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미 도달한 멋진
신세계
제대로 된 번역이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멋진
신세계>를
몇 년 전에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하서 출판사에서
나온,
황종호
번역으로 나온 책이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번번이 막혔다.
앞장
몇 쪽을 읽다가 팽개치고 또 시도했다가 또 같은 이유로 중도포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중도 포기는 절대 없다,
고
다짐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도포기를 하게끔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바로
번역이 문제였다.
어려운 한자 단어
같은데,
한자
표기가 없으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7쪽
“도시사회의
지주가 되는 것은 철학자가 아니라 뇌문 세공이며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 문장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세 개 등장한다.
‘철학자’,
‘뇌문
세공’,
그리고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철학자’와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은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 분명한데,
나머지
‘뇌문
세공’이란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득이
다른 번역본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안정효
역으로 소담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계층은 사상가들이 아니라 뇌문(雷紋)
세공을
하는 기술자나 우표수집가 따위의 사람들이다.
”(31쪽)
내가 의문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
고스란히 설명되어 있었다.
‘사상가’,
‘우표
수집가’
그리고
뇌문세공이 아니라 ‘뇌문
세공을 하는 기술자’.
이렇게
새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
이 문장은 결함이 없이 잘 번역된 것이다.
안정효
역,
소담
출판사 발행의 <
멋진
신세계>는
먼저 그런 면에서 신뢰할 만하다.
멋진 신세계의 모습
헉슬리가
말하는 멋진 신세계는 어떤지?
먼저
그 신세계를 구경해 보자.
기본적으로 그 세계는 갈등이 없이
안정이 지속되는 세계이다.
일단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고
세계단일정부가 지구를 다스린다.
그래서
파괴적이고 증오에 기인한 학살적인 전쟁은 없다.
사회는
철저한 5단계
계급으로 이루어진다.
이
계급은 유전자로 조작된다.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알파계급,
델타,
감마,
입실론계급으로
구분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주어진 일만을 해야 할 뿐 다른 계급으로 옮기거나,
다른
계급의 일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인구조절정책에 의하여 모든 태아는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서 보육담당자들에 의하여 양육되므로, 가정이라는 조직이 없으며 결혼,
가족,
형제라는
개념도 없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결혼하는 대신 자유롭게 이성과 교제할 수 있다.
아기를 낳지 않으므로 열심히 일하고
그 시간 외에는 이성과 만나서 즐기면 된다.
아이들을
양육하느라 개인의 삶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이게
‘멋진
신세계’의
모습이다.
멋진 신세계는 정말 '멋진'
세계인가?
아니다.
헉슬리는
이 제목을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인용한 것인데,
<템페스트>에서
나온 것이다.
그곳에
등장하는 소녀 미란다는 외딴 섬에서 자라나서 자신의 아버지 외에는 어떤 인간도 본 적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난파한 배를 타고 온 유럽인들을 보자 소리를 지른다.
"오,
멋진
신세계여.
저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니!"라고.
그러니,
제목으로부터,
멋진
신세계는 멋진 세계가 아닌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
멋진
신세계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암울한 모습을 예언한 소설이다.
앞서
살펴본 멋진 신세계의 모습에서 인간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
살아간다.
왜냐면,
멋진
신세계에서는 육체만 중요하며,
그
육체도 과학적으로 통제된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소마를 복용함으로 그 정신을 통제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멋진 신세계에서는 인간은 사라지고 일하고 섹스하는 기계만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이미 도달한 멋진
신세계
이
책,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놀라게 되는 것은 비록 세밀한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지만 현재의 사회가 그 세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이다.
설령
다른 점이 있다 할지라도 이미 우리 사회의 변화 추이는 멋진 신세계가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의 존재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다시
한번 우리와 우리 사회의 방향을 살펴보도록 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