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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든지 잠들게
해드립니다.
이 책의 용도
첫애는 거의
100일동안
밤낮을 바꿔 살았다.
다시
말하면 낮에는 자고 밤에는 깨어있는 상태로 거의 100일을
지냈다.
그
때 당시 어른들은 말했다.
백일이
지나야 제대로 돌아온다고.
정말
그 말이 맞았다.
백일이
지나자,
아이는
바로 어제만 해도 낮과 밤을 바꿔 살던 그 리듬이 바뀌어,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어 놀았다.
그러니 낮에 아이와 살림에 지친
아내를 대신해,
회사에서
돌아온 내가 밤 당번이 되어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낮에 깨어 있게 하라고 하는 나의 당부가 제대로 지켜질 리 없었다.
아이는
깨어나 아빠하고 눈 맞추기를 하면서 놀자고 보채었다.
그
때 아이를 안고 어르고 자장가를 부르던,
그
시절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를
재웠을 것인데....
아이와 함께 하는
책,
아이가
이제 커서 내 품을 떠났으니 아이를 재우는 목적으로는 이 책을 사용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 때,
아이가
내 품에 있을 때,
잠들지
않아 애를 먹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데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그러니 이 책의 용도 첫 번째는 내 품을 떠난 아이들과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
또한 그런 면에서 현재 아이를 품고
있는 엄마 아빠에게도 좋은 책이 분명하다.
또한 기억의 상자라는 장치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용할 듯한데,
이러한
개념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의 유용함 세 번째이다.
기억의 보관 상자
<엄마 토끼는 로저와 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전부 꺼내 침대 옆 상자에 넣어 보라고 말했어.> (13쪽)
이런 발상은 어른들에게도 적용될
듯하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하루
일을 반추하느라 잠 못들어 하는 어른들에게 그런 생각들을 일단 모두 그 상자에 집어넣고 홀가분하게 잠들게 하는 방법,
제법
효용이 있을 듯하다.
이 상자는 잠들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릴까봐 불안한 아이를 안심시킬 수 있는 좋은 상징적 장치(35쪽)가
되겠고,
어른들에게는
더 이상 생각해 봐야 잠만 못잘 뿐이니, 잠깐
동안이라도 더
이상의 생각을 유보하는,
유예하는
장치로 삼으면 될 듯하다.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잠들다
읽어보니,
여러
가지 그림들이 생각 속으로 들어와 어른거린다.
먼저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같이 누운
엄마(
또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
엄마 아빠는 비록 피곤하지만 아이와
눈을 맞추며 교감을 시도한다.
아이는 잠들기가
아쉽다.
엄마와
아빠와 좀 더 같이 눈을 뜨고 놀고 싶다.
물론 엄마도 그렇게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내일의 일과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동화책 몇 권을 읽어준 다음에 이
책을 꺼내든다.
오늘의
마지막 책이다.
"이제부터 졸린 이야기를 해
줄게"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마
이런 말을 하는 순간,
아빠는
그 곁에서 이미 잠이 들었을지도?)
읽어주는
엄마도,
아빠도
이 책을 읽어주다가 낮에 하루 종일 쌓였던 긴장과 피로가 풀어진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잠이 든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곤한 잠에 드는
정겨운 정경이 펼쳐지는 그러한 광경이 떠오른다.
누구든지 잠들게 해드립니다. (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