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두 번 숨다 탐 철학 소설 19
황희숙 지음 / 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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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학설이 아니라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사람인가?

 

여기에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하여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정보 정도로만 요약해 본다.

 

비트겐슈타인은 현대철학의 조류에서 영미 경험론을 계승하고 있는 분석철학의 대표자이다.

분석철학은 초기 논리경험주의와 후기 일상언어학파로 나눌 수 있는데, 비트겐슈타인은 이 두가지 철학의 시조에 해당한다.

 

그의 저서로는 전기를 대표하는 저서 <논리 - 철학 논고>, 후기를 대표하는 저서 <철학적 탐구>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그를 평가하고 있다.

<당대에는 가장 이해받지 못한 수수께끼의 철학자, 자금은 가장 영향력있는 현대 철학자, 그가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다. 그의 고뇌어린 철학(), 그의 기이한 스타일, 풍부한 의미를 가지면서도 놀라우리만큼 새로운 표현들은 전문 철학의 영역을 떠나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상 178)

 

그런데 다음과 같은 언급은 그래서 우리가 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의 경구 같고 신비한 표현들은 멋대로 토막 난채 인용되고 크게 오해되는 일이 빈번하다.>(10)

<비트겐슈타인의 말과 글은 아무 체계도 없어 보여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104)

 

이 책의 목적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으므로, 그것을 돕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것이 또한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다.

 

<가상의 인물인 지효와 상우를 설정하여 비트겐슈타인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그의 사상을 소화해가며, 자신의 불안정한 삶에 연결해가는 것....>(7)

 

지효는 상우의 외할머니로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비트겐슈타인과 동시대 인물로 설정되었으며, 비트겐슈타인과 직접 대면하며 그의 삶과 사상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우는 그런 외할머니의 궤적을, 우연히 보게 된 외할머니의 노트를 통해서 알게 되고, 그것을 자기 현재의 삶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해석하고, 그의 사상을 소화

   

1. 말놀이

 

<‘말놀이는 언어의 문제를 언어 사용집단의 삶의 양식(forms of life)'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104)

 

이 말을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비트겐슈타인은 요즘 들어 자주 집을 짓고 있는 인부와 그의 조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예로 들었다.인부가 벽돌이라고 말하면 그의 조수는 그 말한 것을 가져온다. 그들은 여기에서 원초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말놀이를 하는 셈인데, ‘벽돌이라는 말은 벽돌을 가져오라는 의미를 지닌다. ‘벽돌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 즉 단단한 벽돌이 아니다.

 

지효는 이 예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태권도 사범이 격파시범을 보여주는 훈련생에게 벽돌이라고 말할 때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이 때 벽돌이란 말에는 벽돌을 깨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종류의 말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 지효는 한 언어적 표현의 의미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사용이론(use theory of meaning)'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104-105)

 

나 또한 지효의 태권도 사범의 벽돌 격파를 예로 들어 설명한 것을 듣고는 곧 이해가 되었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여기 이 책에서 모두다 알아야겠다는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으나, 이런 설명을 듣고, 그의 철학을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2. 유머

 

비트겐슈타인은 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 말한다.(147, 156)

 

이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의미일까?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효는 곰곰이 생각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나치 독일에서 유머가 사라졌다면, 그것은 무슨 뜻일까? 나치가 삶의 양식을, 세상을 바라보는 양식을, 또 그것과 연관된 모든 반응, 관습을 파괴하는데 성공했다는 뜻이라고.”>(156)

 

(철학을) 자신의 불안정한 삶에 연결해가는 것....

 

저자가 서두에서 밝힌 바 이 책을 저술하는 목적 중, 이 부분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그토록 난해하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중학생 상우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해 나갈지?  

 

언어가 휴가를 간 날

 

상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외할머니가 언어가 휴가를 간 날에 대해 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108)

 

그럼 외할머니인 지효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가 휴가를 간 날에 대해 뭐라 생각했는가 살펴보자.

