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서설 -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재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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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이 책 방법서설은 곧 방법에 관한 책이다.

방법이라고 하니, 쉬운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 그게 문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말 뜻은 알겠는데, 일단 책이 어렵다. 데카르트가 말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가 어찌 그리 긴지..

 

길어도 너무 길다. 중간에서 길을 잃기 딱 좋게끔 길다.

이런 문장, 하나 읽어보자.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무한한 관찰 때문에 나를 지도하려는 나의 기획이 매일 점점 늦춰지는 것을 보면서, 공중이 나의 관심을 공유하기를 희망할 정도로 그렇게 자만하지 않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불충실하고 싶지 않았고 또 후대 사람들이 그들이 무엇에서 나의 기획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내가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들에게 훨씬 더 좋은 여러 가지의 것을 남겨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162)

 

간단히 말해서, 이 긴 문장 속에 몇 개의 종속절이 들어있는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우리 흔히 하는 식으로 문장의 주부와 술부를 얼른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주부는?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이유, 가 되겠지.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문장이 이어지는데........그렇게 해서 문장을 분석해보니 이렇다.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 ........) 속에 들어간 문장을 다시 분석해보고, 그렇게 읽어가다 보니, 데카르트가 원망스럽다. 왜 그리 한 문장을 길게 했는지.

 

그러나 그 중에서 아포리즘으로 사용해볼 만한 것들도

 

그렇게 길고 긴 문장 속에서 보석같은 아포리즘들이 들어있는 것, 또한 놓치면 안될 것이다.

문장의 전체 맥락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긴 문장을 이루는 부분에서도 아포리즘과 같은 번쩍이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내 의견 중 그 근거가 잘못 되었다고 판단한 의견들을 모두 파괴하면서 관찰했고, 여러 경험을 획득했는데, 이 관찰과 경험은 내가 그 후로 더 확실한 의견들을 세우는데 쓸모가 있었다. (71)

 

그들이 첫 번째로는 쉬운 것을 탐구하고 점점 단계적으로 더 어려운 것으로 나아가면서 얻게 될 습관은 나의 모든 가르침보다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159)

 

드디어 만났다, 그 유명한 말!

 

그래도 읽다보니, 만났다,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이 말이 여기 있구나!

 

이 진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아주 견고하고 확실해서 회의주의자들의 매우 과장된 모든 가설도 이 진리를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이것을 내가 찾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주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82)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는 내가 생각하기 위해서는 존재해야만 한다를 아주 명석하게 알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가 진리를 말한다고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우리가 아주 명석하고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참이라는 것을 일반 규칙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84)

 

그런 판단에 이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또한 거기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곳곳에 그런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고심하고 고민하고 고뇌한 흔적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철학자는 고민하고 힘들겠지만, 그 결과물을 읽어가며 손에 넣을 수 있는 독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특히 데카르트가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나를 알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세계라는 책 속에서 연구하고 경험을 쌓는 데 몇 년을 보낸 뒤, 나는 어느날 나 자신 안에서도 연구하기로, 그리고 내 정신의 모든 힘을 내가 따라야만 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31)

 

다시. 이 책은?

 

데카르트는 그의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런 문장 읽어보니, 그의 뜻이 보인다.

 

내 글들이 어떤 가치가 있다면 내가 죽은 후에 내 글들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들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153)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의도를 충분하게 이루어주기 위해서, 이 책을 토씨 하나까지 새기며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읽어가기 힘들지만, 그러므로 좋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따라해보자.

나는 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 말이 합당할 정도의 책, 만나기 쉽지 않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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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 10년 차 망원동 트레이너의 운동과 함께 사는 법
박정은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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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책 제목을 듣는 순간, 느꼈다.

공감했다. 그러네, 맞아. 운동을 한다고 할 때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진지함!

운동을 시작할 때 마치 전장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진지하게 각오부터 하게 되는 것, 그게 그렇다.

뱃살 빼야지. 몸무게 줄여야지. 멋지게 옷을 입을 수 있게.........

물론 대부분 작심살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매번 시작할 때는 진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관행, 습관에 대하여 이 책은 딴지를 걸고 있다.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제목 끝에 생략된 물음표를 집어넣어본다. 그렇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그래서 운동이 어려운 거지?

