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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그림 따지는 변호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토리텔링, 우리가 그림이나 음악에 훅, 하고 들어가게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그림만 봐서는, 음악만 들어서는 조금 긴가민가 하다가도 거기에 들어있는 스토리를 알게 될 때, 우리는 그 속으로 바로 쉽게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스토리텔링을 그림 속에서 찾아내 보여준다.
어떻게?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아주 유명한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자.
일단 그 그림 속의 소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해서인지, 그 소녀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써낸 트레이시 슈발리에도 있다. 또한 그 소설을 토대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그림에 소녀만 있는 게 아니라 정작 중요한 것은 그녀가 달고 있는 귀걸이의 재료인 진주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또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거기에 착안하여 진주에 얽힌 이야기를 꺼집어낸다.
저자는 변호사이니, 진주에 얽힌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진주는? 우리나라 법령에 어떻게 취급을 받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개별소비세법>에 의하면, 대상 물품으로 귀금속이 있는데, 그안에 진주는 포함되지 않는다. 보석도 아니고 귀금속 제품도 아니다.
보석은 아주 단단하고 빛깔과 광택이 아름다우며 희귀한 광물이라 정의되는데, 진주는 유기질이기 때문에 보석과 다르다는 것이다. (25쪽)
앙리 루소의 그림 <잠자는 집시 여인>에서는?
집시가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인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법>을 생각해보고.
모네가 그린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라는 작품에선, 자전거의 정의를 살펴보고 있다.
자전거에는 구동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구성 요소의 이름만 들어도, 알게 되어도 자전거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 신기하다.
발레(ballet)에 대해 알아보자.
발레는 무도회장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ballo가 그 어원이다.
최초의 발레는 춤이라기 보다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도장에서 걸어가는 일종의 행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왜 무도장에서 행진을?
이는 자기 재산을 과시하는 목적이 가장 컸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프랑스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발레를 프랑스에 전한다. 그후 루이 13세와 루이 14세가 발레를 프랑스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루이 14세는 직접 무대에서 발레 공연을 하기도 했다. <밤의 발레>라는 작품에서다.
발레의 역사는 무용수의 치마 길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마 길이로, 고전 발레, 낭만 발레, 신고전 발레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무용수의 발레복인 튀튀도 로맨틱 튀튀, 세미 로맨틱 튀튀, 클래식 튀튀로 구분된다.
자, 이번에는 음악으로 가보자.
저자는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으로도 발자국을 옮긴다.
바로크 시대
낭만주의 시대
고전주의 시대
여기에서 저자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에서, 교향곡 이름이 <영웅>이라는 점에 착안한다.
원래 이 작품은,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바치는 것으로 작곡했는데,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제목을 지우고 <영웅>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베토벤 스스로 <영웅>이라고 제목을 바꾼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이 그 제목을 바꾼다면?
저자는 <저작권법>을 통해서, 베토벤의 동의없이 제목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도출한다. 물론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은 작곡자가 스스로 바꾼 것이니 문제가 없다!
또 음악에 관한 것이 있다.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다. (144쪽)
그가 작곡한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 즉 왈츠 2번으로 알려진 곡인데 저자는 여기에서 댄스 스포츠를 도출하고, 노래 연습장의 법률적 의미를 살펴본다.
이렇게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노래 연습장으로 연결되는 저자의 시선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또한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는?
초초상이 죽으면서 남게 되는 아이의 경우를 살펴보면서, 우리 <민법>의 인지제도를 살펴본다.
고양이는 언제 사람 곁으로 왔을까?
먼저 시대 구분 확실하게 해두자.
중세 – 대략 5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는 1000년의 시기.
근세 – 르네상스에서부터 절대주의. 중상주의가 전개되는 17-18세기의 시기
근대 – 대략 자본주의의 형성이나 시민사회의 성립이라는 관점에서, 17- 18세기 이후.
고양이는 중세에는 종교적 관점에서 마녀의 동반자, 악마의 앞잡이로 여겨졌고,
근대 이후부터 고양이는 인간의 사랑스런 동반자로 명예를 회복한다. (176쪽)
기타 등등, 상식을 넓힌다.
이 책에서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된다.
<라에네크의 청진기 시연>, 샤르트랑이 그린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환자를 진료하는 방법에는 문진, 시진, 촉진, 청진, 타진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조세 라이트의 그림, 키아로스쿠스 기법 :
<공기펌프 유리구 속에 갇힌 새에 관한 실험>, <대장간에서>
태양의 자연 빛이 아닌 인공조명 아래서 피사체나 인물을 그렸다. 인공조명을 활용하여 그는 빛과 어둠의 대비를 강조했다.
이는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와 그림 결이 같다.
다시, 이 책은? - 인식 지평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림, 음악, 상식 등 저자는 그야말로 마당발이다.
이 말은 여기저기 그의 촉수가 미치지않은 곳이 없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그렇다. 변호사는 사회 전반에 걸쳐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법전만 읽고, 달달 외워서는 사회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저자처럼 상식이 풍부하고, 식견이 넓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저자, 변호사인 저자의 눈에, 그림 속의 대상이 새롭게 밝혀지는 것이 독자의 흥미를 끌어, 그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인식 지평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