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아내가 될 사람을
찾아라
제목이
재미있다.
<비포
아이 고>
‘내가
가기 전’이라는
말이다.
내용인즉,
'내가
죽기 전'에 뭔가 하고 가겠다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간다는 말이 우리말처럼 '죽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골로
간다’,
‘깨
팔러 간다’,
‘천국
간다’,
‘지옥
간다’는
식으로 ‘죽다’는
사건을 ‘가다’와
연결시켜 말하곤 하는데,
영어에서도
‘go’(가다)를
그렇게 사용하다니 신기하다.
그렇다.
이
책은 그렇게 주인공이 죽기 전에 무언가를 해 놓고 죽으려고 작정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내 남편에게 아내가 필요해요
주인공,
데이지
리치먼드는 남편 잭 리치먼드와 신혼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 닥친다.
암,
유방암이
그녀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죽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데이지는
없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데이지
쪽으로 돌아누울 때면 가장 먼저 깨닫는 사실이다.
데이지의
자리가 비어있다.
주방에
갔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생각이
난다.
데이지는
없다.>(407쪽)
그렇게 데이지는 유방암으로
죽었다,
그러니 죽기 전에 데이지는 무언가
해 놓고 싶어한다.
바로 자기 남편의 아내를 구해주는
일이다.
내가
죽으면 잭 혼자서 살지 못할텐데,
하는
아쉬움에 주인공은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잭은
나를 필요로 한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잭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따뜻한
사람.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더러운
양말을 치워줄,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137쪽)
그것은 어떤
감정일까?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데이지는
그런 여자다.
자기가
죽은 이후에 저,
더러운
양말도 치우지 못하는,
돌봐주어야
할 저 사람,
남편
잭은 어떻게 살아갈까?
힘들겠지?
매일
매일이 힘든 나날이겠지?
그래서
‘잭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137쪽)
그런 생각의 결론은
“그래서
내가 찾아줄 생각이다.”
이 소설은 그러한 데이지의 눈물나는
‘내
남편의 아내 구해주고 죽기’
프로젝트를
그린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동안,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그런데 단지 그런 프로젝트만을 그린
것이라면,
이
소설은 반쪽에 불과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죽음을 앞둔 데이지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함으로서 이 소설을 ‘인생을
통찰하는 철학 소설’로
만들어 놓았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들은 그러한 궁금증 다 가지고
있지 않을까?
왜냐면
죽음은 사람누구에게나 언젠가 한번씩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죽음,
그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경우를 뺀다면,
사람들은
죽음을 서서히 서서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죽음이 내 앞에 서서히
다가온다고 생각해 본다면,
그런
상황일 때 그 심정은 어떨 것 같은가?
그런 궁금증을 이 소설은 풀어주고
있다.
그래서 데이지가 남편 잭을 위하여
아내를 얻어주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는 설정이 무리가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내가 될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마음은
뭐지?
그런데 거기에서 끝이 나면 너무
밋밋한 결말이다.
데이지가 잭을 위하여 아내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중에 드디어 적격자를 찾았는데,
거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적격자라 생각되는
패멀라,
그런데
그녀와 잭은 이미 알던 사이였다.
그래서
그전부터 만나고 봉사활동을 같이 하던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데이지의 심사는 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잭에게 알맞은 아내감이 나타났어요, 라고 안도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다른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뇌수술을
받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묘한 상황이 발생하고,
데이지는 잭과의 믿음을 의심하게 되는 오해가 생기기 시작한다.
데이지의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감정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것이
경쟁자의 위협에 반응하는 생물학적 본능이자..>(285쪽)
<나는
잭을 믿었다.
.....
하지만 그 믿음이
깨졌다.
그리고 이 놀라운 발견으로 인해
동요하는 온갖 감정 밑에는 분노가 끓고 있다.
잭에 대한
분노
그 믿음을
깨뜨리다니.>
(374쪽)
그런 감정들이 데이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런 감정들에 휘둘린 데이지는
상황들을 조합해 보면서 잭을 오해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 오해는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줄거리를
끌고가는 능력에 힘입어,
이
소설은 독자들을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사랑과
믿음이라는 큰 주제로 향하여 성큼성큼 다가가게 하는 소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