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군상(群像)들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듯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곧
마음속에 의심이 생기면 갖가지 무서운 망상이 잇따라 일어나 사람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선입관은 판단을 빗나가게 한다.
*
《열자(列子)》〈설부편(說符篇)〉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
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
중에서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그렇고,
안색을
보아도 그렇고,
말투
또한 영락없는 도끼 도둑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밭두렁에서 도끼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그의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이
책,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일파만파
커져나기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는 거야...그리고
이제 다른 부모들이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도.
사실
나도 지기가 정말로 그런게 아닌지 모르겠어.>(393쪽)
지기의 할머니, 즉 제인의 엄마가
한 말이다.
<하기야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지기가 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의심했던 게 분명하다.>
(503쪽)
제인의
생각.
문제의
거짓말은?
작가의 트릭
하나
제목이
‘거짓말’이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사소한 거짓말이 어떤 것인지 불을 켜고 찾게 된다.
내가
그랬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33쪽이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완전한 거짓말은......>
이 문장에 자연히 시선이 가게
된다,
이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또 거짓말이
등장한다.
37쪽이다.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져,
엄마.,
이렇게
말하는 게 대화를 끝내는 법이야.”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진다니,
그렇다면
분명 이 거짓말이 문제의 거짓말이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란
단어의 힘을 입지 않고 등장하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쟤가
그랬어요.”
아마벨라는 작은 갱스터 아이를
가리켰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제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이
지기의 어깨를 짚었고,
아마벨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
안 그랬어요.”
“아니야.
네가
그랬어.”
작은 여자아이가
말했다.
>(66쪽)
거기,
그
장면에서 문제의 ‘거짓말’은
시작된다.
직소 퍼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이 소설에서는 유난이 직소 퍼즐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직소
퍼즐(jigsaw-puzzle)은
여러가지 작고,
보통
이상하게 생긴,
서로
연결 가능한 여러 조각들로 조립한 것으로 각 조각들은 대개 어떤 그림의 부분을 나타낸다.
그래서
완성 후에 직소 퍼즐은 전체 그림을 나타낸다.
어떤
종류는 퍼즐이 완성되면 원형의 구조를 가지게 되며,
광학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완성한
퍼즐은 창작품들처럼 벽에 장식하기도 한다.>
제인의 부모 집에서는 아예 식탁위에
직소퍼즐이 항상 놓여있을 정도다.
왜 이 소설의 작가는 직소퍼즐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 자체가 직소 퍼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에 등장하는 사소한
것(직소퍼즐의
조각)
그
어느 것 하나,
뒤에
가서 나타나는 사건(전체
그림)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퍼즐
조각 하나가 없으면 퍼즐 전체를 마출 수 없듯이 조각 하나 하나를 작가는 섬세하게 배치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11장에
등장하는 페리와 아이들간의 대화에서 어떤 힌트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이
비행기처럼 높이 날 수 있어?”
그런 질문에 페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안돼.
아빠가
한 말 기억 안 나?
나는
레이더 탐지기를 피하려고 아주 낮게만 난단 말이야.”
이런 대화가 그저 아빠와 아이들간의
가정적이고 화목한 대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대화는 뒤에 벌어질 사건을 치밀하게 뒷받침해주는 아주 중요한 대화다.
605쪽의
대화와 연결된다.
( 더
이상의 인용은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기를!)
작가의 트릭,
둘
작가는 앞부분에서 지기를 폭력을
사용하는 아이로 의심받게 설정해 놓은 다음에 독자의 주의를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언가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지기가
그런 아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옆머리로 제인의 코를 세차게 들이받았고,
제인의
고개가 베개위로 벌렁 나자빠졌고,
제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88쪽)
어디 그런
말뿐인가?
작가는 다시 이런 평을
덧붙인다.
<테아
:
난
항상 그 아이에겐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지기라는 아이 말예요.
눈빛이
좀 수상하잖아요.>
(89쪽)
<자기는
소리쳤고,
지기의
발이 제인의 배를 강타했고,
제인은
뒤로 휘청 넘어질 뻔했다.>(256쪽)
‘아,
지기가
이런 폭력적 경향이 있는 아니구나.
지금
어머니인 제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그런 것을 비쳐주는 것을 보니,
나중에
분명 지기가 그런 아이로 드러나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은 군상들
<페리는
어렸을 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폭력에 과도할 정도로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였다.>(110쪽)
<페리가
분노하는 건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이다.
페리가
자제하려고 한다는 것,
폭발하려는
감정에 저항하려 한다는 건 셀레스트도 알았다.>
(197쪽)
<보니는
아버지가 폭력을 썼어요.>
<정말
폭력적이었어요.
보니
아버지가 한 일은 .......보니
어머니에게 그랬죠.
하지만
보니와 처제는 그것을 지켜봐야 했어요.>
(600쪽)
그 밖에도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인물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작은 동네에서 아이가 무심코 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그러한 상처들을 드러나게 하고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아니
그러한 상처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가니 끝은 해피엔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