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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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은 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된다.

 

리모컨은 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된다.

 

리모컨은 늘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된다.”

 

이 책 52쪽에 나온 말이다.

저자는 이 말을 이런 식으로 사용했다.

리모컨을 어디에 두었는지 깜빡하는 우리의 기억은 그래서 불완전하다, .

그런데 나에게는 이 말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은리모컨이 아니라, ‘아예 잊어버려서 리모컨을 생각하지도 않게 되었는데, 바로 여기에서 발견한 기분으로 읽었다.

 

리모컨을 여기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리모컨을 잃어버려서, 이제는 아예 잊고 살아왔는데, 여기에서 발견하다니!

 

그토록 읽고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던 철학적 개념들이 저자의 설명을 읽고 있노라니, 이게 그리 이렇게 쉬운 말이었던가? 나는 지금까지 그런 책들을 헛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키르케고르의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 세가지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심미적으로 살라가는 것,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종교적으로 살아가는 것.

 

, 이것을 한번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심미적으로 사는 삶은 쾌락 속에서 사는 삶이다. 온갖 향락과 즐거움을 쫓는, 한번 쯤, 아니 여러번 살아보고픈 삶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사는 이들은 안정을 얻지 못하고 좌절 중이다. 늘 더 큰 쾌락을 추구하지만 심미적 쾌락을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이들은 심미적 삶에 절망하고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한다. 바로 윤리적으로 사는 삶이다.

이런 삶은 사회적 법규와 규칙을 엄격히 지키며 사는 삶이다. 한마디로 숨 막히고 답답한 삶이다. 알다시피 이렇게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완벽한 규율을 따르기에는 우리는 너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절망을 계기로 윤리적으로 살던 이들은 다른 삶을 살려한다. 바로 종교에 귀의하는 삶이다.

종교적인 삶은 신에게 의존하며 사는 삶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본래의 자신을 찾을 수 있다 믿으며 산다. >(61)

 

, 여기까지 읽으면서 키르케고르가 말한 바 세가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그 순서와 과정을 그래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에는 몇 번씩이라 읽었어도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나의 이해가 부족했던 탓인지, 세 가지 방법이 따로 겉돌기만 했었는데, 이 설명에 의하면 그 과정이 이해가 잘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잃어버렸던 리모컨, 그래서 아예 잊어버렸던 리모컨을 뜻밖의 장소에서 찾은 기분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읽고 나니, 그래도 뭐가 부족했었다.

아니, 그렇게 심리적 삶에서 윤리적 삶으로, 그리고 다시 종교적 삶으로만, 그러니까 한 방향으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반대방향으로도 가는 경우도 있던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을 보니, 저자는 거기에 대한 대답도 이미 해 놓고 있었다.

<이 흐름은 일방적이 아니다. 다음 삶으로 도약한 후에도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박 아이템을 보면서 다시 사업에 손을 대고, 토한 기억이 사라질 때쯤에는 그 메뉴를 다시 주문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다음 삶으로의 도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련이 남지않게 현재 삶에서 충분히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다.>(62)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이전 삶에 미련이 남지 않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현실을 바꿀 것인가, 자신을 바꿀 것인가?

 

저자가 그런 식으로 결론 내린 것, 또하나 짚고 가자.

현실이 변했다라는 말의 진의는 자신의 현실이 변했다이다.(26)

 

조금 표현이 부자연스럽지만, 그 말의 의미는 이렇다.

우리는 대개 사회의 현실에 순응한다. 원하는 일을 찾기 보다는 자신을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이게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이 바뀌면 어떤 일이 생길까?

내가 원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설령 실패하더리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얼마든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현실이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현실이 바뀌면 우리 삶도 바꿔질까?

 

그렇게 생각하던 저자는 이런 생각에 당도한다.

원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현실이 바뀌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게 아닐까?”(25)

 

그래서 결론에 이르기를, 위와 같이, 즉 사회의 현실이 변하지 않아도 만약 우리 자신이 변한다면 우리의 현실이 분명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현실에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인문학이 현실적인 삶에 답을 줄 수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얼마든지 인문학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물론 메시지를 쉽게 발견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다.>(8)

 

그래서 여러 철학자의 이론도 우리의 삶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훌륭한 실례를 앞서 살펴본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들의 고민을 인문학으로 풀어보고 있는데, 20대가 아닌 나로서도 이 책은 의미가 있게 읽혀진다. 살아보았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이 맞다. 희한한 일이지만 내 나이까지 안살아본 저자는, 마치 나보다 더 잘살고, 오래 산 것처럼 인생의 고민을 잘도 풀어나간다. 그것도 인문학으로! 인문학의 힘이 그렇게 세다. 그것,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가 인문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 바뀌기를, 바라는 것,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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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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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2 공포편