 

<지효는 언어가 휴가 갔을 때라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언어가 휴가를 가버린다면? 지효는 미국 유학 초기에 영어 문제로 겪은 난처한 경험을 떠올렸다.....휴가는 집이나 자기마을을 떠나는 것을 말하는데, 언어가 휴가를 갔다는 말은 어떤 언어적 표현들이 본래의 고향인 말놀이를 벗어났다는 의미일까?....지효는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처럼 끝없이 묻고 대답해 본다.>(106-107)

 

그렇게 난해했던 그 개념, ‘언어가 휴가를 간 날을 상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상우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다. 그런 상우는 선생님이 말한 바, ‘음악은 손가락이 아니라 몸으로 연주하는 것이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타를 배운지 4년째가 되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문제가 생겼으니, 상우가 말하는 것을 엄마 아빠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 할 수 없으면 침묵하라,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명제를 통해 소통을 명확히 하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주장했다. 더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말하기를 포기한다면 파리통에 갇힌 파리에게 빠져나갈 출구를 가르쳐 주는 철학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책 소개 글에서 발췌)

 

결국 철학은 우리 삶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우는 그 말 - 언어가 휴가를 간 날 - 을 이렇게 적용한다.

<가끔 우리 집에서 언어는 휴가를 간다. 언어가 빈둥대며 일손을 놓고, 내 말이 헛도는 것을 느끼면 나는 얼른 말문을 닫고 내 방으로 도망친다.>(111)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학설이 아니라 활동이 되는 것(83), 맞다. 심지어 어린 상우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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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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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

 

바둑을 둘 줄 안다. 그래서 예전에 바둑에 관련된 책 - 예컨대 <바둑의 정석> , 그런 책들- 도 조금 본 적이 있고 바둑 기사(碁師)들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나에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우리 바둑의 이야기들 우선 재미있다.

 

지금 와서 알게 되는 우리 바둑의 이야기들 우선 재미있다.

조훈현, 일본에서 9년간 바둑 공부를 하다가 돌아온 그가 한국 바둑계와 일본 바둑계를 바라보는 시선, 우선 흥미로웠다.

 

<일본 기원에서는 또래 기사들과 어울리면서 연구하고 검토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여기서는 뮤조건 실전이었다. 기원에 나가면 누구든지 눈이 마주치는 기사와 다짜고짜 앉아서 짜장면 내기 바둑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기사들끼리 내기 바둑을 잘 두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114)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던 한국바둑계에 대한 생각이 그를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질감을 잘 극복하게 되는 과정이 비단 바둑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인들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그의 책은 그런 면에서 바둑판을 빌려 말하는 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서봉수와의 인연도 재미있다.

서봉수와의 바둑 시합 후에는 복기를 하지 않게 된 사연(88), 서봉수와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지금도 우리는 서로에게만큼은 죽어도 지기 싫다”(91)고 고백하는 그 심정이 전해져 오는 글,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 지는 것은 어쩐 일인지?

 

그의 제자, 이창호의 모습도 재미있다. 돌부처란 별명을 듣는 이창호와의 인연.

()제자로 기르면서 숙식을 같이 하는 사이인데, 어느새 그 제자가 성장하여 자기를 이기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는 글둘이 담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내용도 있다.

1990년 제 29기 최고위전, 이창호와 조훈현은 결승전 대국에서 맞붙었다. 전체 대국은 다섯 번인데, 4 국까지 22로 무승부. 결국 승패는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 결판이 나게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조훈현은 패배한다.

 

그런데 그 당시 이창호는 조훈현의 집에서 숙식하고 있는 내제자였다. 그러니 돌아오는 길도 같이 할 수밖에.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날 밤 우리는 같은 차를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지고 돌아왔으니 가족들은 축하도 못하고 위로도 못하고 난감했을 것이다.>(68)

원래 말이 없다는 이창호, 돌부처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와 같은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면서 조훈현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왔을까?

