사기> (310)

<중국 대역사>

<삼국연의> (333)

     분구필합 합구필분 (分久必合 合久必分)

고대 중국의 상고시대 (336)

공자 (337)

명나라와 청나라의 역사 (386쪽 이하)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만나는 사항들,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다,

몇 가지 적어둔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도덕과 감정의 유무?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와 원숭이 역시 감정과 동정심, 심지어 정의감마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312)


도구 사용의 유무?

침팬지 역시 교묘한 방법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은 많이 발견된다.


농업 생산의 유무?

최초로 농업과 목축업을 발명한 생명체는 인간이 아니라 개미였다. (313)


예술의 유무?

침팬지는 낙서같지만 그림을 그린다.

둥지를 짓는 바우어새도 있다.


이런 것으로 보면,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서 그리 독특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발전

 

언어가 만들어지면서 인간은 비로소 마음속에 생겨나는 생각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것이 표현으로 이어지면서 의식적인 도구의 창조가 가능해졌다. (317)

 

이러한 의문도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휴대전화는 왜 전부 직사각형 모양일까?


이런 의문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 비로소 만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싸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만들어야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해서 그런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329)

내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 역시 직사각형이다. 동그란 원 모양이 아니다.

 

지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기술은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사고방식도 바꿔놓았다.

예컨대 지도와 시계의 출현은 추상적 사고방식을 갖추게 해주었다. 눈앞에 보이는 실제 장면만 볼 줄 아는 사람에 비해 지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은 훨씬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338)

 

지도가 개발되자 사람들은 추상적인 점과 선을 통해 그동안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지도가 실생활에서만 유용한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 체계에도 아주 유용한 도구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이런 글 읽어보자. 저자의 혜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로버츠 저비스 교수는 1978년에 기술의 발전과 인류 평화에 관한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역사 속에서 공격성 무기 기술과 방어용 무기 기술이 교대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공격성 무기가 주도권을 잡을 때면 전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방어용 무기가 더 강해지면 전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유럽 역사를 돌아보면 12세기와 13세기에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성벽을 세웠고 상당히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15세기에 대포가 등장하면서 전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6세기에 성형 요새가 만들어지면서 베니스 같은 도시는 거의 난공불락의 땅이 되었고, 유럽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더 길어진 포관을 장착한 자동화포가 등장하면서 평화는 다시 무너졌다. 무기의 교체와 발전은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기관총과 탱크를 거쳐 계속 이어져왔고, 냉전 시대의 궁극적인 방어무기인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현재까지 평화의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 (345)


부디 저비스 교수의 말처럼, 책무기가 방어용으로만 쓰여져,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 생존하려면 타인의 존재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은 정해진 규칙의 준수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327)

 

우리가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332)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몇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381)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

 

다시, 이 책은?

 

진지하다. 이 책은 무척이나 진지하다.

해서 이 책은 열일 제쳐두고 이 책 들고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으면?

이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다.

더하여 생각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말 읽어보자.


보통 사람들이 사유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감각과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사유한다고 생각하지만사실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8)


그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진지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의 책 <블루프린트>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한다.

이 책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328)

 

이 책 <지식인들의 지적 대화>에 대하여 그 말을 그대로 하고 싶다.

이 책은 추리소설처럼 논리의 사슬로 여러 실마리를 엮어가며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더하여 이런 책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 , > (309)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312)

제레드 다이아몬드 <3의 침팬지>(312)

데이비드 S. 랜즈 <국가의 부와 빈곤>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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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 아버지와 아들의 말로 못한 진짜 이야기들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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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집. 단편,짧고 짧은 단편소설들을 모아놓았다,

그런데 그 구성이 특이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메일로 서로 주고 받고 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각 편의 내용이 소설인 것이다.

 

일단 기본 설정은 아버지는 아파트의 경비원, 아들은 소설가 지망생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많다, 아파트 주민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니.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거리가 풍성하다, 또한 아들은 소설가를 지망하며 글을 쓰고 있으니, 주변의 어떤 일들도 소설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은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다.

 

이 소설, 재미있다.

 

소설이 읽히려면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 거기에 의미까지 찾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이 책은 재미도 있고 또한 의미도 있다.

 

가령 이런 이야기. <감성 상각>

남편은 아내를 위해 가방을 샀다. 180만원 짜리 가방이다. 그들 형편에 비싼 명품 가방이다. 그런데 그렇게 비싸게 샀다고 하면 아내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원래의 쇼핑백을 버리고 귤 봉지에 담아가며 7만원짜리 가짜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요즘 말로 짜가 가방인 척 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문제가 생긴다. 아내가 그게 정말로 가짜인줄 알고 지인에게 35만원에 넘겨버린 것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좋아라 한다. 무려 28만원이나 공돈이 생긴 거라며 좋아한다.

그러니 남편은 속이 탈 수밖에. 해서 남편은 그 가방을 회수하러 나선다. 가방의 행선지를 추적하면서 찾고 찾아가는 이야기. 남편의 속타는 여행이 시작된다. 결론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또 있다. 재미있는 소설 또 있다. <봄맞이 대청소>

양희의 할머니와 엄마는 가구 취향이 다르다. 엄마는 가구 배치에 아주 민감하다,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여 놓으면 바로 그걸 알아차리고 화를 내는 주의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그걸 보는 이 소설의 주인공 양희. 어느날 엄마가 외출한 사이에 할머니가 대대적으로 가구를 손본다. 배치는 물론이거니와 가구도 할머니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꿔버린다. 이윽고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데.........

이 소설은 재미도 의미도 놀라울 정도로 수준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혹할 부분이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작곡한 노래가 여럿 들어있다.