 

' 검은 고양이'만 알고 있었네

 

에드거 앨런 포를 책 읽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에드거 앨런 포의 명성은 다 들었고,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런데 마침 그의 저작집 소설 전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났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니, 내가 알고 있던 그의 작품은 그저 몇 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그의 작품 검은 고양이말이다. 내가 왜 그 검은 고양이 이름을 네로라고 알고 있을까? 그의 책 공포편에서 검은 고양이를 읽다가 혼자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 고양이 이름을 네로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 작품 속에서 검은 고양이 이름은?

플루토였다.(10) 그런데도 지금까지 고양이 이름을 그 긴 세월동안 한결같이 네로로 알고 있었으니! 아마 성탄절 즈음이 되면 울려 퍼지는 검은 고양이 라는 제목의 캐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그렇게 그저 몇 작품만 읽고, 그렇게 알아오던 그의 작품을 이번에 다 섭렵하게 되어 여러 가지로 기뻤다.

 

먼저는 그의 작품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되었으니 의미가 있다.

여기 2편에는 공포를 주제로 한 소설, 검은 고양이 등 17편이 실려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 나에게만 해당되는지? -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예컨대, ‘생매장’, ‘모렐라같은 작품들은 처음 읽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 주제가 공포이기 때문에, 내용들이 공포와 관련되는 이야기들이고, 그러한 공포로 인해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사건들을 기록해 놓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검은 고양이같은 경우, 마지막 반전에서 느끼는 그 오싹함이라니! 그런 감정들이 공포물을 읽고 느끼는 감정들일 게다. 그러나 포는 거기에 멈추지 않는다. 공포에 관련된 감정들을 포는 냉철하게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생매장중 일부분이다.

<대규모 사상자를 낸 재앙의 보편성보다는 수많은 개인이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불행, 이른바 궁극적인 비통함은 지극히 집중적이어서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극한의 무시무시한 고통은 철저히 홀로 견뎌내는 것이지 집단이라고 해서 고통이 그 수만큼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232)

 

모렐라중 이런 대목이 있다.

<나무 중에 소나무가 가장 오래 사는 나무이듯 감정 중에서 가장 오래 남는 그 슬픔 말이예요.> (259)

 

그런 포의 성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은 아무리 해도 개인적이다. 홀로 견딜 수밖에 없다. 또한 슬픔은 다른 감정, 예컨대 기쁨 같은 것보다 훨씬 오래 남는다.

 

공포에 대한 포의 결론

 

공포에 대한 에드거 앨런 포의 결론은 무엇일까?

공포는 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파괴될 것이다.” (252)

 

공포를 잠들게 하기 위하여, 포는 공포와 대면하고, 그 얼굴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공포를 잠재우기 위하여 일단 이 책을 읽어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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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하기 마음치유 1
그레고리 L. 얀츠 & 앤 맥머리 지음, 이유선 옮김 / 은혜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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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하기

 

무례한 끼어들기 차량을 만난다면?

 

여기 이 책 30쪽에 여러가지 사례들이 예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끼어들기에 대한 사례를 마음에 새기면서 읽어보았다,

내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겪는 실제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지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지나간 일로, 앞으로는 다시 볼 일이 없는 낯선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짓인가를 물론, 나는 잘 안다.>(34)

 

이 얼마나 사려깊은 생각인가? 참으로 백번 옳은 말이다. 그 순간에 지나가 버린, 그리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에게 화를 내서 무엇이 유익할까?

 

그러나 그런 생각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러한 일에 대한 합리적인 대처가 어떠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순간이 또 닥친다면 화를 내지 않고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불쾌한 감정은 냉정한 판단보다 훨씬 길고 강한 여운이 되어 나를 오랫동안 괴롭히게 될 것이다.>(34)

 

이게 솔직한 감정이다. 저자의 그런 감정은 실제로 내가 겪는, 그래서 지나가는 차를 향해 화를 내는 내 모습이다.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어주고, 그래서 나는 불쾌해지고, 그 감정이 하루 일과를 지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분노 조절하기>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유익한 방책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 이 책 원래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분노가 너를 조절하기 전에 분노를 조절해야하는 것이다.

 

그런 분노 조절을 말하기 위해 저자는 분노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해 놓았다.

