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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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를 향한 헉슬리의 경고

 

제대로 된 번역이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기지의 진수는 허위의 본체가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읽고는 한참이나, 그야말로 한참이나 멍한 상태에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 한국어요, 거기 쓰인 단어는 모르는 것 하나 없는데, 그 단어들이 합해 만들어진 문장의 뜻은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보였다.

 

범우사 판 이성규. 허정애 공동번역으로 나온 책,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를 읽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우리말을 그렇게 생경하게 대해 본 것은 아마 그것이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데 있었다. 위에 인용한 그 문장이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의 머리말, 그것도 첫 번째 문장이었던 것. 그래서 그 다음 독서의 진도는 지지부진이었다. 첫 번째 문장에서 맛보았던 생경함은 그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진행형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안정효 역, 소담 출판사 발행의 <다시 찾아 본 신세계>를 손에 들었을 때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혹시 이 책도 그렇게 나를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 부분을 어떻게 옮겨 놓고 있는가?

<재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자칫 부실한 진리의 덫에 봉착하기도 한다.> (44)

 

좋다. 이 책의 번역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은가? 이 번역은 위에 언급한 다른 출판사의 책처럼 요령부득의 번역이 아니다. 명쾌한 번역은 독자들에게 읽을 힘을 준다. 그렇게 헉슬리의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읽을 수 있었다.

 

헉슬리, ‘멋진 신세계의 실현을 못내 아쉬워하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멋진 신세계>를 헉슬리가 다시 가보는 것이 아니다. 헉슬리가 그 곳을 다시 가보는 것이 아니라, <멋진 신세계>에서 등장시킨 예언들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검토해 보는 것이다. 

 

헉슬리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구 과잉

양과 질과 도덕성

과잉 조직화

민주 사회의 선전

독재 국가의 선전

상술

세뇌

화학적인 설득

잠재의식적인 설득

수면 학습법

자유를 위한 교육

 

그렇게 <멋진 신세계>에서 등장- 예언- 했던 사항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검토해 보고 있다.

 

각종 예언된 사항에 대한 언급들

 

인구 과잉에 대한 헉슬리의 언급은 이런 말로 줄일 수 있겠다.

<(인구 증가는) 모든 인간과 물자에 대한 영구적인 통제를 정부의 기관들이 장악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인구 과잉은 그런 사태를 초래하므로, 공산주의가 독재 국가들을 주도하는 세계에서라면 영구적인 위기가 거의 불가피해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64)

 

과잉 조직화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행위란 목적을 수단에 종속시키는 격이다. 목적을 수단에 종속시키면 어떤 결과가 찾아오는지를 히틀러와 스탈린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84)

 

상술에서는 대대적인 심리 조종술을 경고하고 있으며, 세뇌와 화학적인 설득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독재자가 이런 약들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151)며 경고하고 있다.

 

경고와 해답

 

이런 식으로 헉슬리는 자기가 지은 <멋진 신세계>가 현실로 실현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그에 따른 경고를 아까지 않고 있다.

 

그런 우려와 안타까움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해답은 무엇인가>에 잘 드러나고 있다.

몇 가지만 추려 본다면, 다음과 같다.

 

<인구과잉과 조직 비대화는 현대의 대도시를 이룩해 놓았고, 그 안에서는 다수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통한 충분한 인간적인 삶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전체 사회와 개인의 정신적인 황폐화를 피하고 싶다면..... 완전한 인격으로서 개인들이 만나고 협동하는 사회를 이룩함으로서 대도시를 인간화시켜야 한다.>(209)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자유가 지극히 소중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지금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오랫동안 저항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힘이 닿는 데까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의무로 남는다.>(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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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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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미 도달한 멋진 신세계

 

제대로 된 번역이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멋진 신세계>를 몇 년 전에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하서 출판사에서 나온, 황종호 번역으로 나온 책이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번번이 막혔다. 앞장 몇 쪽을 읽다가 팽개치고 또 시도했다가 또 같은 이유로 중도포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중도 포기는 절대 없다, 고 다짐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도포기를 하게끔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바로 번역이 문제였다.

 

어려운 한자 단어 같은데, 한자 표기가 없으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7도시사회의 지주가 되는 것은 철학자가 아니라 뇌문 세공이며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 문장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세 개 등장한다. ‘철학자’, ‘뇌문 세공’, 그리고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철학자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은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 분명한데, 나머지 뇌문 세공이란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득이 다른 번역본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안정효 역으로 소담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계층은 사상가들이 아니라 뇌문(雷紋) 세공을 하는 기술자나 우표수집가 따위의 사람들이다. ”(31)

 

내가 의문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 고스란히 설명되어 있었다.