 

이 책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프롤로그 타이틀이 이것이다. <덜 진지하게 운동을 시작하는 법>.

그렇지. 진지하게 하려니 시작부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덜 진지하게 하라는 것이다,‘

 

언젠가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면 이 책을 또 펼쳐주세요. (8)

 

글도 잘 쓴다, 저자는. 저 문장에서 느껴지는 운율을 느껴보라.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면, 일이 일로 느껴지면, 어떤가? 입에 찰싹 달라붙지 않는가?

 

그렇다. 문장도 좋고 그 뜻도 좋다. 운동하는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아야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말은 이것이다.

운동을 덜 진지하게 해도 되는 이유를 가득 적어둘게요. (8)

 

해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진지함 빼고 대신 즐거움을 가득 채운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운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 거창하게 말고, 되는 만큼만 하자.

 

저자가 이에 관해 하는 말을 새겨보자. 금과옥조가 따로 없다.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정도를 찾아서 그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 것이다. (75)

 

하는 만큼 되는 게 맞는데, 일단은 되는 만큼 하는 게 먼저다.

되는 만큼 하는 것과 하는 만큼 되는 것 중 무엇을 더 오래 할 수 있을까? 되는 만큼 해도 된다. 그러다 운동이 익숙해지고, 그러다 어느 날 운동이 좀 괜찮네?’ 하는 편이 오늘 운동 한 시간 대박 빡세게 했음하고 1년 쉬는 것보다 낫다. (76)

 

이런 말도 납득이 된다. 몸에 와닿는 말이다.

 

싫은 운동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싫어하자. 선명하게 싫어하면서 조금은 덜 싫은 것을 편식해보자. (87)

 

운동은 회복할 수 있는 만큼의 적당한 스트레스를 만드는 정도면 충분하다. (108)

 

운동한다는 뜻의 영어 exercise. (125)

이 단어의 어원은 제어를 없애다이다. 해서 어원으로 운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를 더 자유롭게 하는 활동은 무엇이든지 운동이 된다.

 

기능해부학에 대하여

 

저자가 이런 말 하는 순간 우리가 깜빡하고 잊어버린 몸에 관한 지식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리 삶의 기본이고 기초가 되는 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몸 어디가 고장나도 스스로 고칠 생각은커녕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도 모르고 쩔쩔 매는 게 일상이지 않은가?

 

해서 저자의 이런 말 백 퍼센트 공감이 된다.

 

수능이 끝난 학생들에게 메이크업 강좌 대신 기능 해부학을 알려주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넓어질까. (9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책을 읽다가 운동과는 별개로 인생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을 발견하고,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이게 인생이야. 이런 말 어디에서 못 들어. 다시 새기고 음미해봐. 그런 깨달음이 순간 솟구친다. 정말 몇 번이나 읽어보고 새겨보게 된다.

 

세상에 없는 것들은 이유가 있어서 없는 것이다. (41)

 

인간의 가장 멋진 점은 언제나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43)

 

운동에 완벽한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126)

 

이게 어디 운동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인생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인생에 완벽한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책을 더 읽다가 여기에서는 무릎을 쳤다. 이런 신박한 발언이 있나, 이렇게 간단하게 인생을 논하다니!

 

트레이너님은 책을 참 많이 읽으시네요.”

책을 많이 읽네요?”
당최 트레이너가 왜 책을 많이 읽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구태여 설명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책을 안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이 있나요?”(143)

 

정말 묻고 싶은 말이다.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까?

글쎄다. 여태껏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그런 방법 없던데..........글쎄 혹시?

 

다시. 이 책은?

 

이 책, 운동에 관한 방법만 논하는 게 아니다

운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그저 외부로 보이는 몸을 위해서 운동한다? 아니다.

운동은 인생을 논하는 차원에서의 일부일뿐이다. 그러니 운동은 인생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알고 있다. 혹시 철학하네... 하고 딴지 걸까봐 그런 것을 애써 감추고 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운동이지만 속내는 인생이다.

운동을 모르고 인생을 논하지 마라. 인생은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 손에 잡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백 번도 더 든다.