정말 악보를 보면서 한번 불러보고 싶은 노랫말이 보인다. 내가 만약 작곡 재주가 있다면 오선지에 그 가사를 음표로 옮겨보고 싶어질 정도다.

그러니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여기 실린 노래들을 한번쯤 연주하거나 불러보고 싶어할 것이다, 저자의 재주가 부럽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에 더하여 작곡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또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문장에 철학이 들어있다.

그저 이야기를 끌어가느라 허겁지겁 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심혈을 기울여 사색을 집어넣고 그 사색에 철학을 담아 놓았다. 이 책에서 소설도 재미나게 읽어가면서 어느새 철학의 향기를 맡게 되는 것이다,

 

채집은 살아있는 것을 수집하는 것이다. (28)

 

사람들은 희망하고 욕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 (46)

 

인터넷이 우리 기억을 넓혀줬잖아. 그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않게 됐다는 학자도 있더라. 정보를 우리 기억 바깥에 둘 수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겠지.(66)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미안하니까 미워하기 쉬워. (150)

 

사람은 기억 때문에 슬프다. (191)

 

그래서 이런 문장에 가서는 정말 이 문장이 이 소설을 그대로 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다.

 

서사와 묘사, 설명과 논증,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생생해. (192)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짤막한 양에 비해 있을 것은 다 들어있는, 아니 오히려 제법 긴 단편, 중편에 비해서 맛있는 대목이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을 요리로 비유한다면 아주 맛있는 소품 요리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철학의 향기까지 양념으로 담고 있으니, 별미 중의 별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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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손자병법 - AI와 인간이 재해석한 2,500년의 지혜
노병천 지음 / 밥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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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손자병법

 

일단 <손자병법>이다.

 

굳이 <손자병법>의 가치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손자병법>의 가치는 그 책이 이 땅에 나타난 순간부터 증명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 <손자병법>의 가치를 새삼 따질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손자병법>은 더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가기 위해 다툼을 벌여야 하는 현대인들, 칼과 창만 들지 않았지, 실상 매일매일 전장터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이 책은 육군대학과 미국지휘참모본부에서 직접 군인들을 대상으로 <손자병법>을 가르친 적이 있는 저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생활- 매일 전장터인 실생활- 에 <손자병법>을 직접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더해 AI를 더한다.

 

옛고전이기도 한 <손자병법>에 신기술, 아니 첨단기술을 더한 것이다.

그러니 옛날의 지혜를 새로운 시대 감각으로 재해석한 <손자병법>을 만난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책GPT로 거듭나게 한 내역을 3쪽에서부터 6쪽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부분만 읽어도 벌써 새로운 시대에 우리들이 어떻게 AI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셋째, 저자의 자세를 살펴보자.


책을 대하는 자세, 책을 쓰는 자세, 그리고 그 내용인 <손자병법>에 대한 저자의 자세를 살펴보면, 이 책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생기고, 넘쳐나게 된다.

 

이런 글, 읽어보자.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선택은 탁월하다. 수많은 책이 가득한 서점에서 이 책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이 책에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다. (....) (24-25)

 

정말로 자신감이 요즘 말로 뿜뿜 넘친다. 저자의 자신감 있는 태도, 이는 병사들 앞에 선 지휘관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당연히 그 내용에 대한 신뢰로 연결이 된다.

 

넷째, 요즘 사람들은 한자와 별로 친하지 않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면, 문해력에 문제가 생긴다. 우스개 이야기로, 한글 안내문에 써있는 우천시를 시()의 한 곳으로 이해한다거나 중식 제공을 중국 음식으로 이해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다 한자를 멀리한 탓이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은 한자가 많이 등장하는 바람에 저절로 한자를 익히게 된다.

<손자병법>을 읽으려면, 그래도 한자와는 조금이라도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글 읽어보자.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승산 판단 5요소는 도천지장법이다. 이것을 오사라고 부른다. (47)

 

한글로만 이 문장을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문장에 한자를 집어 넣어 읽어보자.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승산 판단 5요소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다. 이것을 오사(五事)라고 부른다.

 

어떤가? 한자를 넣어 읽어야, 그 뜻이 통하지 않는가?

이런 말 추가로 읽어보자.

 

손자천독달통신 (孫子千讀達通神) (9)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신의 경지에 통한다, 는 말인데 실상 그게 통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손자병법>이 통하고, <손자병법>을 두 번 세 번 더 나아가서 천 번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으로 한자를 읽어가면서 한자를 익히고, 그렇게 <손자병법>을 읽다보면, 한자도 알게 되거니와 <손자병법>의 그 오묘한 뜻도 깨치게 될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 책에는 정말 가슴에 새기고, 수시로 꺼내 음미하고픈 말들이 많이 있다.

 

병형상수 수지형 (兵形像水 水之形) (156)

 

군대의 운용은 물의 성질을 닮았으니 물의 성질은 .......

 

군대라고 하니 꼭 군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 말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사람이 있는 조직이면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또한 <손자병법>의 성질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나 물처럼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더해서 순리와 역리를 가르치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온 중요한 개념이다. (159)

 

투지망지연후존 (投之亡地然後存)

함지사지연후생 (陷之死地然後生) (188)


망해버릴 땅에 던진 후에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사지에 빠뜨린 후에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위기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

 

다시, 이 책은?

 

<손자병법>을 오직 지피지기(知彼知己)로만 알고 있다면?
<손자병법>이 오직 군대에서만 소용되는 것이라 알고 있다면?

<손자병법>을 오직 역사에서 한 때 사용되고 사라진, 그저 먼지 풀풀 날리는 고전이라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고나면, <손자병법>이 결코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 알고 그야말로 괄목상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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