사상가’, ‘우표 수집가그리고 뇌문세공이 아니라 뇌문 세공을 하는 기술자’. 이렇게 새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 이 문장은 결함이 없이 잘 번역된 것이다.

 

안정효 역, 소담 출판사 발행의 < 멋진 신세계>는 먼저 그런 면에서 신뢰할 만하다.

 

멋진 신세계의 모습

 

헉슬리가 말하는 멋진 신세계는 어떤지? 먼저 그 신세계를 구경해 보자.

 

기본적으로 그 세계는 갈등이 없이 안정이 지속되는 세계이다 

일단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세계단일정부가 지구를 다스린다. 그래서 파괴적이고 증오에 기인한 학살적인 전쟁은 없다. 사회는 철저한 5단계 계급으로 이루어진다. 이 계급은 유전자로 조작된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알파계급, 델타, 감마, 입실론계급으로 구분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주어진 일만을 해야 할 뿐 다른 계급으로 옮기거나, 다른 계급의 일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인구조절정책에 의하여 모든 태아는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서 보육담당자들에 의하여 양육되므로, 가정이라는 조직이 없으며 결혼, 가족, 형제라는 개념도 없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결혼하는 대신 자유롭게 이성과 교제할 수 있다.

아기를 낳지 않으므로 열심히 일하고 그 시간 외에는 이성과 만나서 즐기면 된다.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개인의 삶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이게 멋진 신세계의 모습이다.

 

멋진 신세계는 정말 '멋진' 세계인가?

 

아니다. 헉슬리는 이 제목을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인용한 것인데, <템페스트>에서 나온 것이다. 그곳에 등장하는 소녀 미란다는 외딴 섬에서 자라나서 자신의 아버지 외에는 어떤 인간도 본 적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난파한 배를 타고 온 유럽인들을 보자 소리를 지른다. ", 멋진 신세계여. 저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니!"라고.

 

그러니, 제목으로부터, 멋진 신세계는 멋진 세계가 아닌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 멋진 신세계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암울한 모습을 예언한 소설이다. 앞서 살펴본 멋진 신세계의 모습에서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 살아간다.

 

왜냐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육체만 중요하며, 그 육체도 과학적으로 통제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소마를 복용함으로 그 정신을 통제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간은 사라지고 일하고 섹스하는 기계만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이미 도달한 멋진 신세계

 

이 책,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놀라게 되는 것은 비록 세밀한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지만 현재의 사회가 그 세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이다. 설령 다른 점이 있다 할지라도 이미 우리 사회의 변화 추이는 멋진 신세계가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의 존재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다시 한번 우리와 우리 사회의 방향을 살펴보도록 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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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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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고 싶은 길, 누군가는 이미 걷고 있었네

 

이 책은 저자 김기태의 <신심명(信心銘) > 강의를 풀어낸 것을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신심명(信心銘) 은 무엇인가?

 

그러니 먼저 이 책의 기본 텍스트가 되는 <신심명(信心銘) >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신심명>은 사언절구의 73수로 구성된 선시(禪詩). 중국 남북조 시대와 수나라에 걸쳐 살았던 제3대 조사 승찬이 쓴 것으로, 그가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은둔 생활을 하면서 선종의 근본 뜻을 73수의 시에 담아 나타낸 것이다.

 

팔만대장경의 핵심과 불법의 정수가 함축돼 있어 중국에 불법이 전래된 이래 문자 중 최고의 문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선종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시 가운데 하나로서 초기부터 널리 읽혀 왔다. (10)

 

저자는 이 신심명을 다섯 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놓았다.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편이 되어주면

분별에서 무분별로

내 안을 직시하는 힘

나로서 살아가는 행복

 

이렇게 5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신심명의 73수를 하나하나 묵상하며, 거기에서 깨달은 바를 기록하고 있다.

 

무분별은 어떤 의미인가?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무분별의 지혜>라고 했다. 저자는 신심명 73수를 이 책에서 5개의 주제로 나누어 묵상한 다음에, 그런 과정을 거쳐, 큰 깨달음으로 무분별이라는 제목을 취한 것이다.

 

그런만큼 무분별이라는 개념은 의미가 있다. 그러니 저자가 뽑아낸 무분별이 어떤 것인지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1강에 그게 설명된다.

신심명의 첫수는 이렇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말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도는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다? 무엇이 어렵지 않다는 것일까?

도를 알기 어렵지 않다는 말이며, 또한 이 말은 도를 행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도란 바로 현존이다. ,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도를 깨닫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매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도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도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따로 도를 찾거나 자유를 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도를 깨닫게 되면 행복해진다. 참된 행복은 결코 소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된다. (여기 이 대목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개념이 살짝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도를 깨닫지 못하고, 결국 행복하지 못하다. 왜일까?