운동, 그러니 덜 진지하게 해야 한다.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면 운동은 덜 진지해도 된다.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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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 - 비루한 삶도 고귀한 삶도 부활한다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4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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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기의 혁명

 

니체 읽기에 혁명이 필요한 이유

 

저자는 책 제목을 니체 읽기의 혁명이라고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니체를 읽어가는 데, 읽는 방법에 있어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다른, 혁명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의 철학이 여전히 많은 곡해를 하고 있어서다. (5)

 

그 다음에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우리가 지금껏 니체를 어떻게 사용했는가,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말이다.

 

니체 읽기에 자칫 오해를 일으킬 두 흐름이 있다.

 

첫째, 삶에 지칠 때 힘을 얻고자 니체의 단편적 문장들에 기대는 흐름.


둘째, 그의 철학이 파시즘은 아닐지라도 반민주주의임은 확실하다며 니체 읽기를 경계 또는 조소하는 흐름.

 

저자의 관찰 맞다. 지금 당장이라도 니체에 관한 책을 검색해보면 위의 두 가지 흐름을 타고 넘쳐나는 책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자의 지적 아주 가치가 있다. 이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니체를 읽을 때에 그런 경향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책, 니체의 기초부터 시작한다.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쇼펜하우어부터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이 점 잘 짚어주고 있다.


1장에서는 간략하게 니체의 생애를 소개한 다음에 그의 철학의 시작점인 쇼펜하우어를 2장에서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해서 니체의 철학과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비교하면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쇼펜하우어의 경구도 듣게 된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57)

 

나중에 니체는 이 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펼친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라는 주장도,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금욕을 주장한 해법도 니체에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허무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113)


이런 것 알게 된 것, 진짜 혁명적이다.

 

니체의 저작에 권력에의 의지가 있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지금은 니체 연구자들 사이에서 니체의 저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니체가 남긴 글을 오롯이 편집한 유고만 인정한다. (181)

 

왜 그런 평가가 나오게 되었을까?

권력에의 의지는 니체의 유작으로 표기되었으나 진실은 다르다. 그의 여동생이 파시스트인 남편의 직간접적 개입 하에 오빠의 의도와 다르게 편집하여 짜깁기에 가필까지 하면서 편집한 책이다, 결국 파시즘 사상을 담은 책이 되었고, 이를 히틀러가 적극 이용했다.

그래서 니체의 저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 처음 알게 된다.

 

박홍규의 니체는 틀렸다에 대하여

 

이 책에서 특기할만한 내용중에 박홍규의 니체는 틀렸다를 비판하는 대목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니체가 어떤 식으로 읽혀지고 있는가에 관해 경청할만한 내용이다.

 

이런 사건이 있었다.

1924, 미국 시카고에서 어린이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레오폴드와 로앱, 둘 다 시카고 대학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범행동기는 뜻밖에 니체의 사상이 들어있다. 레오폴드는 니체에 매료되어 자신과 로앱을 슈퍼맨(초인)’으로 생각하고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기 위해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사건을 예로 들면서 박홍규는 니체는 틀렸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그 책을 찾아보니, 목차만 훑어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1. 니체의 반민주주의

2. 니체와 한국의 반민주주의

3. 니체 선배들의 반민주주의

4. 니체 반민주주의의 시작

5. 니체 반민주주의의 전개

6. 니체 반민주주의의 절정

7. 니체 후배들의 반민주주의

8. 반민주주의자 니체를 버리자!

 

저자는 박홍규의 주장에 대하여 182쪽에서 199쪽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검토 비판하고 있다.

저자의 요지는 이 한 문장에 나타난다.

 

니체의 문학적 표현을 법학자가 곧이곧대로 풀이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독이다. 그러다보니 니체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189)

 

니체와 마르크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르크스와 니체의 연대를 잘 못 알고 있었다.

니체가 먼저고 마르크스가 니체 후에 등장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대목을 만난다.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탈고할 무렵인 1883317, 영국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서는 마르크스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211)

 

이글을 읽고나서야, 니체와 마르크스의 관계를 알게 된다.

마르크스 (1818- 1883), 니체 (1844-1900)

마르크스가 니체보다 훨씬 앞선 시대를 살았다.

 

저자는 니체와 마르크스의 사상을 비교하면서, 그들이 19세기 근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223쪽 이하에서 살펴보고 있다.

 

다시, 이 책은?

