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반짝였던 - 자신이 기대했던 흐름에서 벗어난 모든 이에게
김상용 지음 / 하양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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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결로 이 땅 공기가 정화되리라는 거룩한 착각을

 

이 책은 초반부터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예수회 사제이다. 신부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신부의 글은 몇 읽지 않은 것 같다. 읽었어도 기억에 없는 것 보니, 나에게 충격(?)은 없었던 듯싶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충격을 준 첫 번째 신부의 글로 기록될 것이다.

 

어떤 충격인가?

이 책은 잔잔한 충격으로 시작되었다.

잔잔한 충격을 준 것은 저자가 머리말에 인용한 하이데거의 말이다.

인간은 거주함(dwelling)으로 존재하며, 이 거주함은 바로 집을 짓는 행위(building)로 인해 공간이라는 장소에 새겨진다. 아울러 인간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신 밖의 세계에 조응하며 관계하다가 마침내 사유(thinking)한다.”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신 밖의 세계에 조응하며 관계하다가 마침내 사유(thinking)기록이다.

 

잘 먹어라, 그래서 힘내라. 세상은 전쟁이다.

 

저자가 조응하며 관계한 자신 밖의 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저자는 38쪽에서 어느 부녀의 대화를 소개하고 싶다.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어느 아빠와 그의 딸이 나누는 대화가 등장한다. 저자가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들른 다음, 귀가하는 길에 만난 푸드 트럭이다. 거기에서 저자는 만두를 시켜먹고 있다가 그 대화를 듣게 된다.

 

교복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단발머리의 딸아이가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아빠,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이 나라는, 왜 이리 힘들어?”

그런 질문에 아빠는 그저 입가에 미소만 띨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딸아이가 말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전쟁처럼 살아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나라야! 이 나라는......”

아빠는 딸아이의 푸념치고는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이 10대 소녀의 통찰에는 아랑곳 않는 듯이 갓 쪄낸 물기가 자르르 흐르는 만두 한 접시를 아이 앞에 내 놓았다.

먹어야 전쟁한다.” (37-38)

 

그런 대화는 저자로 하여금 잔인한 세태를 실감케 하며, 그 잔인함은 그로 하여금 수도자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우리 사회가 10대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일상의 삶이 곧 전쟁을 치르듯이 살아내야 하는 현실로 비추어지는 시류의 지표를 그야말로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이 잔인한 시류의 징표 앞에서 수도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38)

 

그가 꿈꾸었던 수도자의 모습

 

그런 세상에서 그가 꿈꾸었던 수도자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자가 이 책에서 몇 번이나 반복하여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의 공기가 너로 인해서, 그리고 네가 앞으로 수도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삶을 통해서, 조금만 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로 변해가도록 노력해다오. 친구야.” (39)

 

저자가 입회 직전, 수련원으로 향하고 있던 차 안에서 받은 죽마고우의 전화 한통.

그 전화에서 친구가 한 말이다. 이 삶의 공기가 조금만 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되도록 해달라는 부탁, 그 말은 두고두고 그의 가슴에 살아 움직인다.

 

그 말은 저자가 그의 은사에게 헌정한 첫 번 째 시집에 썼던 말 속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세상의 언어는 시인으로부터 아룸다워지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공기는 구도자의 숨결로 정화된다는 선생님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821.’(93)

 

<나는 아마도 오늘 이렇게 스승의 서재에서 나가는 즉시 나의 숨결로 이 세상의 공기를 정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룩한 착각에 휩싸여, 이 미소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95)

 

나는 이 글에서 거룩한 착각에 밑줄을 그었다.

 

우리 모두, 거룩한 착각을

 

그렇다. 설령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착각에 그치고 말지라도, 나의 숨결이 이세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하면서 살면 아무리 이 땅이 전쟁터 같을지라도 조금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여기서 니체를 만날 줄이야!

 

188913,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한 마부가 말을 때리고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그것을 본 니체는 맨 발로 뛰어나가 말을 껴안는다.

 

, 그 때 니체의 생각이 무척 궁금했었다. 과연 니체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말을 껴안았을까?