 

분노의 개념

 

분노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과잉감정이다. (13)

 

분노의 문제점

 

투약이 단기간에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분노도 자주 사용할수록 거의 소용없게 된다. 자기 방어를 위해 끊임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그 분노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분노가 하루종일 당신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13) 

 

분노 조절이 필요한 이유

 

분노가 바르게 조절되었을 때, 분노는 그들의 삶에 효과적이었고, 정화시켰으며, 동기부여와 힘이 되었다,

그러나 분노 조절에 실패하게 되었을 때, 분노는 중독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계속 지속되었고, 소외와 병든 심지어는 파괴적인 모습까지도 갖게 되었다.(15)

 

이 책은 특별히 여성용

 

특별히 이 책은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본서의 관심은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 분노와 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제를 해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말하기를, 여자들의 영적, 육체적 관계적, 감정적 측면 모두에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 여성들의 분노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에게 일어난 실제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며, 그러한 사례들은 이 책이 단순히 이론 일변도가 아니라, 실제에 적용가능하며 구체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새겨 두어야 할 말들

 

<나의 분노 목록은 이 땅에 존재하는 분노의 원천이라기보다는 나와 내 인격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24)

 

맞다. 내가 분노하는 것을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사소한 일에 분노한다면, 나의 그릇이 그만큼 작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 분노가 생활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한번쯤 읽어보면서, 자기의 속을 들여다 보는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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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0
서유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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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과 틈 사이에서 

 

틈이 무엇일까?

틈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와 용례는 다음과 같다.

 

1.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갈라진 틈으로 물이 샌다.”

2. 모여 있는 사람의 속.

학생들 틈에 끼다.”

3. 어떤 행동을 할만한 기회

틈을 보이다.”

 

그럼 이 소설에서는 은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

 

첫 번째 틈 -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먼저 찾아볼 수 있는 틈은 첫 번째 의미의 틈이다. 남편과의 사이에 난 틈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여자 - 이름은 정윤주- 는 출근길에 우연히 남편의 차에 다른 여자가 동승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이후로 남편과의 사이에 틈이 생긴다.

 

그 틈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멀쩡하게 매달려 있던 줄이 갑자기 끊어지거나 바닥이 무너지기 전에는 그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허술한지 깨닫지 못한다. 틈이 벌어지고 부서지고 깨진 뒤에야 그게 애초에 견고하지 않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45-46)

 

<사소한 균열일 뿐이라고, 아직 눈에 띄지 않는 금이 간 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믿음이 깨졌다는 건 얼마나 큰일인가 싶어서 자주 주저앉았다.> (85)

 

<평소에 아무 의심 없이 걷고 뛰어다니던 땅이 갑자기 쑥 꺼졌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다.>(99)

 

바로 이 문장이 이 소설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틈 - 모여 있는 사람의 속.

 

여자는 그런 남편의 행동에 상처받아 생긴 그 틈을 여간해서 메꾸지 못하다.

그런 여자 - 윤주 - 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여자는 가볍게 샤워를 한 후 열탕과 냉탕, 사우나를 오갔다. 그때마다 몸은 따뜻해지고 차가워졌으나 내면에는 결코 섞이지 않는 두 개의 구간이 존재한다.> (58-59)

 

<애써 온기를 유지하고 있는 온탕과 차갑게 식어 아무 표정도 없는 냉탕. 그 둘은 멀찍이 떨어져 있고, 여자는 문밖에 서서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중이었다.> (59)

 

그렇게 남편과 틈이 생겨, 상처받은 상태에 직면한 윤주에게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것일까?

동네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둘 - 역시 남편과의 사이에 틈이 나있는 사람들 -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그들은 수시로 만나 제각기 자기 삶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그 자리의 편함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 교육과 돈에 관련된 대화가 오가지 않아 좋았고 겸손이나 걱정을 가장한 자랑이나 은근한 과시가 없어 편했다.>(88)

 

그런 그들이 이제 둘러 앉아 있다.

<승진 정희와는 매일 봤다.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열한시 무렵 홀에서 만나 같이 음료수를 마셨다. 윤서 엄마가 승진이 된 뒤 민규 엄마는 임정희가 되고 여자는 정윤주가 되었다.>

 

< ....과일이나 고구마를 싸오기도 했다. 세 사람은 꼭짓점처럼 모여 앉아 그걸 천천히 까먹었다.>(88)

 

남편과의 사이에 틈이 생긴 사람들이 이제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 틈으로 들어간 것이다. 상처를 안고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서로를 위로한다.

 

세 번째 틈, 어떤 행동을 할만한 기회

 

민규 엄마의 이야기이다.

