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탐정
읽기
탐정들의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로 즐거웠다.
내가 아는 탐정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이런
즐거움이 독서에서 얻어진다.
이 책에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얼
데어 비거스의 찰리 챈,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이 등장한다.
7명의
작가가 창조한 탐정 8명과
그들의 활약상이 여기 이 책에 펼쳐진다.
수록된 작품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등
모두 11편이
실려있다.
탐정의 모습들과 해결 방식의 특징
탐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브라운 신부처럼
“땅딸막하고
뚱뚱한 체형에 볼품 없는 외모”(63쪽)를
지닌 탐정이 있는가 하면,
미스
마플처럼 “화려한
모자를 즐겨 쓰”(117쪽)는
여성도 있다.
에르큘
포와르 역시 “키가
작고 통통한 체구”(98쪽)를
가지고 있다.
겉모습이
어쩐들 어떠랴?
정작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맡겨진 사건을 해결하는데,
에르큘
포와르는 “자기의
두뇌만을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99쪽)
만
맡는다.
이른바
지능형 사건만 맡는 것이다.
셜록 홈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두뇌는 빈방과도 같아,
그
방을 어떤 가구로 채워 넣을지는 각자의 몫이지.”(15쪽)
두뇌 활용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래서 홈스는
“현장
환경을 비롯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이를 조합하여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추리하는 방법을 쓴다.
축약에
비약,
삼가야 할 것은
비약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안타까운 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작품의 줄거리를 축약하여 소개하다 보니까,
지나친
축약으로 작품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도둑맞은
편지>를
소개하는 구절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비추어
생각할 것이 있다면 말이지....”
뒤팽이 입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법이거든.”(51쪽)
파리 경시청장
G
가
뒤팽을 찾아와서 사건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뒤팽이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비추어
생각할 것’이
무슨 말인지?
그래서 원본격이 되는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을 찾아보았다.
코너스톤에서 발행한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제
1권에
<도둑맞은
편지>가
실려 있다.
그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면 어둠 속에서 검토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겁니다.”(118쪽)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와
‘비추어
생각할 것’
이 두 개의 문장이 같은
말인지,
다른
말인지 편집자는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정작 문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그러는
사이 나는 그의 사무실을 눈으로 훑었어.
역시나
그 편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서류철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있더군.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말이야.
그래서
다음날 바꿔치기할 편지를 들고 찾아갔지.>(59쪽)
뒤팽이 문제된 편지를 훔쳐간 장관의
집무실에 가서 살펴보는 장면이다.
포의 소설
<도둑맞은
편지>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이 이 부분인 것을 부인할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편지를 훔쳐간 장관이 어디에 그
편지를 숨겼는가?
그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서류철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았다고
해 놓았다.
이건
원본에 없는 말이다.
지나친
축약이 병이런가?
축약에다가
비약을 해 놓았느니,
문제다,
그럼 문제의 장면은 원래 모습이
어떠한가?
축약되지
않은 버전으로 살펴보자.
<그런데
방을 둘러보던 중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섬세한
무늬로 장식된 편지꽂이가 눈길을 끌었어.
......서너
칸으로 나뉘어 있는 편지꽂이 속에는 대여섯 장의 방문카드와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네.
편지는
무척 더렵혀졌고 구겨져 있었지......편지는
아무렇게나 꽂혀 있었고 심지어 제일 위에 대충 둔 것처럼 보였네.>
(위의
책,
139쪽)
이게 원본의 내용인데 이 책에서는
그냥 서류철 위에 놓여있다고 해 놓았으니, 이 정도 차이면,
완전한
창작 수준이 아닌가?
축약에
비약 중,
삼가야
할 것은 비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많았다.
지금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탐정들의
이야기를 거의 읽어왔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놓고 읽으니,
각각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런
특징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아!
그래서
이 탐정은 이런 행동을 했구나,
아,
이
작가는 그래서 이 작품을 이렇게 끌어가는구나’
하면서,
작품의
세계를 더 깊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
탐정만
제외하고 –
용의자같이
보이던 이유가 바로 그의 작품의 스타일이라는 것,
브라운
신부는 이성과 논리를 총동원하여 사건을 해결하는데,
특히
심리기법을 사용한다는 것,
그
정도로 탐정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므로
추리 소설,
탐정이
등장하여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을 읽는 즐거움 앞으로도 또한 무궁무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