그 때 니체의 온몸을 휘감았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니체는 그 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생각을 기록해 놓지 못했다,

그는 말을 안고난 다음에 바로 졸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때 니체를 사로잡았던 그 생각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그 생각, 편린이나마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순간 말을 안아보고 싶어졌다. 얼굴을 맞대고 내 얼굴의 세 배는 족히 될 것 같은 그 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간을 도우러 오신 그 분의 노고가 감히 기억되어서 일까. 나는 두려움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로사리아 아가씨가 탄 준마를 온몸으로 껴안았다.

그러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지친 말은 그냥 내 품에 안겨 가만히 숨만 쉬고 있을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143-144)

 

이 책의 저자는 말을 안으면서, 인간을 도우러 오신 예수를 떠올렸다는데, 니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저자의 생각과 똑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그 무엇? 그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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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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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군상(群像)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오듯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곧 마음속에 의심이 생기면 갖가지 무서운 망상이 잇따라 일어나 사람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선입관은 판단을 빗나가게 한다.

 

* 열자(列子)》〈설부편(說符篇)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 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 중에서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의 걸음걸이를 보아도 그렇고, 안색을 보아도 그렇고, 말투 또한 영락없는 도끼 도둑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밭두렁에서 도끼를 찾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그의 거동이 조금도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이 책,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사소한 거짓말 하나가 일파만파 커져나기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는 거야...그리고 이제 다른 부모들이 그렇게 믿게 된다는 것도. 사실 나도 지기가 정말로 그런게 아닌지 모르겠어.>(393)

지기의 할머니, 즉 제인의 엄마가 한 말이다.

 

<하기야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지기가 했을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의심했던 게 분명하다.> (503)

제인의 생각.

 

문제의 거짓말은? 작가의 트릭 하나

 

제목이 거짓말이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사소한 거짓말이 어떤 것인지 불을 켜고 찾게 된다. 내가 그랬다.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33쪽이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완전한 거짓말은......>

 

이 문장에 자연히 시선이 가게 된다, 이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또 거짓말이 등장한다. 37쪽이다.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져, 엄마., 이렇게 말하는 게 대화를 끝내는 법이야.”

 

거짓말을 하면 복잡해진다니, 그렇다면 분명 이 거짓말이 문제의 거짓말이다. 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란 단어의 힘을 입지 않고 등장하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다.

 

<“쟤가 그랬어요.”

아마벨라는 작은 갱스터 아이를 가리켰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제인은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이 지기의 어깨를 짚었고, 아마벨라가 고개를 끄덕였고, 지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 안 그랬어요.”

아니야. 네가 그랬어.”

작은 여자아이가 말했다. >(66)

 

거기, 그 장면에서 문제의 거짓말은 시작된다.

 

직소 퍼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이 소설에서는 유난이 직소 퍼즐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직소 퍼즐(jigsaw-puzzle)은 여러가지 작고, 보통 이상하게 생긴, 서로 연결 가능한 여러 조각들로 조립한 것으로 각 조각들은 대개 어떤 그림의 부분을 나타낸다. 그래서 완성 후에 직소 퍼즐은 전체 그림을 나타낸다. 어떤 종류는 퍼즐이 완성되면 원형의 구조를 가지게 되며, 광학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완성한 퍼즐은 창작품들처럼 벽에 장식하기도 한다.>

 

제인의 부모 집에서는 아예 식탁위에 직소퍼즐이 항상 놓여있을 정도다.

왜 이 소설의 작가는 직소퍼즐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 자체가 직소 퍼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에 등장하는 사소한 것(직소퍼즐의 조각) 그 어느 것 하나, 뒤에 가서 나타나는 사건(전체 그림)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퍼즐 조각 하나가 없으면 퍼즐 전체를 마출 수 없듯이 조각 하나 하나를 작가는 섬세하게 배치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11장에 등장하는 페리와 아이들간의 대화에서 어떤 힌트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이 비행기처럼 높이 날 수 있어?”

