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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흑역사 - 방송의 중립에는 좌우가 없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7월
평점 :
MBC의 흑역사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정말 혼돈이다.
들어오는 소식, 뉴스를 접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려 애를 쓰긴 하는데, 대체 어찌된 일인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요즈음은 더더욱 그렇다. 날씨마저 더워서 찌니 그런 기분이 더 든다.
그럴 때 속 좀 풀어주는 뭐 없을까?
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돌아가는 언론 지형이 어떤지 알게 되면 거기에 어떤 답이라도 있을까 해서.
언론, 방송사. 그들이 보도하는 뉴스, 국내와 세계 뉴스.
과연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일까?
제대로 보도를 하고 있다면, 아니면 제대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평범한 장삼이사에 해당하는 나에겐 요즘 일어나는 방송계에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강 건너 불일 뿐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그럴까? 남의 일일까?
해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 궁금증이 늘어난다. 방송계에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에 어떤 답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을 올곧게 한다는 강준만 교수의 책이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어려웠다. 사건들이 복잡하고 미묘한 사정들이 있으니, 그 속사정을 잘 꿰기 위해서는 머리가 깨지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이 책에는 어떤 글들이 있을까?
일단 연대순으로 사건들을 짚어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 5월까지, 강교수의 눈에 포착된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대단한 기록물이다.
그래도 우리 언론의 지형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책을 읽은 간단한 소감이다. 그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글들이 곳곳에 나타나, 그런 점을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윤석열의 “이 XX 들이.... 쪽 팔려서 ” 발언 사건.
사건이란 표현은 이 책에 나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발언을 둘러싸고 MBC와 한바탕 사건이 벌어졌으니, 사건을 촉발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강교수의 결론적인 총평은 이것이다. (218쪽)
정부 여당으로선 둘 다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MBC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은 체 보수 정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세 번째 사건을 또 만들어냈으니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었다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분노였다.
여기에서 밑줄 친 부분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었다는 건 이해가 간다’는 게 강교수의 속내였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 다음 강교수의 발언 중 특기할 게 나온다.
나는 이 칼럼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 수도 있었던 이른바 ‘비속어 논란’ 사건을 이렇게까지 키운 윤석열 정권의 실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0쪽)
그 다음 강교수의 발언도 잘 읽어보시기를 .......
또 이런 글 읽어보자.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
11월 18일 윤석열은 출근길 질의응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MBC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에 MBC 기자 이기주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큰소리로 물었으나 윤석열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후 대통령실 홍보기획 비서관 이기정이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다”고 하자, MBC 기자는 “질문도 못 하나”라며 맞섰다. “말꼬리 잡지 말라”, “말조심하라”, “군사정권이냐?”, “보도를 잘하라”는 등 한동안 고성이 오갔는데, 이게 큰 논란거리이자 이슈가 되었다. (241~242쪽)
이건 진짜 사건이다. 이슈 거리로 충분한 사건이다.
선후로 따지자면,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가 먼저고 그 다음에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 다음 사건도 있다.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
글 한 꼭지 타이틀 제목이다. 그 제목에는 따옴표가 붙어있으니, 그건 강교수가 지은 게 아니라 인용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내용일까?
대통령실 부대변인 이재명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MBC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인데, MBC가 악의적인 이유를 10가지로 열거하고 있다. 그 이유를 여기 다 인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다만 10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동어반복한 듯한 것도 보인다는 것인데, 강교수는 그저 그걸 인용하는데 그치고 있어, 좀 아쉬웠다. 강교수가 이 열 가지 이유에 대하여 한 마디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 기계적 중립이라는 것도 있는데, 강교수는 그런 것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은 듯하다.
MBC에는 제 3노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아 노조가 3개 있는 모양이다.
여기 인용된 노조의 논평 내용을 살펴보니,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제 3 노조는 대척점에 서있는 듯한데, 그렇다면 그들의 논평을 인용할 때 적어도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인데, 그렇지 않다.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 에 대한 글이 234쪽에서 237쪽까지 이어지는데,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논평은 3분의 1쪽을 할애한 반면, 제 3노조의 논평은 무려 2와 3분의 2 쪽을 할애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시대별로, 사건별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읽어보면, 현재 우리 언론의 지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내가 모르는 사건들이 등장하니. 그런 사건들을 복기해본다.
둘째는 그 사건들의 의미를 강교수의 의견을 중심으로 파악해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렇게 읽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언론이 혼돈 상황인지 아닌지?
게다가 책의 제목이 MBC의 흑역사인데, 이게 MBC에만 국한된 것인지 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