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

 

바둑을 둘 줄 안다. 그래서 예전에 바둑에 관련된 책 - 예컨대 <바둑의 정석> , 그런 책들- 도 조금 본 적이 있고 바둑 기사(碁師)들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 나에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우리 바둑의 이야기들 우선 재미있다.

 

지금 와서 알게 되는 우리 바둑의 이야기들 우선 재미있다.

조훈현, 일본에서 9년간 바둑 공부를 하다가 돌아온 그가 한국 바둑계와 일본 바둑계를 바라보는 시선, 우선 흥미로웠다.

 

<일본 기원에서는 또래 기사들과 어울리면서 연구하고 검토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여기서는 뮤조건 실전이었다. 기원에 나가면 누구든지 눈이 마주치는 기사와 다짜고짜 앉아서 짜장면 내기 바둑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기사들끼리 내기 바둑을 잘 두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114)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던 한국바둑계에 대한 생각이 그를 정신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질감을 잘 극복하게 되는 과정이 비단 바둑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인들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그의 책은 그런 면에서 바둑판을 빌려 말하는 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서봉수와의 인연도 재미있다.

서봉수와의 바둑 시합 후에는 복기를 하지 않게 된 사연(88), 서봉수와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지금도 우리는 서로에게만큼은 죽어도 지기 싫다”(91)고 고백하는 그 심정이 전해져 오는 글,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 지는 것은 어쩐 일인지?

 

그의 제자, 이창호의 모습도 재미있다. 돌부처란 별명을 듣는 이창호와의 인연.

()제자로 기르면서 숙식을 같이 하는 사이인데, 어느새 그 제자가 성장하여 자기를 이기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는 글둘이 담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내용도 있다.

1990년 제 29기 최고위전, 이창호와 조훈현은 결승전 대국에서 맞붙었다. 전체 대국은 다섯 번인데, 4 국까지 22로 무승부. 결국 승패는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 결판이 나게 되어있는데, 여기에서 조훈현은 패배한다.

 

그런데 그 당시 이창호는 조훈현의 집에서 숙식하고 있는 내제자였다. 그러니 돌아오는 길도 같이 할 수밖에.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날 밤 우리는 같은 차를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지고 돌아왔으니 가족들은 축하도 못하고 위로도 못하고 난감했을 것이다.>(68)

원래 말이 없다는 이창호, 돌부처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와 같은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면서 조훈현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왔을까?

 

그러한 생각들은?

 

여기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조훈현의 생각들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먼저 왜 생각이란 것이 필요한가? 또한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핑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23-24)

 

저자는 그렇게 생각의 중요성, ‘생각이 가져다주는 힘에 대하여 강조한 다음, 최종적으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26)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런데 그가 보기에 요즘 사람들은 생각이 부족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인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보면, 참 잘 두긴 한다. 그런데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바둑이다. 누군가의 기보, 누군가가 창안한 정석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쯤해서 창의적인 수가 하나 나올 법도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뻔한 수만 나온다.>(33)

 

저자는 그렇게 신인들이 생각없이 누군가 이미 해 놓은 생각- 정석 등-을 따라만 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서 틀에 박힌 교육은 틀에 박힌 사고, 그리고 틀에 박힌 자아를 만들어낸다. 생각이 한정된다면 자아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34)는 것이다.

 

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

 

그렇게 조훈현의 생각에 대한 생각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나 요즈음 생각 자체를 꺼려하는 세태에 이 책은 '생각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신기하기조차 할 것이다. 더하여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무엇이 생각을 방해하는가’(257쪽 이하)를 읽어보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뀔까?

 

밑줄 긋고 싶은 말

 

<최근 몇 년 사이에 고민을 상담해주는 인생 멘토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혼자 힘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37)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다.>(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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