그런 질문에 페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안돼. 아빠가 한 말 기억 안 나? 나는 레이더 탐지기를 피하려고 아주 낮게만 난단 말이야.”

 

이런 대화가 그저 아빠와 아이들간의 가정적이고 화목한 대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대화는 뒤에 벌어질 사건을 치밀하게 뒷받침해주는 아주 중요한 대화다. 605쪽의 대화와 연결된다. ( 더 이상의 인용은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기를!)

 

작가의 트릭, 둘

 

작가는 앞부분에서 지기를 폭력을 사용하는 아이로 의심받게 설정해 놓은 다음에 독자의 주의를 자꾸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무언가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지기가 그런 아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옆머리로 제인의 코를 세차게 들이받았고, 제인의 고개가 베개위로 벌렁 나자빠졌고, 제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88)

 

어디 그런 말뿐인가?

작가는 다시 이런 평을 덧붙인다.

<테아 : 난 항상 그 아이에겐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지기라는 아이 말예요. 눈빛이 좀 수상하잖아요.> (89)

 

<자기는 소리쳤고, 지기의 발이 제인의 배를 강타했고, 제인은 뒤로 휘청 넘어질 뻔했다.>(256)

 

, 지기가 이런 폭력적 경향이 있는 아니구나. 지금 어머니인 제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그런 것을 비쳐주는 것을 보니, 나중에 분명 지기가 그런 아이로 드러나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은 군상들

 

<페리는 어렸을 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폭력에 과도할 정도로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였다.>(110)

 

<페리가 분노하는 건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이다. 페리가 자제하려고 한다는 것, 폭발하려는 감정에 저항하려 한다는 건 셀레스트도 알았다.> (197)

 

<보니는 아버지가 폭력을 썼어요.>

<정말 폭력적이었어요. 보니 아버지가 한 일은 .......보니 어머니에게 그랬죠. 하지만 보니와 처제는 그것을 지켜봐야 했어요.> (600)

 

그 밖에도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인물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작은 동네에서 아이가 무심코 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그러한 상처들을 드러나게 하고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아니 그러한 상처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가니 끝은 해피엔딩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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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 신데렐라부터 건담까지, 콘텐츠 속에 감춰진 시대의 욕망 읽기
박규상 지음 / 팜파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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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이런 발칙한 놈 같으니라고, 여봐라~~ 이 놈을 매우 쳐라!”

 

동헌 마루에 올라앉은 사또의 서슬 시퍼런 호령 속에 동헌 마당은 살기등등한 분위기로 삽시간에 바뀐다는 것, 우리들이 사극을 통하여 흔히 보는 장면이다.

그래서 발칙이란 말은 이런 대사와 연결되는 단어일뿐, ‘콘텐츠 인문학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여기에서 발칙한이란 단어는 콘텐츠를 수식함은 물론이요, ‘인문학도 수식하는 것이 분명하다. 책 내용이 그러니까. 그렇다.

 

발칙하다의 개념 재정립

 

발칙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미안하다, 나는 이 책의 서론격인 발칙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를 건너 뛴 채,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흥미있겠다 싶어 바로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에 괘씸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발칙한과는 거리가 있다 생각했던 것이다. )

 

여기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발칙한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7),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8)이라는 의미로, 그 말은 괘씸하다는 느낌보다는 통통 튀고, 신선하고, 가식이 없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신비함까지 듬뿍 담긴 말이 되었다.(8)

 

그렇게 저자는 먼저 발칙하다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그렇게 재정의된 발칙함을 들고 책을 읽어보니, 그제야 내용들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공자가 말씀하기를,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의 제자 자로가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에게 정치를 맡기고자 한다면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이냐고 묻자, 공자는 가장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乎)”고 대답한다.

공자는 그 이유로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백성들이 몸 둘 곳조차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

 

여기서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말이 개념 정의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발칙한 책 = 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발칙하다의 의미를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내용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으로 읽는 순간 책의 내용들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발칙함의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발칙한 의문, 발칙한 시선, 발칙한 욕망, 발칙한 상상.

 

그러니 발칙함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이 된다.

