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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ㅣ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이 소설, 가을에 읽어서 그런지 흠뻑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네 명, 앨리스, 펠릭스, 아일린, 사이먼이다.
네 명의 등장 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면서 만들어가는 인생 이야기가 흡입력있게 펼쳐진다.
거기에 소설의 구성과 저자의 묘사력이 한 몫을 더해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맨처음 읽기 시작할 때에는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안보이는 듯 하던 소설에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분석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첫 번째 소설의 구조가 편지글을 포함,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1 : 앨리스, 펠릭스. 처음 만남.
2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이메일)
3 : 더블린 시내, 아일린 사이먼
(아일린, 앨리스, 사이먼 간의 관계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
4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5 : 펠릭스 앨리스
6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7 : 아일린 (더불린), 사이먼(런던)
8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9 : 펠릭스 앨리스
10: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1: (더불린) 아일린, 사이먼
12: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13: (로마) 앨리스, 펠릭스
14: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5: 사이먼, 아일린
16: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17: 펠릭스, 앨리스
18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9 : 아일린, 사이먼
20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21 앨리스, 펠릭스
22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23 : 사이먼, 아일린
24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25 : 펠릭스, 앨리스
26 : 펠릭스 앨리스
27 : 펠릭스, 앨리스, 아일린, 사이먼
28 : 펠릭스, 앨리스, 아일린, 사이먼
29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30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둘째, 소설이 어떻게 서술되는지 살펴보자.
여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그 카메라는 지금 작동중이다. 해서 카메라의 렌즈 앞에 보이는 대상은 모두 녹화가 되고 있는 중이다. 그 카메라가 어떤 모습을 찍고 있는지 살펴보자.
월요일 저녁 8시 15분, 사이먼의 아파트 안방은 텅 비고 어둠침침했다. 자그마한 부엌 싱크대 위에 있는 창문과 맞은 편 거실의 더 큰 창문을 통해, 아직 남아있던 햇빛이 집 안 곳곳에 와 닿았다. 싱크대의 은빛 싱크 볼과 싱크 볼 안에 나이프와 함께 놓인 지저분한 접시 하나, 여기저기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있는 부엌 테이블, 갈변중인 바나나 한 개와 사과 두 개가 담긴 과일 그릇,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편물 담요...........
(갈변중인 바나나 한 개와 사과 두 개가 담긴 과일 그릇, 여기까지 읽으면 세잔의 그림이 떠오른다. 더 읽어보자.)
........그 거실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햇빛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사이 바깥 복도에서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거리에서 차량이 하얀 소리의 파도에 휩쓸려 지나가는 동안 내내 말이다.
(오디오도 완벽하게 작동중이지 않은가? 적막도 잡아내고 소리도 색깔까지 입혀 잡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사람이 등장할 차례다.)
8시 40분에 열쇠 구멍으로 열쇠가 미끄러져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아파트 문이 열렸다. 사이먼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들어서다가, 비어 있는 손으로 ........(169쪽)
독자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그 카메라가 고정된 게 아니라, 주인공 뒤를 따라가면서 촬영하고 있는 것, 살펴보자.
오후 5시 그 여자는 옷걸이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재킷을 집어들고는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휴대전화에 둘둘 감아놓았던 이어폰을 풀어 플러그를 꽂은 다음, 킬데어 가를 따라 나소 가를 향해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서쪽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갔다. 28분 동안 걸어간 끝에, 북쪽 부둣가의 새로 지은 복합 아파트에 멈춰섰다. 안으로 들어가서 3층으로 올라간 다음 .......(34쪽)
그런 묘사를 읽으면, 독자는 들어간다. 저절로 그 장면으로 들어가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그야말로 장면 속으로 흡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셋째, 저자는 한 번에 전체를, 전부를 묘사하는 능력이 있다.
예컨대 3장을 읽어보면, 더블린 시내에서 아일린과 사이먼이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아일린, 앨리스, 사이먼 간의 관계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세 사람간의 관계와 그들의 과거 행적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1장과 2장에서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얼까, 관계는 어떤 것일까, 하고 궁금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풀려버린다. 그래서 이제 이야기는 아연 활기를 찾고, 독자는 그걸 알게 된 기쁨으로 4장, 5장.....주욱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음음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해서 저자의 다른 작품인 <노멀 피플>이 영화화 되어 OTT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것처럼, 이 작품 또한 그렇게 영상으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다시, 이 책은?
이것 또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주인공 간에 이루어진 대화나 편지에서 지적 호기심을 잔뜩 충족시켜줄만한 내용 또한 많이 들어있다.
예컨대, 아일린과 앨리스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를 이야기한다. 흥미있는 주제다. 그런 식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들, 많다.
더블린을 무대로 하는 소설,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한다.
바로 이 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이다.
이 가을에 책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을 때, 그런 책 어디에 있는가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이 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