 

그러한 생각들은?

 

여기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조훈현의 생각들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먼저 왜 생각이란 것이 필요한가? 또한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핑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23-24)

 

저자는 그렇게 생각의 중요성, ‘생각이 가져다주는 힘에 대하여 강조한 다음, 최종적으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26)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런데 그가 보기에 요즘 사람들은 생각이 부족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인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보면, 참 잘 두긴 한다. 그런데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바둑이다. 누군가의 기보, 누군가가 창안한 정석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쯤해서 창의적인 수가 하나 나올 법도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뻔한 수만 나온다.>(33)

 

저자는 그렇게 신인들이 생각없이 누군가 이미 해 놓은 생각- 정석 등-을 따라만 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서 틀에 박힌 교육은 틀에 박힌 사고, 그리고 틀에 박힌 자아를 만들어낸다. 생각이 한정된다면 자아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34)는 것이다.

 

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

 

그렇게 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나 요즈음 생각 자체를 꺼려하는 세태에 이 책은 '생각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신기하기조차 할 것이다. 더하여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무엇이 생각을 방해하는가’(257쪽 이하)를 읽어보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뀔까?

 

밑줄 긋고 싶은 말

 

<최근 몇 년 사이에 고민을 상담해주는 인생 멘토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혼자 힘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37)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다.>(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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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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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뻥 뚫린 사내를 곁에 두고 건져올린 생각들.

 

 

우리는 태어났다, 이 세상에. 무언가 죽이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 의심의 여지없는 진리, 바로 가족의 법칙이자 세상의 법칙이다.> (184)

 

소설 속의 주인공인 가 사슴을 잡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나온 말이다.

이 말 가운데 가족의 법칙이라는 말은 그 주인공 나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로 이루어진 가족을 말하는데, 그 가족 안에서 통용되는 법칙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진리는 가족 내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진리는 이 세상에서도 똑 같이 통용되는 진리다.

 

그 진리는 우리가 입 밖에 내지 않고 살아가지만, 모두 다 공감하는 진리다. 우리는 이 땅에 누군가를, 아니 무엇인가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애써 무시하지만, 하루라도 그런 진리를 역행하고 살 수는 없다,

 

이 책은 어찌보면, 그 진리에 대한 웅변이고, 그 진리에 대한 변증과 반증을 엮어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시작은 11살짜리 소년인 주인공 가 사람을 죽이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은유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가슴이 뻥 뚫린 사내.> (43)

 

그렇게 가슴을 뻥 뚫리게 한 주체가 바로 이다.

그런 사건이 일어난 다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이 계곡 얘기가 아니라 네가 저지른 짓 말이다. 피할 길이 없어.>

(118)

 

그런 세계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내가 서 있는 이 땅은 저 산을 따라 어딘가로 미끄러져 무저갱(無底坑)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아니,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도 같았다. 우리 네 사람, 그리고 매달린 시체. 나머지는 모두 배경에 불과했다.>(57)

 

살인, 아니 삶에 대한 성찰

 

는 그(밀렵꾼)를 죽인 다음부터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생각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이룬다. 따라서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나, 그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깊고 넓다.

 

그런데 이 소설의 문장이 지나가는 속도를 보자.

현란하다. 마치 가 트럭 짐칸에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숲속의 경치처럼 휙휙 지나간다.

저자는 그런 속도로 의 생각들을 헤집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러니 잠깐만 그 흐름을 놓치면 - 트럭 짐칸에서 바라보는 경치처럼 - 벌써 다음 계곡을 지나 산에 이르니, 조심 조심해야 한다.

 

저자는 그런 흐름을 속도감 있게 전달해주고 있는데, 하나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트럭이 달려가는 것을 살펴보자. 지금 는 트럭의 짐칸에 타고 있다.

