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 신데렐라부터 건담까지, 콘텐츠 속에 감춰진 시대의 욕망 읽기
박규상 지음 / 팜파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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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이런 발칙한 놈 같으니라고, 여봐라~~ 이 놈을 매우 쳐라!”

 

동헌 마루에 올라앉은 사또의 서슬 시퍼런 호령 속에 동헌 마당은 살기등등한 분위기로 삽시간에 바뀐다는 것, 우리들이 사극을 통하여 흔히 보는 장면이다.

그래서 발칙이란 말은 이런 대사와 연결되는 단어일뿐, ‘콘텐츠 인문학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발칙한 콘텐츠 인문학>

 

여기에서 발칙한이란 단어는 콘텐츠를 수식함은 물론이요, ‘인문학도 수식하는 것이 분명하다. 책 내용이 그러니까. 그렇다.

 

발칙하다의 개념 재정립

 

발칙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미안하다, 나는 이 책의 서론격인 발칙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를 건너 뛴 채,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흥미있겠다 싶어 바로 본론부터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에 괘씸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발칙한과는 거리가 있다 생각했던 것이다. )

 

여기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발칙한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7),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8)이라는 의미로, 그 말은 괘씸하다는 느낌보다는 통통 튀고, 신선하고, 가식이 없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신비함까지 듬뿍 담긴 말이 되었다.(8)

 

그렇게 저자는 먼저 발칙하다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그렇게 재정의된 발칙함을 들고 책을 읽어보니, 그제야 내용들이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공자가 말씀하기를,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의 제자 자로가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에게 정치를 맡기고자 한다면 먼저 무엇부터 할 것이냐고 묻자, 공자는 가장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乎)”고 대답한다.

공자는 그 이유로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백성들이 몸 둘 곳조차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

 

여기서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말이 개념 정의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발칙한 책 = 개 목걸이에서 해방되기

 

발칙하다의 의미를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내용들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새로움의 제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새로운 정신으로 읽는 순간 책의 내용들이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발칙함의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발칙한 의문, 발칙한 시선, 발칙한 욕망, 발칙한 상상.

 

그러니 발칙함은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이 된다.

먼저 앞에 보이는 현상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보이던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각이 발칙하게 바뀌면, 현상을 타개할만한 욕망이 생긴다. 그렇게 욕망이 생기고 나면,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이 목적하는 궁극적인 위치는 어디인가?

규격화된 사회에서 벗어나자는 것, 한쪽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탈피하자는 것. 조금더 쉽게 말하면, 모난 돌이 정맞는다, 라는 말이 그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모든 것을 획일화되어야 안심하는 그 누구에게 이 누군가는 당신의 가정에도, 회사에도, 나라에도 있다, 심지어 당신 마음 속에도 있지 않은가? - 그런 통제를 그만 두고 사람들이 이제는 발칙하게 살아가도록 그 끈 구속하고 있는 , 개 목걸이 을 풀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바로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묶어놓고 있는 그 줄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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