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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되는 대로 낭만적인
여행기다.
저자는 스물 여섯에 270일간의 세계여행을 했다. 그 기록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저자가 다녀온 곳이 모두 48 곳이 넘는데, 다음과 같다.
아시아 : 란저우, 타이위안, 주자이거우, 상그릴라, 리장,
라오파이, 하노이, 다낭, 호이안, 하롱베이, 시엠립, 방콕, 아그라, 뉴델리, 이스탄불, 괴레메.
아프리카 : 카이로.,
유럽 : 암스테르담, 파리 안시, 아미뇽, 아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쾰른, 잘츠부르크, 할슈타인, 베네치아, 피렌체, 바리, 로마, 나폴리,
아테네, 자킨토스.
남아메리카 :
우아라스, 리마, 와카치나, 맞추픽추, 쿠스코, 코파카바나,
산타크루즈, 수크레, 우유니, 아순ㄱ시온, 아구아수.
그런 도시들을 저자 뒤를 따라다니며 같이 여행을 했다,
가본 곳은 추억을 되새기고, 안 가본 곳은 지리를 공부하고
가보고 싶은 곳은 미리 알아둔다는 차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따라다녔다.
가본 곳이 몇 군데 된다.
저자처럼 낭만적이 아니라 되는 대로 가본 곳들이니. 저자처럼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추억을 되새기는 심정으로 읽었다.
내가 그때 그냥 스치고 지나온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니, 저자의 뒤를 부지런하 따라다니며 꼼꼼히 살펴보는 심정도 있었다.
얼마 전에 다녀온 베트남은 더욱더 새롭다. 다낭과 그 옆의 도시 호이안.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이상하게 여긴 것은 집의 구조였다. 여행하면서 집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보여 사진도 찍어두었던 것인데, 그렇게 만들어놓은 이유가 무척 궁금했었다.
저자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던지, 예리하게 포착해서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107쪽 이하)
베트남의 좁은 집, 영어로 하자면 Tube house라 불리는 집이다.
튜브 하우스의 폭은 3~4미터 정도로 좁지만 내부는 깊숙이 들어가는 기다란 형태의 건축 양식인데, 기다란 통을 닮았기에 튜브라 부르는 모양이다.
그렇게 건물을 짓게 된 이유는 바로 세금때문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세금을 부과할 때에 건물이 도로에 면한 폭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게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 째 이유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하면서 생긴 모순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108쪽을 참조하시라)
베트남의 하노이와 하롱베이 (88쪽)
태국의 방콕 (140쪽)
로마의 바티칸과 콜로세움 (248, 257쪽)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275쪽)
프랑스의 파리 (345쪽)
하롱베이 여행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저자가 투어 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에, 다음에 갈 때에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러니 이 책을 먼저 접하고 거길 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파리에서는, 그 때 파리 여행 때 맨처음 간 곳이 에펠탑이었는데,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낮잠을 잔 후 시내로 나와 첫 목적지가 에펠탑이었다. (345쪽)
못 가본 곳이 더 많다.
못 가본 곳이 더 많으니 이제 공부할 것만 남았다.
특별히 공부할 곳은 그리스 아테네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저자는 그 앞에서 며칠간 그림을 그렸다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아를, 네델란드의 화가 고흐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이다.
저자는 고흐에게 이런 글을 편지에 남긴다. 미리 읽어놓자, 나중에 갈 수도 있으니까. ‘
고흐 선생님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저를 매료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계획에도 없던 아비뇽을 거쳐 아를까지 왔습니다. 이 프랑스 남쪽의 작은 시골 마을에, 선생님이 그렸던 카페에 앉아 있어요. … 그래서 선생님이 그렸던 카페를 저도 한번 그려봤습니다. 여기는 이제는 유명해져서 테이블도 훨씬 많아졌고 사람들도 많아요. 카페 여기저기에 반 고흐라는 이름도 쓰여 있고, 카페 앞에는 선생님 동상도 있고요. 아스팔트 도로도 깔리고 초록색 문이 달려 있던 맞은편 건물에는 호텔이 생겼습니다. 이 카페에 앉아 계실 때도 선생님의 눈은 소용돌이쳤을까 궁금하네요. 앞으로도 선생님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감상하겠습니다. (378쪽)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저자가 다 했다.
고흐를 만나고, 고흐의 그림에 빠져들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저자가 이끌어가는 여행, 진짜 여행이다.
저자는 여행을 잘 이끌어간다. 그냥 눈으로 보고 온 게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들어가 조금 더 진한 현지의 냄새를 맡고 온 것이다.
베트남의 거리 풍경은 특징이 수많은 오토바이로 넘실댄다는 것, 그런데 그 물결 속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여행사 직원과 말을 나누면서 현지인을 알게 되어, 식사도 하고 같이 시간도 보낸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응우웬은 능숙하게 오토바이에 올라 헬멧을 쓰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곧 손을 흔들며 오토바이의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저 물결 속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다. (90쪽)
다시, 이 책은?
책이 두툼하다. 두껍다. 무려 490쪽이니 여행기치고는 쪽수가 많은 편이다.
물론 저자가 다닌 곳이 여러곳이니 그러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기에 그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오히려 다 담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자세하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로 정보도 친절하게 담아놓았다.
그래서 정보와 여행 에피소드가 같이 잘 어울어진 책이라, 다른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할 것이다. 다음 여행을 떠날 때에는 필히 지참할 것, 이라는 메모를 남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