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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한자 어휘 -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을 위한
권승호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4년 12월
평점 :
최소한의 한자 어휘
이 책을 접할 때에 든 생각은?
한자, 아무리 한자 세대가 아니라고 해도 웬만큼 한자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 펼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이건 몰랐네’가 아니라 ‘이것도 몰랐’던 것이다.
이 책, 그래서 차근차근 한자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부와 부, 不와 否 (116쪽 이하)
이 두 자 똑같은 줄 알았다, 같은 글자인데 그저 모양만 다르게 쓰는(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글자였다. 그러니 쓰는(書) 것만 다른 게 아니라 쓰는(用) 용도도 다른 것이다.
부(不)는?
뒤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부당(不當), 부정(不正), 부재(不在) 등.
부(否)는?
‘아니라고 말하다’의 뜻이다.
따라서 부정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표시’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부(不)는 not, 부(否)는 no 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이런 것까지 알아두자.
긍정의 반대는? 부정(否定)이다.
시인의 반대는? 부인(否認)이다.
거부권은 거부권이 아니라 거부권(拒否權)이다.
그렇다면 왈가왈부도 당연히 曰可曰否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부(不)와 부(否)가 다른 글자이니,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할 때 찬성하면 가(可)라 쓰고 찬성하지 않으면 부(否)라고 쓰는데 만약 어떤 의원이 부(否)라고 하지 않고 부(不)라고 썼다면?
당연히 무효가 된다. (116쪽)
정말 한자 한 자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섭다.
반성유전병인 혈우병은? (114쪽)
반성유전이 무슨 의미일까? 반성한다는 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말, 잘못을 뉘우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서 반성유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다.
반성은 반성(伴性)이다.
따를 반(伴), 성 성(性)으로 성을 따라 유전한다는 말이다. 성도 이런 성(姓)이 아니라, 남성(男性)과 여성(女性) 할 때의 성(性)이다.
일체와 일절, 무엇이 다른가? (193쪽 이하)
이 단어 정말 헷갈린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두 문장에서 사용된 일체와 일절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一切
그런데 왜 읽기는 다르게 읽는 것일까?
다르게 읽어도 뜻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일까?
읽는 게 다르니, 당연하게도 그 뜻도 다르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두자.
재산 일체를 사회에 기부한다.
이 경우 쓰인 ‘일체’(一切)는 전부라는 의미다. 가진 재산 모두 전부를 기부한다는 말이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경우 쓰인 ‘일절’(一切)는 ‘전혀’라는 말이다. 조미료 그 어떤 것도, 조금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글자에 대해 이렇게 정리하자고 한다.
일체에서는 ‘모두 체(切)’로 쓰이고, 일절에서는 ‘끊을 절(切)’로 쓰인다.
각각 ‘전체’와 ‘절단’을 연관해서 떠올리면 쉽다.
‘일절 하지 마’, ‘출입을 일절 금합니다’ 등에서의 일절(一切)은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 쓰인다. (194쪽)
다시 이 책은?
이 책 부제인 <한자에 약한 요즘 어른>,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자를 예전에 공부하고 제법 많이 안다 싶었는데
한자를 쓰지 않으니 점점 한자에 약해진 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에 나와 있는 것들을 살펴보니, 정말 약하구나 싶다.
그래서 옆에 두고 차근차근,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는 심정으로 한자 한 자 소홀히 여기지 말고 읽어가면서 새겨야겠다. 그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운다.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