그것은 오직 가려서 택하는(揀擇)’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 안에 들로 나누어 놓고는 하나는 택하고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영원한 행복을 얻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오직 가려서 택하는마음을 내려놓고 매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 된다. 매순간 있는 그대로의 현존, 그것이 바로 도요 깨달음이요 진리이기 때문이다.>(24)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어떤가?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가? 저자의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내가 지금껏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이 그렇게 가려서 택하는 마음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결국은 둘 모두를 잃어버리는 삶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오는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그러지 못하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저자의 그런 말을 충분히 이해는 살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이해하고, 그렇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사를 다시 분별하려고 애쓰고, 그래서 삶이 힘들고 어려운 삶을 되풀이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그런 되풀이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이 책 73번째 수를 일어봐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삶의 현장으로 가면 다시 그 모습이다.

 

, 이런 넋두리 같은 이야기는 서평에서 다룰 일이 못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그 시점에서의 평은 그래서 방금 한 이야기와는 다르다. 책 속에 있는 길은 비록 다른 사람이 간 길이지만, 독자인 나도 가보고 싶은 길이고, 그래서 한번 쯤 경험해 보고 싶은 경지이다. 그런 경지라도 보여준 것,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안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그렇게 좋은 길이 있으니, 나도 따라 해보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까지도 갖게 한 책이니, 우선 그것으로만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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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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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남편의 아내가 될 사람을 찾아라

 

제목이 재미있다. <비포 아이 고>

내가 가기 전이라는 말이다. 내용인즉, '내가 죽기 전'에 뭔가 하고 가겠다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간다는 말이 우리말처럼 '죽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골로 간다’, ‘깨 팔러 간다’, ‘천국 간다’, ‘지옥 간다는 식으로 죽다는 사건을 가다와 연결시켜 말하곤 하는데, 영어에서도 ‘go’(가다)를 그렇게 사용하다니 신기하다.

 

그렇다. 이 책은 그렇게 주인공이 죽기 전에 무언가를 해 놓고 죽으려고 작정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내 남편에게 아내가 필요해요

 

주인공, 데이지 리치먼드는 남편 잭 리치먼드와 신혼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 닥친다. , 유방암이 그녀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죽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데이지는 없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데이지 쪽으로 돌아누울 때면 가장 먼저 깨닫는 사실이다. 데이지의 자리가 비어있다. 주방에 갔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생각이 난다. 데이지는 없다.>(407)

 

그렇게 데이지는 유방암으로 죽었다,

그러니 죽기 전에 데이지는 무언가 해 놓고 싶어한다.

바로 자기 남편의 아내를 구해주는 일이다. 내가 죽으면 잭 혼자서 살지 못할텐데, 하는 아쉬움에 주인공은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잭은 나를 필요로 한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잭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따뜻한 사람.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더러운 양말을 치워줄,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137)

 

그것은 어떤 감정일까?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데이지는 그런 여자다. 자기가 죽은 이후에 저, 더러운 양말도 치우지 못하는, 돌봐주어야 할 저 사람, 남편 잭은 어떻게 살아갈까? 힘들겠지? 매일 매일이 힘든 나날이겠지?

 

그래서 잭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137)

그런 생각의 결론은 그래서 내가 찾아줄 생각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데이지의 눈물나는 내 남편의 아내 구해주고 죽기프로젝트를 그린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동안,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그런데 단지 그런 프로젝트만을 그린 것이라면, 이 소설은 반쪽에 불과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죽음을 앞둔 데이지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함으로서 이 소설을 인생을 통찰하는 철학 소설로 만들어 놓았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들은 그러한 궁금증 다 가지고 있지 않을까? 왜냐면 죽음은 사람누구에게나 언젠가 한번씩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죽음, 그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경우를 뺀다면, 사람들은 죽음을 서서히 서서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죽음이 내 앞에 서서히 다가온다고 생각해 본다면, 그런 상황일 때 그 심정은 어떨 것 같은가?

 

그런 궁금증을 이 소설은 풀어주고 있다.

그래서 데이지가 남편 잭을 위하여 아내를 얻어주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는 설정이 무리가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내가 될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마음은 뭐지?

 

그런데 거기에서 끝이 나면 너무 밋밋한 결말이다.

데이지가 잭을 위하여 아내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중에 드디어 적격자를 찾았는데, 거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적격자라 생각되는 패멀라, 그런데 그녀와 잭은 이미 알던 사이였다. 그래서 그전부터 만나고 봉사활동을 같이 하던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데이지의 심사는 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잭에게 알맞은 아내감이 나타났어요, 라고 안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다른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뇌수술을 받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묘한 상황이 발생하고 데이지는 잭과의 믿음을 의심하게 되는 오해가 생기기 시작한다.

