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점검해 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서평
쓰려면 먼저 책을 잘 읽어야 한다.
그
다음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써야 한다.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것,
그게
부러워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나도
어떻게 하면 글 잘 쓸 수 있을까?
다른
것은 몰라도 서평 쓸 때만이라도 글을 제대로 잘 쓰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지금껏 의식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써오던 글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말과 글을 재미있게 풀어 씀으로써 일반인들이 우리말과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중앙일보
어문 연구소 부소장인 배상복 기자가 우리 말 글쓰기를 잘쓰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이다.
내가 쓴 글을 점검해보다
위의 글을
써놓고,
새삼
책 속의 내용 하나를 떠올려 본다.
<문장은 짧게>라는 항목에
나오는 말이다.
<한
문장은 딱히 몇 자가 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30-50자가
적당하다.
길어도
60자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 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35쪽)
그 가르침에
비추어,
내가
쓴 위의 글을 한번 따져 보았다.
첫째,
문장이
길다.
저자가
말한 바,
한
문장에 들어간 글자 수가 60자를
훨씬 넘는 것이다.
둘째,
한
문장 안에 두 가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하나는 이 책은 배상복 기자가
썼다는 것을 말하는 내용이고,
또
다른 것은 배기자가 받고 있는 평판을 인용해 놓았다.
그
두 가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연결하여 만든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가르침에 비춰 보았을 때에 어색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
‘~을
부인할 수 없다’란
말을 써놓고 보니,
이것도
역시 마음에 걸린다.
영어식
구문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그렇게 나의 글쓰기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문장의 십계명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글쓰기를
할 때에 필히 참고해야하는 사항들로 엮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문장의
십계명으로 제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중복을
피하라
호응이
중요하다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단어의 위치에 신경
써라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알라
몇 가지 의아한 항목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잘 못 배운 탓으로,
글을
쓸 때에 잘 못 쓰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고도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기에,
여기
적어둔다.
<군더더기 없애기>
항목에서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등장한다.
먼저 이런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래서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24쪽)
그런 문장이 왜 잘 못된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해설해 놓고 있다.
<접속사
‘그래서’‘그러나’가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지게 만든다.
접속사를
자제해야 깔끔한 문장이 된다.
특히
일이 순서대로 진행될 때에는 접속사가 글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므로 없애는 게 낫다.
진정한
목수는 못을 박지 않는다.>
그렇게 해설한 다음에 수정된 문장을
제시한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처음 제시된 문장에서 접속사
‘그래서’와
‘그러나'를
빼버린 것이다.
그런데
(아,
나의
이 버릇.
접속사를
사용하려는 이 본능적인 행동!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할 때에 쓰는 말,
‘그런데
말입니다’를
떠올려 보면,
내가 ‘그런데’라는
접속사를 사용한 것을 이해해주실 것이다.)
저자가
잘 된 문장으로 제시한 글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문장을 연결시키는 기능을 하는
접속사를 단지 문장이 늘어진다고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의아하다.
저자가 제시한 문장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부드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언가 그 문장에서 빠진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게
무얼까?
바로
접속사이다.
접속사가 빠져 있으니 앞
뒤 문장이 -
물론
그 의미는 이해되지만 -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언가 더 있다. 저자는
이런 말도 하고 있다,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가지 내용만 담는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긴
듯하거나 복잡하다 싶으면 두세 문장으로 나눠 써야 한다.
그렇다고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로우므로 길이에 적당히 변화를 주면서 리듬감 있게 써야 한다.>
(35쪽)
그렇다.
리듬감!
(물론
이 말이 정확한 우리말인지 모르겠다,
‘리듬’이란
외래어와 ‘감(感)’이라는
한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말,
리듬감,
이게
괜찮은 말인지?)
저자가 위에서 제시한 문장을
읽어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접속사를 그런 식으로 배제하기 보다는 적당히 살려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학교에
지각했다.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저자가
제시한 글)
(내가
생각해 본 문장들)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그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는데 다행히 선생님께 혼나지는 않았다.>
글쎄,
내가
저자가 말한 ‘잘쓰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의미 중복>
이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례가
등장한다.
저자가 제시한 잘 못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저자는 이 문장이 잘 못되었다며 그
이유를 밝힌다.
<‘약’과
‘정도’는
같은 뜻으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57쪽)
그런 설명
뒤에,
잘
된 문장으로 다음 두 문장을 제시해 놓고 있다.
1.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약 한 시간 걸린다.
2.
버스를
타고 집에서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약’과
‘정도’를
같은 뜻으로 볼 수 있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 낸 두
단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약3
(約)
[관형사]
‘대강2’,
‘대략’의
뜻으로,
그
수량에 가까운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
유의어
:
한1
정도
(程度)
[명사]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유의어
:
가량5,
급4,
분량
사전적 의미에서는 두 단어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니
원래의 문장은 잘못된 문장이 아니지 않을까?
제
2부의
<우리말
칼럼>중에서,
너무 예쁘다(?)
이책이 인쇄된 것은
11쇄
2015년
5월
25일이다.
그러니
약간의 시차를 두고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이
책에서 잘 못 쓰는 사례로 든 사항이 바뀐 것이 있다.
바로
‘너무
예쁘다(?)’란
항목.
‘너무’란
말은 그 뒤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 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너무 예쁘다라는 말은 잘 못 쓰여진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종전까지
유지해오던 그런 견해를 바꿨다,
다음은 관련기사 중
일부이다.
<그동안
부정적인 표현에만 사용 가능하던 부사 ‘너무’를
이제는 긍정적인 표현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틀린’
표현으로
교열 대상이던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는
말도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5일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변경했다.>
지난
15일이라
함은 2015년
5월
15일을
말한다.
그러니
이책을 읽는 분들은 이 부분 고쳐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다양한 문장 사례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문장이
어때야 잘써진 글인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제
1부의
‘문장의
십계명’에서는
구체적인 글쓰기를 배우고,
제
2부의
‘우리말
칼럼’에서는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던 단어,
용법들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내 글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여,
결국
글을 잘 쓰게 지도해주는 교사의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
거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는 점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