처녀시절에 피웠던 담배를 아이를 임신한 후에는 끊었는데, 어느 순간 다시 피게 되었다.

 

그것을 이렇게 합리화한다.

<인생에 이런 작은 틈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나, 그게 인간적인 거리고 합리화했다.>(66)

 

생활에 치인 그 답답함을 담배로 풀어보는 그 작은 틈, 그것은 틈의 세 번째 의미로 쓰인 것이다.

 

더 중요한 세 번째 의미의 틈이 등장한다.

 

남편에게 자기가 목격한 일을 여자 - 윤주- 는 말하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그럼, 언제 이야기 하나?

남편 얼굴을 볼 때 마다 그 생각이 난다. 묻고 싶다. 그 때 그 모습은 어떤 것인지?

<어느 쪽을 원하느냐고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에게 묻고 싶었다.> (93)

 

그러나 여자는 그러지 못한다. 그럼 언제 그런 틈을 만들 수 있을까?

그냥 아무런 말, 하지 말고 가슴 속에 품은 채 살아갈 것인가?

아니다. 저자는 그 해결책으로 또 다른 의미의 틈을 사용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런 틈을 만드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에게 전화하여 잠깐 얘기하자고 을 만든 여자 정윤주에게 남편 임정호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 남편과 이 벌어진 여자들이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 에서 그 상처를 위로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하여 남편과, 상황과 직면하기 위한 을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틈은 피하고 어떤 틈은 만들어야 할지, 생각해 볼 틈을 준 책, 의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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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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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왜 제대로 알아야 하는가?

 

저자의 문제의식

 

우리가 역사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인가? 아니, 우리가 역사에 대해 들어본 것은 언제였던가? 아마 대부분은 학창시절의 일일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하고, 그 이해에 기반을 두고 살아간다. 그래서 들려오는 시사문제에서 역사이야기가 나오는 경우, 역시 그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고 그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교과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그런데 그렇게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서 빠지거나, 혹은 누군가가 일부러 무언가 빼놓고 가르쳤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눈 앞에서는 한 치를 비껴난 것처럼 보이나, 동네 밖을 벗어나면 그 길은 다른 길을 가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역사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는 그런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쳐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것들

 

조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어떤 것을 먼저 떠올릴까?

사대주의에 찌든 우리 조상들이 대국 - , 청나라- 에 물건을 바리바리 싣고 가서 진상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후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런 선조들을 줏대없이 사대주의에 사로잡혔던 조상들이라 하면서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 조공이라는 것의 실질이 다른 것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런데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교과서에서는 말해주지 않고 있다면?

 

예컨대,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다.

고구려의 장수왕은 그의 재위동안에 48회의 조공을 중국 측에 했다. 이는 다른 왕들에 비해 그 횟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당시 한민족 최고 강국인 고구려의 군주가 그렇게 조공을 많이 했다면, 무슨 일일까?

 

여기에 바로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않는 조공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운 바처럼 조공은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으나 실질은 물물교환이라는 것, 두 나라 간의 무역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조공은 무조건 사대주의의 표상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조공무역이라는 말 대신에 해상무역(18) 등으로 표시하여,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기술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들의 자긍심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19)

 

일본과 중국의 교과서를 들여다보니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외국의 역사 교과서를 살펴볼 기회가 없다. 그러니 중국과 일본에서 어떻게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지, 가끔씩 언론을 통해서나 듣고 보고 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것을 알게 되는데 가치가 있다.

 

일본에 관련해서는, ‘일본이 조선통신사를 환대한 이유’, ‘20세기 초 일본 근대화에 얽힌 비밀, 우리가 알지 못하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조공을 받는다는 것은 중국에게 때로는 고통이었다는 우리 역사의 조공과 관련해서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또 요즘 티베트가 이슈로 되고 있는데 몽골과 티베트 역사는 중국역사인가도 관련해서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 글이다.

 

이 책의 현재 시사적 가치

 

지금 동아시아의 남북한 및 중국 일본 대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분쟁은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를 역사분쟁이 곧잘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실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그래서 이 책의 저술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동아시아 각국이 어떤 방법으로 역사분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만 한다.>(8)

 

<동아시아 각국은 왜곡된 사실을 가르치거나 혹은 특정한 사실을 아예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자국민들을 특정한 역사인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민을 하나의 역사공동체로 통합하는 한편 주변국과의 역사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하려 한다.>(8)

 

그러한 사실을 알게해 주는 이 책의 가치는, 역사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는데 있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보게 해주어, 주변국가들의 역사전쟁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올바른 역사를 알아가게끔 하는 의미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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