 

니체에 대하여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

예컨대

니체의 사상은 왜 히틀러에 의해 오용되었는가,

과연 그는 반민주주의적인 주장을 한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니체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등등.....

 

이 책을 통해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왜 저자가 책의 제목을 니체 읽기의 혁명이라고 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니체를 읽고, 그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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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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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던가?

 

아무래도 30대는 넘었을 것 같고, 아마 40대였을 것이다.

40대가 되어 세상도 알만큼 알게 되었고, 그러니 책도 제대로 보였을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 40.

 

그때 나는 어떤 책을 읽었던가?

지금 이 책을 보니, 내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해서 이 책은 그런 깨달음을 얻게 해준 것, 그것만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40대는 어떤 시기인가?

 

저자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 인문학 명저 50권을 소개한다.

 

1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 읽기

2무력감을 느낄 때 책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3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4역사와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5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 힘이 되는 책 읽기

6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 읽기

7나와 타인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찬찬히 저자가 분류한 책들을 살펴보니, 40대에 들어선 인생의 모습이 보인다.


40대면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기이다.

그런 시기까지 살아오면서 무력감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니 인생을 행과 불행의 잣대로 살펴볼 시기인 것이다. 그럴 때 저절로 내가 속한 땅의 역사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종교 또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실이 냉혹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으니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그런 시기가 바로 40대인 것이다.

또한 이제 나 자신과 더불어 타인의 삶도 살펴볼 시기가 되는 그러한 40대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에는 어떤 책들이 들어있을까?

 

40대를 훌쩍 넘어선 이 시기, 이 책을 살펴보니 낯선 책들이 많이 보인다.

낯선 책이란 읽지 않은 책이다. 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들어보지 못한 책이다.

해서 이 책은 나의 책 목록 지평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가치가 또한 있다.

 

이런 책들이다.

3. 자기 결정파스칼 메르시어

8. 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

11. 자기 신뢰랄프 왈도 에머슨

12. 모든 것은 빛난다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25. 제국의 시대에릭 홉스봄

28.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윌리엄 제임스

30. 타인에 대한 연민마사 누스바움

33.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42. 인간 본성의 법칙로버트 그린

44. 사람을 얻는 지혜그라시안 이 모랄레스 발타사르

 

추려보니 딱 10권이다. 물론 나머지 40권도 제대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름은 들어봤는데, 여기 10권은 난생처음 만나는 책들이다,

이런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 책을 읽는 기쁨이 아닐까?

 

해서 이런 글들을 만난다.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자기 결정은 이렇게 내가 나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도 같다. (33)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 곧 나다. 해서 파스칼 메르시어의 자기 결정은 나로 하여금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이제야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생각해보다니!

 

달리다가 잠시 멈춰선 순간, 그리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 순간, 어떤 사람들은 !’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첫 번째 산이 알고 보니 내 산이 아니었구나. (73)

 

이거 순전히 내 이야기 아닌가? 겨우겨우 힘들여 올라왔더니 여기가 아닌가벼!’라는 탄식을 하고 있는 순간인데 이런 글을 만나니, 바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심정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의 두 번째 산에서 만난 나자신이다.

 

그래도 안도가 되는 것은 이런 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산은 첫 번째 산의 반대가 아니다. 첫 번째 산을 내팽개치라는 뜻도 아니다. 두 번째 산은 첫 번째 산에 이어지는 여정이다. (73)

 

일일이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줄줄 꿰어 나오는 글들, 그게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쁨이 아닐까?

 

다시, 이 책은?

 

저자는 또한 독서의 기본을 말해주고 있다.

책을 대하는 자세 또한 말해주고 있다. 이런 말들이다.

 

한가지 당부드립니다. 절대로 완독하지 말아주세요. 순서대로 읽지도 말아 주세요,

지금 내 삶에 필요한 책들을 먼저 읽어주세요. (11)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만의 인문학 책 읽기를 통해 더 나은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11)

 

그런데 저자가 완독하지 말라고, 절대로 완독하지 말라고 했건만, 위에 언급한 10권에 대한 부분, 즉 낯선 책들을 읽고나니, 나머지 40권에 대해서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 그런 경험은 나만의 경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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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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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이 소설의 시작

 

서두에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그 마을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몇 개의 건물 이외에는 어느 것 하나 볼 것 없는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 큰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저자는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소설을 시작한다.