 

<정찰병인 나는 트럭에서 망을 보았다. 바람에 건조해져 잔뜩 찡그린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라곤, 몇 킬로미터를 오는 동안 새 몇 마리뿐이었다. 새들은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흰 줄무늬 날개를 활짝 펼치며 무리를 지어 활강하는 새들, 청어치, 덤불어치 소리가 엔진소리, 타이어 소리보다 훨씬 더 컸다. 이름 모를 작은 갈색 새들도 계속해서 길을 따라왔다. 이따금 맹금류도 한 마리씩 나타났는데.....>(13)

 

다음은 생각의 흐름들이다.

 

<나는 심장을 놓고 옆으로 물러나 한참을 씹은 다음에야 삼켰다. 드디어 내 인생이 시작하는 기분이다. 열한 살. 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해가 지면서 그림자도 짙어졌다. 밤은 큰 품으로 세상의 피조물을 모두 하나로 이어주었다.> (192 )

 

어른이 되는 순간을 내면에서 느끼는 장면인데, 그 순간 동시에 현실에서의 시간도 어느덧 밤이 된다. 밤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데, 바로 세상의 피조물을 (어둠 속에서) 모두 하나로 이어주는, 각성의 시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다음은 생각이 튀는 것을 살펴보자. ‘에게 한가지 사물, 사건을 그냥 그 자체로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튄다. 한 가지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튀어간다.

여기에서는 죽은 남자를 끌고 온 것에 대한 생각이 어디로 튀는지 살펴보자.

 

<(죽은 남자)는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시작했다. 바위 위에 앉아 있을 때만 해도 살아 있었다. 아버지가 언덕을 질질 끌고 내려온 다음엔 할아버지가 캠프 근처의 풀밭으로 끌고 다녔고, 다시 아버지가 끌고 나와 두 번째로 그를 매달았다. 우리의 삶은 반복한다. 우리뿐 아니라 그전의 누구라도. 예수 역시 자신의 십자가를 끌었다. 십자가는 고통의 양식, 인간 삶의 형식이다. 그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이 땅에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간다. 이른바 '예수의 수난'. 예수는 우리 스스로를 동정하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243)

 

시체를 끌고간 그 행위가 예수가 십자가를 끌고간 행위로 튀어간다. 그러니 이 책 읽으면서 그 가닥을 잠깐이라도 놓친다면,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를 모르게 된다. 소설 속에서 방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지우고 오로지 타깃만을 남겨둔다

 

그러한 생각의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그래서 끝을 향하여 가는 동안 한시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긴장과 서스펜스? 물론 이런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지만, 이 소설의 진행을 그대로 사람들의 인생, 삶에 대입해 본다면, 이 소설은 그대로 한편의 인생 기록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 의심의 여지없는 진리, 바로 가족의 법칙이자 세상의 법칙이다.> (184)

 

 

 

누구를 죽이느냐?

<이번에는 꼭 죽여라. 조준경으로 녀석을 확인하고 가늠자를 가슴에 맞춘 다음 방아쇠를 당기는 거야. 반드시 해야 한다. 아니면 네가 죽어.>(286)

 

그렇게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은 다음, ‘가 겨눈 대상은? 방아쇠를 당긴 대상은?

, 여기에서는 말하지 말자.

다만, 이 말은 기록하기로 하자. 책을 덮은 다음에도 여운을 남기는 말이니까...

,

<내 눈은 훈련받은 대로 배경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오로지 타깃만을 남겨둔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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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차이나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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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 모두 편견이었다.

 

중국 돼지가 세계 콩 가격을 올린다.

 

먼저 이런 생각해보자.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이 책 45쪽을 읽고 든 생각이다. 지금까지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는 봤는데, 그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하여 먼저 할 일은 돼지의 배를 먼저 채워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먹을 곡물로 먼저 돼지의 배를 채워주어야만, 돼지가 그것을 먹고 살을 찌우고 그 다음에 그 살을 우리 인간들에게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돼지는 곡물 먹은 하마라 불릴 정도로 많은 곡물을 먹어치우는 동물이며, 돼지의 체중 1kg을 불릴려면 3kg의 곡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5)

 

그러니 중국은 돼지를 살찌우게 하기 위하여 콩을 수입하는데, 그래서 세계의 콩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 <슈퍼 차이나>를 읽으면서, ‘끔찍한 일이구나,’하는 생각 먼저 들게 된 사연이다.