 

데이지의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감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것이 경쟁자의 위협에 반응하는 생물학적 본능이자..>(285)

<나는 잭을 믿었다.

.....

하지만 그 믿음이 깨졌다.

그리고 이 놀라운 발견으로 인해 동요하는 온갖 감정 밑에는 분노가 끓고 있다.

잭에 대한 분노

그 믿음을 깨뜨리다니.> (374)

 

그런 감정들이 데이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런 감정들에 휘둘린 데이지는 상황들을 조합해 보면서 잭을 오해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 오해는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줄거리를 끌고가는 능력에 힘입어, 이 소설은 독자들을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사랑과 믿음이라는 큰 주제로 향하여 성큼성큼 다가가게 하는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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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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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 수도 없이 시작하고 수도 없이 포기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수도 없이 시작했고, 수도 없이 포기했다.”(18)

 

저자 몽테스키외가 이 책 <법의 정신>을 쓰면서 그랬다는 것이다. 수도 없이 쓰기 시작했고, 또한 수도 없이 포기했다는 것.

그렇게 저자가 수도 없이 쓰기 시작했고, 포기한 그 책, 그러나 기어코 출판된 책을 나는 수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수도 없이 포기했다.

 

지금껏 그래왔다는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수고에 비하면 읽는 것쯤을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책 제목인 <법의 정신>이 의미하는 바, 법과 정신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책을 그냥 두리뭉실하게 읽었다는 점일 것이다. 법과 정신을 구체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각각의 내용을 따로 따로 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번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두 개념을 연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읽었다.

그러니까 법에 어떤 정신이 구현되어있다는 점을 밑바탕에 두고 읽은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먼저 이 책에서 법이란 무엇인가, 짚고 넘어가자

 

법이라 함은 다음과 같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21)

그러니까 법은 관계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미진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이 책은 이해가 더디 되는 사람을 위한 <작품 해설>을 책 뒷부분에 첨부하여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 해설자는 몽테스키외가 내린 법의 정의를 많은 주석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것이라 평한다. 그런 정의는 가장 저명한 법 이론가들이 내린 정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데스튀트 드 트라시는 법은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345)

 

정신이란 무엇일까?

 

그 다음에 <법의 정신>에서 말하는 바, ‘정신은 무엇일까?

 

정신에 대한 언급은 이 책의 19, <법과 국민의 일반 정신 및 풍습과 생활양식 형성 원리의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정신이란 무엇인가? (201)

풍토와 종교, 법률, 통치 격률, 과거 사례들, 풍속, 생활양식 등 여러 가지가 인간을 지배한다. 일반 정신은 이런 것들에서 유래하며 형성된다.

 

정신과 관련된 언급은 이어진다.

정체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입법자는 국민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타고난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일할 때만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202)

 

그밖에도 몽테스키외는 법과 관계를 가지는 것들을 설명하고, 법 속에 그 정신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저자는 공들여 검토한다.

 

그런 그의 마음은 다음과 같은 말에 드러난다.

<나는 우선 인간에 대해 검토했으며, 이처럼 무수히 많은 법률과 풍습 가운데 그들이 오직 자신의 환상에 따라서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나는 원칙들을 정했고, 개별적 경우들이 마치 스스로 알아서 그러는 것처럼 이 원칙에 따르는 것을 보았다. 모든 민족의 역사는 이 원칙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각각의 개별적 법률은 다른 법률과 연관돼 있거나, 더 일반적인 또 다른 법률에 종속돼 있다. 아주 오래된 시대를 언급할 때에 나는 그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전햐 다른 경우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유사한 경우들의 차이를 모르고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15-16)

 

또 따른 설명은 <작품해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정신 그 자체는 앎과 결합된 양식(양식)이다. 양식은 사물들을 정확히 비교하는 것이며, 같은 사물들을 그 실제적 상태와 상태적 상태에서 구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349)

 

그래서 법은 그 민족의 일반정신을 나타낸다.

 

그렇게 해서 법은 결국 모든 것들의 관계이며, 결국 그 법안에 그 관계의 성격을 드러내는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몽테스키외는 그 수많은 관계들을 이 책 <법의 정신>에서 분석하고 정리한다.

 

그렇게 두 개념 - 법과 정신-을 정립하고 나니까, 이 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이 책은 <법의 정신>의 완역본이 아니다.

완역본이 아님을 역자는 <일러두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이 책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전편에서 엄선한 장들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법의 정신 전편에서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책 뒷부분에 <1757년 판 차례>를 실어서, 이 책에서 빠진 부분이 어느 것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혹시 <법의 정신> 전체를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은 그것을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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