먼저 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이던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각이 발칙하게 바뀌면, 현상을 타개할만한 욕망이 생긴다. 그렇게 욕망이 생기고 나면,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이 목적하는 궁극적인 위치는 어디인가?

규격화된 사회에서 벗어나자는 것, 한쪽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탈피하자는 것. 조금더 쉽게 말하면, 모난 돌이 정맞는다, 라는 말이 그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모든 것을 획일화되어야 안심하는 그 누구에게 이 누군가는 당신의 가정에도, 회사에도, 나라에도 있다, 심지어 당신 마음 속에도 있지 않은가? - 그런 통제를 그만 두고 사람들이 이제는 발칙하게 살아가도록 그 끈 구속하고 있는 , 개 목걸이 을 풀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바로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묶어놓고 있는 그 줄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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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세기의 탐정들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5
호안 비니올리 & 알베르트 비니올리 지음, 문세원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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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탐정 읽기 

 

탐정들의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로 즐거웠다.

내가 아는 탐정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이런 즐거움이 독서에서 얻어진다.

 

이 책에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얼 데어 비거스의 찰리 챈,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이 등장한다.

 

7명의 작가가 창조한 탐정 8명과 그들의 활약상이 여기 이 책에 펼쳐진다.

수록된 작품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등 모두 11편이 실려있다.

 

탐정의 모습들과 해결 방식의 특징

 

탐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브라운 신부처럼 땅딸막하고 뚱뚱한 체형에 볼품 없는 외모”(63)를 지닌 탐정이 있는가 하면, 미스 마플처럼 화려한 모자를 즐겨 쓰”(117)는 여성도 있다. 에르큘 포와르 역시 키가 작고 통통한 체구”(98)를 가지고 있다.

 

겉모습이 어쩐들 어떠랴? 정작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맡겨진 사건을 해결하는데, 에르큘 포와르는 자기의 두뇌만을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99) 만 맡는다. 이른바 지능형 사건만 맡는 것이다.

 

셜록 홈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두뇌는 빈방과도 같아, 그 방을 어떤 가구로 채워 넣을지는 각자의 몫이지.”(15)

두뇌 활용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래서 홈스는 현장 환경을 비롯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이를 조합하여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추리하는 방법을 쓴다.

 

축약에 비약, 삼가야 할 것은 비약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안타까운 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작품의 줄거리를 축약하여  소개하다 보니까, 지나친 축약으로 작품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도둑맞은 편지>를 소개하는 구절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비추어 생각할 것이 있다면 말이지....”

뒤팽이 입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법이거든.”(51)

 

파리 경시청장 G 가 뒤팽을 찾아와서 사건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뒤팽이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비추어 생각할 것이 무슨 말인지?

 

그래서 원본격이 되는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을 찾아보았다.

코너스톤에서 발행한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1권에 <도둑맞은 편지>가 실려 있다.

그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면 어둠 속에서 검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겁니다.”(118)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비추어 생각할 것

이 두 개의 문장이 같은 말인지, 다른 말인지 편집자는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정작 문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그러는 사이 나는 그의 사무실을 눈으로 훑었어. 역시나 그 편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서류철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있더군.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말이야. 그래서 다음날 바꿔치기할 편지를 들고 찾아갔지.>(59)

 

뒤팽이 문제된 편지를 훔쳐간 장관의 집무실에 가서 살펴보는 장면이다.

포의 소설 <도둑맞은 편지>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이 이 부분인 것을 부인할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편지를 훔쳐간 장관이 어디에 그 편지를 숨겼는가? 그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서류철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놓았다고 해 놓았다. 이건 원본에 없는 말이다. 지나친 축약이 병이런가? 축약에다가 비약을 해 놓았느니, 문제다,

 

그럼 문제의 장면은 원래 모습이 어떠한가? 축약되지 않은 버전으로 살펴보자.