 

이 책은?

 

KBS 에서 중국 관련해서 분야별로 중국의 부상을 속속들이 보여줌으로써 변하고 있는 중국을 보다 자세하고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총 7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총 7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송이 되었는데, 반향이 대단했다는 것이고, 그 반향에 힙입어 시청자, 또는 독자와 소통을 더하기 위하여 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이책, <슈퍼 차이나>이다. 그런만큼 이 책은 방송을 거의 옮겨 놓은듯한 편집으로 그 가독성에서 아주 우수하다 할 것이다.

 

이 책에 포함된 중국의 모습, 분야

 

여기에서 분야별이란, 인구, 기업, 경제, 군사, , 문화, 공산당 해서 7개 분야를 말하는 것이다.

 

인구, - 세계 최고의 소비력, 13억 인구의 힘

기업, - 짝퉁을 넘어 세계 1위로, 중국 기업의 힘

경제, - 지구촌을 집어 삼킨다, 차이나 파워

군사, -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팍스 시니카

, - 땅이 지닌 잠재력, 대륙의 힘

문화, - 문화 강국을 향한 전략, 소프트파워

공산당 -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

 

인구의 힘, 사람 숫자가 13억이라니

 

이 부분에서 맬더스의 인구론에 대한 마오쩌둥의 비판적인 생각이 돋보였다.

원래 맬더스는 인구증가는 언제나 식량 공급을 앞지르는 경향이 있다며 엄격하게 산아제한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운명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며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는데, 마오쩌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리로 비판적이었다.

 

맬더스는 인구를 소비적 관점에서만 파악했다. 인구는 인구(人口)일 뿐만 아니라 인수(人手)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중국은 13억의 입과 함께 13억의 노동력을 보유한 셈이다. (29)

 

그러한 인구의 힘이 현대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인구를 단순한 먹는 입으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들어 생산력으로 바꾼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 역시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돈이 말하는 사회 - money talks

 

그러나 그런 중국의 변화는 부작용도 많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돈이 말한다는 것!

돈이 말한다, 즉 돈이면 무엇이든 한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말인데, 중국에서도 그게 통하니 신기한 일이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인데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니.

 

일례로, 윈난성에서 벌어진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가 원래 중국 차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인데, 그래서 예부터 다양한 차를 재배해 왔으며, 이 곳에서 생산되는 차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에 우스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윈난 성에 중국 전통차 대신에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 이는 먼저 중국인들의 차습관이 변한데 따른 것인데, 중국인들이 이제는 전통차 대신에 커피를 더 즐겨 마신다는 것. 그래서 중국의 커피 시장은 매년 15 %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발 맞추어 윈난성에서 전통차 대신에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윈난성으로서는 돈이 되는 커피 시장이 차 시장보다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윈난성에는 차 밭 뿐 아니라 쌀이나 옥수수 등 전통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도 찾기 어렵다, 대신 이곳의 농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부유한 삶을 즐긴다. (48)

 

그렇게 자본의 논리가 중국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중국의 모습이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

 

이 책은 그러한 중국의 변화를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그런 변화가 중국을 넘어 다른 나라로, 세계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까지 분석해 놓고 있다.

 

예컨대, ‘세계자원이 있는 곳에 차이나 머니가 있다는 항목을 보면 특히나 아프리카에서 차이나 머니의 활약이 두드러지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자원을 개발할 만한 자금과 기술,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은 아프리카의 각 나라에 도로나 철도, 학교, 병원 등 사회기반 시설을 지어주고 대신 자원을 챙겨간다.

