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를 향한 헉슬리의
경고
제대로 된 번역이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기지의
진수는 허위의 본체가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을 읽고는 한참이나,
그야말로
한참이나 멍한 상태에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분명
한국어요,
거기
쓰인 단어는 모르는 것 하나 없는데,
그
단어들이 합해 만들어진 문장의 뜻은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보였다.
범우사 판
이성규.
허정애
공동번역으로 나온 책,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를
읽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우리말을
그렇게 생경하게 대해 본 것은 아마 그것이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데 있었다.
위에
인용한 그 문장이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의
머리말,
그것도
첫 번째 문장이었던 것.
그래서
그 다음 독서의 진도는 지지부진이었다.
첫
번째 문장에서 맛보았던 생경함은 그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진행형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안정효
역,
소담
출판사 발행의 <다시
찾아 본 신세계>를
손에 들었을 때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혹시
이 책도 그렇게 나를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 부분을 어떻게 옮겨
놓고 있는가?
<재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자칫 부실한 진리의 덫에 봉착하기도 한다.>
(44쪽)
좋다.
이
책의 번역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은가?
이
번역은 위에 언급한 다른 출판사의 책처럼 요령부득의 번역이 아니다.
명쾌한
번역은 독자들에게 읽을 힘을 준다.
그렇게
헉슬리의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읽을 수 있었다.
헉슬리,
‘멋진
신세계’의 실현을 못내
아쉬워하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멋진
신세계>를
헉슬리가 다시 가보는
것이 아니다.
헉슬리가
그 곳을 다시 가보는 것이 아니라,
<멋진
신세계>에서
등장시킨 예언들이 과연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검토해 보는 것이다.
헉슬리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구
과잉
양과 질과
도덕성
과잉
조직화
민주 사회의
선전
독재 국가의
선전
상술
세뇌
화학적인
설득
잠재의식적인
설득
수면
학습법
자유를 위한
교육
그렇게
<멋진
신세계>에서
등장-
예언-
했던
사항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검토해 보고 있다.
각종 예언된 사항에 대한 언급들
인구 과잉에 대한 헉슬리의 언급은
이런 말로 줄일 수 있겠다.
<(인구
증가는)
모든
인간과 물자에 대한 영구적인 통제를 정부의 기관들이 장악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인구
과잉은 그런 사태를 초래하므로,
공산주의가
독재 국가들을 주도하는 세계에서라면 영구적인 위기가 거의 불가피해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64쪽)
과잉 조직화에 대해서는
<사람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행위란 목적을 수단에 종속시키는 격이다.
목적을
수단에 종속시키면 어떤 결과가 찾아오는지를 히틀러와 스탈린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84쪽)
상술에서는
‘대대적인
심리 조종술’을
경고하고 있으며,
세뇌와
화학적인 설득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어느 독재자가 이런 약들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151쪽)며
경고하고 있다.
경고와 해답
이런 식으로 헉슬리는 자기가 지은
<멋진
신세계>가
현실로 실현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그에
따른 경고를 아까지 않고 있다.
그런 우려와 안타까움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해답은
무엇인가>에
잘 드러나고 있다.
몇 가지만 추려
본다면,
다음과
같다.
<인구과잉과
조직 비대화는 현대의 대도시를 이룩해 놓았고,
그
안에서는 다수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통한 충분한 인간적인 삶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전체 사회와 개인의 정신적인 황폐화를 피하고 싶다면.....
완전한
인격으로서 개인들이 만나고 협동하는 사회를 이룩함으로서 대도시를 인간화시켜야 한다.>(209쪽)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자유가 지극히 소중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지금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오랫동안 저항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힘이 닿는 데까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의무로 남는다.>(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