 

<그런데 방을 둘러보던 중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섬세한 무늬로 장식된 편지꽂이가 눈길을 끌었어. ......서너 칸으로 나뉘어 있는 편지꽂이 속에는 대여섯 장의 방문카드와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네. 편지는 무척 더렵혀졌고 구겨져 있었지......편지는 아무렇게나 꽂혀 있었고 심지어 제일 위에 대충 둔 것처럼 보였네.> (위의 책, 139)

 

이게 원본의 내용인데 이 책에서는 그냥 서류철 위에 놓여있다고 해 놓았으니, 이 정도 차이면, 완전한 창작 수준이 아닌가? 축약에 비약 중, 삼가야 할 것은 비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많았다.

지금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탐정들의 이야기를 거의 읽어왔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놓고 읽으니, 각각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런 특징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 그래서 이 탐정은 이런 행동을 했구나, , 이 작가는 그래서 이 작품을 이렇게 끌어가는구나하면서, 작품의 세계를 더 깊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탐정만 제외하고 용의자같이 보이던 이유가 바로 그의 작품의 스타일이라는 것, 브라운 신부는 이성과 논리를 총동원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특히 심리기법을 사용한다는 것, 그 정도로 탐정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므로 추리 소설, 탐정이 등장하여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을 읽는 즐거움 앞으로도 또한 무궁무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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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트루스 - 진실을 읽는 관계의 기술
메리앤 커린치 지음, 조병학.황선영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첩보원이 쓰는 한 수, 배워봅시다.

 

이 책을 들고, 피스톨을 들고 적진으로 숨어드는 첩보원의 세계, 미리 심어 놓은 정보원을 깜깜한 밤에 접선하여 정보를 빼내어 삼엄한 감시망을 감쪽같이 뚫고 탈출하는, 뭐 그런 것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표지에 써있는 말, “진실을 읽는 관계의 기술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다.

스파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하여 관계를 조성하고, 진술되는 말의 진실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그러한 책이다.

 

이 책에는 첩보원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은 보이지 않으나, 있었음직한 어디선가 벌어졌을 - 내밀한 정보전쟁의 막전막후도 읽을 수 있어, 나름 흥미진진했다.

 

이 책의 유용성

 

이 책은 정보의 세계에서 흔히 일컬어지는 인적 네트워크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 를 통하여 얻는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는 그러한 작업에 필요한 지식을 담고 있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러한 데 필요한 관계 기술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것일까? 이러한 책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독자들에게 먹힐 것인가? 아니면 정보 운운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에게만 읽혀지는 책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서문에서 CIA 내국담당 비밀공작요원으로 오래 일했던 피터 어니스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커린치(저자) 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공감대형성, 동기부여, 대화를 통한 정보 획득은 내가 비밀정보원들과 한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정보원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일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이 책의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9)

 

여기까지 읽으면, 이 책은 아무튼 정보원의 세계에만 해당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읽어보자.

 

<나의 CIA 업무는 비밀작전이라는 독특한 분야에 속하지만, 일하면서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누구든 이 책에서 훌륭한 통찰력과 조언을 얻을 것이다. 아무쪼록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마다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란다.>(9)

 

이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들이 평범한 독자들,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 - 찾는 것 아닌가?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한 책이다.

 

얻고자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

 

그 실례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뜻밖에도 포로와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접근법에서 쓰는 기법을 우리가 적용할 수 있다.

 

, 이 책에서 말하는 정보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저자는 그런 이야기는 애써 말하지 않으려 하지만, 포로와의 관계라는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정보원의 종류가 두 가지인 것을 들키고 말았다.

그 하나는 자기들이 채용했거나 심어둔 정보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적국의 포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말하는 정보원이라 함은 情報員일 수도 있고 情報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원(情報源)이 되는 포로를 심문하면서, 상대방의 심리를 공략하여 얻고자 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유인책

감성적 효소

자존심 끌어올리기

자존심 끌어내리기

공포심 완화하기

확실성과 불확실성

침묵

 

그런데 그런 방법은 비단 포로를 심문하는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적용범위를 넓혀 이를 인간의 본성, 신경 생물학, 일상생활 등에 응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124)고 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은 그래서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일하면서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

- 다른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사람.

 

그러니, 이 책에서 배운 첩보원의 세계에서나 쓰이는 방법, 배워서 써먹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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