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남편
방현희 지음 / 푸른영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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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편은 어떻습니까?

 

제목 우리 모두의 남편이 의미하는 것

 

우선 제목이 의미있다. ‘우리 모두의 남편이라니!

우리는 복수이고 남편은 단수이니, 그 단어의 조합이 뭔가 의미를 지니고 있을 듯하다.

게다가 우리 모두라고 하여, 복수인 것을 명확하게 해 놓고 있으니,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무언가 의미를 담아놓았음이 분명하다.

 

무슨 의미일까?

혹시 우리 모두란 것은 남편을 가진 여자들을 총칭하는 것은 아닐까? 해서 남편이란 존재는 부인 누구에게나 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 해서 부인들이 남편이란 존재는 설령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런 면이 있다, 그래서 여기 글에 나오는 이야기들의 총합이 우리들이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다른 말로 바꿔보자. 내가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은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옆집의 아무개 남편은 저러저러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 남편과 아무개의 남편을 모두 합해놓으면 우리 모두가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모습으로 내 남편이 살아가고있지만, 언젠가 다른 모습을 나타내 보일 때, ‘, 그 때 아무개 남편의 모습이 그랬다는데하는 식으로 이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아무개 남편, 저기 저 쪽 집에 사는 남편, 서울에 사는 사람의 남편, 잘 나가는 남편, 이런 식으로 남편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 책은 단지 여자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책일까?

아닐 것이다. 남자들도 - 그래서 남편인 사람들도 - 혹 자기가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그러한 모습으로 나타날 지도 모르니, 자기 이해의 한 방편으로 이 책은 유용할 것이다.

 

인간이란 어느 한도에서는 모두다 같은 법이니까, 남편이란 존재도 어느 한계 안에서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한 전제를 하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런 나의 생각은 저자가 <초대하는 글>에서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타인의 삶을 응시하는 것은, 나의 삶을 응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타인의 삶에는 내가 걸어온 길과 겹쳐져 있기도 하고, 타인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가기도 할 것이며, 내가 먼저 길을 내고 갔다면 타인에게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 마땅한 스승이 없다고 한탄하는 지금, 가까운 타인과 따뜻하고도 깊은 응시로 결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인의 삶을 응시하는 것은, 나의 삶을 응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니, 남의 남편의 모습을 응시하는 것 역시 나의 남편의 삶을 응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겠다. 그러니 우리 모두의 남편이라는 제목이 말이 되는 것이다.

 

남편은 어떤 점에서 존재가치가 있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타인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가족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이차적 조건이다. 가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자기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나는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힘이 세어질 것이고, 셋일 때 더욱 세어질 것이다.>(초대하는 글 중에서)

 

그러니 저자의 이런 발언에 비추어 보면 남편은 여자 측에서 볼 때에 타인이며, 가족을 만드는 는데 필요한 대상이니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결국은 자기를 확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존재다. 물론 이것은 남편 측에서 부인을 볼 때에도 해당되는 말이겠다.

 

우리 모두의 남편의 모습

 

그럼 우리 모두의 남편의 모습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남편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잘 묘사한 첫 번째 이야기.

해외지사에서 십년째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갔는데, 그 남편은 아내에게 어머니가 해주시던 배추전을 만들어 주기를 부탁한다.

배추전을 만들면서 그 아내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잘 알고 있던 나의 남편에서 어머니의 아들이 되는 그 낯설고도 차가운 순간이 그녀의 가슴 저 편에서 차오르는 것이다.>(18)

 

퇴근한 후에 자기 일을 위하여 부인을 홀로 두는 남편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그린 두 번째 이야기

<함께 있으나 함께 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소외감이란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자칫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34)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면서, 아내와 떨어져 살아왔는데 이제는 재결합을 생각하는 의준의 경우.

그런데 지나간 세월이 벌써 9, 의준은 과연 아내가 선선히 돌아올까 그것이 걱정이다.

그런 의준의 바람.

그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는 지금까지 미뤄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영원히 아내와 아들들과는 함께 한 공간에서 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의준의 바람을 소박했지만, 세상에는 소박한 바람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던가. 스스로에게 말미를 주기로 했다.>(162- 163 

 

그런 남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친구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친구들이 전해준 많은 남편의 이야기들, 거기 어디쯤 내 이야기도 들어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이 책의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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