 

그 건물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하지만, 늦은 오후가 되면 가끔씩 손 하나가 천천히 덧문을 연다

그런 건물,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게 이 소설의 제목에 들어있는 슬픈 카페다.

아니 카페라는 이름 앞에 슬픈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한때는 이 마을에도 카페가 하나 있었다. 지금 판자로 막아놓은 이 건물은 그때만 해도 인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카페였다. (11)

 

그랬던 카페에 얽힌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내용이다.

그 카페는 어떻게 생겼다가 왜 이런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었는가?

그 카페의 사연을 알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을 알아야 한다.

 

등장인물

 

미스 어밀리어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 (16)

꼽추 라이먼 윌리스 (24) - 꼽추 라이먼

마빈 메이시 미스 어밀리어의 전 남편

 

이 세 사람의 관계가 참으로 기이하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관계 또한 기이하다.

역자는 그런 인물들을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 기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 소개한다, 더 나아가 괴기스럽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147)

 

그런데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멀리 라이언 (28, 92,133)

방직공이다. 얼굴빛은 누렇고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은 없는 사람이며, 줏대없는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사람 이름이 라이언이라 꼽추 라이먼과 혼동될 수 있다.

 

 

어떤 마을이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정오쯤 되자 마을에는 지난밤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로 찾아온 꼽추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27)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28)

그 날 마을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는 참으로 잔혹하고도 듣기 민망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되풀이될 때마다 섬뜩한 사실들이 새롭게 보태졌다. (29)

 

그러니까 한적한 마을, 무슨 큰 일 하나 일어나지 않는 마을에 사람들은 설령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달려들어, 소문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소문들을 더 부풀리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남편 마빈 메이시와 헤어진 뒤 미스 어밀리어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꼽추 라이먼이 그 마을에 들어온다.

본인 소개하기를 미스 어밀리어의 친척이라며 어밀리어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게 바로 이게 바로 그 카페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시작되었다. (43)

 

그 카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카페는 그렇게 간단하게 시작되었다. (43)

 

그뒤로부터 카페는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이 마치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지속된다.

그리고 어밀리어는 꼽추가 온 후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군다.

 

그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헌신적으로 그에게 봉사했고, 그래서 꼽추는 날이 갈수록 더 의기양양해졌다. (47)

 

그런 나날이 계속되었다. 어밀리어의 전 남편인 마빈 메이시가 다시 그 마을에 나타날 때까지.

 

마빈 메이시가 나타난 후, 갑자기 꼽추 라이먼의 시선은 그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 그리고 마빈 메이시 간에 미묘한 삼각 관계가 이루어진다.

기괴한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카페를, 마을을 떠나버린다.

두 사람이라니, 누구와 누구?

 

남은 사람은 미스 어밀리어다,

 

미스 어밀리어가 치호의 목수 하나를 고용해서 집을 판자로 둘러쳐서 막게 한 것은 꼽추가 떠난지 4년째 되는 해였다. 그후로 그녀는 그렇게 완전히 폐쇄된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134)

 

그렇게 되어서, 그 카페는 문을 닫았는데, 그게 이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볼 수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다. 1991년 작품이다.

영화 제목은 이 책의 원제인 <슬픈 카페의 발라드>

 

그런데 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오는 장면이 특이하다.

이 책의 사실상 마지막 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영혼은 지루함으로 점점 부패해진다. 차라리 포크스폴스 도로로 내려가서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의 이야기나 듣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35)

 

그래서 처음과 마지막에 쇠사슬에 묶인 죄수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깐 사랑이란?

 

먼저는 미스 어밀리어에 대한 마빈 메이시의 사랑이다.

 

사랑이 마빈 메이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57)


그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일까?

미스 어밀리어는 그의 사랑에 감격하여 결혼한 것일까?

그런데 그 결혼은 절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 사랑은 과연 어떤 사랑이었을까?

 

또 있다.

미스 어밀리어와 꼽추 라이먼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 사랑은?

그리고 꼽추 라이먼과 마빈 메이시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랑(?)?

 

그런 세 사람의 관계에 들어있는 사랑, 그 사랑에 대해 생각할 게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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