 

그런데 여기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 예컨대 잠비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노동착취, 인종 차별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으켰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잠비아의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여기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인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자본은 단지 선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는 자본은 거의 계산속이 따른다. 하나를 주는 대신 둘을 받거나 셋을 요구하고, 자본의 힘으로 정치적 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한다.>(140)

 

더하여 중국의 자본이 유럽의 물류를 장악한 사실도 있다. (143쪽 이하)

 

어디 그뿐인가? 중국의 자본은 세계를 향하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제주도의 관광 사업은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지도로 재편성되고 있다. 우스개 이야기가 도는데,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에 많은 것은 돌, 바람, 여자가 아니라 돌, 바람,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51)

 

아쉬운 점, 지명과 인명 표기 문제

 

,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내용중에 한자병기를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점이다. 예컨대 중국 지명, 또는 인명 같은 경우는 거기에 한자를 적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 하나 인명은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반면에 지명은 한자명을 그대로 적어서 혼란이 생기기도 하였다. 인명을 표기한 경우에도 그 기준이 무엇인지 오락가락 하는 경우가 많았다.

 

25쪽의 중국 칭화대학교 공공관리학원 후안강이란 표현에서 보면, '칭화대학'이란 '청화(淸華)대학'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 분명한데, 인명인 후안강은 소리나는대로 적은 것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 아마 한자를 우리 식 발음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는 인명을 소리나는 대로 표기했다.

상하이의 고급 주택에 사는 리쥐샤 씨도 ...” (27)

우리식 발음으로 ’, 또는 라고 읽는 한자는 없으니, 리쥐샤 라는 이름은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 분명하다.

 

또 지명 또한 마찬가지이다.

상하이는 소리 나는대로 표기한 반면, 341 쪽에서 선전은 우리식 발음으로 적어 놓았다.

 

341 쪽의 선전은 분명 도시이름인데 한자병기도 하지 않았고, 또 소리 나는 대로도 표기하지 않아서.... 그 점이 하나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이시대의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곧 세계에서 미국과 패권을 다투게 될 힘이 있는 나라, 그 나라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누가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분석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7편의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 중국은 비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하던 그간의 편견을 송두리째 깨버리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편견은 비단 정치적인 면만이 아니라, 여기 기술된 7개 분야의 모든 면에서 다 그러하다 할 것이니, 이 책으로 그간의 편견 모두 씻어내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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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 22개국에서 108가지 사랑을 만나다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관한 종합 보고서 

 

이 책,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김수영, 중학교까지 자퇴했던 문제아였지만 실업계 최초로 골든벨을 울렸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25세의 어느 날, 몸에 암세포가 발견된다. 이를 계기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써내려간 73가지 꿈 리스트를 작성, 2005년 무작정 런던행 비행기 표를 끊으며 꿈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저자의 이력. 

 

저자를 좀 더 알기 위해, 저자가 등장하는 KBS 2의 프로그램 하나를 시청했다.

<꿈에게 길을 묻다>

저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등장한다.

여수정보 과학고등학교, 19991217일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 울림.

그리고 런던에서 회사원으로 생활,.....

 

저자의 그러한 도전이 눈부시다. 다른 사람같으면 좌절했을 상황에서 오히려  저자는 그것을 박차고 나가 사랑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고, 그런만큼 이 책의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말썽쟁이, 골든벨 소녀, 고학생, 알바생, 패기 넘치는 직원.....누군가는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로, 누군가는 롤 모델로, 누군가는 암 극복자라는 민망한 타이틀로 나를 불렀다.>(353)

 

사랑을 발로 확인하며 써내려가다

 

그런 저자가 사랑에 관한 책을 썼다. 어떻게? 발로 쓴 책이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랑에 관한 생각을 쓴 게 아니라, 이 지구를 온통 헤매고 다니면서 사랑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열매 맺고, 혹은 기쁨과 슬픔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가를 찾아다니며 쓴 글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삶으로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 사랑을 하려는 사람들, 특히나 사랑에 고픈 사람들, 사랑에 상처받고 아픈 시절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큰 위로로 다가 올 것이다.

 

사랑의 모습들

 

저자가 찾아낸 사랑의 모습들은 어떤 것일까?

그 모습들을 저자는 책에 다섯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사랑이 아프다.> 사랑이 아픔으로 형상화 되는 사례들이 맨 먼저 등장한다.

그 다음에, <사랑을 묻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껴안다.>

<사랑을 넘어서다.>

 

그 다음은? 당연히 사랑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사랑은 영원히 누군가에 의해서, 누군가에게로 지속될 것이기에 <사랑은 계속된다>이다.

 

인상 깊게 읽은 사랑의 이야기들

 

이렇게 대분류된 사랑의 모습들을 저자는 맛깔나게 그려내 보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랑을 분류하고 그려내는 그 지난한 작업을 해 낸 저자의 노력 덕분에, 사랑에 관한 책중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인터뷰 하는 동안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그 인생을 껴안아준, 그래서 사랑의 아픔이 있다 할지라도 저자의 따뜻한 마음씨로 사랑을 느끼게 되었을 그 사랑의 사연들이 하나 하나 소개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것이 없지만 그래도 인상 깊게 읽은 부분들을 몇 개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밀이 없어야 하고

두 번째로 서로를 신뢰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의견차가 있어도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 22년간 결혼생활을 한 라울, 리진카 부부가 깨달은 교훈 (207)

 

<연인이라 생각하면 상대가 내게 무엇을 해줄까를 기대하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거든요.> (207)

 

<세상은 자기가 힘들다고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고, 다른 이의 생명을 담보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인간의 사랑과 신의 사랑의 차이인 것인가?> - 게릴라에 의해 고아가 된 아이를 돌보는 에니스의 말. (88)

 

<해피엔딩일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존재 그 자체를 감사히 여겼기 때문이리라.>

- 불륜으로 시작했지만 결혼에 골인한 재미교포 민형씨의 경우 (199)

 

<우리는 사랑이란 매일매일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혼 후에 자동적으로 사랑이 유지되고 평생 행복하리라 기대하는 건 착각이거든요.>

- 아직도 사랑이라는 말을 부끄러워하는 티키레와 토니 부부 (342)

 

그렇게 저자가 발로 뛰면서 수집한 사랑의 이야기들은 사랑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 되고 있다. 어줍짢게 사랑의 개념을 논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랑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것, 더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대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인용해두고 싶은 글이 있다. 233쪽에 나오는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하는 글이다. 조금 길더라도 음미할 내용이 많으므로 인용해본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까? 인류학자 헬렌 피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개 민족적, 사회적, 종교적, 교육적 및 경제적 배경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여기에 육체적 매력과 지적 수준, 태도와 장래희망, 가치, 관심사, 사교 및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비슷하면 더할 나위 없다. ...종합해보면 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셈이다. ..여기에 추가로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우리는 기쁨, 슬픔, 불안, 두려움, 호기심 등 정서적으로 각성된 상태에서 쉽게 열정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233)

 

저자의 분석,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다. 사랑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해도 될만하다. 조금 더 읽어보자.

 

<거기다 역경이 있으면 열정은 더욱 고조된다. 그러니 주변에서 반대를 하면 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233)

 

이러한 분석 결과를 가지고 사랑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사랑을 얻으려는 자, 추상화된 왕자, 공주의 이미지로 사랑을 그려보는 자에게는 안성맞춤인 분석이다,  

 

 

루미의 시- 새롭게 깨달은 사랑

 

이 책 중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남는 것은 저자가 소개한 루미의 시().

이 시 한편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대상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 시다.  20쪽과 355쪽에 두 번 실려있으니, 저자가 이 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아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이곳에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저자는 이 시 한편에 오롯이 사랑의 의미를 담아 놓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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